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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981

먼저 연락하지 않는 소개팅녀, 마음이 없어서 그런 건가요? 마음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단, 재미는 확실히 없다. 재미가 없으니까 연락도 없는 걸 거고, 그 두 가지가 다 없으니 마음도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위트가 없으면 다정함이라도 있어야 하고, 센스가 없으면 경청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하며, 말주변이 없으면 과감함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런 게 그냥 다 전부 없는 거라면, 밥과 깍두기만 가지고 손님대접을 해야 할 때처럼 난감한 상황이 되고 만다. 그 깍두기가 정말 놀랄 정도로 맛있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 밥상을 상대가 맛있게 먹을지 아닐지를 묻고 있는 L군에게 난 솔직히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기 어려울 것 같고, 밥과 깍두기만으로 밥상을 차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왜 냉장고에 있는 뭐라도 사용해 국이라도 하나 끓여야.. 2016. 7. 23.
감정의 널뛰기만 계속하는 짝사랑, 종결의 방법. 그대가 만약 후쿠오카에 갈 예정이라고 했을 때, 누군가에게 물어도 되는 바람직한 질문은 “공항에서 텐진까지 버스타고 가는 게 낫나요, 아니면 전철이 낫나요?” 정도다. 질문을 하더라도 그렇게 거기 가서 뭐 할 것인지를 좀 정한 뒤에 해야지, 그냥 정말 아무 것도 없이 “이번 휴가 후쿠오카로 다녀오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거기 가서 뭐 하는 게 좋죠? 먹는 건요? 그건 어디서 사먹는데요? 맛있어요? 가격은요? 거기 몇 시까지 해요? 쉬는 날 없고요?” 라고 물으면, 인내심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 짜증을 내고 말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아는 정보가 있어도 대화 자체를 회피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나 역시 “서로 단톡방에 있기 때문에 상대랑 개인톡 할 수 있거든요. 개인톡 해볼까요? 뭐라고 톡.. 2016. 7. 22.
연애에서 서툴러서인지 1년 이상을 못 만나요. 외 2편 요즘 왜 연애 사연을 자주 올리지 않냐고 묻는 분들이 있었는데, 다른 일들을 좀 하느라 진득하게 사연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어제는 오랜만에 밤새 너구리를 찾아 돌아다녔고, 그제는 매미우화 관찰과 사슴벌레 동태파악을 다녀왔다. 이렇게 얘기하면 뭔가 은유나 비유를 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던데, 진짜 너구리, 매미, 사슴벌레다. 동작 감지 릴리즈만 있어도 그렇게 가서 한참을 지키고 있지 않아도 될 텐데, 그걸 직접 아두이노로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내가 원하는 형태의 소스가 공개되어 있지 않아 만들 수 없었다. PIR센서로 구동되는 카메라 릴리즈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은 제보를 좀 부탁드린다. 어젠 안타깝게도 너구리를 만나진 못했지만, 너구리 대신 까망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길냥이를 발견했다. 까망이.. 2016. 7. 15.
한 달 사귄 연애의 기억 때문에 열 달을 폐인처럼 지내요. 열 달 정도는 괜찮다. 여긴 막 “제가 여기서 포기하면, 정말 우리 이야기는 모두 끝나버리는 것 같아서….” 라며 5, 6년씩 폐인처럼 지내고 계신 분들도 있다. 내가 거기서 계속 땅 판다고 뭐 나오는 거 아니라고 근 10년째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래도 조금만 더 파보겠다며 자기 키의 두 배 이상을 파놓고는 또 거기서 빠져 나오지도 못 하는 사례도 있다. 인생을 한 천 년 사는 거라면 10년쯤 그렇게 미련과 후회, 기대라는 삽으로 땅을 파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청춘은 짧고, 30년쯤만 살아도 치아에 이상이 생기거나 눈주름과 목주름, 팔자주름 등에 대한 걱정을 시작해야 한다. 10년쯤 더 살면, 바짝 마른 듯 가늘어지는 머리카락이나 신문의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 노안을 슬슬 걱정해야 하.. 2016.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