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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버스 부저를 내가 누르려 세 정거장 전 부터 준비했는데, 다른 사람이 먼저 누르면 참을 수 없는 허탈감을 느끼던 열 살 때 쯤의 일이다. 당시 난 달란트 시장이 열리거나 주일학교가 시작되는 날에만 교회를 나가는 권태신앙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교회에는 꽃같이 아름다운 피아노 반주자가 있었다. 진숙(가명, 교회피아노반주)이 선생님. 난 그녀를 사모하다 고백했고, 거절당한 뒤에 난 여자의 심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는 건 훼이크고, 당시 꼬꼬마 녀석들이 반항할 수 없을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던 선생님이었다. 복날 이었다. 복날임을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은, 그 날 지방에서 막 올라온 옆집 선희네 삼촌이 빌라 입구 전봇대에 개를 매달아 패던 날이기 때문이다. 선희네 엄마는 그 삼촌(선희 엄마의 동생)에게 이게 동.. 2010. 6. 24.
새벽에 산부인과 간 그녀에게 벌어진 일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1998년 3월의 어느 날 밤이었다. 임신 9개월에 접어든 지도 벌써 보름이나 된 숙희씨(가명, 경기도 파주시)는 홀로 집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전광판과 관련된 일을 하는 남편은 늘 지방출장이 잦았기에, 결혼 1주년도 지나지 않은 숙희씨의 부부는 주말에나 마음놓고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자들이 결혼한 후 집에서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요리나 청소 등이 있겠지만, 그와 더불어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상대에 대한 '포기'다. 숙희씨도 처음엔 남편에게 자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에 대해 외롭다고 투정을 부려보고, 무섭다고 애원도 해 봤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 하며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를 배워가는 남편이 해결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포기.. 2010. 6. 23.
여자 앞에서 소심해지는 남자를 위한 조언 먼저,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에게 이 글을 전할 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사실 이 글은 여린마음동호회 정회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들려주려고 준비했던 글이다. 우리도 이제, 이 삶을 좀 먹는 여린마음을 버리고 정모를 통해 얼굴 마주보며 당당하게 사회에 우리를 증명하고자 했지만, 정모 자리엔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그저 문자로만, "남색 모자에 안경쓰신 분이 무한님 맞나요? 테이블 근처까지 갔다가, 음, 아무래도 아직은... 어딘가에 참석하는 게.. 무리인 것 같아요. 다음 정모에는 꼭 참석할게요. 죄송해요." 이런 이야기만 남겨 주셨다. 괜찮다. 우리에겐 아직 '다음페이지'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가. 다음 여린마음동호회 정모에는 몇 사람만이라도 모여주셨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그건 그렇고, 여린마음 동호회.. 2010. 6. 22.
연락 없는 남자, 그의 진짜 속마음은? 월드컵 시즌이라 그런지 삼삼오오 모여 응원하다 친구의 친구, 친구의 아는 오빠, 심지어 옆에서 부부젤라 불고 있던 남자사람 등에게 반했다는 메일이 줄을 잇고 있다. 축구 같이 보자고 관심있는 여자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가 답장이 없자 '혹시 통화량이 많아 문자가 안 갔나?' 하며 자기 핸드폰으로 자기가 문자를 보내보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뒤, 보낸문자함을 찾아들어가 그녀에게 재전송을 눌러봤지만 역시나 답장이 없어 속상함을 달래려 전반전에 소주를 급하게 들이키곤 잠들어 후반전을 못 봤다는 남자대원의 메일을 생각하면 슬프기도 하다. 택배로 부부젤라라도 하나 보내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은 함께 응원하며 알게 되었고, 분명 집에 들어갈때 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아지만, 그 이후로 별다른 액션이 없는 남자에 .. 2010.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