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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연49

수영장 연애고민, 그녀가 제게 관심이나 호감이 있는 걸까요? 뭐든 마시는 걸 좋아하는 나는,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먹을 때 거의 빠짐없이 짬뽕국물을 한 번 더 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그러면 열 번 중 아홉 번은 서비스로 주기 마련이며, 나머지 한 번 역시 당장 짬뽕 주문이 없어 국물이 없다고 할 뿐이지 '무슨 심보로 국물을 더 달라고 하는 거냐'며 타박하는 일은 없다. 부탁하는 일은 아주 쉽다. 나온 짬뽕국물을 다 마신 뒤, "죄송한데, 짬뽕국물 조금만 더 주실 수 있어요?"라는 말 한 마디면 된다. 그렇게 한 마디만 하면 '더 줄 수 있다/없다'를 알 수 있는 건데, 그러지 않고 만약 내가 서빙하는 분 또는 주방에 계신 분과 슬쩍슬쩍 눈만 마주치다가, 짬뽕국물을 다 마셨음을 빈 그릇 숟가락으로 긁어가며 표현하고, 빈 그릇 든 채 더 먹고 싶다는 무언의 메시지만 눈.. 2022. 1. 7.
모태솔로 초식남으로 살아온 30년, 탈출 좀 도와주세요. ‘모태솔로 초식남’에서의 탈출이, P씨에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그걸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나 역시도 P씨의 사연을 읽고는 막막함부터 느꼈는데, 이건 P씨가 사람들과 어울리며 깨지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깨우치거나 뉘우쳐야 하는 걸 내가 총대를 메고 괜한 일을 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지금까지도 든다. 남들에게도 P씨와 같은 모습이 있긴 하지만, 보통 그런 모습들은 10대에 1차로 흑역사 기록하며 대부분 봉인되고, 20대에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다듬어지곤 한다. 그런데 P씨의 경우는 마치 어디 수감되어 있다가 이제야 세상에 처음 나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듯한 모습을 보이기에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거 내가 P씨가 밉다거나 싫어서 하는 얘기들이 아니고, 잠.. 2019. 9. 18.
연애 불안증이 있는 여잡니다. 남친과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죠? 연애를 너무 힘 잔뜩 주고 실수 한 번 하지 말아야 하는 어떤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장 친밀한 형태의 대인관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자. 친구와 친해질 때 ‘이 친구와는 어느 선까지만 얘기를 나눠야지.’ 라든가 ‘이 친구와도 결국은 멀어질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친구를 대하는 건 아니잖은가. 그냥 서로 마음 써서 챙기며 연락하고,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을 공유하며 친해지는 것처럼, 연인과도 그렇게 친해지면 된다. “하지만 친구와 연인은 다르잖아요. 현재 제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모님과의 부정적인 에피소드’ 같은 것도, 친구에겐 그냥 말할 수 있지만, 남친에게 얘기를 했다간 그에게 저희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까 봐 겁나요. 무한님도 언젠가 매.. 2019. 5. 29.
특강 강사였던 남자 선생님들, 제게 호감이 있었던 걸까요? 지지난 주였나, 마트에서 열무와 얼갈이를 싸게 팔길래 난생처음 물김치를 담가봤다. 풀을 쑤고 뭐 하고 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 절인 후 그냥 다른 재료를 갈아 넣어 물과 함께 놔뒀더니 맛있는 물김치가 되었다. 정성과 손맛이 들어간 어머니의 정통 물김치보다 내가 담근 게 맛있다는 게 충격이긴 했지만(내일이 어버이날인에 어머니 죄송합니다.), 여하튼 난 그렇게 간편하게 담근 물김치를 끼니마다 꺼내 시원하게 들이키고 있다. 뜬금없이 물김치 얘기로 매뉴얼을 시작한 건,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L양이 빈속에 김칫국을 시원하게 들이켜며, 한 사발 더 마셔도 되냐고 내게 물었기 때문이다. “무한님 그 얘기는…. 이 모든 게 그냥 제 기대일 뿐이라는 거죠?” 솔직히 난 너무나 분명하게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2019.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