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얹는(Splash) 사진 찍으며 놀기
노멀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나면 따라 찍으려는 독자 분들이 계신데, 이번 사진 만큼은 따라 찍지 마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투명한 물만 가지고 찍으면 잘 안 보이는 까닭에 물에 식용색소를 타야 하는데, 이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난 화장실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타일(정확히 말하면 줄눈)이 온통 식용색소 빛깔로 물들었다.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저질렀는데 흔적이 남고 말았다. 내가 가장 아끼는 D사의 반바지도 온통 식용색소 물이 들었다.
디자인 유나이티드. 이마트 제품이다. 세일해서 오천구백 원. 옷 광고를 하려는 건 아니고, 여하튼 이번 테마는 굳이 따라하지 말길 권하고 싶다. 자 그럼, 옷까지 버려가며 찍은 사진을 감상해 보자.
▲ 작품명 <식용색소 싼 거 샀더니 파란색이 없네>
식용색소를 구입하려 웹을 돌아다니다 재미있는 문답을 발견했다. 어느 아주머니가 식품용 식용색소 판매처에
라는 질문을 하자, 판매자가 "저는 먹어도 안전하다고 알고 있긴 한데…, 꼭 드셔야겠습니까? 색깔을 보면 드시고 싶지 않을 텐데요?"라는 뉘앙스의 답을 남긴 것. 판매자의 센스가 마음에 들어 나 역시 그곳에서 식용색소를 구입했다는 건 훼이크고, '유아용'이라든가 '인체에 무해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식용색소들은 비싼 까닭에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제일 싼 식용색소를 구입했다. 싼 대신 파란색이 없다. 파란색 물로 찍었으면 더욱 시원한 느낌이었을 텐데, 아쉽다.
▲ 작품명 <컵은 예전에 맥도널드에서 받은 컵임>
몇 년 전, 사은품으로 주는 컵이 예뻐서 자꾸 햄버거를 사 먹던 시절이 있었다. 여덟 개 타서 내가 네 개 갖고, 공쥬님(여자친구)이 네 개 가졌는데, 우리 집에 있던 컵은 다 깨먹었다. 재료비를 아끼려고 일부러 얇게 만들었는지, 아주 살짝만 부딪혀도 컵이 깨져버렸다. 공쥬님 집에는 네 개 모두 그대로 있다. 내가 설거지를 잘못 하는 건가?
▲ 작품명 <크라코지아산 와인>
같이 고추참치에 소주 마시던 지인들이 자꾸 와인 가지고 아는 척을 하면, 난 크라코지아산 와인을 먹어 봤냐고 묻는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이름만 들어 봤다는 지인도 있고, 이름은 잘 모르지만 마셔본 것 같다는 지인도 있다. 웃기시네. 크라코지아란 나라가 가상의 나란데, 어디서 듣고 먹어봤다는 걸까.
▲ 작품명 <아 근데 진짜 화장실 타일 어떡하지>
식용색소물이 든 화장실 타일. 웹에서 검색하니 옷에 물든 식용색소는 표백제로 지워진다고 한다. 타일에 물든 식용색소도 표백제로 지워지길 기대해 봐야겠다.
▲ 작품명 <검은 건 포도>
원래 딸기를 떨어뜨려 물이 튀게 하고 싶었는데, 집에 딸기가 없었다. 방울토마토와 포도 중에 포도로 결정했는데,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수조에 물을 채워 피망을 떨어드리는 사진도 찍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선 수조를 구입해야 하는 까닭에 마음을 접었다. 물이 튄 모습이 꼭 브라키오사우르스 같다. 트리케라톱스와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공룡이다.
▲ 작품명 <한 컷을 찍기 위해….>
저런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 수많은 샷을 날린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연사로 찍으면 어렵지 않게 건질 수 있다. 컵 위에 서서 오른손으로 포도 떨어뜨리며, 왼손에 쥔 카메라 리모컨을 누르면 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왼손잡이냐고 묻는 분들도 또 등장하는데, 오른손잡이다. 왼손으로 포도 떨어뜨리면 명중률이 낮기에 오른손으로 떨어뜨렸다.
▲ 작품명 <구해주오>
마음이 착한 사람들은, 병 속에서 몸을 반쯤 내민 사람이, 아래에 있는 물에서 나온 손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 작품명 <병에서 빠져나오려는 수사자>
병목에,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는 수사자가 보인다. 엉덩이는 병 밖으로 빠져나온 상태고, 곧 뒷다리가 빠져나올 것 같다.
오늘은 6월 5일에 시작한 80일 프로젝트가 47일째 되는 날이다. 사실 이번엔 저 '끼얹는' 사진이 아니라 접사를 찍고 싶었다. 그래서 접사용 소프트박스까지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계속 비가 내려 밖에서 사진을 찍는 게 불가능했고, 그 핑계로 이번 주는 그냥 넘길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펑크 내면 진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바꿔 저 사진들을 찍었고, 이렇게 발행까지 할 수 있었다.
80일간 내 삶의 운전석에 앉아보는 80일 프로젝트. 함께 시작했지만 혹시 지금쯤 '흐지부지'의 단계에 접어들었거나, '이번에도 난 실패인 듯'이라며 벗어나려는 분들이 계시다면, 낙오하지 말고 조금만 더 힘을 내 완주하자는 얘기를 해 드리고 싶다. 삶의 조수석에 앉아 하루하루 지나는 일상이나 바라보는 일은 쉽다. 이번 프로젝트로 목적지에 도달하진 못하더라도, 목적지에 어제보다 더 가까이는 갈 수는 있으니, 남은 33일도 우직하게 함께 가보자.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 큰 크기의 사진들은 노멀로그 갤러리(http://normalog.blog.m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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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나면 따라 찍으려는 독자 분들이 계신데, 이번 사진 만큼은 따라 찍지 마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투명한 물만 가지고 찍으면 잘 안 보이는 까닭에 물에 식용색소를 타야 하는데, 이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난 화장실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타일(정확히 말하면 줄눈)이 온통 식용색소 빛깔로 물들었다.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저질렀는데 흔적이 남고 말았다. 내가 가장 아끼는 D사의 반바지도 온통 식용색소 물이 들었다.
"D사의 반바지라면, 디젤 제품인가요?"
디자인 유나이티드. 이마트 제품이다. 세일해서 오천구백 원. 옷 광고를 하려는 건 아니고, 여하튼 이번 테마는 굳이 따라하지 말길 권하고 싶다. 자 그럼, 옷까지 버려가며 찍은 사진을 감상해 보자.
▲ 작품명 <식용색소 싼 거 샀더니 파란색이 없네>
식용색소를 구입하려 웹을 돌아다니다 재미있는 문답을 발견했다. 어느 아주머니가 식품용 식용색소 판매처에
"아가랑 쌀 염색하는 용도로 사용할 건데, 염색한 쌀 먹어도 되나요?"
라는 질문을 하자, 판매자가 "저는 먹어도 안전하다고 알고 있긴 한데…, 꼭 드셔야겠습니까? 색깔을 보면 드시고 싶지 않을 텐데요?"라는 뉘앙스의 답을 남긴 것. 판매자의 센스가 마음에 들어 나 역시 그곳에서 식용색소를 구입했다는 건 훼이크고, '유아용'이라든가 '인체에 무해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식용색소들은 비싼 까닭에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제일 싼 식용색소를 구입했다. 싼 대신 파란색이 없다. 파란색 물로 찍었으면 더욱 시원한 느낌이었을 텐데, 아쉽다.
▲ 작품명 <컵은 예전에 맥도널드에서 받은 컵임>
몇 년 전, 사은품으로 주는 컵이 예뻐서 자꾸 햄버거를 사 먹던 시절이 있었다. 여덟 개 타서 내가 네 개 갖고, 공쥬님(여자친구)이 네 개 가졌는데, 우리 집에 있던 컵은 다 깨먹었다. 재료비를 아끼려고 일부러 얇게 만들었는지, 아주 살짝만 부딪혀도 컵이 깨져버렸다. 공쥬님 집에는 네 개 모두 그대로 있다. 내가 설거지를 잘못 하는 건가?
▲ 작품명 <크라코지아산 와인>
같이 고추참치에 소주 마시던 지인들이 자꾸 와인 가지고 아는 척을 하면, 난 크라코지아산 와인을 먹어 봤냐고 묻는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이름만 들어 봤다는 지인도 있고, 이름은 잘 모르지만 마셔본 것 같다는 지인도 있다. 웃기시네. 크라코지아란 나라가 가상의 나란데, 어디서 듣고 먹어봤다는 걸까.
▲ 작품명 <아 근데 진짜 화장실 타일 어떡하지>
식용색소물이 든 화장실 타일. 웹에서 검색하니 옷에 물든 식용색소는 표백제로 지워진다고 한다. 타일에 물든 식용색소도 표백제로 지워지길 기대해 봐야겠다.
▲ 작품명 <검은 건 포도>
원래 딸기를 떨어뜨려 물이 튀게 하고 싶었는데, 집에 딸기가 없었다. 방울토마토와 포도 중에 포도로 결정했는데,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수조에 물을 채워 피망을 떨어드리는 사진도 찍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선 수조를 구입해야 하는 까닭에 마음을 접었다. 물이 튄 모습이 꼭 브라키오사우르스 같다. 트리케라톱스와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공룡이다.
▲ 작품명 <한 컷을 찍기 위해….>
저런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 수많은 샷을 날린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연사로 찍으면 어렵지 않게 건질 수 있다. 컵 위에 서서 오른손으로 포도 떨어뜨리며, 왼손에 쥔 카메라 리모컨을 누르면 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왼손잡이냐고 묻는 분들도 또 등장하는데, 오른손잡이다. 왼손으로 포도 떨어뜨리면 명중률이 낮기에 오른손으로 떨어뜨렸다.
▲ 작품명 <구해주오>
마음이 착한 사람들은, 병 속에서 몸을 반쯤 내민 사람이, 아래에 있는 물에서 나온 손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 작품명 <병에서 빠져나오려는 수사자>
병목에,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는 수사자가 보인다. 엉덩이는 병 밖으로 빠져나온 상태고, 곧 뒷다리가 빠져나올 것 같다.
오늘은 6월 5일에 시작한 80일 프로젝트가 47일째 되는 날이다. 사실 이번엔 저 '끼얹는' 사진이 아니라 접사를 찍고 싶었다. 그래서 접사용 소프트박스까지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계속 비가 내려 밖에서 사진을 찍는 게 불가능했고, 그 핑계로 이번 주는 그냥 넘길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펑크 내면 진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바꿔 저 사진들을 찍었고, 이렇게 발행까지 할 수 있었다.
80일간 내 삶의 운전석에 앉아보는 80일 프로젝트. 함께 시작했지만 혹시 지금쯤 '흐지부지'의 단계에 접어들었거나, '이번에도 난 실패인 듯'이라며 벗어나려는 분들이 계시다면, 낙오하지 말고 조금만 더 힘을 내 완주하자는 얘기를 해 드리고 싶다. 삶의 조수석에 앉아 하루하루 지나는 일상이나 바라보는 일은 쉽다. 이번 프로젝트로 목적지에 도달하진 못하더라도, 목적지에 어제보다 더 가까이는 갈 수는 있으니, 남은 33일도 우직하게 함께 가보자.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 큰 크기의 사진들은 노멀로그 갤러리(http://normalog.blog.m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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