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대기의 미학, 곤충사진 찍으며 놀기
사진을 공개하기 전에 경고문구부터 하나 적어두자.
이번 출사는 공쥬님(여자친구)과 함께 나갔다. 공쥬님은 집에 모기나 벌레 등이 들어 올까봐 현관문도 광속으로 여닫는 타입이다. 때문에 처음엔 곤충사진을 찍으러 함께 가는 게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필드에 함께 나가보니, 공쥬님은 나보다 곤충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난 나무에서 벌들이 윙윙 거리는 걸 보며 발걸음을 옮겨 나비를 찾고 있었는데, 공쥬님은 나무 근처로 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 작품명 <벌집을 발로 찬 소녀>
공쥬님이 찍은 사진이다. 난 서둘러 공쥬님을 나무 근처에서 끌어내며, 저 벌에게 쏘이면 요단강을 건널 수 있음을 알려줬다.
그런데 그렇게 알려주고 공쥬님이 찍은 벌 사진을 보니, 90미리 렌즈에 접사링까지 단 내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 훌륭한 것 같았다. 공쥬님은 마이크로 렌즈도 아닌, 50미리 단렌즈만 끼우고 있을 뿐인데. 그래서 공쥬님께 내 카메라로 찍어보길 권하며 촬영법을 알려줬다. 아래는 그 결과물들이다.
▲ 작품명 <내가 사진을 잘 찍는 게 아니었구나.>
공쥬님이 찍은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과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난 곤충을 좀 무서워하는 편이라 가까이 다가가길 꺼리는데, 공쥬님은 거리낌 없이 다가갔다.
▲ 작품명 <게다가 나보다 곤충도 잘 찾아.>
내가 못 보고 지나쳤던 곳에서도 공쥬님은 곤충들을 발견했다.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공쥬님이 심심해 할까봐 걱정했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공쥬님이 사진을 찍는 동안 난 끊임없이 뭔가를 옮기고 있는 개미만 관찰하고 있었다.
▲ 작품명 <나도 깡총거미 찍고 싶었는데….>
곤충접사를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찍는다는 깡총거미도, 공쥬님이 발견해서 공쥬님이 찍었다. 나도 깡총거미 찍고 싶었는데…. 깡총거미는 공쥬님 앞에서 포즈를 몇 번 잡아주고는, 내가 찍으려 하자 도망가 버렸다.
이대로 공쥬님만 계속 사진을 찍으면 블로그에 올릴 '내가 찍은 사진'이 없는 까닭에, 여기서부턴 내가 다시 카메라를 받아 들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 작품명 <벌은 무섭지만 개미는 만만함.>
공쥬님이 찍은 벌 사진에 대응하는 개미사진을 찍었다. 자작 소프트 박스가 너무 튀어나온 관계로 나무에 들이대기가 힘들었고, 개미가 너무 빨리 움직이는 까닭에 구도를 잡기가 애매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하아, 이렇게 적으니 구차한 변명 같다.
▲ 작품명 <안전제일>
난 이런 안전한 곤충을 좋아한다. 방아깨비는 사람을 물거나 쏘지 않고, 사람에게 잡혔을 경우 입에서 간장 같은 걸 뿜어낼 뿐이다.
▲ 작품명 <잠자리 증명사진>
흔한 잠자리 증명사진이다.
▲ 작품명 <찍고 보니 다 눈 사진이네.>
접사링을 구입한 까닭에 배율을 높이는 것에만 신경 쓰다 보니, 이번 사진은 죄다 곤충의 얼굴이나 눈에만 집중된 것 같다. 다음 출사에서는 몸통 전체가 다 나오는 사진을 찍어봐야겠다.
▲ 작품명 <검은다리 실베짱이 약충>
이 곤충 이름이 뭔지 검색하던 중, 누군가가 "베짱이네요."라고 적어 놓은 것을 봤다. 내가 아는 베짱이는 이런 모습이 아닌 까닭에 '잘 모르면서 저렇게 막 대답해 두는 사람이 있어서 문제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찾다 보니 정말 베짱이가 맞았다. '검은다리 실베짱이'라는 녀석으로, 일반적인 베짱이와는 좀 다르게 생겼지만 친척 정도 되는 사이인 것 같다.
▲ 작품명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곤충, 사마귀.>
꼬꼬마 시절, 동네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던 형이 사마귀 마니아였다. 골목대장 역할에 충실했던 그 형은 아이들이 가진 팽이나 딱지 중 가장 좋은 걸 자신이 다 뺏어 가지려 했고, 같이 놀 땐 자신은 한 번도 술래를 하지 않으려 했다. 나를 포함한 아이들은 그 형과 노는 게 싫었지만, 같은 동네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사이라 어쩔 수 없이 어울려야 했다.
그 형의 부모님은 형을 그냥 방목하듯 키우는 것 같았다. 기억나는 건, 그 형이 손톱을 징그러울 정도로 기르고 있었으며, 웃을 때 보이는 이는 누랬고, 머리는 오랫동안 깎지 않아 덥수룩한데다 하얀 비듬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 형이 가까이 다가오면 몸에서 지린내 같은 게 풍겼다.
여름이 되면 그 형은 항상 사마귀를 잡아 아이들을 괴롭혔다. 그 형 손에는 티눈인지 사마귄지가 돋아 있었는데, 그 형 말로는 그게 사마귀가 손에 오줌을 싸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희들에게도 이런 게 나게 해 주겠다'면서 아이들 얼굴에 자신이 잡은 사마귀를 갖다 댔다. 그런 기억들 때문인지 난 곤충 중에 사마귀를 제일 싫어한다. 손가락 두개로 사마귀 목을 집어 들이댈 때 그 형 손톱에 끼어있던 때, 그리고 이똥이 낀 누런 이와 불쾌했던 지린내. 그 형은 지금 어떤 인간으로 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하다.
▲ 작품명 <내가 보기엔 귀여운데, 왜 징그럽다고 그러지?>
카메라의 LCD로 확인할 땐 공쥬님도 귀엽다고 했지만, 모니터에 띄워 큰 사진으로 보여주니 "으웩, 징그러워."를 연발한다. 녀석들에게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는 걸 말해주기 위해 "왼쪽 녀석 앞다리 뒤 몸체에 진드기 같은 거 붙어 있잖아. 오른쪽 녀석 허리에는 꽃가루가 잔뜩 묻어 있고."라는 이야기를 해줬더니, 공쥬님은 토할 것 같다며 자리를 피했다.
6월 5일에 시작한 80일 프로젝트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26일 남았는데, 고지가 바로 저 앞이니 긴장 풀지 말고 완주해 보도록 하자. '내일의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함께 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 큰 크기의 사진들은 노멀로그 갤러리(http://normalog.blog.m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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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엔 곤충사진이 있습니다.
곤충을 징그러워하시는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곤충을 징그러워하시는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이번 출사는 공쥬님(여자친구)과 함께 나갔다. 공쥬님은 집에 모기나 벌레 등이 들어 올까봐 현관문도 광속으로 여닫는 타입이다. 때문에 처음엔 곤충사진을 찍으러 함께 가는 게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필드에 함께 나가보니, 공쥬님은 나보다 곤충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난 나무에서 벌들이 윙윙 거리는 걸 보며 발걸음을 옮겨 나비를 찾고 있었는데, 공쥬님은 나무 근처로 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 작품명 <벌집을 발로 찬 소녀>
공쥬님이 찍은 사진이다. 난 서둘러 공쥬님을 나무 근처에서 끌어내며, 저 벌에게 쏘이면 요단강을 건널 수 있음을 알려줬다.
그런데 그렇게 알려주고 공쥬님이 찍은 벌 사진을 보니, 90미리 렌즈에 접사링까지 단 내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 훌륭한 것 같았다. 공쥬님은 마이크로 렌즈도 아닌, 50미리 단렌즈만 끼우고 있을 뿐인데. 그래서 공쥬님께 내 카메라로 찍어보길 권하며 촬영법을 알려줬다. 아래는 그 결과물들이다.
▲ 작품명 <내가 사진을 잘 찍는 게 아니었구나.>
공쥬님이 찍은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과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난 곤충을 좀 무서워하는 편이라 가까이 다가가길 꺼리는데, 공쥬님은 거리낌 없이 다가갔다.
▲ 작품명 <게다가 나보다 곤충도 잘 찾아.>
내가 못 보고 지나쳤던 곳에서도 공쥬님은 곤충들을 발견했다.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공쥬님이 심심해 할까봐 걱정했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공쥬님이 사진을 찍는 동안 난 끊임없이 뭔가를 옮기고 있는 개미만 관찰하고 있었다.
▲ 작품명 <나도 깡총거미 찍고 싶었는데….>
곤충접사를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찍는다는 깡총거미도, 공쥬님이 발견해서 공쥬님이 찍었다. 나도 깡총거미 찍고 싶었는데…. 깡총거미는 공쥬님 앞에서 포즈를 몇 번 잡아주고는, 내가 찍으려 하자 도망가 버렸다.
이대로 공쥬님만 계속 사진을 찍으면 블로그에 올릴 '내가 찍은 사진'이 없는 까닭에, 여기서부턴 내가 다시 카메라를 받아 들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 작품명 <벌은 무섭지만 개미는 만만함.>
공쥬님이 찍은 벌 사진에 대응하는 개미사진을 찍었다. 자작 소프트 박스가 너무 튀어나온 관계로 나무에 들이대기가 힘들었고, 개미가 너무 빨리 움직이는 까닭에 구도를 잡기가 애매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하아, 이렇게 적으니 구차한 변명 같다.
▲ 작품명 <안전제일>
난 이런 안전한 곤충을 좋아한다. 방아깨비는 사람을 물거나 쏘지 않고, 사람에게 잡혔을 경우 입에서 간장 같은 걸 뿜어낼 뿐이다.
▲ 작품명 <잠자리 증명사진>
흔한 잠자리 증명사진이다.
▲ 작품명 <찍고 보니 다 눈 사진이네.>
접사링을 구입한 까닭에 배율을 높이는 것에만 신경 쓰다 보니, 이번 사진은 죄다 곤충의 얼굴이나 눈에만 집중된 것 같다. 다음 출사에서는 몸통 전체가 다 나오는 사진을 찍어봐야겠다.
▲ 작품명 <검은다리 실베짱이 약충>
이 곤충 이름이 뭔지 검색하던 중, 누군가가 "베짱이네요."라고 적어 놓은 것을 봤다. 내가 아는 베짱이는 이런 모습이 아닌 까닭에 '잘 모르면서 저렇게 막 대답해 두는 사람이 있어서 문제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찾다 보니 정말 베짱이가 맞았다. '검은다리 실베짱이'라는 녀석으로, 일반적인 베짱이와는 좀 다르게 생겼지만 친척 정도 되는 사이인 것 같다.
▲ 작품명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곤충, 사마귀.>
꼬꼬마 시절, 동네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던 형이 사마귀 마니아였다. 골목대장 역할에 충실했던 그 형은 아이들이 가진 팽이나 딱지 중 가장 좋은 걸 자신이 다 뺏어 가지려 했고, 같이 놀 땐 자신은 한 번도 술래를 하지 않으려 했다. 나를 포함한 아이들은 그 형과 노는 게 싫었지만, 같은 동네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사이라 어쩔 수 없이 어울려야 했다.
그 형의 부모님은 형을 그냥 방목하듯 키우는 것 같았다. 기억나는 건, 그 형이 손톱을 징그러울 정도로 기르고 있었으며, 웃을 때 보이는 이는 누랬고, 머리는 오랫동안 깎지 않아 덥수룩한데다 하얀 비듬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 형이 가까이 다가오면 몸에서 지린내 같은 게 풍겼다.
여름이 되면 그 형은 항상 사마귀를 잡아 아이들을 괴롭혔다. 그 형 손에는 티눈인지 사마귄지가 돋아 있었는데, 그 형 말로는 그게 사마귀가 손에 오줌을 싸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희들에게도 이런 게 나게 해 주겠다'면서 아이들 얼굴에 자신이 잡은 사마귀를 갖다 댔다. 그런 기억들 때문인지 난 곤충 중에 사마귀를 제일 싫어한다. 손가락 두개로 사마귀 목을 집어 들이댈 때 그 형 손톱에 끼어있던 때, 그리고 이똥이 낀 누런 이와 불쾌했던 지린내. 그 형은 지금 어떤 인간으로 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하다.
▲ 작품명 <내가 보기엔 귀여운데, 왜 징그럽다고 그러지?>
카메라의 LCD로 확인할 땐 공쥬님도 귀엽다고 했지만, 모니터에 띄워 큰 사진으로 보여주니 "으웩, 징그러워."를 연발한다. 녀석들에게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는 걸 말해주기 위해 "왼쪽 녀석 앞다리 뒤 몸체에 진드기 같은 거 붙어 있잖아. 오른쪽 녀석 허리에는 꽃가루가 잔뜩 묻어 있고."라는 이야기를 해줬더니, 공쥬님은 토할 것 같다며 자리를 피했다.
6월 5일에 시작한 80일 프로젝트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26일 남았는데, 고지가 바로 저 앞이니 긴장 풀지 말고 완주해 보도록 하자. '내일의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함께 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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