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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별볼일있는남자

[노멀로그 타임랩스 Vol.1] 추운데 어디 가?

by 무한 2014. 10. 27.

[노멀로그 타임랩스 Vol.1] 추운데 어디 가?

그간 밤하늘을 보러 다니며 틈틈이 사진을 찍었다. 사실 처음엔 별 사진을 찍을 목적으로 관측을 나가기 시작했던 것인데, 다니다 보니 밤하늘에 반해 망원경도 사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 함께 졸업한 지구과학, 물리 등까지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그래서 꽤 많이 관측을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별로 없다. 어느 날은 별자리나 은하수를 찍는 대신 망원경에 연결해 직초점 사진을 찍었고, 또 어느 날은 카메라를 두고 망원경만 들고 가 밤하늘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근데 이거 '과학'과 관련된 얘기를 해서 그런가? 시작부터 이야기가 재미없어지는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그런 무서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선 영상부터 링크하기로 하자. (BGM이 있으니 소리 주의하시길.)



모바일 배려 ▶ http://youtu.be/_n_ZbPfwh_Y

(영상 우측 하단 톱니바퀴 클릭, 1080p로 변경 후 보시길 권함.)


태어나서 두 번째로 영상편집을 하며 느낀 건, 직접 해보지 않고 많이 보기만 하면 눈만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찍은 영상을 볼 때는


'저기가 아니라 그 이전에 장면 전환이 되었으면 더 좋을 텐데.'

'잘 찍은 영상인데 색 조절에 실패했네. 저건 너무 강하잖아.'

'공들여 만들었을 텐데 뭔가 빈약하네. 놀라운 장면이 없어.'


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직접 만들어 보니


'근데 이거 어둡게 하는 효과가 뭐지?'

'올라가는 자막은 어떻게 만드는 거지?'

'빨리 나오다가 저 장면에서만 느리게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거지?'


하는 기초적인 의문으로 허둥지둥 대기 바빴다. 편집방법을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이전까지 내가 하던 방법의 오류가 보여서, 다 만들어 놓은 걸 지우곤 다시 만들고, 또 설정을 달리해서 다시 뽑아보고 하다가 솔직히 지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영상에는 플리커도 그대로 있고, 은하수 장면 또한 특별한 보정 없이 '날것'으로 들어가 있다. 계속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간 내년 이맘때쯤에도 완성이 될 것 같지 않아 이번 주말에 바짝 작업해 보았다. 


아래는 각 장면별 관측지 소개와 짤막한 설명을 적어둘까 한다.




#1

밤하늘을 보러 나갈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을 제목으로 선정했다.


"추운데 또 어디 가게?"

"추운데 어딜 나가?"

"추운데 또 어딜 가?"


라는 다양한 버전이 있다.




#2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관측지에서 찍은 사진이다. 저곳엔 새벽에도 전투기들이 날아다녔다. 그곳에 자주 오시는 분께서 말씀하시길, 미군 훈련장이 근처라서 종종 훈련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날아다니며 훈련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전투기들이 조명탄을 쏘아댄다. 난 처음에 그게 화구(Fireball)인 줄 알고 설렜는데, 좋다가 말았다. 저 포크레인이 있던 곳으로 가려면 도로에서 흙더미가 있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공원묘지라 무서운 까닭에 같이 갔던 형님께 같이 가 달라고 부탁했다. 저 포크레인 안에 사람이 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 무서웠다.




#3

올해 초 공쥬님(여자친구)과 우리 동네에서 사분의자리 유성우를 보러 가서 찍은 사진이다. 사는 곳이 파주라서 일산보다는 하늘이 양호한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해로 인해 하늘이 환하다. 사진에 보면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고 있다. 우리는 별똥별을 보다가 목도 아프고 지치기도 해서 나중엔 차에 들어가 누워서 봤는데, 라디오를 켜 놓고 함께 별똥별을 보던 걸 떠올리면 지금도 아빠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공쥬님은 저 날 추위에 너무 고생한 까닭에 그 이후 함께 잘 가려하지 않는다는 게 함정.




#4

경기도 파주에 있는 관측지다. 습도가 낮은 날엔 '거리 대비 가장 좋은 관측환경'을 보여주지만, 습도가 높은 날엔 바로 옆이 임진강이라 물안개공격을 받게 된다. 귀여운 너구리 가족이 살고 있고, 여름엔 반딧불이도 볼 수 있다.




#5

경기도 고양에 있는 관측지다. 얼마 전 고양시 인구가 100만을 돌파했다고 하던데, 100만의 시민이 사는 곳 치고는 훌륭한 밤하늘을 보여주는 곳이다. 다만 높은 나무들로 인해 시야확보가 어렵고, 바닥이 잔디라 여름엔 조금만 관측을 해도 망원경에 물이 줄줄 흐른다.




#6

5번의 사진과 같은 곳이다. 처음 별을 보기 시작할 무렵엔 저곳만 가도 신났는데, 소문난 관측지를 돌아다니다보니 눈이 높아졌는지 지금은 아예 관측지 선정할 때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일산에서 갈 만한 가까운 관측지를 묻는 분들에게, 저곳과 더불어 고봉산에 있는 <어린이 천문대> 주차장을 소개해 주는 정도다.




#7

경기도 연천에 있는 관측지다. 이곳에 살고 있는 고라니 가족 때문에 내 심장이 얼어붙은 적이 있다. 저 옥수수 밭 바로 앞에 고라니 가족들의 보금자리가 있는데, 카메라를 설치하느라 라이트를 켜면 고라니들이 놀라서 뛰고, 난 더 놀라서 뛰게 된다. 부끄럽지만, 같이 간 형님께


"지금 차로 들어가야 해요! 어서요!"


하며 형님의 옷을 잡아끌어 차로 피한 적이 있다. 뭔가가 달려드는 소리에 놀랐던 것이다. 난 그게 멧돼지 일 거라 생각했는데, 차로 피해 라이트를 켜보니 고라니였다. 아, 그리고 고라니 울음소리를 못 들어 보신 분이 있다면 들어보시길 권해드린다. 충격과 공포의 소리다. 고라니는


"어윽~ 어윽~ 어윽~"


하며 우는데, 그게 술 취한 사람이 분에 못 이겨 고함을 질러대는 소리와 똑같다.




#8

7번과 가까운 곳에 있는 관측지다. 함께 별을 보러 다니는 분들 중 음산한 기운을 남들보다 잘 느끼시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저 곳을 유독 꺼리신다. 저곳에 가면 누군가가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 분이 그런 느낌을 받으셨던 곳마다 꼭 훗날 '얽힌 사연'들을 알게 되었다고 하시는데, 저곳에도 주민 분께 들어보면 뭔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우리는 밤에만 간 까닭에 주민 분을 만나지 못 했다.) 난 저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나오다가 긴 나뭇가지를 밟았는데, 그 나뭇가지가 내 발에 밟혀 부근의 낙엽들을 휘젓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9

7번의 사진과 같은 곳이다. 저 계단 위로 올라가서 찍으면 풍경이 시원하게 나올 것 같아 올라가 본 적 있는데, 올라가보니 온통 무덤이라 도로 내려왔다. 저 밑에서 카메라를 설치하는 동안 계단에서 누군가 저벅저벅 내려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10

역시 7번의 사진과 같은 곳이다. 무섭다면서 왜 자꾸 저길 가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하늘만큼은 정말 환상적이다. 우리 집에서 다른 관측지까지는 대부분 2시간 이상 걸리는데, 저곳은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그래서 지뢰와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의 위험이 있지만 자주 찾고 있다.




#11

2번의 사진과 같은 곳이다. 광해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천정 부분은 깨끗하다.




#12

7번의 사진과 같은 곳이다. 전봇대만 없으면 금상첨화일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전봇대가 동쪽을 가로막고 있다. 그래도 가로등이 없다는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다니고 있는 관측지다.




#13

4번 관측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관측지다.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사진에 불빛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 까닭에, 차에 타서는 시동도 걸지 않고 공쥬님과 둘이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냥 자동차 불빛이 들어간 사진 한 컷 버린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 컷부터 쓰면 되는 건데…. 이런 못난 남친을 둔 공쥬님에게 정말 미안하다아아아↗




#14

강원도 철원에 있는 관측지다. 앞으로 유성우 이벤트가 있으면 이곳으로 와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사방이 확 트여서 동서남북 어디를 보든지 시원하다. 다만, 경기도에서 아주 살짝 벗어난 곳임에도 불구하고 강원도는 확실히 강원도다. 마이(많이) 춥다. 이곳에 다녀온 이후 난 방한화와 솜바지를 샀다. 10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수할 때 손가락이 얼어서 카메라와 레일 분리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15

경기도 양평에 있는 관측지다. 하늘에 보이는 별이 정말 많아서, 차에서 내려 밤하늘을 보는 순간 그냥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곳이다. 진작 알았다면 전에 양수리로 고기를 잡으러 다닐 때 마르고 닳도록 다녔을 텐데, 그때는 밤하늘을 올려다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게 참 안타깝다.




#16

15번과 같은 곳이다. 경기도권에서 은하수가 저 정도 보이는 건 이 관측지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젠 나도 경기도권 관측지 도장깨기는 충분히 한 것 같으니 앞으로 강원도와 아래 지방으로….(응?)





#17

카메라를 레일에 설치해 둔 모습이다.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사용해 레일을 만들고, 알루미늄 판과 파이프, 베어링을 사용해 상단 이동차를 만들었다. 크고 무겁지만, 내가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전동 달리(Dolly)라는 것에 애정을 가지고 사용하는 중이다. 설계와 제작을 도와주시고, 부품과 컨트롤러를 나눠주신 것이 고마워 자막으로 그분들 성함을 적었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나는 지금도 '별사진 찍으러 가고 싶은데….'하며 집에서 우주관련 다큐만 보고 있었을 것 같다. 나가서도 그냥 맨눈으로 밤하늘을 훑거나, 방한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하루 나갔다가 바로 앓아 누웠거나 말이다. 적다보니 이거 무슨 수상소감처럼 되었는데, 여하튼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배경음악은 내 친동생이 만들어 주었다. 동생과 나는 카톡으로 대화를 하며 작업했는데, 작업과정 중 동생과의 대화는 아래와 같았다.






쿵, 빰빰빰빰빰빰 빠~밤. 이렇게 말하면 느낌 딱 올 텐데? 아닌가?


아무튼 이렇게 내 하드디스크 속에서 묵을 뻔한 사진들이, 영상으로 묶여졌다. Vol.2는 사진을 좀 더 찍어 <우리동네>라는 테마로 제작할 생각인데, 하루 이틀 걸리는 것도 아닌 이걸 대체 내가 왜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긴 한다. 그래도 내 취미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 또 차곡차곡 영상을 모으고 엮어 Vol.2를 조만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다.


아, 그리고 보너스로 지난번에 처음으로 만들어 본 영상도 걸어둘까 한다. 처녀작이라 블로그에는 어느 매뉴얼에 주소로만 링크했었는데, Vol.1의 공개와 더불어 아래에 걸어두도록 하겠다.



모바일배려 ▶ http://youtu.be/tOu9u6w0WVg

(영상 우측 하단 톱니바퀴 클릭, 1080p로 변경 후 보시길 권함.)


자 그럼, 시청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며, 다들 힘찬 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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