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부된 신청서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거나, 암호가 걸렸다거나, 빈 내용만 도착했다거나, 전혀 상관없는 이상한 파일만 온 경우엔 따로 알려드리지 않은 채 그냥 다른 사연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엔 회신을 드렸었는데, 그러다 보니 아예 메일로 대화 좀 하자고 하시는 경우나 계속해서 답장을 달라며 이야기를 풀어놓으시는 경우가 많아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며, 파일을 첨부하시기 전 직접 한 번 확인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친구의 썸남을 빼앗고 싶다거나, 구여친을 현재 사귀는 남자랑 헤어지고 돌아오게 만들고 싶다는 사연 등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이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저지르지 않는 것이 좋으며,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이쪽은 훗날 피눈물 흘릴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또, 흔든다고 해서 흔들리는 사람은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은 법입니다.
그리고 이게 그저 농담일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노멀님', '노말님', 노멀로그님', '놀마로그님', '모놀로그님' 등의 호칭이 쓰인 사연은 바로 건너뛰고 있습니다. 제가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인 까닭에, 저런 호칭을 보면 빈정이 팍 상해버리고 맙니다. 장미는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향기롭다지만, 저는 제 닉이 불리지 않으면 그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응?) 제대로 호칭을 해주셔야 그대에게 가서 꽃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꼬꼬마시절 부터 글을 써 여기저기 응모한 적 있고, 그러다 제 글이 소개되지 않으면 좌절감과 허탈감, 나아가 그 주최측에 대한 배신감까지 느끼곤 했습니다. 심지어 그곳에서 요구하는 형식에 맞지 않는 글을 보내 놓고는, 제 글을 뽑지 않은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저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건 참 서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의학이나 법의 도움을 받아야 할 사연이 아니라면 되도록 전부 다루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자 그럼, 금요사연모음 출발하겠습니다.
1. 털털한 여자는 이성으로 인식되는 게 무리인가?
'털털하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의 성격이나 하는 짓 따위가 까다롭지 아니하고 소탈하다."
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제게 사연을 보내시는 분 중 자신을 '털털한 여자'라고 설명하시는 분들은, 소탈함을 넘어 '까불이'가 되어 있거나, 그냥 남자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를 하나 보겠습니다.
여자 - 야 저기.. 그거 있잖냐.
남자 -응? 뭐?
여자 - 그러니까 내가
남자 - 뭐? 말해.
여자 - 내가 널 좋게 생각하는데
남자 - ?
여자 - 어... 그러니까 마음이 있는 건데..
여자 - 넌 나 어떻게 생각하냐?
남자 - 나도 좋게 생각하지.
여자 - 그럼 나랑 사귈 생각 있냐?
남자 - 뭐야 ㅋㅋㅋ 난 CC 생각 없어 ㅋ
여자 - 와 나 이거... 까인 거냐?
남자 - ㅋㅋㅋ
여자 - 해맑게 웃네? 죽여버릴까?
남자 - ㅋㅋㅋㅋㅋㅋ
웃기면서, 슬픕니다. 사연을 주시는 분 본인은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한다고 하시지만, 그게 들어보면 그냥 상대와 개그콤비가 되어 '자학개그'를 하는 거라든가 '그까이꺼 대충', '아니면 말고' 식의 대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이성 관계에서의 '불분명한 선'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스킨십 좋아해서 손 시려우면 남자애들 손 막 잡고 그래요."
"원래 제가 남자여자 안 가리고 해서 빨대 같이 쓰고 그러거든요."
성별을 바꿔, 위와 같은 행동들을 하는 남자가 이쪽에게 반 장난 식으로 사귀자고 하면, 이쪽에서도 거절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웹에다가
"남자들은 털털한 여자 싫어하나요?"
라는 글을 올려
"아뇨, 전 까칠한 여자보다 털털한 여자가 훨씬 좋던데."
"케바케죠. 털털한 여자 좋아하는 남자도 많아요."
"털털한 여자들이 자기 포장 같은 거 하지도 않고 오히려 솔직하죠."
라는 대답을 들으며 정신승리를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댓글을 단 사람들이 생각하는 '털털한 여자'와 이쪽이 생각하는 '털털한 여자'의 의미가 아예 다르니 말입니다. 때문에 전 '털털한 여자지만 이성으로 인식되고 싶다'는 고민을 할 게 아니라, 본인의 행동이 남들이 봤을 때 정말 털털하게 보일지, 아니면 그저 까불이나 장난꾸러기, 또는 선머슴처럼 보일지를 먼저 한 번 돌아보길 권해주고 싶습니다.
2. 심남이가 백인인데, 외국인인 경우도 상담 되나요?
제임스에게 반하셨군요. 제임스 허벅지는 또 언제 훔쳐보신 겁니까. 허벅지가 C양 허리통 만하다고 흥분해서 설명을 하시는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제임스 키가 저보다 크고, 어깨도 저보다 넓고, 가슴팍도 저보다 넓을 진 모르겠지만, 아마 머리는 제가 제임스보다 클 겁니다. 일산에 돌아다니는 백인들을 봐도 저보다 머리가 큰 사람을 본 적 없기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중입니다.
상대가 백인이라고 해서 너무 긴장할 것 없습니다. 새콤달콤 하나로도 그를 사로잡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새콤달콤 맛을 보여주면
"Oh my! secom dalcom plz."
라며 눈을 반짝일 수 있습니다. 붓펜 하나 사 가지고 선물로 주며 사용법을 보여주면, 상대가
"너는 한쿡에서 유명한 예술가입니카?"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붓펜 휘갈겨 '제임스'라고 한글로 이름 적어주면, 평생 간직하겠다며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도 있습니다. 그걸 보고 '임'자가 꼭 사람 같다고 하면, '홋', '옷' 같은 글자도 써주면 됩니다. 그럼 또 이건 무슨 글자인데 이렇게 귀엽냐며 더 써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여기까진 웃자고 한 소리고.
제임스의 친절한 설명과 호의, 그리고 통성명도 안 한 상태에서 훅 들어와 버리는 대화법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합니다. 외국인과 관련된 사연을 보면, 한국 남자에 비해 외국 남자들이 말을 걸거나 친절을 베푸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센트럴 파크에서 어쩌다 잠깐 마주치게 되었는데 저 개 예쁘지 않냐, 강아지 키우냐, 난 이러이러한 강아지 키운다, 라며 말을 거는 경우가 있는 겁니다. 한국 남자라면 그냥 폰 보는 척 하면서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현재 외국학교에서 공부 중인 C양은, 외국인인 제임스가 훅 들어오자
'이거 뭐지?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가? 왜 나한테 말 걸지?'
하며 당황해 하다가, 현실에선 '어버버버'로 대처하고, 이후 그저 그의 페이스북을 외워 버릴 기세로 스캔만 하는 중입니다. 그제는 마음 접으려 했다가, 어제는 용기를 내려 했다가, 오늘은 자신이 착각하는 건 아닌지 혼란스러워 하며 말입니다.
진부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럴 땐 C양도 '듀우노킴치?'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상대가 훅 들어온다고 해서 상대를 붙잡고 학교생활 힘들다, 어드바이스를 해달라, 이것도 모르고 저것도 모르겠다, 하는 것보다는 이쪽에서도 좀 반짝반짝한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과자 '오레오'라면 외국인들이 꿈뻑 죽는다는 얘기도 있고 하니 그걸 하나 마련해 친해짐의 계기로 쓸 수도 있고, 그가 자꾸 그 나라의 문화나 행사에 대해 이야기 해줄 땐 한국의 그것들과 비교할 수도 있도록 이야기를 꺼내도 됩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부탁을 해서 도움을 받거나 상대의 호의를 경험했다면, C양도 보답을 해야 합니다. 제가 매뉴얼을 통해 '부탁'을 사용하라고 했더니 매번 상대에게 부탁만 하다가 혼자 지쳐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C양이 바로 그런 케이스에 속합니다.
"생각해 보니 더는 잘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할 생각으로 있었습니다. 마주쳐도 모른 척 해버리고, 인사도 안 하고 그랬었습니다."
쉭쉭 췻췻. 쉐도우 복싱의 모습입니다. 상대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은 C양에게 먼저 호의를 베풀기도 하고 부탁하면 들어주기도 했는데, 갑자기 어느 날 C양이 이상하게 남처럼 구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잘못한 것도 없는데 C양의 냉담함을 경험해야 하는 거고 말입니다.
"제가 계속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짝사랑을 한다면, 가능성이 1이라도 있는 걸까요?"
지금과 같은 태도만을 유지하신다면, 가능성은 1이 안 됩니다. 상대의 가족관계에 대해 물어 볼 엄두도 못 내고, 내 바람대로 흘러가는 것 같지 않다고 해서 마음을 접었다 폈다 하기만 하면, 당연히 그 관계는 제자리걸음 아니겠습니까? 수습은 제가 도와드릴 테니, 일단 뭐라도 좀 저지르시길 권합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밥 먹었냐고 물어봐도 됩니다. 그 다음엔 뭐 먹었냐, 어떤 음식 좋아하냐, 이러이러한 음식 먹어봤냐, 이렇게 나가면 되는 겁니다. 제자리에서 관람만 하지 마시고, 한 발 내디디시길 바랍니다.
불금입니다. 주말을 불태울 후끈한 계획들 많이 세우셨는지요. 저는 수초에 낀 이끼 때문에 새우를 좀 더 들이고, 활착을 위해 모스를 구하러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어항 하나 더 세팅하러 준비물도 좀 사오고, 세팅을 마치면 매미 우화 촬영을 위한 조명을 만들 예정입니다. 매미 우화 찍기 전에 나비 우화를 먼저 좀 찍으며 연습 할 예정이라, 애벌레 채집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파주 근방의 호랑나비 서식지 제보해주시면, 복 받으실 겁니다. 불금 보내시길!
▼ 공감과 좋아요 버튼 클릭은 응원입니다. 감사합니다.
'연애매뉴얼(연재완료) > 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남자는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왜 그럴까? 외 2편 (60) | 2015.06.05 |
---|---|
연 수입 수 억인 남자와의 소개팅, 그리고 처참한 썸. (90) | 2015.06.03 |
썸인 줄 알았는데 일주일 사이에 남이 된 관계 (55) | 2015.05.28 |
연하남들에게 휘둘리는 여자 유형 세 가지 (83) | 2015.05.22 |
대인관계 서툰 남자, 사람도 사랑도 어렵다는데. (81) | 2015.05.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