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자를 통해 연락을 튼 뒤 며칠간 대화를 나누고 만날 약속까지 잡았는데, 이후 약속이 취소되고 상대에게서 아무 연락이 없으면, 그 원인은 다섯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소개팅 전 연이 닿아 있던 이성과 잘 될 가능성이 보여서.
② 연락처 추가 후 SNS 등을 통해 살펴봤는데 본인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서.
③ 몇 번의 대화에서 실망했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④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관계가 연애로 이어진다고 해도 힘들 것 같아서.
⑤ 상대가 구속되거나 사고를 당해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응?)
첫 사연의 주인공인 J양의 경우, ③번과 ④번이 문제가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두 사람이 시외버스로 3시간 반 걸리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되었는데, 그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문제는 둘의 카톡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지 함께 살펴보자.
1. 소개팅 미뤄놓고 연락 없는 남자. 이유는?
먼저, 서로가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지 정도는 주선자를 통해 좀 들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 까닭에 첫 대화부터 두 사람은 당황스런 대화를 해야 했다. 실제 지명을 좀 각색해서 이야기 하자면 아래와 같다.
(통성명을 하고 난 후)
남자 - 일산에 사시죠?
J양 - 네 ^^ 일산에서 근무하시는 건가요?
남자 - 전 강릉에 있어요 ㅎ
남자 - 강릉 아세요?
J양 - 네 가본 적 있어요. ^^
남자는 J양이 일산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주선자로부터 들었는데, J양은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J양은 당연히 같은 지역 사람일 거라 생각하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상대는 버스로 세 시간 반이나 걸리는 지역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남자는 자신이 일산으로 올 테니 만나자고 했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남자와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J양이 단답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나 각색을 좀 해서 옮기자면, 대략 아래와 같은 대화가 된다.
남자 - 그럼 그 날 몇 시에 만날까요? 언제가 괜찮으세요?
J양 - 저는 아무 때나 괜찮은데…. 언제가 편하세요?
남자 - 저는 0시나 0시가 편해요.
J양 - 그럼 0시로 할까요?
남자 - 네, 좋아요. 그럼 어디로 갈지 알아보고 말씀 드릴게요. ^^
J양 - 네 ^^
(다음 날)
남자 - 00 앞에서 0시에 뵙는 건 어떠세요? 그렇게 정할까요?
J양 - 네~
저런 대화들을 나눈 후, 상대는
'내 거주지를 알고는 사실 만날 마음이 사라졌는데, 만나자고 하니 억지로 한 번 만나는 주겠다는 것 같네.'
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만나자고 한 것도 상대고, 언제 어디서 보는 게 좋냐고 물은 것도 상대이며, 이후 삼일 간 먼저 연락을 한 것도 상대니 말이다. 실제로 J양은 상대가 주말에 일을 하고 평일에 쉰다는 것 때문에 잘 된다 해도 만나기 어려울 수 있으며, 버스로 세 시간 반 걸리는 지역에 살고 있는 까닭에 시작부터 장거리가 될 거란 생각에 혼자 고민만 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내게 연락하지 않으며, 만날 약속을 잡는 것에 대해서도 수동적이고, 또 찾아오면 한 번 만나는 주겠다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찾아갈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실제로 만나기로 했던 날 일이 생겨 상대가 만남을 미룬 것이긴 하지만, 이후 일주일이 다 되도록 연락이 없는 건, J양 역시 상대에게 아무 연락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적어두겠다. 그 태도가 상대에게는 '오면 만나고, 아니면 말고'로 보일 게 분명하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해봤더니, 친구는 장거리인 것이 걱정된다고 하더라고요. 또 상대가 약속을 미루고 연락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굳이 먼저 연락해서 다음 약속 잡거나 하진 말라고 했고요."
아주 보통의 상황에서라면 친구의 조언이 맞을 수 있다. 서로 매일 안부 정도 물어가며 연락하던 중, 갑자기 상대가 약속 미루고 연락두절 된 거면, 굳이 다음 약속 언제냐는 말을 꺼낼 필요까진 없다. 그런데 J양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안부 한 번 물은 적 없고, 상대가 얘기할 때에도 형식적으로 답만 해줬을 뿐이다. 상대가 먼저 연락하거나 만나려고 하지 않으면 관심도 없다는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고 말이다.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연락이 없네요. 궁금해 죽겠어요. 언제쯤 다시 상대가 연락해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할지…."
상대가 약속을 미룬 다음 날, J양은 상대에게 그 일은 무사히 잘 마쳤냐고 물었어야 한다. J양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결과, 상대는 '이건 그저 내가 멀리까지 가선 밥 한 끼 사주고 돌아오는 일이 되어버릴 게 분명해.'라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굳힌 것 같다. 이 관계를 어떻게든 다시 이어가 보려고 할 때 남아 있는 선택지라고는 J양이 연락을 하는 것밖에 없으니, 연락해 보길 권한다.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계속 거기서 살았던 건지 아니면 다른 곳에 살다 그곳으로 이사를 간 건지만 물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이런 얘기 전혀 없이 "네!", "네^^", "네~"만 하고 있었다는 부분이 참 안타깝다.
2. 거의 반 년째 장거리 썸을 타고 있는데요.
이건 카톡대화가 첨부되지 않은 사연이라,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긍정적인 해석과 부정적인 해석 두 가지를 해볼 수 있을 뿐인데,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자면 아무래도 부정적인 해석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사연의 주인공인 L양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하튼 두 가지 해석과 예상되는 결론을 함께 알아보자.
긍정적인 해석은 L양의 말대로, '장거리'라는 것이 큰 문제라 상대도 사귀자는 말을 쉽게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는 지방에서 자리를 잡고 사업하는 중이라 그 지역을 떠날 수 없는데, L양 역시 그쪽으로 내려갈 생각이 없다. 두 사람 다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을 고집할 뿐이니 답이 나오질 않고, 이런 와중에 상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내려올 수 있는지를 떠봤는데, L양은 부정적인 답을 했다.
더불어 이도저도 아니게 계속 길어지는 썸을 타다가, L양도 이건 아니다 싶어 연락을 줄이고 상대의 내려와 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는데, 그런 일들로 인해 상대도 이건 그저 둘 모두
'되면 한다.'
라는 태도를 지닌 채 간을 보고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무한님, 저건 긍정적인 해석이 아닌 것 같은데요?"
분명 긍정적인 해석이다. 아래에서 이야기 할 부정적인 해석을 보면, 왜 저게 긍정적인 해석인지를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정적인 해석은, L양이 자신에게 반했다고 생각한 상대가 L양을 '만나면 연인처럼 놀 수 있는 여자'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L양과 처음 만났을 때 "예쁘다, 착하다."라며 L양의 환심을 사려 했는데, 겨우 그런 이야기만 해도 썸의 달달함이 저절로 제공됐고 L양과 손잡고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
이후 상대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으로 놀러 오라고 하면 L양이 내려갔고, 내려가서 둘은 연인인 것처럼 지냈다. 그러다 또 상대가 L양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오면 역시 연인처럼 지낼 수 있었고, 그 후에도 평균 한 달에 한 번 꼴로 상대가 요청하면 L양이 그를 보러 내려갔다. 역시나 둘이 만나서는 연인들이 하는 일들을 두 사람이 했고 말이다.
"저는 오빠를 만날 때마다 정말 연인처럼 지내게 되니까, 점점 마음이 커졌어요. 물론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좋은 부분을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자고 생각하며 연락하고 지냈어요."
순서가 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 상황에서 L양이 침묵하는 건, 상대가 하는 모든 행위에 '동의'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이 시점에 L양은
"상대는 그냥 즐기고 싶어서 저를 불렀던 걸까요? 그렇게만 생각하는 걸 제가 오해한 걸까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L양의 그런 질문에 상대가
"너도 좋아서 그랬던 거잖아? 네가 내려와서 우리 집에 찾아오고 며칠씩 같이 있었던 거면서, 이게 왜 다 내가 즐기고 싶어서 너를 이용한 거라고 말하는 거야?"
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 않을까?
또, L양이 상대와 만날 땐 본인 기차표와 커피 값 정도만 가지고 내려갔고 나머진 전부 상대가 부담했는데, 그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자신이 L양에게 그만큼 베푼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면 숙식제공 해주고 볼 거리 놀 거리 있는 곳에도 데려가 주고 그랬기에 L양도 기쁜 마음에 내려와서 즐겼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가
"그런 것들이 싫지 않았기에 너도 나랑 연인처럼 지냈던 거 아니냐. 이게 다 나 혼자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억지로 밀어붙여 일어난 일이 아닌데, 왜 너는 너 혼자 상처가 된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거냐."
라고 말한다면, 역시나 딱히 할 말이 없지 않을까?
처음 한 번을 제외하곤 상대가 L양을 만나러 올라온 적 없다는 점, 상대가 자신만 여자친구가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뿐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었다는 점, L양 역시 만약 상대와 사귀게 된다 하더라도 장거리이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점, 상대가 준비하고 있는 것 때문에 바쁜 것에 L양이 서운해 하기만 할 뿐 뭔가 도울 게 있냐고 묻지도 않는다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난 이 관계의 결말이 부정적일 거라고 예측할 수밖에 없다. L양은 내게 빨리 답을 구해야 한다며 "저도 시간낭비 할 수 없거든요."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 길고 지루한 썸은 이만 정리하길 권한다.
이십대 후반에 들어선 여성대원들. 그녀들 중 일부는 썸을 타게 되었을 때
"상대가 호감을 느꼈으면 이제 내게 대시를 하고, 그 다음에 얼른 행복한 연애를 해야 하잖아요."
라는 투의 이야기를 한다. 저런 이야기를 하는 여성대원들은 그 성향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건 아래와 같다.
- (방어형)자신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상대가 다 알아서 하길 기대함.
- (공격형)사귀지 않아도 연인들이 하는 일 다 하곤 뒤늦게 고백을 기다림.
때문에 그 성향에 따라 벌어지는 일은 참 다르지만, 놀랍게도 그 마지막은 또 대개 비슷해진다.
"나를 책임지든지, 아니면 끝내든지."
늘 얘기하지만, 이십대 후반의 여성대원들이 만나게 되는 '삼십대 남자'는, '이십대 남자'와는 달리 본능에 끌려 저돌적으로만 들이대지 않는다. 몇 번의 연애경험을 통해 연애나 여자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도 했고, 더불어 이제는 나이가 나이니 만큼 '동반자'로서의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까지를 보기 때문이다. 이런 남자들에게 '나를 책임지든지, 아니면 끝내든지'라는 태도를 보이면, 열에 아홉은 '끝내든지'를 택하기 마련이다. 운이 좋아 전자를 택한 남자를 만난다 해도, 대략 3-5개월 사이에 헤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말이다.
현재 홀로 기다리고 기대하는 썸을 타는 중이라면, 그건 뭔가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친구와 알게 되어 우정을 키워갈 때 기다리고 기대하느라 마음고생 하는 일 거의 없는 것처럼, 제대로 된 관계를 구축해 가는 중이라면 역시 홀로 궁금해 하거나 답답해 할 일이 많지 않다. 이것만 알고 있어도 지금이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때인지 아니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인지를 알 수 있을 테니, 잊지 말고 참고하길 권한다. 또 그 조절이 어려우실 때에는 공지를 참고하신 후 내게 사연을 보내주시면 되니, 역시 걱정하지 마시길 바란다.
오늘 같은 날, 주말 잘 보냈냐는 인사로 말을 트면 되는 거다. 안부 묻고 대화를 좀 나눈 후에는 힘차게 한 주 시작하라는 인사를 하면 되는 거고 말이다. 많은 대원들이 "매력을 보여주라는데, 무슨 매력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죠? 그리고 전 매력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랑 연락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활기가 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게 내 '매력'을 보여주는 거다. 반대로 내가 상대와 연락할 때 기분 좋고 활기가 돈다는 걸 표현하면 그건 또 친밀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고 말이다. 이렇게까지 알려드렸으니,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실천하시길!
▼ 저는 추천과 좋아요 버튼을 누르시는 분들께 매력을 느낍니다.(응?)
'연애매뉴얼(연재완료) > 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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