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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연락할 땐 괴롭히고 인연 끊기면 후회하는 여자 외 1편

by 무한 2016. 7. 6.

호감이 가는 이성에게 계속 이런 태도만 보인다면, H양의 썸이나 연애는 올해도, 내년에도,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계속해서 ‘연락할 땐 괴롭히고 인연 끊기면 후회하는 것’의 반복이 되고 말 것이다. 어쩌다 이런 태도를 갖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H양에겐 ‘가까워질수록 정 떨어지게 만드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이성들과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낼 땐 H양도 아무 문제를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상대들이 대시할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이지만, 조금 가까워져 ‘일 대 일의 관계’가 되는 그 순간부터 H양의 ‘적대감 갖기와 분노증폭, 날이 선 말 던지기와 상대 탓하기’가 시작된다. 상대가 H양에게 잘하면

 

‘여자에게 이렇게 잘 하는 걸 보니 선수 아니야? 날 쉽게 보는 건가? 계속 의심해봐야겠군.’

 

이란 생각을 하고, 상대가 H양에게 못할 때는 또

 

‘아오 빡쳐. 지금 이게 뭐 하는 짓? 진짜 좋아하는 거면 나한테 이렇겐 못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한다. 잘하면 잘한다고 난리, 못하면 못한다고 난리인 건데, 그럼 대체 상대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H양도 만족할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 H양이 ‘아는 여자일 때만 매력 있는 여자’로 굳어지는 걸 막기 위해, 매뉴얼 시작해 보자.

 

 

1. 연락할 땐 괴롭히고 인연 끊기면 후회하는 여자.

 

연애는, 파랑새를 찾기만 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되며 행복만 펼쳐지는 어떤 마법 같은 게 아니다. 가장 친밀한 형태의 대인관계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용권 끊고 들어가 롤러코스터에 앉아 어서 즐거움을 선사하라는 듯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상대로부터 내리라는 얘기만 듣게 될 뿐이다.

 

“저녁에 통화중이었거든요. 걔가 심심해서 친구 불러 나간다고 하긴 했는데, 친구가 오니까 진짜 통화중에 끊겠다는 거예요. ‘이따 카톡해~’라면서요. 그때 너무 빡쳤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한테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었으면 친구가 오는 게 무슨 상관인가요. 친구 왔다고 그렇게 끊어 되나 싶었죠.”

 

상대가 선약이 있던 친구와 만나게 되어 통화하기 어렵기에 끊으려 한 건데, 이걸 이해 못하고 상대에게 실망하며 분노한다면, 그건 상대가 이상한 게 아니라 H양이 이상한 거라고 보는 게 맞다. 상대가 말없이 뚝 끊어버린 것도 아니고 ‘이따 카톡해~’라는 이야기까지 했는데, 이게 어째서 ‘일말의 관심도 없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는가. 둘은 지금까지 통화하며 열심히 수다 떨었는데 말이다.

 

또, 상대가 ‘만나면 영화 보고 술 마시자’고 한 것에 대해 H양은

 

“전 솔직히 별로였어요. 저는 술이 아닌 밥 먹고 싶었고, 술을 먹자길래 너무 성의가 없어 보였어요. 제 친구들도 첫 만남인데 어떻게 술을 먹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먼저 상대에게 번호를 물어 본 거라서 쉽게 보는 거 아니냐면서요.”

 

라고 말했는데, H양이 상대를 처음 만나 번호를 물은 곳이 술집 아닌가. 술집에서 상대에게 번호 물어본 사람과 상대와 영화 볼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데, 술 마시자는 제안을 두고 ‘성의가 없어 보인다’든지 ‘쉽게 보는 거’라고 해석하는 건 좀 괴상한 일이다. 저게 싫었으면 “술 말고 밥 먹자.”라고 했어도 되는 거였는데, H양은 아무런 반대도 안 하지 않았는가. 며칠 지나 만나기로 한 날 상대가 영화 보여주고 나니, H양은 시간 없어 술은 못 마실 것 같다며 그냥 집에 왔고 말이다.

 

원하는 걸 말해 만남을 조정하든가, 정 의심이 되면 차라리 만나질 말든가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곤 ‘만나서 영화 보고 놀자’며 만나선 영화 보더니 집에 가야한다며 가는 건, 상대를 바보로 만드는 일일 뿐이다. 이런 태도는 훗날 H양이 연애를 할 때에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의심이 되거나 화가 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은 지점에 대해서는 꼭 의사표현을 하길 바란다. 그러지 않고 그 자리를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상대를 벌하려고 하면, 그 연애는 이별을 향해 갈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상대가 누구든 H양과 만나는 사람은 무슨 오디션을 보려고 H양을 만나는 거 아니고, H양 역시 심사위원인 게 아니다.

 

“좀 웃겼던 건, 카톡으로 대화할 땐 안 물어보고 통화할 때에야 제가 뭘 하는지를 물어보더라고요. 참 일찍도 물어보네 싶었는데, 아무튼….”

 

그러니 저런 비평만 하지 말고, 그냥 대화를 좀 하길 바란다. H양은 상대 생일도 모르면서 왜 “제 점수는요….”라며 평가만 하는가. 그렇게 평가한 걸 들고 가서 친구들에게 늘어놓으면 당연히 친구들도 “그래? 내 점수는….”이라며 그냥 수다만 떨게 될 수 있다. 그러고 나선 머리를 맞대고 평가한 결과를 두고 상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라며 신봉하지 말고, 상대와는 친구 만나듯이 만나야 한다는 걸 기억해 두었으면 한다.

 

이런 태도들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H양은 오랫동안 고생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H양에겐 위의 문제와 더불어 혼자 두고 보고 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씹?”

“야 연락 좀 해~ ㅠㅠ”

 

라는 이야기를 하는 문제도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역시 ‘상대가 내게 언제 연락하나?’라는 것만 뚫어져라 보고 있지 말고 그냥 H양이 할 말을 하길 바란다. 많은 대원들이 오로지 상대의 태도만을 관찰하며 혼자 분노했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애원했다 하곤 하는데, 그런 건 1g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대가 이쪽을 이상한 사람으로 보게 될 가능성만 높아진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상대에게서 더는 답장이 없자 H양은 ‘소심모드’로 돌아와서 현재 ‘난 까인 거다.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잠시 미쳐서 혼자 섀도우 복싱을 하고 말았네. 진짜 내 스타일이었던 사람이었는데….’라는 후회만 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내게 자꾸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 없냐고 물어보는데, 그게 가능했으면 난 이미 지난 주 토요일로 돌아가서 로또 1등에 당첨되었을 것이다. 당첨금을 받아선 바로 초밥집에 가 회만 먹고 밥은 버리는 사치를 누렸을 것이고 말이다.

 

과거로 돌리는 방법은 없지만 H양이 전화를 거는 방법은 있으니, 이 글을 읽은 후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보길 바란다. 뭐가 시작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끝난 것도 아닌 관계이니, 혼자 계속 불안을 증폭시키며 겁먹지 말고 전화 걸어도 괜찮다.

 

 

2. 확신이 안 드는 여친과 계속 사귀는 게 맞는 걸까요?

 

L형, 삼십대에 접어든 남자가 많이 빠지는 함정 중의 하나가, 바로 연인에 대해 자신이 정신과 의사나 상담선생님이 된 듯이 군다는 것입니다. 제게 도착한 사연들을 보면,

 

“상대는 가족들에게 의존하는 성향을 보임. 종종 나이와 관련한 히스테리 부림. 어려서부터 남동생과의 차별대우를 받았는지 대접에 민감함. 학벌에 대한 열등감 때문인지 학벌이 높은 지인들과는 잘 안 만나려 함. 무슨 일이 벌어지면 패닉에 빠져 판단을 잘 못함.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따지면 눈물을 무기로 방어하는 버릇 있음.”

 

등의 ‘여친에 대한 정신분석’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누구라도 그럴 수 있으며, 상대 입장에서는 정말 괴롭기에 벌인 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맨 마지막에 적힌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따지면 눈물을 무기로 방어하는 버릇 있음.”

 

이라는 구절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상대에게 8할 이상의 잘못이 있는 거라 해도, 남친이란 사람이 그걸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변명할 틈도 주지 않은 채 팔목 꺾어대듯

 

“A와 B와 C의 이유로 네 잘못이 분명하다.”

 

라는 얘기만 하면 상대의 기분은 어떻겠습니까? 상대 입장에선 남들이 다 자신을 욕해도 남친만은 자기편을 들어줄 거라 생각하며 사랑해왔던 건데, 그런 남친이 가장 앞장서서 로우킥과 하이킥을 번갈아 가며 날려대는데 울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L형이 한 말도 잠시 보겠습니다.

 

“본인의 친구들과 두 번 정도 만났는데, 상대가 그다지 잘 어울리지는 못하는 듯했음. 상대는 무언가 항상 중심이 되고 포커스를 받아야 하는 성격인데, 본인 친구들이랑 만날 때 그걸 못하면 불편해 하는 듯함.”

 

그건, 상대가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열등감에서 비롯된 방어적 태도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상대 친구가 아니라 L형 친구니까 그런 겁니다. L형과 비슷한 논리를 펼치는 남성대원들 중, 결혼한 후

 

“우리 부모님을 뵈러 가면 와이프는 안절부절 못함. 다 가족이 된 거니 편하게 있으라고 하는데도 불편해함. 다른 와이프들은 시부모들에게 애교도 부리고 챙기기도 한다는데, 와이프는 그런 걸 전혀 못함. 자연스레 가까워지라는 뜻에서 우리 어머니와 둘이 쇼핑을 가보라고 하자, 겁에 질린 표정을 한 적 있음. 평소에도 내가 억지로 시켜서 일주일에 전화 한 통 하는 게 전부임.”

 

이라는 얘기를 하는 대원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거긴 지가 살던 곳이니까 자기한텐 집처럼 여겨지겠지만 와이프에겐 낯선 곳이 되는 거고, 또 부모님과 와이프가 잘 지내길 바라면 본인 또한 중간에서 중심역할을 잘 해야 하는 건데 쇼핑 같이 가라고 지시만 하니 황당한 것 아니겠습니까? 또, 사람도 어른들을 대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있고 낯선 사람이 있는 것이며, 마음에도 없는 친절과 미소를 쉽게 짓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런 걸 어렵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도와줄 수 있는 것까지는 최선을 다해 상대를 도와준 후 그 다음에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거지, 그냥 내가 아는 사람들의 모임에 상대를 툭 던져 놓고는 거기에 잘 적응하나 못하나 봐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런 식이라면, 낯을 가리는 사람들은 모두 어떤 정서적인 결함이 있거나 성격장애를 앓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고 마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인관계의 경험이 많지 않기에 처세술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보시기 바랍니다. 여친은 L형을 따라 그 모임에 두 번이나 참석하지 않았습니까? 그 자리까지 가선 모든 시간을 견디고 온 것이 그녀에겐 노력일 수 있는데, 그런 그녀를 두고 ‘주목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못 어울리는 것 같음’이란 평가를 내리는 건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혹 L형이 그것에서 비롯된 못마땅한 표정을 잠시라도 상대에게 보였다면, 그건 상대에게 상처가 되었을 수 있는 일이고 말입니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 L형은 또 뭐라고 얘기하고 있습니까.

 

“상대는 친구들의 말에 흔들릴 때가 있음. 그리고 상대가 내게 내조를 잘 해줄 성격 같지는 않음. 오히려 내가 챙겨주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만큼 희생해가며 상대와 결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음.”

 

L형, L형은 상대가 자신이 하나하나 다 보고해야 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고 말하자 “그럼 나도 앞으로 너한테 보고 안 하겠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고, L형이 가자는 여행에 상대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 억지로 가겠다는 것처럼 이야기하자 헤어지자고 말한 적도 있지 않습니까?

 

두 사람이 그 정도의 사이일 뿐이라면, ‘더 오랫동안 알아왔고, 속마음까지 다 말해도 변하지 않을 친구나 지인, 또는 가족’에게 하소연을 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선천적으로 친구에게 의존하도록 프로그램 되어있는 사람이라 친구의 말에 흔들리는 게 아니라, 연인에게 더 의지하거나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없으니 친구 쪽으로 기운다는 얘깁니다.

 

연애도 연애지만, 둘의 기반에 ‘우정’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우정이 없는 연애는 연인이라는 간판을 건 채 서로를 위해 그저 서비스만 하는 역할극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갈등이 생기면 서로를 적으로 간주한 채 함정을 파서라도 자신이 이길 생각만 하게 되는 것이고 말입니다. L형이 만약 지금 저와 만나 아는 사이로 지낸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공유한 추억과 쌓아온 신뢰가 없으면, 겨우 100만원 때문에라도 제게 등을 돌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성격적인 결함을 가진 상대를 L형이 이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받아주며 살기로 결정하는 게 결혼이 아닙니다. 상대를 그렇게 보고 있는 것도 문제고, 그런 생각을 지닌 채 결혼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상대에게 속거나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난 상대를 위해 진심을 다하겠다는 생각과 행동을 보여줘야 상대도 확신을 갖게 되는 거지, 상대가 이해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이상한 사람인가 아니면 그 선을 벗어나는 가만 파악하려 하고 있으면 곤란합니다.

 

L형이 아깝다거나 L형이 손해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간만 보고 있으면 상대가 어떻게 L형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으며, 반대로 L형에게 어떤 확신을 줄 수 있겠습니까. L형이 고민하는 부분들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저절로 해소될 부분이니, 여행을 가네 마네 하는 걸로 더 사귀네 마네 하지 마시고, 앞으로 겨우 3일만을 더 만나더라도 진심으로 대해보시길 권합니다.

 

 

평소와 달리 오늘은 아침부터 서울도 다녀와야 하고 일산에도 들러야 할 일이 있으니, 배웅글은 생략하도록 하자. 다들 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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