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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이나 어플에서 만난 남자들이 조언이나 평가랍시고 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그것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일 뿐이다.

 

“너는 결혼하고 싶은 여자 같다.”

“너는 가정적인 여자로 보인다.”

“좀 까진 다른 여자애들과 너는 다른 것 같다.”

 

저런 얘기는 마치

 

“커피를 못 마시며 대신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것 보니까, 넌 순수한 사람인 것 같아.”

 

라는 말과 별반 다를 것 없으며, 저 말을 듣고 정말로

 

‘진짜 내가 순수해서 커피를 못 마시며 바나나우유를 좋아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면 상황이 좀 심각한 거다.

 

 

 

J양이 계속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가슴 아픈 썸이나 연애를 반복하는 이유는, 나쁜 여자가 아닌 적당히 착한 여자라서가 아니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남자의 말을 경청하며 그 말을 믿곤 그에게 관계의 핸들을 맡기기 때문이다.

 

“이번에 어플로 만난 오빠는, 자기가 직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는 남자 문제로 엄청 속 썩였다면서, 저는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칭찬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여자한테 지금도 자꾸 연락이 온다는 얘기도 했고요.”

 

그 따위 이야기를 하는 남자와 연락하고 지내며

 

“그 여자가 연락해서는 뭐래? 왜 안 받아? 받아서 무슨 얘기하는지 들어봐 봐. 궁금하다. ㅎㅎ”

 

라는 리액션만 하고 있으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사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자뻑남의 허세를 두 시간 가까이 인터뷰하듯 물어가며 듣고 있는 건 어느 모로 보나 시간낭비일 뿐이고 말이다.

 

 

또, 일단 그렇게 ‘연락하는 사이’가 되고 나면 상대를 잃고 싶지 않아 ‘맹목적 이해’를 한다는 것 역시, J양의 썸과 연애를 막장까지 몰고 가게 되는 원인이다.

 

“그 오빠는 저랑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계속 카톡을 하고, 자꾸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뜨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제가 알아낸 건데, 그 오빠는 저랑 만나고 친밀하게 연락하고 있는 중에도 그 어플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계속 연락하고 있었어요.”

 

그 관계를 지탱하고 있는 신뢰와 암묵적 약속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아직 그래도 내게 피가 나지는 않으니 괜찮다며 서 있으면, 나중에 크게 다치는 거다. J양은 이전 구남친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잠수를 탔던 게, 클럽에서 노느라 그랬던 거였더라고요.”

 

라며 무슨 자신이 읽은 소설의 반전부분을 말하듯 덤덤하게 말하던데, 이런 식으로 연애를 하면 ‘남자에게 처절하게 뒤통수를 맞아본 경험담 콘테스트’ 같은 곳에서는 순위권에 들지 몰라도, 마음엔 빠진 곳 없이 피멍이 들 수 있다.

 

“제가 원래 평소에도 싸우는 걸 정말 싫어하고, 왜 싸우는 건지를 이해 잘 못하거든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면 싸울 일 없는 거잖아요?”

 

양보와 이해도 분명, 정도껏 해야 한다. 자신의 일이라 잘 모르겠다면, 언니나 여동생이 J양과 같은 관계를 썸이나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녀들의 남친이 아무 말도 없이 며칠씩 잠수를 탄다면, J양도 그건 ‘남친 잘못’이라고 말할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그와 헤어지면 내가 너무 외롭고 괴롭고 힘들어질 것’이라며 그 관계를 지속하려 한다면, J양도 그녀들을 말릴 것이고 말이다.

 

난 J양이, 나쁜 여자가 되어 클럽과 어플에 서식하는 남자들을 휘두르고 싶다는 소망은 이쯤에서 내려놓고, 경청할만한 이야기를 하는 남자와 하루에 조금씩 더 친해지는 관계를 꾸려갔으면 한다. J양은 가벼운 마음으로 여러 남자를 동시에 만나려고도 해봤다고 했는데, 큰 고기를 낚으려면 넓고 깊은 곳으로 가야지, 기껏해야 물이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는 곳에다 낚싯대 열 개 스무 개 편다고 대어를 낚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굳이 ‘나쁜 여자’가 되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가며 진심과 다르게 움직이지 않더라도, J양 앞에 있는

 

- 이성을 접하는 장소와 무분별한 신뢰의 문제.

- 인연이 끊기는 걸 겁내며 맹목적으로 이해와 인내를 하는 문제.

 

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면, ‘내게 너무 힘든 썸과 연애’라는 저주는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연애를 ‘상대가 주는 시험과 고통에도 흔들림 없이 참고 견딜 것’이라며 스토아학파적인 태도로 하려하지 말고, J양에게 관심을 가지고 J양에 대해 궁금해 하며 J양과 이번 주말에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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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도쿄에 갔다가 화요일에 돌아옵니다. 일본어로 '물'이 뭔지 까먹었습니다. 목마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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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만세2017.04.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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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Hyunj2017.04.0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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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행 가시는 거 축하해요
저는 23일 기타큐슈 티켓 끊어놨는데 정보가 많이 없어보여요.
무한님은 벚꽃엄청피는 시기에 일본가시네요.
이번에는 일본 음식이 입맛에 더 맞기를~
일본어 배우고 싶지 않나요?

어떤아줌마2017.04.0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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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오늘은 만우절이네요. ^^
만일 당신이 20대라면 매일 매일을 허투루 보내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나고 보니 20대는 저의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때였어요. (행복했든 아니든 그건 별개로요)
100세 인생에서 제일 빛나는 때가 고작 10% 정도네요. 모든 20대 그리고 30대 화이팅입니다!

ar2017.04.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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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일단 어플로 사람만나지 마시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보세요(클럽말고 하다못해 소개팅), 라고 하면 넘나 진부한 조언이 되려나요ㅎ
하긴 나쁜여자가 되고싶으시다니 핀트가 다른 사연들과는 다를지도요.. (근데 나쁜여자가 무얼까여ㅋ )
나이가 20대 초중반일거라고 상상하고 글을 적을게요ㅎ 남자들이 나쁜여자라고 부르는 여자는 대게 본인이 닿을듯 말듯 거리설정을 해놓는 남자가 여기저기 있는 경우를 보통 뜻해여ㅎ(남친이 있든 없든) 연락라는 남자 너 하나뿐인데 말로 아무리 아닌척해도 그건 걍 척일뿐이져.. 그냥 연락하는 남자를 엄청 많이 만드시면 자동 나쁜여자 될 수 있어요ㅎㅎ
그렇게 본인이 매력이 쌓이면 그때는 안정적인 알콩이달콩이 연애 하세요ㅎ 남자 많아봐야 인생에 드라마만 많이 쌓여요 눈물많은 인생이 뭐가 행복하겠어요. 여러 남자가 잠깐씩 주는 행복은 진짜 한순간이에요.. 다이아몬드 원석같은 남자 만나서 예쁘다예쁘다 하고 이쁜 연애하세영ㅎ

초코짱2017.04.0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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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서오세요. 그런데 도쿄는 오늘 비가 오네요. 오후엔 개인다고 했어요. 내일은 흐림 후 맑음이고요. 이번주 주말에 벚꽃 필 거 기대했는데 이 날씨면 세탁도 안 마르겠네요. 언제쯤 화창한 봄이 오려는지.
차가운 물. 오히야 구다사이.
따뜻한 차. 오차 구다사이.
그냥 물 전반. 오미즈 구다사이.
아니 이런거 말고 일단은 도리아에즈 비이루 구다사이.ㅋ

ㅅㄹ2017.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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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나마 오네가이시마스!!


그런데 도쿄에 아직 벚꽃이 안피었나요??

아보카도2017.04.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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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사연자분이 마음이 좋으셔서 저런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도 존중해가며 들어주셨군요... 사연자님이 너무 착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진중하지 못해서 그런거였는데. 그런 사람은 믿고 거르는 안목을 얻었으니 다음엔 진중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 만나시길 바래요!

경이2017.04.0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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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연 공감돼요ㅜ..
사연자님을 사랑스럽게 봐주고 귀기울여 주는 사람 꼭 만나시길..! 본인이 나쁜여자가 되지않게 하는 사람 만나세요.!

빛나는해2017.04.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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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끊기는 걸 겁내며 맹목적으로 이해와 인내를 하는 문제" 이거 딱 저예요 ㅠㅠ
나쁜 사이로 남고 싶지 않아서 화도 좀 내고 이건 별로다 아니다 하는일들 딱딱 말 못하고 참고 이해하려고 애쓰고... 너무 착해서 부담스럽다는 말도 들었네요..

연애든 썸이든 어렵네요... 할말은 좀 하고 살아야겠어요. 진실 된 내 자신도 사랑해주는 그런 사람 언젠가 만나겠죠..

오늘2017.04.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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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원래 싸우는 거 싫어하고 싫은소리 잘 못했어요
전 제 자신이 평화주의자인 줄 알았는데
착한사람이고 싶어서 그랬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저 자신에게는 아주 나쁜 사람이 되었네요
누군가 나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선을 넘을 때에는
나를 보호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NO!를 분명하게 말해야 해요
(공감버튼이 안눌러져요ㅜㅜ)

greenjs2017.04.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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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잘 다녀오세요!

라고 쓰고있는데 엇.. 오늘은 4월1일.. 설마 무한님이?!
라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제가 너무 속세에 찌들었다는 느낌에 슬퍼지네요.

복소수2017.04.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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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재밌게 잘 다녀오세요~ 맛있는거 많이 드시구요! 생맥도 많이.....ㅎㅎ

EE2017.04.0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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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면 온라인에서 알게된 인연은 온라인 밖으로 끌고 나오면 위험하다는 기본 상식이 읎네요 어찌 전화로 오는 보이스 피씽은 피하면서 어플로 던지는 떡밥은 덥썩덥썩 무는지 미슷훼립니다. 온라인 관계를 오프로 가져갈때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수반 할경우 백에 아흔아홉은

이십각형2017.04.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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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만남은 너무 위험하다 생각해요..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운데다 아무래도 같은 목적으로 온 사람이 많아 연애로 이어지긴 쉽지만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해서 더 괜찮은 사람이 있나 끊지 못하게 되는 단점도 있는 것 같구요 ㅠ

무한님 도쿄여행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시간 되시면 츠키치시장도 다녀오셔요
볼거리도 있고 성게알덮밥이 유명한 곳도 있어요
게다가 곧 없어질 예정인 곳이라 가볼만 할 것 같아요 :)

Y2017.04.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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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거랑 착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건 다른 거죠...이건 착한 여자도 뭣도 아닌듸
본인이 되고 싶다는 나쁜 여자도 대체 목적이 뭔지 모르겟어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신 분 같네요

바람2017.04.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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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신이 당신안의 신에게 인사합니다.'
실제로 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만 내가 존중하고 이해하고 관심주는 만큼 나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관심가져주는 사람과 만나기위해 노력을 해야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에곰2017.04.0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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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물'은 '미즈'이지만 물 주세요는 뭐라고 하는지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요.
그냥 '오쨔 구다사이' 하면 되지 않을까요? (오쨔 구다사이 = 차 주세요. 어차피 맹물/수돗물 마실 거 아니니까 안전하게 차로... 굳이 무슨 차인지 물어본다면 록쿠챠, 녹차로 그냥 고고하심이?)

일본 안간지 4년쯤 된 듯한 리에곰이었습니다. ㅜ.ㅜ

Clyde2017.04.0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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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생각하실것 없이 미즈 구다사이 입니다

사막에 사는선인장2017.04.0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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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잘다녀오세요 무한님

그리고 어플에서는 진지한만남 어렵다고 봅니다 .
만나기쉬운만큼 위험부담도 커요

Years2017.04.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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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은연중에 타인이 내게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런 사람인가 내가 이런 사람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나 던진 막말이나 의미없는 말로 자기를 잘못 이해하는 일도 흔하구요. 그렇다고 자기가 자기를 언제나 똑바로 보고 잘 인지하는 것도 아니니 남의 평가를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겠고, 팔랑귀인 사람이 처음부터 남의 말을 가려듣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함정을 피해가려면, 소소하나마 존경할 면이 있거나 닮고 싶은 면이 있는 사람, 남들에게 그 사람에 대해 얘기했을 때 미화하지 않아도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올만한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게 그나마 낫지 않나 합니다. 누가 내게 너는 ㅇㅇ한 사람인 것 같다, 라고 말했을 때, 그 발화자가 괜찮은 사람이면 그 말을 고려해볼 만 하겠지요. 발화자부터가 딱히 별로 좋은 사람도 아니고 신중한 사람도 아니고 아무말이나 하는 사람이면 그 말은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고요.

딸기콩2017.04.0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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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어플->늑대소굴에서 양찾기

수정2017.04.1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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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주관을 분명히 가지세요.

아~~ 넘 바빴었어요. 노멀로그에 이렇게 오랜만에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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