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의 주인공인 Y양은 내게
“남친에게 ‘왜 부모님이 나를 반대하시는지’를 물어보고 함께 고민하자고 해야 할까요?”
라고 물었는데, 난 이걸 굳이 ‘부모님의 반대’라고 여기며 일부러 더 파고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남친 부모님들께서 고위직이시다보니 주변에서 그분들과 관련이 있는 집안의 자녀들과 이어주려는 시도가 많아 그렇게 된 거지, 그분들께서 아직 본 적도 없는 Y양에 대해 확실한 사유로 반대를 하며 자꾸 남친에게 ‘선 볼 생각 없냐’고 묻는 건 아니신 게 확실하다.
남친 부모님들께서 남친이 Y양과 사귀는 걸 별로 진중하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건, 그간 남친이 길게 가지 못하는 연애, 사귀긴 하는데 여친에 대한 애정은 별로 없는 것 같은 연애를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Y양이라 해도, Y양 친구가 수 년 간 계절 하나를 못 넘기고 헤어져버리는 연애만을 반복해왔다면, 그 친구가 새로 시작한 연애에 대해서도 대충 전과 비슷할 거라 추측하지 않겠는가.
거기다 Y양 남친은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잘 얘기하지 않는 까닭에, 남친 부모님들께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며 Y양을 만나는지 전혀 모르고 계실 수 있다. 남친과 부모님이 연애나 결혼에 대해 대화를 할 경우
부모님 – 너 지금 만나는 애랑 결혼할 거야?
남친 – 뭐, 만나 봐야 아는 거죠.
라는 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은데, 때문에 ‘그냥 그 정도 마음으로 만나보는 거라면’ 차라리 부모님의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사람을 만나 보라고 권하는 것일 수 있다.
Y양은 스스로 ‘남친 부모님들께서 나를 반대하실만한 이유’를 떠올려보며 괴로워하는 중인데, 그럴 것 없다. 이건 Y양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남친이 중간역할을 못했으며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다. Y양은 데이트 중 남친 부모님께서 남친에게 전화를 해 ‘누구 딸이 괜찮다는데 한번 만나봐라’라고 하시는 걸 들었다고 했는데, 그랬을 때에도 남친은 ‘그런 말 좀 하지 마세요.(내가 알아서 할 게요.)’라는 식으로만 대응하지 않았는가.
또, 비슷한 주제의 이전 매뉴얼들에서도 말했듯 여친에 대해 부모님께
-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여자다. 존중할 줄도 알고, 지혜롭게 중재할 줄도 안다. 직장에서도 칭찬 받고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라고 소개하는 것과
- 그냥 회사 다닌다. 부모님은 일하시는 것 같다. 무슨 일하시는지는 잘 모른다.
라고 소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Y양 남친의 성격상 자세히 얘기하는 걸 싫어하고, 말 안 해도 그냥 알아주길 바라며, 거기다 ‘사생활’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저 터치 받는 것에만 극도로 예민하게 구는데, 그렇다면 Y양에 대해서도 부모님께 후자의 방식으로 소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남친에게
- 부모님들께서 나에 대해 가지시게 되는 이미지는, 오빠의 표현이 큰 영향을 끼친다.
- 그저 우리 둘이 고립되어 사귀다 훗날 결혼하겠다고 통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 난 일부러 우리 부모님께 오빠의 장점과 자상함을 더 부각해서 말하기도 한다.
- 부모님들께서 우리 연애에 대해 물으실 때 오빠가 짜증내면, 나는 아직 뵙지도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미운털이 박히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남친이 점점 말과 표현을 늘려가도록 만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Y양은 이런 해결책 대신
- 헤어질 것처럼 말할 경우 남친이 붙잡는지 보기.
- 더 좋은 이성을 보게 되면 갈 거냐고 물어서 확인 받기.
- 난 불안하니까 달래주고 안정시켜달라고 말하기.
등의 방법을 사용했는데, 그 수위와 빈도가 이미 좀 높고 잦아져서 남친이 “요즘 왜 이렇게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내게 화를 자주 내는 건지?”라는 이야기까지 한 상황이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남친에게 빨리 답을 내놓으라고 찔러대기만 하지 말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말한 뒤 함께 답을 구하길 권한다. 남친을 도와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남친을 적대시하거나 애먼 쪽으로 화풀이를 해선 안 된다.
Y양은 내게 “이 만남을 계속 이어가는 게 맞는 건가요?”라고도 물었는데, 그게 ‘남친 부모님들께서 이렇게 뵙기도 전에 반대하시다니, 끝장이야. 희망이 없어.’라는 생각으로 한 질문이라면 이 정도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하며 넘겨도 될 것 같다.
단, 둘의 관계에서 보이는 문제들을 두고 한 질문이라면, 위와 같은 일들로 인한 불안 때문인지 Y양이 남친에게 점점 정서적으로 많이 의존하며 너무 산만한 일상적 토로를 하는 것 같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디테일하게 밝혀 적진 말라고 거듭 부탁을 한 까닭에 예를 들어 말하기가 곤란한데, 여하튼 Y양이 남친을 점점 ‘맞장구 로봇, 리액션 로봇’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대화를 돌아봤으면 한다.
자 그럼, 이 매뉴얼을 참고해 현명하게 잘 해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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