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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초반쯤, 나도 Y양의 썸남과 비슷하게 행동했던 형 하나를 본 적이 있다. 그 형은 자신이 스킨십을 좋아하는 편이라면서 같은 모임에 있던 여자들의 손이나 머리카락을 스스럼없이 만졌고, 장난을 핑계로 상대가 ‘관심’으로 오해할 만한 이야기들도 많이 던졌다. 그가 만약 Y양을 만났더라면,

 

“이상형이 뭔데? 진짜? 그럼 난데? ㅎㅎㅎ 근데 너 손 왜 이렇게 차?”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손도 잡고, 머리도 쓰다듬고, 본인 자취방 천장에 야광별 있는데 보여준다는 등의 장난도 쳤을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 형을 ‘진지한 관계를 맺기 불가능한 치근덕쟁이’ 정도로 설정하고 피했다. 처음에야 ‘그러려니’하며 좀 받아주던 여자들도 있었지만, 받아주면 받아줄수록 얼굴을 만지려 들거나 팔짱을 끼려드니 아예 피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 형이 장난을 빙자해 벌이는 일들로 외로움과 심심함을 달랠 뿐이라는 걸 눈치 채며 많은 여자들이 거릴 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성추행으로 신고를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일인데, 그때는 다들 어린데다 지금처럼 성추행의 개념이 디테일하게 정립되지도 않은 시기였고, 또 누군가는 그걸 유쾌한 장난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그 형이 ‘원래 그런 남자’ 정도로만 여겨지며 넘어갔던 것 같다.

 

다행히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 형의 저급한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타 지역에서 홀로 올라와 자취를 하던 L양은 그 마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남자와의 교류가 거의 없던 L양은 상대가 하는 행동을 ‘남자가 관심 있는 여자에게 하는 행동’이라고 여겼고, 그가 자신이 먹던 숟갈로 밥을 먹여주면 거부하지 않고 먹었으며 외투를 입혀주는 것엔 감동까지 하고 말았다.

 

 

사실 그땐 아무도 L양과 그 형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몰랐다. L양이 내게

 

“나 그 오빠랑…. 근데 그 이후 사귀자는 말도 없고 다른 여자들에게 계속 그래서 속상해.”

 

라며 고민을 털어 놓아 알게 되었다. 그 형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진 L양은 진짜 그의 자취방에 야광별을 보러 갔고, 거기서 뭐 그렇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난 즉시 야광별을 주문했다는 건 농담이고, 여하튼 누가 봐도 수작인 게 분명한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상대에겐 ‘장난이었는데 어쩌다 잠시 선을 넘은 것’으로, 이쪽에겐 ‘진지한 관계까지 진입한 것 같았는데 이후 별 말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만 것이다.

 

 

사연의 주인공인 Y양의 경우 역시, 위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험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대는 ‘모든 여자에게 다 그러는 꾸러기’인데, 그걸 Y양은 ‘나에 대한 관심’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Y양은

 

“하지만 상대는 다른 여자들에게 그러는 것보다 제게 더 적극적으로, 또 높은 수위로 그렇게 들이댔는데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참 허무한 대답일지 모르지만 난

 

“그게, Y양이 일단 다 받아주니까, 상대는 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라는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또 Y양은 자신도 이 관계가 잘 될 리 없는 걸 알지만 대체 그가 왜 그랬던 건가를 궁금해 하는데, 난 역시

 

“무슨 마음이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라, 원래 모든 여자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데, Y양에겐 얼굴을 쓰다듬고 그래도 아무런 부정적 리액션이 없으니 그냥 그 수위만을 계속 올려간 것 같습니다.”

 

라고 답해줘야 할 것 같다.

 

이런 경우라면

 

- 상대 차를 탈 일이 있었는데 상대가 내게 안전벨트를 매줬다. 대체 왜 그런 걸까?

 

라며 하나의 행위만을 두고 ‘나에 대한 그의 마음’을 알아내려 하기보다는,

 

- 그가 다른 여자들에게도 다 그러는 건 아닌지?

- 그 행위 이외에 그가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만나자고 하는 일은 있는지?

- 딱 그 순간에만 과감해지는 스킨십 이외에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하는지?

- 그와 내가 일상을 공유하며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게 좋다. Y양의 경우 그가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먹을 것도 먹여주고, 외투도 입혀주고, 팔짱도 끼고, 어깨동무도 한 까닭에

 

-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건지? 나를 이성으로 생각해서 그랬던 건 아닌지?

 

만을 알아내려 하고 있는데, 그 외의 부분에서는 단둘이 만나서 밥을 먹은 적도 없고, 상대와 즐거운 담소를 나눈 적도 없으며, 다른 사람 포함해 밥 먹기로 약속을 한 뒤에도 상대가 그 약속을 잊고 있었다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어장관리’라기보다는 ‘모든 여자에게 끼 부리는 남자’의 수작을 잠시 개인적인 관심으로 오해했던 것에 더 가까우니,

 

“그래도 그가 그 정도로 과하게 절 챙겼던 걸 보면, 혹시 어쩌면….”

 

이라며 심증만 자꾸 키워가지 말고 이쯤에서 미련을 툭툭 털어내길 바란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연락을 하고 지내며, Y양과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벚꽃놀이를 가고 싶어 하는 남자가 ‘Y양에게 관심이 있는 남자’라고 생각하면 꼭 맞을 것 같다. 무조건 Y양에게 관심이 있는 남자를 만나서 썸을 타거나 연애하라는 건 아니지만, 이번 상대의 태도는 ‘관심’이라기보다 ‘꾸러기의 끼 부림’에 가까웠으니, ‘관심’이라는 건 저런 형태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라 생각해줬으면 한다. 자 그럼, 고약한 냄새나는 차는 이쯤에서 미련 없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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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en2017.04.0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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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en2017.04.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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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런 행운이... 복권 사러 가야겠네요. 무한님 늘 좋은 글 감사해요...

반반무마니2017.04.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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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별ㅎㅎㅎㅎ

^^2017.04.0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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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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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대박 3등이라니!!! 감격이에요!! y양의 일은 남일같지 않고 안타까워요ㅠ 이런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를때 겪을수 있는 일인것같아요. 이게 어떻게 된일일까 생각하는것도 아깝고 자책하거나 복수하는 것도 아깝습니다. 똥밟았다고 생각하시고 앞으로 좋은 사람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2017.04.0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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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선

둥둥이2017.04.0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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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인뭐2017.04.0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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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약한 꾸러기네요... 부디 Y양이 이상한 남자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찾으려 하지 마시고 그냥 버리시길 바랍니다. ㅠㅠ
아 저런 나쁜 남자/여자들은 자기가 나쁜 짓한 줄도 모르던데요....

다목적가위2017.04.0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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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은 알파벳 중에 Y자를 좋아합니다. 유독 Y양이 많이 등장하죠. 아무래도 본인 이름에 Y자가 들어가서 일까요 ㅎㅎ

좋은 사람이라면 혼자 고민하게 두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외로워서 그러는거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사연자분께서 고민하는 부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마음을 졸이게 한다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는 있어 보여요. 부디 그 자갈길 가지 마시고 꽃길만 걸으시길~

거북이등짝2017.04.0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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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진짜 나쁜 남자네요..ㅜㅜ
얼른 훌훌 털어내시고 정말 좋은 남자 만나시길..!!!
우리 모두 힘내욤!!!!

로로2017.04.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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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런 분 만났었어요
한가지 다른점은 그분은 저한테 굉장히 잘 해주시면서 스킨쉽은 거의 절대 안 하셨다는거..
그래도 결국 쫑났네요 ㅠ

RushHour2017.04.0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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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야광별이 이렇게 유혹을 잘 합니다... 크흠.

혼茶2017.04.09 08: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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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ㅜㅜㅜ

새우튀김2017.04.0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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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 별자리 지도가 있었는데...이젠 그냥 지도...ㅠㅠ

낙숫물2017.04.0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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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왜 그랬는지 아무리 생각해봐야 자신에게 도움되는 게 없어요. 사랑해서 그랬다는 결론을 내린
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결국은 내 마음이 중요하잖아요. 내 눈에 별로인 남자가 나에게 지극정성으로 사랑해준다 해도 내키지 않는 것처럼요.
자신을 중심에 두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해요. 나는 왜 그 남자에게 끌리는지, 거기에 어떤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채워지지 못한 욕구를 내가 어떻게 채울 것인지 등등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남자를 만나더라도 만족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아민이2017.04.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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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한 행동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면 내 멘탈만 깨짐 ㄷ ㄷ ㄷ

복소수2017.04.0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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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정말 자기 자신한테 있는것 같습니다...

사람의 심리가 웃긴 게 다른 사람이 A라고 하든 B라고 하든 그거에 반박하는 말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제일 잘 아는 건 직접 겪어본 자기 자신이니까 (혹은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사연의 내용으로 보아 그 남자분은 꾸러기인듯 하지만 답은 스스로가 내리셔야 할거예요. 낙숫물님 말처럼 자기자신에 중심를 두시길 바랍니다.

피안2017.04.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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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나는 차 ㅎㅎ
비유가 아주 그냥 적절하네요

지나가다2017.04.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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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남녀불문 이런 사람들이 있지요... 이성에 대해 경험이 없어보이거나 순진해보이는 사람한테 자기 매력도 테스트(?) 넘어오나 안넘어오나 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본능에 충실해서 기회되면 한번 해보려거나 호구잡아보려는 사람도 있고... 이게 인간관계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 딱 보이는데 오히려 순수하던 시절에는 자꾸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그렇더라구요.

Fall2017.04.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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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동생이 보낸 사연인줄요
맨날 저한테 물어봐요 그남잔 왜 그랬을까 어장이었겠지만 그래도 왜 그랬을까 하고요
답은 뻔한데 상처받을까봐 돌직구는 못날리겠네요

물론 사연이랑 좀 다른면도 있어요 제 동생의 꾸러기남은 여친이있었다는 점이나 남자가 사연보단 더 열심히 들이댔다는 점 정도? 그래도 결국 결론은 똑같죠

친한 동생이 메뉴얼 좀 봤음 좋겠어요 ㅜ

용김2017.04.1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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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꾸러기네요.
제3자가 보면 바로 답이 나오는데
내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당하면 헷갈리는 경우도 많나봐요.
꾸러기는 전세계 방방곳곳 모든 도시마다 있다는걸 잊지말아요. 우리~

무한님 오늘도 글 잘읽고가요! 좋은 밤 되시길 바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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