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썸남이 생겼는데, 진도가 안 나가요.
- 2017. 3. 30. 03:56
- Written by 무한™
상대가 내 기대만큼 내게 적극적으로 대하는지만 볼 게 아니라,
- 나는 상대에게 내 호감을 얼마만큼 표현하거나 전달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가?
라는 부분도 반드시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이쪽에선 그저 상대를 관찰만 하고 있으면서, 상대의 태도에 대해
‘마음이 더 있었다면 내게 이러이러하게 했겠지.’
하는 생각만 하면 그 썸도 결국 흐지부지 될 확률이 높을 뿐이다.
정말 아주 간단하게, K양이 출장 갔을 때와 상대가 출장 갔을 때를 비교해보자. K양은 이것에 대해
“제가 출장 간 며칠 동안 연락이 없더라고요. 마음이 있으면 연락을 하지 않나요?”
라고 했지만, 그 둘을 놓고 비교해 보면 오히려
- 출국 당일, 상대는 다녀오겠다고 먼저 인사했지만 K양은 침묵하고 있었음.
- 출국 당일, 탑승 전까지 상대는 대화를 했지만 K양은 반나절 지나서 대답했음.
- 출장 중 일정에 대해 상대는 물었지만, K양은 묻지 않았음.
이라는 어마무시한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상대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에 불만을 가진 K양이지만, 멀리서 둘을 보면 K양은 상대가 하는 기본적인 표현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단 얘기다.
K양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제가 20대일 때, 그땐 남자들이 순수하고 계산적이지 않아 연애가 어렵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남자들이 순수함을 잃고 계산적으로 변해 연애가 어려워진 거라고 말하는 여성대원들이 종종 있는데, 사실 남자의 입장에서 봤을 땐 ‘여자들이 변해서’ 자신들도 변하게 된 거라 항변할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며 처세와 대인관계를 위해 둥글둥글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아지니 어디까지가 진심인 건지 알기 힘들어졌고, 과거와는 달리 그저 ‘인맥’을 위해 인연을 걸쳐두는 사례도 늘다보니 그 기반에 이성적인 호감이나 관심이 있는 건지를 알아보기도 어려워졌다. K양 역시
“얼마 전 타 부서 남자 분이 제게 관심을 표현하셔서, 사적으로 연락을 하며 몇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라고 하지 않았는가. 상대 입장에선 자신 역시 K양과 사적으로 연락하며 몇 번 만난 것일 뿐이니, 그냥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K양이야 자신의 마음을 아니까 ‘타 부서 남자와 이 남자는 완전히 내게 완전히 다른 존재다’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그 둘을 대하는 방식에는 별반 차이가 없으니 상대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
K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난
“너 혼자 생각한 건 카운팅 하는 거 아니야. 무슨 말이냐면, 네가 3시간 상대에 대해 생각하고 3분 대화했으면, 3분 대화하는 동안 네가 뭘 했는지만 카운팅 하는 거야. 표현하고 전달한 것만 세. 상대에 대해선 넌 그렇게 카운팅 하면서, 너는 너에 대해선 ‘표현하거나 전달하지 않은 부분’까지 카운팅하며 상대가 소극적이며 간 보는 것 같다고 말하잖아. 그러면 안 돼. 상대 입장에서 지금의 널 보면, 예의상 그냥 대답해 주는 느낌이 들거든.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말해주며 대화 끊으려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말이야. 더 들어오라고 손짓하거나, 네가 더 들이대도 돼.”
라고 말해줄 것 같다. 특히, 상대와 대화하다가
“네~ 뭐뭐 하세요~”
“네~ 잘 다녀오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네~ 푹 쉬시고 그때 봬요~”
라는 말을 해버리는 부분은, 그게 상대에겐 대화를 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다행히 저러지 않고 대화를 잘 이어갈 때도 있긴 한데, 가끔씩 뭔가에 기분이 상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멀티로 대화하기가 힘들어서 마무리를 하려는 건지 저렇게 ‘자체종결형 대답’을 할 때가 있다. K양 역시 만약 나와 대화를 하다가, K양이 오늘 저녁에 친구랑 만난다는 말에 내가
“저녁에 친구 잘 만나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라고 말하면 대화를 그만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저런 K양의 대화법에도 상대는 ‘다른 질문’을 하며 열심히 대화를 이어가곤 했으니, 여기서 상대가 더 적극적으로 들이대길 바라지만 말고 K양이 자신에게 올 수 있는 길을 친절히 안내하며 인도하길 바란다.
현재 K양과 상대 정도의 사이면, 속된 말로 이미 밥상은 다 차려진 거라 할 수 있다. 밥상 다 차려졌는데 그 앞에 앉아서 누가 수저 가져다주길 기다리고만 있으면 차게 식어버릴 수 있으니, 수저 가져 온다 생각하며 좀 더 움직였으면 한다.
- 나도 너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어.
- 난 너와 만나서 밥도 먹고 얘기도 하고 싶어.
- 연락이 없다고 널 생각 안 하는 건 아니야. 널 생각하다가 이렇게 연락하는 거야.
정도의 힌트만 줘도 바로 벚꽃놀이 약속 잡을 수 있다. 이런 건 ‘뭐 먹었냐, 무슨 노래 좋아하냐, 지금 뭐 하냐, 이거 보다가 널 생각했다, 우리 언제 치즈 닭갈비 먹으러 가자’ 등의 이야기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니, 걱정은 내려놓고 마음껏 만나봤으면 한다. 그럼 난 그동안 건필하며, 두 사람이 연인이 되었다는 소식 들려오길 기다리고 있도록 하겠다. 안전을 위해 묶어둔 결박과 바리케이트 다 치워버리고 즐겁게 만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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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2017.03.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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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 부서 남자와 사적으로 만날 정도의 대인관계력 있음.
3. 내가 쌀쌀맞게 굴어도 관심남이 나에게 연락하는 건 당연하다는 마인드.
결론 = 서툴러서, 몰라서 남자에게 소극적인 게 아니라 젊고 싱싱했던 20대 때 갑의 연애하던 버릇이 30대가 되면서 또래 남자들에게 안통하고, 그 사실에 당황함.
지나가다2017.03.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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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는 나도 식상한데 친절하게 사연 소개하는 무한님이 대단함
3. 호구남 vs 갑질녀 관계는 순수한 연애가 아니라 속물들의 등가교환 관계라고 생각함. 이시절 마인드 버리지 못하면 사연녀 불행하게 살듯
거북이등짝2017.03.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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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잘 될거 같은 사연에 제가 다 두근두근 하네용 ㅎㅎㅎ
피자도우2017.03.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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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2017.03.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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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2017.03.3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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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도 무뚝뚝한 편이라 일부러 더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을 하는데,
그래도 이런 사연들을 보면 제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받기만 하는 편은 아니구나 하고 느껴져서 다행이에요 ㅠㅠ 저보다 더한 분들도 연애를 하시니까...(욕 아니에요 ㅠ)
그래도 받은만큼 애정표현을 돌려주려고 노력해도 전 연애를 못하네요.. 뭔가 그 이상의 제가 모르는 요소가 더 있어야 커플이 될 수 있나봐요 ㅠㅠ
그쪽에서 만나자 만나자 하길래 그린라이트인줄 알았더니 약속당일날 바람이나 맞고 ㅠㅠ
greenjs2017.03.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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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 계산적이지 않은 남자를 원하신다면 연하남을 만나시는 것도 좋은방법입니다.
순정마초2017.03.3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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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17.03.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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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2017.03.3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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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가 셋째 낳으러 들어갔네요
베이비 시터 하러 칼퇴해야 할 슬픈 한주네요 ㅎㅎ
새우튀김2017.03.3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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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왔어요2017.03.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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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남들보다 먼저 성큼 다가온 사연녀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은,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조금 내려놓고 상대방한테 더 집중하다보면 둘 사이에 존재하던 벽도 사르르 녹아버리면서 일반적인 관계들과는 차별화된 친밀감이 금방 형성되지 않을까요? 코앞까지 찾아온 봄을 두팔 벌려 환영하시길 바랍니다!
밀크티2017.03.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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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닭갈비에 두 번 심쿵 ㅠㅠ
벚꽃 보면서 치즈닭갈비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K양님 꼭 치즈닭갈비 먹자고 하세요!!!ㅋㅋ
꼬알2017.03.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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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으로 움직여보아요 사연자님
고향만두2017.03.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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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건투를 빕니다
허허2017.03.3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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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민이2017.03.3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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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hHour2017.03.3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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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 너무 좋네요. 이렇게 서로를 표현하면서 다가간다면 분명 함께할 수 있을거에요! 읽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ㅎㅎ
무한만세2017.03.3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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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사람2017.03.3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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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아줌마2017.04.01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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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2017.04.0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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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회사서 소문나는 거 젤 싫어한다. 깨지면 여자만 퇴사해야 되거든!! ㅉㅉ
a2017.04.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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