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내 기대만큼 내게 적극적으로 대하는지만 볼 게 아니라,
- 나는 상대에게 내 호감을 얼마만큼 표현하거나 전달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가?
라는 부분도 반드시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이쪽에선 그저 상대를 관찰만 하고 있으면서, 상대의 태도에 대해
‘마음이 더 있었다면 내게 이러이러하게 했겠지.’
하는 생각만 하면 그 썸도 결국 흐지부지 될 확률이 높을 뿐이다.
정말 아주 간단하게, K양이 출장 갔을 때와 상대가 출장 갔을 때를 비교해보자. K양은 이것에 대해
“제가 출장 간 며칠 동안 연락이 없더라고요. 마음이 있으면 연락을 하지 않나요?”
라고 했지만, 그 둘을 놓고 비교해 보면 오히려
- 출국 당일, 상대는 다녀오겠다고 먼저 인사했지만 K양은 침묵하고 있었음.
- 출국 당일, 탑승 전까지 상대는 대화를 했지만 K양은 반나절 지나서 대답했음.
- 출장 중 일정에 대해 상대는 물었지만, K양은 묻지 않았음.
이라는 어마무시한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상대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에 불만을 가진 K양이지만, 멀리서 둘을 보면 K양은 상대가 하는 기본적인 표현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단 얘기다.
K양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제가 20대일 때, 그땐 남자들이 순수하고 계산적이지 않아 연애가 어렵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남자들이 순수함을 잃고 계산적으로 변해 연애가 어려워진 거라고 말하는 여성대원들이 종종 있는데, 사실 남자의 입장에서 봤을 땐 ‘여자들이 변해서’ 자신들도 변하게 된 거라 항변할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며 처세와 대인관계를 위해 둥글둥글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아지니 어디까지가 진심인 건지 알기 힘들어졌고, 과거와는 달리 그저 ‘인맥’을 위해 인연을 걸쳐두는 사례도 늘다보니 그 기반에 이성적인 호감이나 관심이 있는 건지를 알아보기도 어려워졌다. K양 역시
“얼마 전 타 부서 남자 분이 제게 관심을 표현하셔서, 사적으로 연락을 하며 몇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라고 하지 않았는가. 상대 입장에선 자신 역시 K양과 사적으로 연락하며 몇 번 만난 것일 뿐이니, 그냥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K양이야 자신의 마음을 아니까 ‘타 부서 남자와 이 남자는 완전히 내게 완전히 다른 존재다’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그 둘을 대하는 방식에는 별반 차이가 없으니 상대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
K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난
“너 혼자 생각한 건 카운팅 하는 거 아니야. 무슨 말이냐면, 네가 3시간 상대에 대해 생각하고 3분 대화했으면, 3분 대화하는 동안 네가 뭘 했는지만 카운팅 하는 거야. 표현하고 전달한 것만 세. 상대에 대해선 넌 그렇게 카운팅 하면서, 너는 너에 대해선 ‘표현하거나 전달하지 않은 부분’까지 카운팅하며 상대가 소극적이며 간 보는 것 같다고 말하잖아. 그러면 안 돼. 상대 입장에서 지금의 널 보면, 예의상 그냥 대답해 주는 느낌이 들거든.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말해주며 대화 끊으려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말이야. 더 들어오라고 손짓하거나, 네가 더 들이대도 돼.”
라고 말해줄 것 같다. 특히, 상대와 대화하다가
“네~ 뭐뭐 하세요~”
“네~ 잘 다녀오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네~ 푹 쉬시고 그때 봬요~”
라는 말을 해버리는 부분은, 그게 상대에겐 대화를 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다행히 저러지 않고 대화를 잘 이어갈 때도 있긴 한데, 가끔씩 뭔가에 기분이 상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멀티로 대화하기가 힘들어서 마무리를 하려는 건지 저렇게 ‘자체종결형 대답’을 할 때가 있다. K양 역시 만약 나와 대화를 하다가, K양이 오늘 저녁에 친구랑 만난다는 말에 내가
“저녁에 친구 잘 만나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라고 말하면 대화를 그만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저런 K양의 대화법에도 상대는 ‘다른 질문’을 하며 열심히 대화를 이어가곤 했으니, 여기서 상대가 더 적극적으로 들이대길 바라지만 말고 K양이 자신에게 올 수 있는 길을 친절히 안내하며 인도하길 바란다.
현재 K양과 상대 정도의 사이면, 속된 말로 이미 밥상은 다 차려진 거라 할 수 있다. 밥상 다 차려졌는데 그 앞에 앉아서 누가 수저 가져다주길 기다리고만 있으면 차게 식어버릴 수 있으니, 수저 가져 온다 생각하며 좀 더 움직였으면 한다.
- 나도 너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어.
- 난 너와 만나서 밥도 먹고 얘기도 하고 싶어.
- 연락이 없다고 널 생각 안 하는 건 아니야. 널 생각하다가 이렇게 연락하는 거야.
정도의 힌트만 줘도 바로 벚꽃놀이 약속 잡을 수 있다. 이런 건 ‘뭐 먹었냐, 무슨 노래 좋아하냐, 지금 뭐 하냐, 이거 보다가 널 생각했다, 우리 언제 치즈 닭갈비 먹으러 가자’ 등의 이야기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니, 걱정은 내려놓고 마음껏 만나봤으면 한다. 그럼 난 그동안 건필하며, 두 사람이 연인이 되었다는 소식 들려오길 기다리고 있도록 하겠다. 안전을 위해 묶어둔 결박과 바리케이트 다 치워버리고 즐겁게 만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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