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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적당히 착한 여자 그만하고, 나쁜 여자가 되고 싶어요.

by 무한 2017. 4. 1.

클럽이나 어플에서 만난 남자들이 조언이나 평가랍시고 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그것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일 뿐이다.

 

“너는 결혼하고 싶은 여자 같다.”

“너는 가정적인 여자로 보인다.”

“좀 까진 다른 여자애들과 너는 다른 것 같다.”

 

저런 얘기는 마치

 

“커피를 못 마시며 대신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것 보니까, 넌 순수한 사람인 것 같아.”

 

라는 말과 별반 다를 것 없으며, 저 말을 듣고 정말로

 

‘진짜 내가 순수해서 커피를 못 마시며 바나나우유를 좋아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면 상황이 좀 심각한 거다.

 

 

 

J양이 계속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가슴 아픈 썸이나 연애를 반복하는 이유는, 나쁜 여자가 아닌 적당히 착한 여자라서가 아니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남자의 말을 경청하며 그 말을 믿곤 그에게 관계의 핸들을 맡기기 때문이다.

 

“이번에 어플로 만난 오빠는, 자기가 직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는 남자 문제로 엄청 속 썩였다면서, 저는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칭찬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여자한테 지금도 자꾸 연락이 온다는 얘기도 했고요.”

 

그 따위 이야기를 하는 남자와 연락하고 지내며

 

“그 여자가 연락해서는 뭐래? 왜 안 받아? 받아서 무슨 얘기하는지 들어봐 봐. 궁금하다. ㅎㅎ”

 

라는 리액션만 하고 있으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사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자뻑남의 허세를 두 시간 가까이 인터뷰하듯 물어가며 듣고 있는 건 어느 모로 보나 시간낭비일 뿐이고 말이다.

 

 

또, 일단 그렇게 ‘연락하는 사이’가 되고 나면 상대를 잃고 싶지 않아 ‘맹목적 이해’를 한다는 것 역시, J양의 썸과 연애를 막장까지 몰고 가게 되는 원인이다.

 

“그 오빠는 저랑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계속 카톡을 하고, 자꾸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뜨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제가 알아낸 건데, 그 오빠는 저랑 만나고 친밀하게 연락하고 있는 중에도 그 어플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계속 연락하고 있었어요.”

 

그 관계를 지탱하고 있는 신뢰와 암묵적 약속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아직 그래도 내게 피가 나지는 않으니 괜찮다며 서 있으면, 나중에 크게 다치는 거다. J양은 이전 구남친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잠수를 탔던 게, 클럽에서 노느라 그랬던 거였더라고요.”

 

라며 무슨 자신이 읽은 소설의 반전부분을 말하듯 덤덤하게 말하던데, 이런 식으로 연애를 하면 ‘남자에게 처절하게 뒤통수를 맞아본 경험담 콘테스트’ 같은 곳에서는 순위권에 들지 몰라도, 마음엔 빠진 곳 없이 피멍이 들 수 있다.

 

“제가 원래 평소에도 싸우는 걸 정말 싫어하고, 왜 싸우는 건지를 이해 잘 못하거든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면 싸울 일 없는 거잖아요?”

 

양보와 이해도 분명, 정도껏 해야 한다. 자신의 일이라 잘 모르겠다면, 언니나 여동생이 J양과 같은 관계를 썸이나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녀들의 남친이 아무 말도 없이 며칠씩 잠수를 탄다면, J양도 그건 ‘남친 잘못’이라고 말할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그와 헤어지면 내가 너무 외롭고 괴롭고 힘들어질 것’이라며 그 관계를 지속하려 한다면, J양도 그녀들을 말릴 것이고 말이다.

 

난 J양이, 나쁜 여자가 되어 클럽과 어플에 서식하는 남자들을 휘두르고 싶다는 소망은 이쯤에서 내려놓고, 경청할만한 이야기를 하는 남자와 하루에 조금씩 더 친해지는 관계를 꾸려갔으면 한다. J양은 가벼운 마음으로 여러 남자를 동시에 만나려고도 해봤다고 했는데, 큰 고기를 낚으려면 넓고 깊은 곳으로 가야지, 기껏해야 물이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는 곳에다 낚싯대 열 개 스무 개 편다고 대어를 낚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굳이 ‘나쁜 여자’가 되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가며 진심과 다르게 움직이지 않더라도, J양 앞에 있는

 

- 이성을 접하는 장소와 무분별한 신뢰의 문제.

- 인연이 끊기는 걸 겁내며 맹목적으로 이해와 인내를 하는 문제.

 

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면, ‘내게 너무 힘든 썸과 연애’라는 저주는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연애를 ‘상대가 주는 시험과 고통에도 흔들림 없이 참고 견딜 것’이라며 스토아학파적인 태도로 하려하지 말고, J양에게 관심을 가지고 J양에 대해 궁금해 하며 J양과 이번 주말에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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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도쿄에 갔다가 화요일에 돌아옵니다. 일본어로 '물'이 뭔지 까먹었습니다. 목마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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