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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나 좋다는 남자 말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와 만나고 싶다면?

by 무한 2018. 4. 9.

그간 대시하는 남자들이 많았기에 연애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던 여성대원들도, 대략 스물일곱을 넘어서면서는 ‘나 좋다는 남자’말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돌아보면 그간의 연애가 부족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만족스럽지도 않았던 데다, 그 시점에 결국 솔로부대에 복귀하게 된 이유가 ‘호감이 크게 가진 않는 상대들만 만나서’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뭐 그런 심경변화가 찾아왔을 때, 대상만 바꿔 연애할 수 있는 거라면 나도 일도 덜고 참 좋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간 ‘받는 연애’에 익숙해진 그 대원들은 썸 이전의 관심조차 먼저 받으려 하기 마련이며, ‘나 좋다는 남자’ 앞에서는 세상 더 없을 정도로 여유로웠던 것과 달리 ‘내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사고회로가 정지되고 마는 증상을 보이곤 한다. 그러면서 내게

 

“제가 연애를 모르거나 못했던 사람은 아닌데, 아무튼 이건 좀 어렵네요. 딱히 연결고리도 없는 것 같고…,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시작해야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오늘은 그 지점에서 SOS를 보내고 있는 대원들을 좀 도와보자. 출발.

 

 

1. 마주칠 일이 있었다는 것에서 연결고리를 찾자.

 

한 대원의 이야기를 보자.

 

“상대는 저와 같은 곳에서 일하던 사람이에요. 일하면서 몇 번 마주치긴 했지만 별로 친하진 않았고, 퇴사한 지금은 제가 일부러 그곳에 가지 않는 이상 마주칠 일이 없네요. 상대 연락처도 모르고…, 이전 동료들을 통하면 알아낼 수야 있겠지만 물어 보기도 좀 그러네요. 이럴 땐 어떻게 다가가죠?”

 

이러긴 좀 그렇고 저러기도 좀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다간, 그냥 계속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일단 뭐든 좀 저지르자. 위 대원의 경우 과거에 상대와 마주칠 수 있는 여러 날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흘려 보낸 게 안타깝긴 한데, 그건 지나간 일이니 접어두고 지금이라도 말을 걸어보자.

 

“최근에 이전 직장에 간 적 있어요. 그때 마주쳤는데,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히 가세요/네 계세요.’가 전부였네요.”

 

그러지 말고, 그냥 상대가 ‘어? 우리 그렇게 까지 안 친한데 왜 내게 그런 걸 묻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질문을 해도 된다. 그냥 “어? 머리 자르셨네요. 잘 어울려요.”라고 훅 들어가도 된단 얘기다. 묻는 입장에서야 친하지도 않은데 저런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해 상대가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걱정될 수 있지만, 실제로 이성이 ‘호의적인 얘기’를 해준 것에 대해 거의 모든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쪽에서 염려하듯 상대가 분노하거나 “언제 봤다고 제 머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시는 거죠?”라며 받아 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으니, 호의적인 말 한 마디부터 걸어봤으면 한다.

 

또, 둘이 이전에 마주치게 된 원인인 ‘같은 직장’이었다는 것 자체가 연결고리라 할 수 있으니, 다른 연결고리를 생각해내느라 애먼 곳에서 애쓰지 말자. 그 업무를 하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것들이나 업무의 장단점, 또는 꿀팁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되고, 좀 더 가까워지면 직장동료들에 대한 얘기나 직장 근처 맛집 얘기, 그곳에 입사하게 된 계기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된다. 전공이 비슷하다면 좀 더 깊은 서로의 이전 이야기들 까지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꽤 많은 대원들이

 

-상대도 내게 호감이 있다는 걸 확인한 후 좀 더 친해지면, 그때 날 오픈하며 연결고리를 만들겠다.

 

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봄에 밭도 갈지 않곤 가을에 풍년이 들길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잊지 말자. 지금은 우연과 행운을 기다리고만 있을 게 아니라, 직접 나서서 만들어야 할 때다. 

 

 

2. ‘나 좋다던 남자’들과 단순비교를 하면 곤란하다.

 

‘이젠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겠다’고 하는 대원들을 보면, 운 좋게 상대와 인연이 닿아 연락하는 사이가 된 후에도, 오로지 상대에 대해서만 평가하며 ‘그가 날 좋아하는지?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게 확실한지?’만을 궁금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자기 패는 하나도 안 보여주면서, 상대가 모든 패를 다 열어 보여주길 바라는 거라 할까.

 

한 대원의 경우, 상대가 근 2주동안 매번 선톡을 했는데 2주 후부터는 선톡이 오지 않으며, 오늘 월요일인데 금요일 저녁부터 상대에게서 연락이 없었다고, 내게

 

“뭐죠? 어장관리인가요? 아니면 어떤 변화가 생겨서 제게 연락을 안 하는 건가요? 다른 여자가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제 어떤 모습에 상대가 실망을 한 걸까요? 주말 내내 연락이 없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이러니 당황스럽네요.”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자신은 상대에게 2주간 메시지 딱 한 번 먼저 보냈으면서….

 

그러면서도

 

“여자가 먼저 연락하는 건 아무래도….”

“남자가 관심이 있다면, 이러진 않겠죠?”

“보통 남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원래 먼저….”

 

라는 얘기만 하는 게, 난 참 답답하다. 예전에 만났던 ‘나 좋다는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며 자꾸 그와 비교를 하는데, 그래버리면 상대가 연애에 목말라 하며 얼른 이쪽과 사귀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 아닐 경우, 이쪽은 팔짱 끼고 지켜만 보며 부정적인 증거 32가지를 찾아내는 일 밖에는 할 게 없다.

 

상대가 이쪽에게 호감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 ‘나 좋다는 남자’처럼 헌신을 앞세워 구애하는 게 아님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런 식으로 생각할 것 같으면, 이쪽은 상대에게 절대 ‘내게 호감 가진 여자’로 보일 수 없음도 기억하자. 상대 입장에서 보자면 이쪽은 먼저 선톡 보내는 일 거의 없으며, 기분에 따라 리액션도 그냥 마음대로 하고, 연락을 기다린다거나 대화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도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상대만 현미경으로 관찰하진 말았으면 한다.

 

 

3. 빠르고 느림의 문제. 그리고 상처 방지를 위한 부정적 해석의 문제.

 

빠르고 느린 건 개인 성향이나 경험의 차이에서 좀 갈리는 부분인데, 보통 이제 막 ‘앞으로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볼 거야!’하는 마음을 가진 대원들은 ‘빨리 진행이 안 되는 걸 보니 인연이 아닌가 보다.’하며 금방 포기하곤 한다. 앞서 말했듯 ‘나 좋다는 남자’가 들이대던 것과 비교해보면 지금 상대의 태도가 ‘관심 없음’으로 여겨지기에, 거기에 매달려 있는 것도 짜증나거나 자존심 상하니 얼른 접어버리는 것이다.

 

또, ‘나 좋다는 남자’와 사귀는 것에는 프로지만 ‘내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며 친구나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아무래도 빨리 승부를 보라는 조언에 더 끌리는 까닭에 서두르다 관계를 망치기도 한다. 고백이랍시고는, 나랑 진지하게 만날 마음이 있냐 없냐 없으면 이렇게 연락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해 끝장내고 마는 것이다.

 

그러다 얼마쯤 지나고 생각해 보면, 자신이 친구의 부추김에 너무 조급하게 들이댔다는 걸 깨닫거나,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는데 ‘친해지는 과정’도 생략하고 사귈 거냐 말 거냐 만 물었다는 걸 뉘우치기도 한다. 그럼 그땐

 

‘이젠, 관심이 가는 사람이 생기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알아가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때문에 또 아무 것도 안 하면서 그냥 시간만 보내는 ‘느림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슨 고지서 발송하는 것도 아닌데, 한 달 에 한 번 연락해서는 겨우 안부 한 번 묻곤, ‘이번 달엔 이걸로 됐고, 다음 달에는 근로자의 날쯤 연락해 봐야지.’ 하고 마는 것이다.

 

더 당황스러는 건, 그러는 와중에도 ‘내가 상대에게 호감이 있다는 이유로, 조금이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받을 순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여차하면 상대를 나쁜 사람 만들거나 애초에 자신도 그렇게까지 상대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건 아니라는 핑계로, 포기할 준비를 미리 해 두고 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내게 도착하는 사연의 뉘앙스만 봐도

 

“이게 엄청 막 사귀고 싶고 그런 건 아니고 친해지고 싶다 정도인데, 현 상황을 보면 잘 될 것 같진 않음. 그런데 뭐 사람일은 모르는 거고 하니까, 방법 있으면 알려나 주시면 좋을 듯.”

 

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은 하고 있지만, 일주일 사이에 상대와는 한 마디도 안 하면서 사연을 네편 씩이나 이어서 보내는 걸 보면 저게 진짜 속마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심한 경우, 내가 다섯 지점에서의 긍정적인 신호를 말해줘도, 애매한 한 부분을 짚으며 ‘근데 여기서 요 정도인 걸 보면 잘 안 될 걸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기대가 작으면 실망도 작으며 상처받을 일도 줄긴 하겠지만, 그걸 위해 언제든 발 뺄 생각하며 발목 까지만 담그면, 상대와 가까워 지기도 어렵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끝으로 하나 더. 인기가 많았으며 대부분 남자의 열정적인 대시로 연애를 시작한 대원들은, 8할 정도가 말(표현)을 제대로 안 한다는 얘기도 적어 두고 싶다. 내게 도착한 사연 신청서만 봐도, 대부분 신청서의 빈 칸을

 

“없음/모름/있음/아님.”

 

라고 간단하게만 채우고 만 까닭에, 난

 

‘이 사람은, 자기 사연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뭔갈 말하기가 귀찮거나, 현 상황에서 저절로 다 해결되기만 바라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간 구애하는 상대가 알아서 다 해주니 먼저 뭔가를 할 것 없이 수동적으로 리액션만 해도 얼마쯤 연애를 하는 게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호감 가는 사람과 동등한 입장에서 연애를 하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많이 말하고 표현해야 함을 기억하자. 늘 구애 받는 입장이던 자신이 상대에게 먼저 호감을 느꼈다는 걸로 자기 몫은 다 한 것처럼 생각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거긴 출발선이지 결승선이 아니니,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얼른 더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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