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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삼십 대 여자의 소개팅, 왜 이상한 남자가 많이 나올까?

by 무한 2018. 12. 1.

우선, 싱글이 점점 줄어간다는 물리적인 문제가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여자A와 남자A를 이어줬을 텐데, 연애 중이거나 결혼 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여자C와 남자E를 이어주거나, 여자 F와 남자D를 이어주는 식으로

 

-싱글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이어주려는 문제.

 

가 발생하는 거라고 할까. 게다가 ‘이제 만나면 결혼까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짐작을 주선자들도 어느 정도 하고 있기에,

 

-여자 쪽 집은 개업을 도와줄 수 있는 재력. 남자는 전문직.

-여자는 안정적인 남자를 원함. 마침 남자가 고소득.

-여자가 얼른 결혼하고 싶어함. 남자도 결혼을 원함.

 

정도의 상황이면 일단 자리를 마련해줘 보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삼십 대 여자가 소개팅에 나가 내상을 입게 되는 것엔 이것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오늘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삼십 대 여자의 소개팅, 왜 이상한 남자가 많이 나올까?

 

1. ‘네가 구제해줘라’의 문제.

 

얼마 전 내 지인도 소개팅을 주선하려 하며 내게 의견을 물었는데, 소개해주려는 사람들을 둘 다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건 아니지. A도 A의 눈높이가 있고 또 바라는 연애가 있을 텐데, 그냥 막 둘 다 솔로라고 이어주면 안 되는 거지. A가 착하고 괜찮고 뭐 그런 거 다 맞아. 근데, 일 잘 한다고 일 더 주며 아예 뼈를 묻으라고 하면 안 되는 거잖아. 그리고 솔직히 너라면 B랑 소개팅 할 거야? 아니 물어만 본 건데 왜 화를 내. 봐봐 너도 이렇게 질색하잖아. 너도 질색하는 걸 A에게 넘기지 마.”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처럼 삼십 대의 소개팅에선 ‘둘이 잘 어울림’이라는 개념이, 선남선녀를 이어준다는 것보다, ‘한쪽을 다른 한쪽이 구제해줄 수 있기에 잘 어울리는 것’인 사례가 꽤 많다. 내게 도착하는 사연만 봐도

 

-남편 선배가 사람 참 좋은데 연애만 못 해봤고, 얘도 못 해봤으니 이어줌.

-아는 오빠가 한 번 다녀왔고 애가 있는데, 얘가 잘 돌볼 것 같으니 이어줌.

-소개팅 압박하는 거래처 사장님. 인연이라 잘 될지 모르는 거니 얘랑 이어줌.

 

의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그냥 딱 얘기만 듣고도 소개팅 할 의욕이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한 번 편하게 만나봐’라는 말을 거절하지 못하고 자리에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로였으면서 왜 나갔냐고 물어보면,

 

-이거 거절하면 또 안 해줄까봐.

-혹시 모르는 거라고 주선자가 자꾸 말하니 세뇌당해서.

-이제 내가 이런 소개를 받게 된 처지인 건가 하며 얼떨결에.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고 대원들은 대답한다. 그래 버리니, 소개팅 후 내 얘기 좀 들어보라면서 3시간은 우습게 말할 수 있는 황당한 소개팅 후기가 느는 거라 할 수 있겠다.

 

 

2. 나이와 함께 자라난 독선, 그걸 또 받아주는 사회적 처세술.

 

그러니까, ‘꼰대화’가 진행 중인 상대를 소개팅에서 만나게 될 확률이 높아진 거라 할까. 이건 나도 나이가 들며 친구들과 어울릴 때 불편해진 부분 중 하나인데, 이십 대 꼬꼬마일 땐 그냥 가볍게 둥글둥글 웃자고 한 말들이 많았던 반면, 삼십 대가 되어선 ‘그건 내가 잘 알지’라며 딱딱하게 굳어가는 자기 생각만 내미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부정적인 성향은 ‘냉소+부정’으로 심화 되고, 우쭐하는 성향은 ‘우쭐+남 깎아내리기’로 심화 되며, 부족한 사회성은 ‘인생은 어차피 독고다이+아쉬울 것 없다는 정신승리’로 심화 되는 사례도 많다. 잘난 척을 좀 해서 별로였던 상대가, 이제는 무례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여 우정이 깨지게 된, 뭐 그런 류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고 말이다.

 

소개팅에서 등장한 구체적인 사례들은 그 말 자체로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여기다 인용해 말하긴 좀 그렇고, 여하튼 소개팅에 나와 다짜고짜 지적질을 해대거나, 자기 자랑만 늘어놓거나, 배틀 뜨러 나온 사람처럼 말 끊고 ‘내가 아는 더 대단한 사례’만을 나열하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거라고만 적어두도록 하겠다.

 

저런 태도는 사실 허를 찌르는 일침들로 부서지고 깨져야 하는 건데, 나이가 들며 다들 사회적 처세술을 사용하다 보니 딱히 ‘듣기 싫은 소리’를 해 주는 사람도 없어 계속 심해지고, 더불어 소개팅 자리에선 주선자까지를 생각해 그냥 뛰쳐나가고 싶은 것도 참고 억지로 웃으며 들어주다 보니 ‘그래도 되는 줄 알고’ 더욱 엉망인 모습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그렇게 또 웃픈 소개팅 사연들은 늘어가게 되고….

 

 

3. ‘아직까지 진짜 뭘 몰라서’의 문제.

 

고등학교 가기 전의 일로 기억하는데, 당시 나도 여자사람과 처음 단둘이 만난 적이 있다. 내가 고학년이라 반말을 하고 상대는 존대를 했으며, 난 어디 가서 뭘 해야 좋을지 몰라 일산 호수공원엘 갔다. 호수공원 한 바퀴가 7km정도 되는데, 어디 앉지도 않고 별 말 없이 쉼 없이 걸었던 기억이 난다. 갈수록 상대의 얼굴이 붉어졌는데, 그걸 난 ‘힘들어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인 것으로 해석했다.

 

낮이었고, 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남방을 입고 있었는데, 갑자기 걷다가 벗기도 뭐하고 해선 계속 입고 있었다. 몸에선 계속 땀이 나 안에 입은 반팔티가 붙어 왔으며, 종종 상대가 가까이 붙었을 땐 상대의 머리에서 다리미 냄새 같은 게 났다. 상대가 나와 친구인 이성이었으면 그냥 웃긴 얘기도 하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게 아닌 까닭에 속으로 256가지 생각을 하며 침 삼키는 것까지 신경 쓰고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그러다 내가

 

-이 남방이, 내가 가진 옷 중에 제일 좋은 것.

 

이라고 말했던 부분으로, 당시의 나를 지금 만날 수 있다면 “그런 얘길 뭐하러 해 미친놈아.”라며 등짝을 세게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여하튼 내가 꼬꼬마시절 크고 아름답게 했던 저런 헛발질을, 서른 넘어서도 하는 대원들이 생각보다 꽤 많이 존재한다. 이성과의 접점이 거의 없었기에 돌아볼 계기 역시 없었다거나, 누가 말해준 적도 없었기에 그냥 투박한 그 모습 그대로 굳어지고 만 것이다.

 

그러니까, 상대가 마음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먹은 건 제가 살 게요. 커피 사세요.”

“영화는 제가 예약할 테니까, 밥 쏘세요.”

“좀 먼 데다 주말이라 차 막히겠지만, 데려다 드릴게요.”

 

등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 빈정을 상하게 한다거나, 베풀고도 빛바래게 만드는 사례부터 ‘별 의미 없이 물은 것이지만 그게 실례가 될 수 있는 행동’ 들까지 해서 망치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저 위의 멘트를 한 남성대원에게 ‘저런 얘기를 한 이유는?’이라고 물었더니 ‘말도 해야 하고 리드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다고 하던데, 이렇듯 진짜 ‘뭘 몰라서’ 당황스러운 일을 벌이는 대원들도 있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남자를 소개팅 자리에서 만났다고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진 말길 권한다. 사실 주선자 입장에서는 이쪽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서만 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대’를 위해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으며, 서른 넘어서의 소개팅은 ‘인간성’을 보고 어울림을 결정하기보다 ‘이력서’를 보고 어울림을 판단해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더불어 소제목 3번에서 말한 남자들의 경우, 조금만 개간하면 안에 황금이 묻혀 있는 땅일 수 있으니 너무 디테일하게 평가만 하지 말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무한님, 제가 만나서 파봤는데, 안에 지뢰가 있던데요?”

 

지뢰를 발견하거나 밟는다면 그땐 또 내게 사연을 보내면 된다. 그러니 이전 몇 번의 소개팅으로 인해 내상을 입었다고 너무 움츠러들거나 포기하지 말고, 두근두근한 약속들을 잡아봤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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