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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모임에서 만난 남자랑 썸탔는데, 식어가는 게 느껴져요.

by 무한 2018. 12. 14.

이건 상대가 마음이 떠서 식어간다기보다는, H양이 대화의 멍석도 깔지 못하며 혼자 조급한 마음에 아무렇게나 질렀다가 부담을 줘서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H양의 기대도 너무 크고, 망설이다가 했다는 멘트 역시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내 기대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빈정이 상해 이상한 복수를 하려고 하는 건 가장 바보 같은 짓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어느 대원은

 

“상대가, 카톡을 세 시간이 지나서야 확인하고 답장하더라고요? 그것도 별로 성의 있는 대답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전 일부러, 그 사람이 보낸 답장 똑같이 세 시간 지나서 확인하고 단답만 했어요. 대답이 오긴 하던데, 그건 안 읽고 넘긴 뒤 다음 날 확인했고요.”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무의미한 복수전 때문에 연락의 텀은 점점 길어져 하루이틀 늘어나다, 결국 둘의 관계는 종결되고 말았다. 다행히 H양이 ‘일부러 하는 연락 시간차 공격’을 한 건 아니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하게 되었을 때 그 실망이 잔뜩 묻어나오는, 그런 문제가 H양에게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모임에서 만난 남자랑 썸탔는데, 식어가는 게 느껴져요.

 

H양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여성대원들의 사연을 읽으며 내가 가장 답답한 건, 그녀들이

 

-상대가 나에게 먼저 연락이나 만나자는 말을 하는가, 아닌가.

-내가 꺼낸 주제에 대해 상대가 계속 길게 말을 하는가, 아닌가.

-일부러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도 상대가 그걸 부정해주는가, 아닌가.

 

라는 것만 확인하려 애쓴다는 거다. 몇몇 대원들에게 ‘대체 왜 이러시는 거죠?’라고 물었더니 공통적으로

 

-그래야 내가 확신을 갖고 올인할 수 있음.

 

이란 뉘앙스의 대답을 하던데, 난 제발 그녀들이 확신을 바라기 전에 작은 믿음 정도만이라도 갖곤 최소 50% 정도는 집중하고, 믿어도 될 것 같을 때도 80% 정도만 할애했으면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계속 재기만 하다가 아예 시작도 못 하고 마는 일이 벌어질 수 있으며, 그렇게 관찰하기 바빠 자신의 매력은 전혀 보여주지도 못하고 끝날 수 있다. 상대가 얼른 막 내 마음처럼 만나려고 하고 계속 대화하려 하길 바라는 H양 역시, 상대와 나눈 카톡대화만 놓고 보면 별 색깔 없이 그냥 심심해하는 여자처럼 보일 뿐이다. 그 자리에 누굴 데려다 놔도 전부 문답이 가능할 아주 얕은 대화를 할 뿐이며, 그런 와중에 뭐 하나에 빈정상하면 거기서 더 이상 말도 없이 H양은 대화를 종료해버리지 않는가.

 

또, 몇몇 여성대원들은

 

“오빠랑 얘기하고 싶어서 기다렸는데, 피곤하면 자도 돼용.”

“주말에 오빠랑 만나게 될까 했는데, 약속 가도 돼용.”

“다른 거 할 거 있다고 하니 그만 방해할게용.”

 

등의 표현을 ‘남자가 좋아할 귀여운 표현’이라 생각했단 말을 하기도 하는데, 저건 ‘남자들이, 자신들이 바라는 것 같다고 말하는 내게 반한 여자의 귀여운 들이댐’인 거지, 실제로는 저런 멘트가 잘못된 상황일 때 큰 리스크를 안길 수 있으며 남자를 오만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는 표현이다.

 

 

물론 여린마음동호회원인 까닭에 돌다리 앞에서도 손에 피날 때까지 두드리고만 있는 거 알고, 며칠간 용기를 충전하고도 겨우

 

“오빠! 근데 오빤 무슨 영화 좋아해요?”

 

따위의 멘트만을 날린 후 방전돼

 

“넹 ㅎㅎ”

“헤헷”

“헉 ㅠㅠ”

 

하곤 다시 ‘정신과 시간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도 안다. 아는데, 그래 버리면 전력질주하며 구애하는 금사빠를 제외한 대부분의 남자와는 연을 맺기 힘들며, 다 차려진 밥상을 멀리서 수저 든 채 바라만 보는 이상한 짝사랑 같은 것만 하게 될 수 있다.

 

그러니 상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지금 이미 이 관계가 시작되었다는 생각으로 임하도록 하자. 지금 상대와 카톡대화를 하고 있는데도

 

“안 졸려요? 피곤하죠? 오빠랑 얘기하고 싶지만 피곤하면 자도 돼요. 나중에 시간 날 때 얘기 많이 하면 되니까.”

 

따위의 이야기만 하며 기회를 걷어찰 필요는 없는 거다. 지금이 바로 상대와 친해질 수 있으며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런 기회를 왜 자꾸 부정적인 질문으로 떠보거나 ‘오빠랑 얘기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며 낭비하고 마는가.

 

그게 또 사실 ‘상대와 나누고픈 얘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상대와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 인 까닭에, 당장 열려 있는 대화창에서 대화하면서도 ‘나랑 대화할 거야? 나랑 대화하고 싶은 거 맞지?’라고 묻게 되는 건데, 그러다간 상대에게 ‘피곤하며 부담스러운 사람’이란 이미지만 심어주게 될 수 있으니, 혼자 달려나가는 마음을 못 그러도록 막는데 힘쓰길 바란다. 순풍이 부는데, 굳이 뱃머리를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돌려 헤쳐 나가려 하지 말고 바람 타 쉽게 가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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