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만난 남자랑 썸탔는데, 식어가는 게 느껴져요.
- 2018. 12. 14. 20:21
- Written by 무한™
이건 상대가 마음이 떠서 식어간다기보다는, H양이 대화의 멍석도 깔지 못하며 혼자 조급한 마음에 아무렇게나 질렀다가 부담을 줘서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H양의 기대도 너무 크고, 망설이다가 했다는 멘트 역시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내 기대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빈정이 상해 이상한 복수를 하려고 하는 건 가장 바보 같은 짓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어느 대원은
“상대가, 카톡을 세 시간이 지나서야 확인하고 답장하더라고요? 그것도 별로 성의 있는 대답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전 일부러, 그 사람이 보낸 답장 똑같이 세 시간 지나서 확인하고 단답만 했어요. 대답이 오긴 하던데, 그건 안 읽고 넘긴 뒤 다음 날 확인했고요.”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무의미한 복수전 때문에 연락의 텀은 점점 길어져 하루이틀 늘어나다, 결국 둘의 관계는 종결되고 말았다. 다행히 H양이 ‘일부러 하는 연락 시간차 공격’을 한 건 아니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하게 되었을 때 그 실망이 잔뜩 묻어나오는, 그런 문제가 H양에게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H양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여성대원들의 사연을 읽으며 내가 가장 답답한 건, 그녀들이
-상대가 나에게 먼저 연락이나 만나자는 말을 하는가, 아닌가.
-내가 꺼낸 주제에 대해 상대가 계속 길게 말을 하는가, 아닌가.
-일부러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도 상대가 그걸 부정해주는가, 아닌가.
라는 것만 확인하려 애쓴다는 거다. 몇몇 대원들에게 ‘대체 왜 이러시는 거죠?’라고 물었더니 공통적으로
-그래야 내가 확신을 갖고 올인할 수 있음.
이란 뉘앙스의 대답을 하던데, 난 제발 그녀들이 확신을 바라기 전에 작은 믿음 정도만이라도 갖곤 최소 50% 정도는 집중하고, 믿어도 될 것 같을 때도 80% 정도만 할애했으면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계속 재기만 하다가 아예 시작도 못 하고 마는 일이 벌어질 수 있으며, 그렇게 관찰하기 바빠 자신의 매력은 전혀 보여주지도 못하고 끝날 수 있다. 상대가 얼른 막 내 마음처럼 만나려고 하고 계속 대화하려 하길 바라는 H양 역시, 상대와 나눈 카톡대화만 놓고 보면 별 색깔 없이 그냥 심심해하는 여자처럼 보일 뿐이다. 그 자리에 누굴 데려다 놔도 전부 문답이 가능할 아주 얕은 대화를 할 뿐이며, 그런 와중에 뭐 하나에 빈정상하면 거기서 더 이상 말도 없이 H양은 대화를 종료해버리지 않는가.
또, 몇몇 여성대원들은
“오빠랑 얘기하고 싶어서 기다렸는데, 피곤하면 자도 돼용.”
“주말에 오빠랑 만나게 될까 했는데, 약속 가도 돼용.”
“다른 거 할 거 있다고 하니 그만 방해할게용.”
등의 표현을 ‘남자가 좋아할 귀여운 표현’이라 생각했단 말을 하기도 하는데, 저건 ‘남자들이, 자신들이 바라는 것 같다고 말하는 내게 반한 여자의 귀여운 들이댐’인 거지, 실제로는 저런 멘트가 잘못된 상황일 때 큰 리스크를 안길 수 있으며 남자를 오만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는 표현이다.
물론 여린마음동호회원인 까닭에 돌다리 앞에서도 손에 피날 때까지 두드리고만 있는 거 알고, 며칠간 용기를 충전하고도 겨우
“오빠! 근데 오빤 무슨 영화 좋아해요?”
따위의 멘트만을 날린 후 방전돼
“넹 ㅎㅎ”
“헤헷”
“헉 ㅠㅠ”
하곤 다시 ‘정신과 시간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도 안다. 아는데, 그래 버리면 전력질주하며 구애하는 금사빠를 제외한 대부분의 남자와는 연을 맺기 힘들며, 다 차려진 밥상을 멀리서 수저 든 채 바라만 보는 이상한 짝사랑 같은 것만 하게 될 수 있다.
그러니 상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지금 이미 이 관계가 시작되었다는 생각으로 임하도록 하자. 지금 상대와 카톡대화를 하고 있는데도
“안 졸려요? 피곤하죠? 오빠랑 얘기하고 싶지만 피곤하면 자도 돼요. 나중에 시간 날 때 얘기 많이 하면 되니까.”
따위의 이야기만 하며 기회를 걷어찰 필요는 없는 거다. 지금이 바로 상대와 친해질 수 있으며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런 기회를 왜 자꾸 부정적인 질문으로 떠보거나 ‘오빠랑 얘기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며 낭비하고 마는가.
그게 또 사실 ‘상대와 나누고픈 얘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상대와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 인 까닭에, 당장 열려 있는 대화창에서 대화하면서도 ‘나랑 대화할 거야? 나랑 대화하고 싶은 거 맞지?’라고 묻게 되는 건데, 그러다간 상대에게 ‘피곤하며 부담스러운 사람’이란 이미지만 심어주게 될 수 있으니, 혼자 달려나가는 마음을 못 그러도록 막는데 힘쓰길 바란다. 순풍이 부는데, 굳이 뱃머리를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돌려 헤쳐 나가려 하지 말고 바람 타 쉽게 가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 어젠 '댓글 허용' 체크를 실수로 더블클릭해 불편을 드렸습니다. 암소쏘리벗알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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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2018.12.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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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ㄹ2018.12.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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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2018.12.1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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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2018.12.1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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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Z2018.12.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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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2018.12.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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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잘 긁으면 안에 들은 숫자가 변할 수도 있는 걸까요.
친해진다는 건 시나브로 물들어 가는 일이라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말씀도 공감 가요.
무한 님이 저한테도 자꾸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한다고 말씀해 주신 적 있는데 지금은 좀 더 나아졌는지 잘 모르겠네요. 찔릴 듯 말 듯한 오늘 매뉴얼.. ㅋㅋ
김과장2018.12.1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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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찰진 비유에 감탄하고 갑니다!
피안2018.12.1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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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5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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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ㅍㄹ2018.12.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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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탱2018.12.17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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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순간 모임에서 금사빠 맨날 차이는 이미지여서 .
굳이 사람들한테 다가가기도 싫고 ..
그냥 모임이 좋아서만 .... 조용히 살아야지 ..
문젠 그랬더니 ...슬퍼지네요 ㅜㅜ
저그2018.12.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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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같은자리에 계시니 정겹습니다.
남자들이, 자신들이 바라는 것 같다고 말하는 내게 반한 여자의 귀여운 들이댐
이거 무슨말인지 여러번 읽어도 모르겠어요..
푸휴2018.12.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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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a2b2018.12.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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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3가지 예시) 이런걸 원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남자가 정확하게 이걸 바라는게 아니라, 바라는것 같다는 식의 대답인거고(즉, 남자 본인도 확신없음)
실제로는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안 좋은 화법이다)
라는 의미 같네요.
AtoZ2018.12.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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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바람 자체가 순전히 그 남자 중심의, 온전히 이기적인 바람이기 때문에 실제 그렇게 말해줄 경우 그 여자의 존재는 완전히 남자의 편의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 남자를 오만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실제 옆에 있는 여친이 들으면
"개뿔, 꿈꾸고 있네~"하고 콧방귀 낄 소리라는 거죠.
청람2019.01.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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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B : 나? 글쎄... [~~용] 이라면서 나한테 접근하면 귀여울 것 같은데?
위 대화를 한문장으로 쓴 것이 "남자들이, 자신들이 바라는 것 같다고 말하는 내게 반한 여자의 귀여운 들이댐" 이지 않을까요? ^^
다만, 위 글에서 핵심어는 "(이미)내게 반한 여자"이고 그걸 알기 때문에 "~~용"이라고 해도 귀여워 보일 수 있는 것이고 그런 느낌이나 관계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용"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무한님이 하고자 하신 말씀 아닐까 싶습니다.
Urnaa2018.12.1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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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서니2018.12.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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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뭐2018.12.29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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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왔어요. 요즘은 애기 키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무한님 글도 잘 못 읽고 ㅠㅠ
혹시 또 책은 안 내시나요? 그리고 무한님 결혼생활도 너무 궁금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