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Y양이 남자를 대하는 방식이 어장관리형태이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고, 다르게 말하자면 상대도 어장관리형태로 Y양을 대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관리자 VS 관리자’의 신경전이랄까. 서로 그냥 멀리서 떡밥만 뿌릴 뿐 바짝 달려들진 않으니, 뿌릴 때만 반짝 반응할 뿐 나머지 시간엔 연락 없이 남으로 지내도 이상할 것 없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일은 주로 ‘인기 많은 남녀대원’이 만났을 때 일어나며, 보통의 경우
관리자여성대원 – 바쁜가 보네ㅎㅎ 연락이 없어~
일등참치남성대원 – 바쁘긴! 요즘 뭐해? 오늘 바빠? 이후 블라블라….
라며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관리자여성대원 – 바쁜가 보네ㅎㅎ 연락이 없어~
관리자남성대원 – 뭐야ㅎㅎ 기다려도 연락 안 오드만ㅎㅎ
정도로 대응만 하고 다시 팔짱 끼고 있는 게 특징이 있다.
관리자인 여성대원들은, 이게 말만 툭 던져도 열심히 혼자 인터뷰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보통의 경우와 분명 다르기에, 당황하며 내게
“카톡 좀 하다가 그냥 끊겨요. 상대가 좀 씹는 느낌이랄까요? ‘난 ~해야겠다.’ 같은 얘기를 하면, 읽고 그냥 씹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건 왜 이러는 거죠?”
라고 묻곤 한다. 우리끼리니까 편하게 말하자면, 떡밥을 던졌는데도 그걸 받아 열심히 되묻거나 반응하지 않으니 당황하는 것인데, 사실 따지자면 그건 둘 다 똑같은 방식으로 서로를 대하고 있는 거라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벌어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Y양은 상대를 굉장히 만만하게 보며
-상대는 얼굴 작고 마른 편이라서 아이돌 외모 같음. 남성미가 느껴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호불호 갈리는 외모라고 생각함. 그래서인지 남자답게 ‘고!’ 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함.
이라는 이야기를 내게 하기도 했는데, Y양이 내 지인이었으면
“야, 박보검 같은 남자를 남성미 없다는 식으로 폄하하면 안 되지. 그래 버리면 별 보러 못 가. 그리고 만날 다음날 연락이 없는 건 아쉽지 않다는 증거지, 남자 답지 못 해서 ‘고!’ 안 하는 게 아니야….”
라며 이상하게 합리화하는 것에 제동을 걸어줬을 것 같다.
저건 Y양이, 모든 남자를 ‘내 어장 속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로만 갈라 판단하기 때문일 수 있는데, 그런 의미로 비유하자면 ‘수달’ 같은 남자도 있을 수 있는 거다.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식겁하는 존재가 바로 수달 아닌가. 수달은 그물을 찢고 어장 속에 들어와 배를 채우며, 배를 채우고 난 후엔 다시 유유히 빠져나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Y양과 그의, 관리자 레벨이 달랐던 것으로 결론짓자. Y양이 ‘들이대는 사람에게 가끔 떡밥 주고 관심을 즐기는’ 정도의 일반 관리자였다면, 상대는 살을 주고 뼈를 칠 줄 아는 고급 관리자였던 거라 할 수 있겠다. 굳이 고자세를 취하며 자존심 세울 필요 없으니 Y양이 다가오면 Y양과 놀고 밥까지 얻어먹곤, 안 다가올 땐 그렇다고 막 아쉽거나 절실한 것 아니니 그냥 두었던 것이다.
Y양은 내게
“이 모든 게 저의 착각인가요? 아니면 걔가 저를 헷갈리게 하는 게 맞는 건가요?”
라고도 물었는데, 이 질문에 답을 하기도 솔직히 좀 애매하긴 하다. Y양은
“토요일에 진짜 왔어요. 먼 거리인데도, 저 보러 내려온 거예요.”
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토요일에 오라고 한 건 Y양이지 않은가. 오라고 하니 온 건데, 그걸 두고 ‘오라고 하니 진짜 왔는데, 그건 무슨 마음인 거죠?’라고 물으면 난 곤란해진다.
내가 Y양에게 권하고 싶은 건, 그저 상대를 유혹하려 하거나 심리를 읽어 무슨 기술 같은 걸 쓰려 하지 말고, 그냥 상대와 대화하고 싶을 때 먼저라도 말을 걸며 진짜 관심을 갖고 물어보기도 하라는 것이다. 상대와 만나 밥 먹으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에, 굳이 ‘나에게 들이대는 다른 남자’ 이야기를 하며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만을 볼 필요는 없는 거다. 오라고 하면 진짜 오는지를 보려고 변죽 울리는 이야기로 떠볼 것 없이, 요즘 어떻게 지내며 뭐 좋아하는지를 물어보면 되는 거고 말이다.
Y양이 지금까지 상대 심리를 읽었다며 ‘완전 소심하고 순수한 듯’이라고 한 분석은, 사실 Y양 자신에 대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는 그냥 그런 척하면서 Y양 스스로 자기 속마음을 다 말하게 한 것인데, 거기에 넘어가 술술 다 말해 놓고는 상대를 ‘어린 애’ 정도로 여기고 만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쿨하고 센 누나’를 연기하며 우위를 점하며 상대를 읽으려 하다간 바보가 될 수 있으니, 그런 것 역시 그만하고 그냥 본래의 Y양을 보여주며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 있게 노력했으면 한다. 그랬을 때 이번 상대의 반응이 어떨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Y양이 괜찮은 사람과 만났을 때 정말 친해지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좋은 연습이 될 것은 확실하니 말이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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