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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가볍고 짧은 연애만 하게 되는 여자예요. 전 뭐가 문제죠?

by 무한 2019. 3. 19.

L양은 자신에게 엄청나게 들이대는 남자에게 ‘사귈 기회’를 주는데, 그게 첫 번째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의 여자사람들은 그런 남자를 보며

 

‘뭐야, 금사빠인가? 너무 급하고 혼자 들떠있네.’

 

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L양은

 

‘나한테 진짜 푹 빠졌네. 운명이라서 그런 건가?’

 

하고 맙니다. 그러다 보니 L양의 예선전을 통과하는 남자들은 알게 된 지 최대 일주일 이내에 고백을 하는 사람들이며, 사귄 지 한 달도 안 되어 동거나 결혼의 얘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L양도 이제 나이가 있고, 그런 연애를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며, 기본으로 장착한 ‘촉’에 이상함이 감지되어 상대의 진심을 확인하려 하긴 하는데, 그건

 

“가볍게 생각하고 이러는 거면 그러지 마. 진지한 거 아니면 연락하지 마.”

 

라는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이건 마치 1,200~1,500만원 하는 중고차가 300만원에 올라온 걸 보곤 전화를 걸어

 

“허위매물 아니죠? 진짜 이상 없는 찬데 300만원 인 거죠? 바로 살 수 있는 거죠?”

 

라고 묻는 것과 같은 것으로, L양의 질문에 “사실 가볍게 몇 번 보자는 거였어. 미안.”이라거나 “300만원은 훼이크고, 방문하면 10년 넘은 경차나 떠넘길 생각이었어요.” 라는 대답은 앞으로 한두 세기를 더 살아도 들을 일이 없을 것입니다.

 

가볍고 짧은 연애만 하게 되는 여자예요. 전 뭐가 문제죠?

 

 

두 번째 문제는, 말하다 보니 위에서도 등장했는데, 바로 ‘행동은 안 보고 말만 듣고 믿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L양은 제게

 

“빠르긴 했지만, 결혼하자는 얘기도 진지하게 했습니다.”

“자기 가족 만나자, 우리 부모님께 인사하자, 그런 얘기도 했습니다.”

“제가 화낼 때 자기가 정말 잘못했다며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을 접어두고 ‘행동’을 보면

 

-결혼은 1도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데이트도 어려워짐.

-가족은커녕 친구들도 만난 적 없음.

-친구들 만나서 놀며 계속 연락 안 함. 잠수이별까지 이어짐.

 

이었지 않습니까? 상대의 진심을 증명하는 것은 행동인데 L양은 그걸 전혀 보지 않으며, 그냥 상대의 말을 다 믿고는 나중에 ‘내게 거짓말을 했다’고 할 뿐입니다. 저는, 그건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고귀한 신뢰 같은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상대에게 다 맡긴 까닭에 그냥 속아 넘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연락 문제로 상대와 싸웠을 때도, L양은 자신이 너무 강하게 말한 것 같아 사과한 것을 두고

 

“제가 먼저 사과했고, 오빠는 사과를 받아줬습니다. 화 풀라고 계속 말하니 화 다 풀렸다고도 대답해줬고요.”

 

라는 이야기를 제게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지점들이 솔직히 전 좀 당황스럽습니다. ‘답정너’인 질문을 해서 대답을 듣고는 혼자 만족하는 지점이라든지, 옆구리 찔러서 억지로 대답 들어 놓고는 그걸로 다 해결된 거라 생각한다든지 하는 지점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둘의 관계는 실제로는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말로만 확인받아 계속 진행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현재의 관계는 누가 봐도 끝난 건데, L양은 여전히

 

“오빠가 저를 시험하고 있는 중인 걸까요? 아니면 잠수이별인 건가요?”

 

라고 묻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몇 주 지내다 상대가 어느 날 대충 대답하고 핑계 대주면 다시 또 사귀는 것처럼 지내다가, 결국 다시 흐지부지되고 마는 관계. 그건 이쪽의 생각과 판단이 완전히 배제된 채 오로지 상대에게 물어가며 따라가는 것과 같기에, 상대가 사라지면 어디로 얼마나 온 건지도 알 수 없는 위험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세 번째는 좀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긴데, 문제라기보다는

 

-나는 연애를 왜 하며, 이런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져도 괜찮은가?

 

를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서 무작정 최선을 다해 참거나 맞춰가거나 상대가 바라는 걸 다 해주려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일 수 있습니다. 모 여자사람 A가 오늘 번호를 물은 남자가 구애하자 그와 두어 번 만나다 사귀고, 이어

 

-남자는 마지막 연애라 생각한다며 결혼까지 할 거라고 함.

-남자는 자긴 대부분 다 이해하고 허용하지만 한 번 아니라 판단하면 아닌 거라 함.

-남자는 일과 대인관계 이해 못 해주며 퉁명스럽게 대하면 끝낸다고 함.

 

이라는 주의사항을 든 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요? 연애 중이니까? 그 노예생활 같은 연애는 왜 하고 있는데요?”

 

라고 묻고 싶어지지 않겠습니까? 상대가 자기 기분 좋을 때만 저러지 그게 아닐 때엔 연락두절되거나 카톡도 읽씹하며 방치해두기까지 한다면, ‘상대의 기분’에 따라 모든 말과 약속이 뒤엎어질 수 있다는 게 증명되는 것이며, 운좋게 결혼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어떤 결혼생활일지가 빤히 보이는 것이고 말입니다.

 

특히 삼십 대 중반인 여성대원들의 사연에 ‘결혼하자’, ‘부모님 뵙고 인사 드리자’, ‘같이 살 방법 찾자’, ‘예쁜 아이 낳아달라’ 등의 이야기를 앞세운 남자들의 사례가 많이 등장하는데, 만난 지 한 달도 안 되어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사연 속 남자들은 다음 한 달도 채 다 보내기 전에 무덤덤해지거나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걸 기억해두셨으면 합니다. 결혼이라는 건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차 조수석에 올라타 그냥 상대가 가는 대로 얻어 타고 가는 게 아니라, 앞으로 반평생을 함께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 때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결정권과 주도권이 다 상대에게 있으며 난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노력하고 커트라인을 넘는 점수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쩔쩔매지 마시고, 연애는 상대라는 사람을 겪어 보며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누굴 천천히 길게 만나보셨으면 합니다. 당장 상대가 열정적으로 구애한다고 해서 덜컥 우승자로 선정하곤, 우승의 대가로 내 연애와 결혼 거기다 올인한 채 분부만 기다리고 있으면 삶이 고달파질 수 있습니다. 다음 연애는 노란 불이나 빨간 불 들어오면 브레이크도 좀 밟고, 주변 풍경과 이정표도 좀 봐가며 하시길 권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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