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좀 답답한 스타일이라는 데는 나도 동의한다. 만날 약속 먼저 딱 잡을 줄 모르며 그냥 대충 돌려 말하거나 되묻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답답이’라고 하는데, 상대가 살짝 그 답답이 스타일인 듯하다.
답답이들에겐
-먼저 제안은 잘 안 하지만, 이쪽이 제안하면 대부분 다 수락함.
이라는 특징이 있으니, S양이 먼저 멍석을 좀 깔길 권한다. 그러는 게 자존심 상하며 ‘내가 졸라서 만나는 거 같잖아?’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답답이에게 썸남교육을 수료시키려면 어쩔 수 없다. 대신 몇 번 약속도 먼저 잡고, 이쪽이 좋아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도 말하고, 기프티콘 사용한다고 체포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나면, 점점 좋아질 것이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금방 캐치할 것이다.
대화 주제는 S양이 잘 선택했다. 처음엔 그렇게
-출퇴근길에 뭐 하는지, 음악 듣는다면 플레이리스트는 어떻게 되는지.
-주말에는 주로 뭐 하는지, 그거 나도 좋아하는데.
-회사 근처 어디를 자주 가는지, 거기 나도 가보고 싶었는데.
정도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으로 시작하면 되며, 나아가 학창시절엔 어땠는지, 회사 들어오기 전과 들어와서는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가족들과의 관계는 어떠며 친구들도 자주 만나는지, 요즘 깊게 빠진 취미생활은 뭐가 있는지 등으로 점점 넓혀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이쪽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지점이 나올 텐데, 그런 부분에선 대략
-아 역시 2000년대 갬성!
-맞아요. 옛날엔 그런 곳에서도 막 고기 구워먹었죠.
-저도 친구들 사이에선 그거 제가 제일 잘 해요. 우리 내기할래요?
정도로 치고 들어가면 된다. 단, S양의 경우
상대 – S씨도 이 메뉴 좋아하세요?
S양 – 그럼요 엄청 좋아하죠 ㅎㅎ
S양 – 맛있게 드세여!!
라며 얘기가 길어질 기회를 먼저 잘라버리곤 하니, 너무 여러 생각까지를 하며 상대를 배려하진 말고 그냥 쭉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한다. ‘네가 아는 맛집보다 내가 아는 맛집이 더 맛있을 걸!’ 하며 배틀을 떠도 되는 건데, 먹는 데 방해될까 걱정해 대화를 마무리할 필요는 없다. 맛이 어땠는지를 물어보거나 어디와 비교해 뭐가 더 낫나를 물어봐도 되니, 좀 더 편하게 생각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건 ‘상대와의 관계’라기보다는 ‘S양의 평소 생활’과 관련된 얘긴데, 운동도 좋지만 맨날 운동하느라 너무 바쁘니 좀 줄이는 게 어떨까 싶다. S양의 패턴은 대략
-주중엔 퇴근 후 운동, 끝나고 돌아와서 잠.
-주말엔 쉬는 날. 되도록 약속 안 잡음.
인 것 같은데, 그런 까닭에 답답이인 상대는 더욱 치고 들어갈 틈을 발견하질 못하고 있다. 퇴근 후 운동할 땐 연락도 안 되며, 매일 운동하는데다 S양이 운동 너무 좋아한다고 말해서 그거 빼고 만나자고 하면 민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 평일 황금시간을 전부 운동하는 데만 할애하진 않는 게 좋겠다. “미세먼지도 없고 저녁엔 시원하고 해서, 요즘은 산책으로 운동을 대신하기도 해요!” 정도로 업데이트를 해도 되니, 그런 최신화를 통해 상대와 산책이라도 한 번 더 하도록 하자.
더불어 썸남과 대화할 땐, 알아도 슬쩍 모른 척해줄 필요가 있다. 예컨대
남자 - *** 아세요? 주말에 그거 마셔봤어요.
여자 – 알죠~ 그거 이러이러하잖아요. 주말에 그걸로 달리신 거예요?
라고 얘기하면 상대가 뭘 말하려다가도 김 샐 수 있으니, “아 그거 들어봤어요. 어때요?” 라거나, “저 그거 먹고 싶었는데, 파는 곳을 못 찾아서 못 먹고 있었어요.” 정도로 대응도 해 줘봤으면 한다. 나도 잡지식이 많은 까닭에 누가 신기하다며 뭘 말하면 대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인데, 모르는 척하고 얘기 들어준다고 내게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니 가끔 그렇게 들어주곤 한다. '늑대와 퓨마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같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응?), 상대의 생각이나 소감도 들어줘 보도록 하자.
S양은 상대가 S양과 약속을 잡았다가, 이후 다른 친구들과의 약속을 기억해내곤 양해를 구했던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그런 거라면 부정적일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니 너무 마음 쓰진 말았으면 한다.
또, 현재 둘 다 업무 중 띄엄띄엄 대화하는 게 습관화된 까닭에 퇴근 후에도 띄엄띄엄 대화하는데, 그러지 말고 퇴근 후에는 실시간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바짝 다가서 봤으면 한다. 바쁘지 않을 때에도 뭐 하나 물어 놓고 대답이 오든 말든 있는 게 습관화되면, 썸탈 때든 연애할 때든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직전에 다른 대원의 사연을 대상으로 한 매뉴얼에서는
-연락의 빈도는 늘리고, 밀도는 줄이고.
라는 조언을 했었는데, S양의 경우
-연락의 빈도는 줄이더라도, 밀도는 높이길.
권하고 싶다. 특히 둘의 대화를 보면 꼭 둘 중 하나가 운동을 하고 있거나, 친구를 만나고 있거나, 아니면 잠자기 직전인 까닭에
상대 – S씨는 언제 자요?
S양 – 지금 자려고요.
같은 영양가 없는 대화가 되기 마련이니, 타이밍을 좀 맞춰가며 둘 다 한가할 만한 시간에 최소 10분이라도 폰 놓지 말고 대화를 이어가 봤으면 한다. 카톡으로 대화하는 게 어려우면 전화를 하면 되는 거니,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신 사이에 전화하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과감하게 임했으면 한다.
아, 그리고 영화는 현재 이슈인 영화가 있다고 그거 보자고 할 게 아니라, 같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고르도록 하자. 신나거나, 즐겁거나, 재미있는 것 중에 하나 고르는 게 가장 무난할 수 있다. 또, 상대가 뮤지컬 마니아라 혼자서도 보러 다닐 정도면, 꼭 영화가 아니라 뮤지컬을 같이 보러 가도 되는 거니, 이렇게 널려 있는 힌트들을 활용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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