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양의 사연을 읽다 보니, J양의 남친은 주변에 꼭 하나씩 존재할 수 있는 친구 중
“나 이번 달 초에 돈 다 써서 완전 거지야. 하아 진짜 돈이 없다.”
라는 이야기를 하며 모임에 입만 가지고 오는 친구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 ‘돈을 다 써서’라는 건 자기가 연애하며 여행 다니고 필요한 거 사고 하느라 다 쓴 건데, 그래놓고는 모임에 입만 가지고 와선 먹을 거 다 먹고 담배까지 빌리려 하면 누구라도 정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그걸 두고 따졌더니 ‘이해도 못 해주냐’, ‘솔직히 서운하다’, ‘내가 맨날 그러는 것도 아니잖냐’ 등의 얘기로 적반하장이라면, 그 친구와 계속 연을 이어가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다. 더불어 그걸 따지는 것조차 ‘의리나 우정의 부족’으로 몰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정작 자신은 평소 나 몰라라 하거나 이쪽에게 이해와 배려가 필요할 때에는 신경 끄고 있다가, 자신의 상황이 어려워지면 남들이 다 자신을 도와줘야 한다고 여기는 듯한 모습에 분노까지 치밀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위에서처럼
-연애하면 연인에게만 돈을 쓰고, 주변에 돈을 안 씀.
의 상황 때문에 지인들과 마찰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중 일부는
-연애해도 자기에게만 돈을 쓸 뿐, 연인에게 역시 돈을 안 씀.
의 모습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 지금 떠오르는 것만 해도
-요즘 어려우니 기념일 같은 거 챙기지 말자고 했지만, 자기 패딩은 삼.
-여친이 주는 선물은 다 받지만, 답례로 준 거라곤 어디서 얻은 사은품.
-생일선물 뭐 갖고 싶냐고 말하라고 해놓곤, 진짜로 말만 하게 함.
-명절에, 자기가 회사에서 받은 카놀라유 부모님 갖다 드리라며 생색냄.
-자기 카메라 100만원 넘는 거 사면서, 여친 선물 다이소 화분 사줌.
등이 얼핏 스쳐 지나가는데, 여하튼 이런 경우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하든 결국 ‘돈, 돈, 돈’이 되는 까닭에 연애가 심하게 피곤해질 수 있다.
여행 얘기를 해도 ‘거기 돈 많이 들 텐데….’, 문화생활 얘기를 해도 ‘그 돈이면….’, 어느 축제 얘기를 해도 ‘그런 곳은 그냥 바가지….’, 친구 누가 뭘 했다는 얘기에도 ‘얼마 들었다는데?’ 등의 상황이 벌어지는 거라 할 수 있겠다. 뭐, 나가서 사 먹는 음식에 대해 몇 HJK인지를 계산하는 나 역시 할 말이 없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은 꾸준한 재활치료로 HJK에 대한 계산법을 내려놨으니 요 정도는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HJK가 뭔가요?”
해장국의 이니셜로, ‘이거 사먹을 돈이면 해장국이 몇 그릇….’이란 기준을 두고 있던 예전 나의 계산법이다. 대방어회 7HJK, 이런 느낌.
상대를 위해 돈을 쓰는 게 애정의 절대적인 척도인 건 분명 아니지만, ‘지난번에 내가 이만큼 썼으니, 이번엔 얘가 이만큼 낼 차례’라며 일부러 계산대에서 앱을 켜는 척 시간을 끄는 것이나, 차 몰면서 기름값이 많이 든다고 수차례 얘기를 하는 것, 뭐든 ‘돈이 많이 드니 나중에 하자, 다른 걸로 하자’ 라며 미루는 것 등을 경험하다 보면 그냥 다 하기 싫어질 수 있다. 이런 남자와 연애를 하다
-어디 가서 뭐 먹기 전에 ‘이번에 내가 얼마를 써야 하나’ 계산해야 하는 병
에 걸린 대원도 있으며, 상품 대신 주문해줘서 받고 상품값 줬는데
“택배비 2,500원도 들었는데, 그건 그냥 안 받을게.”
라는 이야기를 해 듣곤 질려버린 대원도 있고 말이다.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면 뭐 터놓고 얘기도 해가면서 조율해보라 할 수 있겠지만, 난 솔직히 내 여동생이 이런 사연을 들고 왔다면 ‘지금도 이런데, 앞으로는 어떨 것 같은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해줬을 것 같다. 정말 경제적으로 쪼들릴 수 있는 이십 대 초중반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삼십 대 중반에 그러는 건 습관과 성향에 더 가까운 거란 얘기도 해줄 것 같다. 한 달에 데이트 비용으로 쓰는 돈이 둘이 합쳐 30만 원 미만이며, 아직 사귄 지 반 년도 안 되었는데, 그 와중에 자기 적금 든 거 있어서 데이트비용 부담된다고 말하는 거라면 더더욱….
위의 문제만 해도 참 갑갑한데, J양의 남친에겐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J양에게 은근히 요구함.
-지나가는 여자를 심하게 쳐다봐서 몇 번 싸움.
라는 문제가 더 있다. 둘은 현재 이 문제로 인해 다툰 후 연락을 안 하는 중인데,
-이런 남친과 다시 만나려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만나야 하는지?
라고 묻는 J양에게 난
-왜 꼭 그 사람과 다시 만나야 하는지?
라고 되묻고 싶다. 처음 한 달 정도 그가 돈 얘기 안 꺼내고 잘해준 것 때문에? 저런 부분들을 가지고 화를 내면 상대가 져주기 때문에? 다툼이 생겨도 J양이 더 화를 내면 상대가 사과하기 때문에? 그렇게 억지로 J양이 당장 승리를 할 수 있는 것 말고, 이 관계를 통해 J양의 삶이 더 풍성해지고 즐거워지며 때론 반성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지도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런 게 없이 그냥 ‘사귀는 사이니까 어쨌든 계속 사귀려면….’이라 생각하는 건 아닌지도.
이렇게만 써 놓으면 혹시 오해하는 대원들이 있을까 봐 노파심에 몇 자 더 적자면, 데이트비용 때문에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한쪽만 다른 한쪽을 만나러 가서 돈을 써야 하는 관계인 거라든지, 상대 차를 이용해 가고 싶은 곳은 다 말하면서 주유하거나 톨비 한 번 낸 적 없다든지, 상대가 교통비와 숙박비도 다 부담했는데 그 와중에도 ‘남자가 밥, 여자가 커피’ 같은 태도만을 보인다든지 하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더불어 돈 얘기에 짜증 난다고 해서 상대 얘기는 듣지도 않은 채 잘라버리곤 ‘그럴 거라면 헤어지는 게 낫다’는 식으로 얘기하거나, 주변과 비교해서 이야기할 뿐이라면 이별이 머지않을 거라 적어두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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