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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조건도 비전도 별로인 남친. 헤어지는 게 맞겠죠?

by 무한 2019. 8. 29.

어차피 더 만나도 결국은 헤어질 것 같으니, 원수가 되기 전에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J양은 제게

 

“제가 자꾸 불안함을 느끼니까, 계속 남친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라고 하셨는데, 둘의 카톡대화를 보면 J양이 남친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고문’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비유하자면 그건, 경차 할부금 빠듯하게 갚아나가고 있는 사람에게

 

“우린 언제 외제차 타? 결혼해서도 계속 경차 탈 거야? 평생 외제차 못 타? 경제사정은 언제 좋아지는데? 뭐 해서 그렇게 돈 벌 거야? 차는 그렇게 바꾼다면, 그럼 집은?”

 

이라며 묻는 것과 같아서, 당장 아무 보장도 할 수 없는 상대를 짓밟으며 괴롭히는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아가 상대가 저런 말들에 ‘나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을 때,

 

“노력중이냐를 물어본 게 아니라 계획을 물어본 거잖아. 안 될 것 같으면 차라리 다른 일을 해. 차나 집은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쳐. 애도 낳아서 키워야 하는데, 애는 어떻게 키울 거야? 그리고 결혼해서 나도 일해야 해? 나 일 안 하면 우린 맨날 빠듯하고? 부모님 노후는 준비되셨대? 어떻게 준비중이신지 확실하게 여쭤보고 와.”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는 건, 상대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 할 수 있고 말입니다.

 

조건도 비전도 별로인 남친. 헤어지는 게 맞겠죠?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J양이 둘도 없을 악녀처럼 보일 수 있는데, 사실 J양을 그렇게 만든 책임의 절반 이상은 남친에게 있는 게 맞습니다. 그는 자신이 J양에게 꼭 맞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 거짓말을 한 적 있고, J양이 염려하는 것들을 자신이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 적 있으며, 상황이 전부 좋은 것처럼 말했지만 J양이 캐물으면 그제야 사실을 말한 적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J양 입장에선 남친이 이번에도 또 위기를 모면하려 공수표만 발행하고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닐까 불안하기도 하고, 다 해결된 것처럼 말하지만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이 염려되기도 하며, 앞으로 더 드러날 거짓말이 있는 것은 아닌지 당연히 걱정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둘의 대화를 읽으며

 

‘응? 지금 상대는 저 정도 안 될 것 같은데?’

‘저 말로 돌릴 게 아니라, 하던 얘기는 매듭지어야 하는데….’

‘전에 말했던 대로라면 이럴 수 없는 건데? 전에 한 말이 거짓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둘의 관계가 계속 꼬여만 가는 건, J양이 판단해야 할 일을 두고도 상대에게 그걸 해명하라고 요구만 하기 때문이며, 상대가 미안해하거나 자책하는 분위기로 나오면 벌어진 문제에 대해서도 일단 덮어두고 넘어가기 때문이고, 사귀며 경험한 걸 토대로 답을 내는 게 아니라 상대가 공수표 발행하면 그 액면가만 보고 그걸 답으로 믿어버리기 때문이며, 이 연애가 끝나면 그게 오직

 

-J양의 속물근성으로 남친의 조건만 보다가, 차버리고 만 것.

-또는, 사랑하지만 둘의 조건 차이로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것.

 

인 걸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남친은 계속 사귀길 원하고 J양은 타협이 안 될 경우 헤어져야 한다 생각하니 이 관계가 끝날 경우 J양의 탓이 더 큰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사실 따져보면 둘이 이별할 경우 그 이별엔 상대의 탓이 더 큽니다. 무엇보다 그는 몇 가지 거짓말을 했고, 당장 J양을 안심시키기 위해 ‘하는 척’만을 했으며, 지금도 뚜렷하게 사실을 말하기보다는 그저 자학하거나 다른 이슈로 주제를 돌리며 얼렁뚱땅 넘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사실 저는 그가 말한 그의 벌이까지가 의심되기도 합니다. 늘 그래왔듯, ‘J양이 듣고 화내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만 그냥 말해버린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강합니다. 이 지점은 이미 한 차례, 다른 사건으로 인해 경험한 적 있지 않습니까? 미래나 계획에 대한 둘의 대화는, 비유하자면 아래와 같아서 전 참 많이 답답합니다.

 

여자 – 이번 휴가에 우리 보라카이 다녀올까?

남자 – 좋지! 나도 보라카이 아니면 코타키나발루 가자 하려 했어.

여자 – 좋아! 그럼 이번 달은 얼마 안 남았으니, 담달에 가자!

남자 – 응! 가서 액티비티도 하고!!

(다음 달)

여자 – 보라카이 가기로 했던 거, 13, 14, 15, 16 괜찮아?

남자 – 응 괜찮아! 여권 확인해야겠다 ㅎㅎ

여자 – 그럼 지금 비행기랑 숙소 먼저 예약할게! **만원 정도 들 것 같아.

남자 – 근데, 미안한데, 해외는 좀 어려울 것 같아.

여자 – 무슨 소리야?

남자 – 그 정도 현금이 지금은 없어. 다음에 가거나 그래야 할 것 같아.

(뭔 소리냐, 장냔하냐 등의 얘기로 대판 싸운 후)

남자 – 나도 당연히 가고 싶지. 안 가고 싶은 건 아니잖아.

남자 –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좀 보태주실 거야. 기다려 봐.

(얼마 후)

여자 – 부모님께 말씀드린다며? 왜 아직까지 아무 말도 없어!

남자 – 사실 부모님도 도와주실 형편이 못 되셔.

남자 – 여행이 그렇게 중요한 거라면,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가….

 

결혼은 여행 정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일인데, 결혼마저 저런 식으로 대화를 하며 ‘남친도 알았다고 했으니, 잘 되겠지’하고 있으면 곤란합니다. 결혼해서 좋은 집에 살며, 여행도 좀 다니고, 경제적으로 쪼들리거나 걱정할 일 없이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느 선까지 두 사람이 준비가 가능한지 터놓고 이야기하는 걸 넘어 꼭 눈으로 확인하며 준비해야 하고, 상대가 늘 장담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않는 일이 거듭되거나 상대의 행동이 말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J양도 그걸 근거로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합니다.

 

더불어 J양이 상대의 조건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상대와 헤어지는 게 옳은 거라 생각하며, 함께할 자신도 없고 결혼하면 맨날 싸우다 이혼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중이라면, 상대에게 그걸 다 꺼내놓곤 탓하며 해결해달라거나 대책을 제시하라고 할 게 아니라 헤어지는 게 맞는 겁니다. 이미 J양은 선을 많이 넘어, 상대의 가족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으로 이야기도 몇 번 하고 말았는데, 그걸 경험하며 상대는

 

‘내가 겨우 이따위 대접을 받고, 우리 가족 욕까지 먹이면서 왜 이 연애를 해야 하지? 난 무능하며 다 고쳐야 할 것투성이고 우리 가족도 그렇다는데, 왜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얘랑 만나야 하지? 얘는 하는 게 뭐지? 헤어지면 헤어지는 거지, 더는 참지 말아야겠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J양은 전에도 ‘조건과 비전’의 문제로 인해 이별을 경험한 적 있다고 하셨는데, 전 J양이 바라는 그 ‘조건과 비전’이라는 것에 확실한 기준이 과연 있는 건지를 묻고 싶습니다. 지금 묻는다면 현남친을 기준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 안정을 위해 보장되어야 할 점’등을 말씀하시겠지만, 또 그 정도의 조건을 갖춘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상황에서의 ‘조건과 비전’이 상향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J양이 말하는 ‘조건과 비전’이라는 게

 

-아무 걱정 없는, 안정적이고 보장된 삶.

 

이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 식이라면 누구를 만나도 ‘더 잘할 수 있는 것, 더 안정적일 수 있는 것’을 계속해서 추구하게 될 텐데, 과연 그 ‘더더더더’를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상대가 개조되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상대 가족들까지도 다 개조되어야 한다면 말입니다.

 

냉정하며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셨는데, 대한민국 삼십 대 남자 평균 연봉을 받는 사람이, 갑자기 남들이 놀랄 정도의 연봉을 받게 되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며 학업까지 병행해 학벌도 올라가고, 그 집 가족들 역시 갑자기 성공가도를 달리며 부실했던 부모님 노후보장까지 완벽하게 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거기다 가족 중 누가 아파도 경제적으로 걱정할 일 없으며 아이 교육도 시키고 싶은 거 다 시키고 그런 와중에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삶을 살며 가족 모두에게 늘 환영받고 사랑받는 삶을 살고 싶다는 건 ‘판타지’에 가까운 일이고 말입니다.

 

남친에 대한 얘기는 저 정도 하고 J양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배고프다, 졸리다, 피곤하다, 연예인 누가 이혼한다더라, 꿈을 꿨는데 꿈이 어떻더라, 소문난 맛집 가봤는데 생각보다 별로더라, 친구 누구 만났는데 걔 여행한 곳 나도 가고 싶더라, 아까 웹툰보는데 웃기더라, 하며 그냥 하루하루 연애하다가, 그런데 우리 결혼은? 집은? 돈은? 부모님은? 가족은? 노력은? 계획은? 비전은? 하며 대답 다 듣고 편안하게 결혼까지 모셔지며 미래까지 다 보장받으려 하는 건 세상을 너무 쉽게 살려고 하는 것이거나, 그냥 좀 날로 먹으려고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역시나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고 말입니다.

 

사실 전 J양의 연애스타일이, 직설적으로 말해

 

-‘내가 원하는 조건’을 가진 사람과 만날 경우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걸 아니, 하향지원(?)한 후 갑의 자리를 취하고 이후 상대를 개조하려 하는 것.

 

에 가까운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뭐 이건 이전 연애사가 자세히 적혀 있는 게 아니라 확실하지 않은데다, J양이 원하는 것 역시 ‘냉정하게, 현실적이게, 또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건 끝내는 게 맞는 건지?’에 대답이었을 뿐이니 굳이 길게 적진 않겠습니다. 워낙 각색이나 비공개를 요청하신 부분이 많아 매뉴얼을 쓰기가 참 어려웠는데, 그래도 최선을 다해 빠짐없이 적어보려 노력했으니, 의미가 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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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자꾸 존대로 쓰니까 이상해요. 다음엔 반말로 써주세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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