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연애긴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만난 것도 아닌데, 하루아침에 남친은 카톡으로 이별통보를 한 뒤 모든 곳에서 G양을 차단해버렸다. 영문도 모른 채 차이고 차단당한 G양은 충격이 너무 커 해가 바뀌었음에도 내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봄이 와도 또 봄 노래 들으며 울고 있지만은 않도록 오늘 한 번 견인해 보자.
1. 유효기간 3개월 연애의 8할은, 둘 중 하나가 금사빠.
유효기간 3개월 연애의 8할은, 두 사람 중 하나가 금사빠인 경우다. 하루 종일 관계에 접속되어 있고 싶어 하는 것처럼 열정적인 들이댐을 보이고, 완벽한 이상형이라느니, 이것 저것 다 해주겠다느니 같이 하자느니 하는 얘기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현재 가장 다급하고 중요한 것은 둘의 관계이기에 무리한 이벤트도 하고 감동을 주려 애쓰기도 하는데, 늘 얘기하지만 이런 전력질주는 별다른 외부의 문제가 없어도 스스로 지쳐가기에 점점 지구력이 떨어지고 '오늘의 나'가 '어제의 나'를 넘어서지 못하며 스러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금사빠 상대의 들이댐에 대한 이쪽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기도 한다.
-상대가 너무 들이대며 점점 집착까지 하는 것 같아서 피하게 됨.
-정말 진심으로 최선을 다 하는 것 같아서, 나도 푹 빠져 계속 함께하고 싶어지게 됨.
상대가 소유욕 강한 연상일 때에는 주로 전자로, 소심한 연하일 때에는 주로 후자로 흘러가게 되는데, G양의 경우는 후자의 사례가 되었다. 그럴 경우 '이제 정말 제대로 된 연애에 정착하나 보다'하며 정서공유와 관계 가꾸기를 진지하게 시작하게 되는데, 앞서 말한 대로 이쪽에서 제대로 시작하려 할 때 상대는 이미 지쳐서 로그아웃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에, 이별의 후폭풍을 긴 시간 동안 홀로 견뎌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얘기를 이렇게 먼저 적어두는 건, 이게 꼭 누구 하나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그냥 상대가 금사빠이기에 필연적으로 이렇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 걸 G양에게 말해주고 싶어서다. 하나 더 덧붙여, 그렇게 지구력 부족을 보일 수는 있는 것이지만 거기에 '하루아침에 이별통보하고 차단하는 것'은 상대의 심각한 인격적 결함일 수 있으니, 그런 상대와 차라리 일찍 헤어지게 된 게 G양에게는 큰 축복일 수 있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2. 선생님과 학생처럼 되어버렸던 관계.
상대가 금사빠든 뭐든, 그렇게 다정하고 열정적이었던 모습이 하루아침에 변한 것에는 G양 자신의 잘못도 분명 있는 거라고 G양은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다. G양에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금사빠인 상대에게 찬물 끼얹기
를 하는 특기가 있는데, 그건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 만들기'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 대화를 공개할 수 없으니, 몇 개 만들어 보자.
A.
상대 - 선생님! 선생님! 저 복도에서 넘어져서 무릎 다 까졌어요 ㅠㅠ
G양 - 그러니까 복도에서 뛰지 말라고 했잖아. ㅠㅠ
B.
상대 - 쌤~ 생일에 뭐 받고 싶어요?
G양 - '쌤'이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해야지!
C.
상대 - 선생님~ 저 학원 끝나고 와서 이제 계속 카톡 할 수 있어요~
G양 - 오늘 내가 좀 정신이 없네. 일단 자고 내일 얘기하자.
아프다고 어리광 부리면 좀 받아줄 수 있는 건데 그걸 논리적으로만 받아 버리고, 상대는 장난을 섞어 애칭을 쓰거나 멘트를 하는 건데 지적을 하며, 이제 막 신나서 얘기하며 놀고 싶어 하는 상대에게 내 사정만 얘기하고 훅 가버리는, 그런 지점들이 '연애판타지'를 마구 펼치고 싶었던 상대에게 찬물을 끼얹는 거라 할 수 있겠다.
G양의 멘트들이, '연애 중 해서는 안 될 말'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그런 말들이 금사빠인 상대에게는 냉수마찰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으며, 금사빠 상대가 아닌 아주 보통의 사람과 연애를 할 때에도 '정서적으로 먼저 호응해주고, 그 후에 전하고 싶은 말 하기'를 하면 좀 더 완충작용이 될 거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3. '일상공유'가, '내 얘기 융단폭격'이 되면 곤란하다.
G양과 상대의 3개월 연애 대화를 보면, 초반엔 상대와 G양의 대화 밸런스가 잘 맞지만, 본격적으로 G양이 연애를 가꿔가려 하면서부터는 G양 주도 하에 G양과 관련된 얘기만 길게 이어지는 걸 볼 수 있다. 특히 그 중에는 사정 상 둘이 못 만날 때 '일상공유'를 한다며 시시콜콜 G양에게 벌어지는 모든 얘기를 중계하거나 하루의 후기를 전부 들려주려는 모습이 있는데, 솔직히 카톡대화를 읽는 내 입장에서도 그걸 다 읽어야 한다는 게 큰 스트레스였다.
만약 내가 G양의 남친인데,
"아침에 버스를 타고 오는데 옆에 아저씨가 계속 기침을 해서(생략)"
"버스에서 내려 편의점 갔는데 앞에 선 사람이 복권 왜 카드결제 안 되냐고(생략)"
"그러고 나서 H군 만났는데 H군은 내가 전에 말한 적 있는(생략)"
"H군이 최근에 코인을 했나 봐. 그런데 지금 코인 시세가(생략)"
"H군 보내고 일부러 좀 걸어서 집에 가는 중이야. 우리집 가는 길에(생략)"
"집 근처에 원래 세탁방이 있었는데, 만원 충전한 다다음 날 문을 닫고(생략)"
"오랜만에 나갔다 와서 그런가 열이 좀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코로나는(생략)"
"지금 티비 재방송 보는데, 삼시세끼 예전에 했던 거 나오네. 나도 저 섬에서(생략)"
"걸어와서 그런가 먹은 거 벌써 소화된 것 같네. 집에 먹을 게 뭐 있나 찾아서(생략)"
같은 이야기를 하루 종일 쏟아내며, 내일도 모레도 계속 '일상공유'를 한답시고 똑같은 행동을 한다면-그러면서 G양이 지쳐 리액션을 가볍게 할 땐 또 나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것 같다고 한다면- G양은 버틸 수 있겠는가? 심심하고 외로울 때에야 다 들어줄 수 있고 버틸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G양이 내일 중요한 사람 앞에서 발표할 일이 있어 준비하는 중인데 그 전날까지 내가 계속 저러고 있다면 어떨까? 아니면 G양이 아프다고 하는데도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지도 않고 대충 아프지 말라고 말한 뒤 계속 저렇게 내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마지막에 얘기한 지점은 나중에 G양이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할 때에도, 상대로 하여금
'얘는 전부 자기 위주로 자기 얘기만 하네? 내 사정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고 형식적인 리액션만 하고, 그러면서도 깨알같이 자기가 서운한 지점이나 나더러 고쳐달라는 지점은 다 말하네? 난 이 연애를 왜 해야 하는 거지? 이 연애가 나에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니, 노래방에서 마이크 안 놓고 우선예약까지 하며 혼자만 다 부르는 것처럼 대화를 하는 건 아닌지 중간중간 꼭 점검해 봤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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