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K양 방식대로 연애를 계속한다면, 아마 앞으로 만나는 남자들 역시
'이런 연애는, 안 하는 게 더 편한 거 아닐까? 굳이 계속 사귀면서 내가 지적과 잔소리와 형벌을 받을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결국 헤어질 생각을 하게될 수 있다. 뭐, 연애하다 헤어지는 게 못 할 일도 아니고 안 될 일도 아니지만, 누구를 만나도 결국 상대로 하여금 헤어질 생각을 집어 들게 만드는 습관은 고칠 필요가 있다. 뭐가 문제였는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가장 심각한 세 가지 지점을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본인도 별 호감 없이 사귀는 거면서, 상대 보고 표현하래.
이건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우는 K양의 문제'라 할 수 있는데, K양은 상대에게 별 호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적극적으로 대시하면 연애를 시작한다. 가장 최근 K양이 했다는 연애가 시작될 때, K양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보자.
"대화를 나눌 때 하고 있는 일이나 좋아하는 것, 취미 외에는 특별한 대화가 없었어요. 코드가 맞는다든지 하는 느낌도 없었는데,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고, 상대가 적극적이긴 했어요. 물론 상대에게서도 '엄청 마음에 든다'는 느낌이 없긴 했는데, 뭐 그래도…."
그렇게 시작했더라도 서로를 알아가며 물들고, 내가 전혀 관심 없던 세계를 상대를 통해 알게 되며 닮아간다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시작해서 '자기자기 하트하트 웅웅' 같은 것만 하며,
'자, 이제 사랑꾼의 역할에 충실하며 내 하루를 보살피고, 내가 너무 사랑스럽다고 표현해 봐.'
하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친한 친구만큼도 못 챙기고, 카톡대화도 8할이 여섯 자 이상을 못 넘기는 '이제 끝나써?', '고생하넹', '어여가서자', '나도기절함' 같은 게 전부인데, 이렇듯 장작을 더 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관계가 어떻게 계속 활활 탈 수 있겠는가. 둘 다 초반에 불 붙인 장작 다 탈 때까지 불 쬐기만 하다가, 불씨도 없이 사라지고 나면 춥다며 가버리는 거지.
K양은 내게 '이런 상황에서 흐지부지되지 않고, 남자가 더 노력하게 하는 방법'을 물었는데, '나 혼자 불 쬐며 상대가 계속 장작넣게 하는 방법'같은 건 없다. 상대가 아쉬워하는 중이라면 그걸 이용해 얼마간 헌신하게는 할 수 있겠지만, 결국 불만 쬘 뿐인 모습에 인간적인 실망을 느끼며 돌아서고 말 것이다.
"제가 불만 쬐겠다는 건 아니었는데요? 저를 위해 그래 줄 수 있는 상대라면, 저도 같이 장작을 넣을 생각이었어요."
순서가 잘못됐다. 시작부터 K양이 '추우니 일단 불 쬘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장작을 넣어가며 불 쬐고 싶은 사람'과 시작했어야 하며, 함께 불 쬐며 K양도 상대를 위해 장작을 넣는 모습을 보여줘야 상대 역시 자기 혼자 봉사활동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상대가 절대 자리를 안 뜰 거란 확신'이 생기면 그때 내 장작 아낌없이 다 쏟아붓겠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처음부터 하나하나 넣어가며 길고 오래 불을 쬐도록 하자.
2. 같이 재미있게 잘 논 척 해놓고는, 그게 아니었대.
내 의사를 가장 쉽고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무슨 대단한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순간,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하는 것.
이다.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아닌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 다른 게 하고 싶으면 다른 게 하고 싶다고 말하면 된다. 그렇게 자기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 순간에
-괜히 말 꺼냈다가 분위기 망칠 수 있으니 그냥 괜찮은 척 해줌.
-찝찝함이 남긴 하는데 말해봐야 그게 아니라고 할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감.
-말해봐야 싸움이나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참기로 함.
해버리면, '유턴해서 가야 하는데 운전자가 기분 나쁠 것 같으니 일단 직진으로 표시해버리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은 것처럼, 상대는 엉뚱한 곳에 영문도 모른 채 가있게 된다.
다 참고 같이 재미있게 잘 논 척 해놓고는, 나중에 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괜찮은 척' 해놓고는 그게 아니었다고 나중에 탓해버리면, 앞으로 상대는 K양과 뭘 하든 K양의 속마음은 다를 수 있기에 어렵고, 복잡하고, 별로 뭐든 하고 싶지 않아질 수 있다. 예컨대 K양 역시, K양 집에 초대해 요리까지 시켜 잘 먹고 간 친구가 나중에 '그때 좀 그랬다'고 한다면, 그 친구를 또 초대하고 싶은 마음은 싹 사라질 수 있잖은가.
또, 데이트 약속을 잡는 것이든 메뉴를 고르는 것이든, 거기에 대한 책임이 상대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한다. 역시나 이것도 '남친'을 '친구'로 바꿔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친구랑 만날 때마다 만만한 메뉴를 고르다 보니 계속 돈가스를 먹게 됐다 해보자. 친구도 당시에는 아무거나 다 괜찮다고 했는데, 나중에 K양에게
"근데 넌 왜 맨날 돈가스만 먹자고 해?"
라고 한다. 그러면 K양 역시 당황스러우며, 친구 사고방식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것도 다섯 번 중 네 번은 K양이 다 식사비용을 지불했다면, 억울한 마음까지 들지 않겠는가? 연애를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며 하다 보면 상대에게 말도 안 되는 걸로 따지거나 꼬투리를 잡을 수 있는데, 그런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따지고 싶은 순간에 '남친이 아닌 친구라면?'을 꼭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3. 뻔히 답이 나와 있는데도, 상대에게 물어가며 대답하래.
최근에 한 연애에 대해 K양은
"데이트라는 게, 그냥 쉬러 가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한번은 '이러려고 만나냐'는 이야기를 꺼내 좀 다투는 분위기가 되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대답을 듣긴 했습니다."
라고 말했는데,
-카톡은 하지만 '밥 먹었냐, 퇴근했냐, 잘 자라' 말고는 뭐 없음
-초반엔 통화도 했지만, 이젠 통화를 일주일에 한 번 하기도 힘듦
-주말에 만나면 그냥 쉬러 가서 뭐 시켜 먹는 게 데이트의 대부분
인 거라면, 상대에게 '우리 왜 만나?'라고 물어만 볼 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 '쉬러 가는 거 말고, 사람 많은 곳에서도 데이트 하자'고 했는데, 상대가 알았다고 해놓고는 이후 여러 핑계로 만나기 힘들다고 하거나, 한두 번 정도 밖을 좀 돌아다니긴 했지만 결국 다시 쉬러 가는 데이트를 할 뿐이라면, 그땐 역시 K양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사실 이 지점은 저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문제와도 얽혀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악순환이 되는 거라 할 수 있다. 별 호감은 없지만 연애는 하고 싶었기에 열정적으로 대시하는 상대와 연애는 시작했는데, 이후 상대가 알아서 점점 더 잘하길 바라며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준다. 쭉 따라가다 보니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 그것도 지적하고 그간 불만족했던 것들도 쏟아내는데, 거기에 상대가 하는 '대답'을 믿기로 하며 그냥 또 계속 같이 간다. 그러고는 역시 스스로 선택과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쿨타임 차면 지적하고, 다시 쿨타임 차면 또 탓하다가 필연적 이별을 맞는다.
끝으로 하나 더. K양과 같은 방식으로 연애를 하는 대원들에겐 '소개팅 어플'이 바로 연애의 무덤이 될 수 있다. 현실의 불만족스러웠던 이성들과 달리 소개팅 어플에는 다정한 사랑꾼과 살가운 왕자님이 있을 거라 생각으로 발을 들여놓는데, 소개팅 어플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급한 남자'들의 들이댐이 있기에 연애(따지고 보면 연애 역할극)를 금방 시작하게 되긴 한다. 이후 '말 안 하고 일단 따라가 보기'를 시전 하는 이쪽의 특성상 또 서너 달 만나지기도 한다.
그러다 역시 '답은 나와있는데 물어서 대답받기'를 시전해 변명이나 궤변을 듣고는 또 참고, 그렇게 만나며 지적과 탓하기를 번갈아 하다 결국 헤어진다. 그러면서 나도 좀 괜찮은 사람을 만나 연애하고 싶다며 주변을 둘러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고, 다시 소개팅 어플에 접속해 그중 열정적으로 대시하는 사람과 만나기 시작한다. 이후 상대가 알아서 점점 더 잘하길 바라며 이끄는 대로 또 따라가고…. 이미 K양은 소개팅 어플에 한 발짝 들여놓았기에 걱정이 되긴 하는데, 위에서 말한 지점들을 꼭 생각해가며 잘 판단했으면 한다.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절망적이었던 월요일을 지나 또 우리에겐 목요일이 다가왔으니, 이제 하루만 더 자면 불금이란 생각으로 후딱 해치우시길 바란다. 요즘 매번 매뉴얼 말미에 소개하고 있는 노멀로그 카카오뷰도 채널추가해주시길 부탁드리며, 계획했던 일들 모두 술술 풀리는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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