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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다가왔다 멀어진 남자를 다시 오게 할 수 없을까? 외 2편

by 무한 2016. 4. 5.

K양은 자신의 성격을 차분하고, 조용하고, 여성스럽고, 얌전한 편이라고 했는데, 그건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의 얘기다.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K양은 말을 잘 안 하고, 곁도 잘 안 주며, 사람에 대해 별 관심을 안 보이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대화를 하나 보자.

 

K양 - 모해요?

상대 - 나 내일 회사에서 시험 ㅠ.ㅠ

상대 - 공부 하나도 안 해서 망할 것 같음.

K양 - 이제부터 하면대져 ㅎㅎ

상대 - 슬프다 ㅠ.ㅠ 취업한다고 끝이 아니네.

상대 - 내일 시험 완전 어려울 것 같은데 ㅠ.ㅠ

K양 - 겅부해여~ 이제부터 하면 대겠죠 ㅜㅜ 힘내여ㅠㅠ

상대 - 웅웅 힘낼게~

 

얕다. 위의 상황은 시험공부 한다는 상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짧게 끊은 거라 하더라도, 상대가 시험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 때 역시 둘의 대화는 짧고 빠르게 끝난다.

 

K양은

 

"예전에 제가 막 밀어내던 것과 달리, 이제 저는 누가 봐도 관심이 있어 보이는 톡을 보내고 있는데…."

 

라는 얘기를 하는데, 상대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질문을 한 것으로 K양이 할 건 다 했으며 이제 상대가 알아서 모실 차례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K양이 질문을 해 상대가 'A'라는 대답을 하면 'A'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나마 나눌 수 있어야지, 지금처럼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답 들었으니 된 거지.'

 

하고 있으면, 상대 입장에선 '얜 관심도 없으면서 그냥 말 한 번 걸어본 건가 보네.'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상대 역시 대충 대답하거나, 굳이 답장할 필요를 못 느껴 '읽씹'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나름의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남들에겐 '내게 다시 전화하라고 전화 걸었다 끊는 것' 정도로 느껴지고 마는 K양의 표현. 그 문제점과 해결책을 살펴보는 것으로 출발해 보자.

 

 

1. 다가왔다 멀어진 남자를 다시 오게 할 수 없을까요?

 

상대는 이미 한 번 K양에게 다가왔다가 푸대접을 받고는 마음을 접은 적 있다는 걸, K양은 깨달아야 한다. 전에 그가 K양에게 다가왔을 때, 그에게 마음이 없던 K양은 그의 제안을 대부분 거절했다. K양이 심심할 때 그와 만나 커피를 마시거나 콘서트를 한 번 보러 간 적 있지만, 그것 말곤 K양은 그냥 상대를 '아는 오빠'정도로 둔 채 의무적이고 수동적인 반응만을 보였을 뿐이다.

 

K양은 내게

 

"예전엔 오빠가 제게 먼저 뭐 하자, 뭐 하자 그랬었는데, 지금은 제가 뭘 하든 별로 상관도 안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그의 기억속엔 과거 K양에게 당한 푸대접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K양이 좋아할 만한 걸 구실로 삼아야 겨우 한 번 만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땐 '아무 상관없는 사이'로 지내게 된다는 걸 그는 이미 학습했다.

 

예전엔 그도 그걸 몰랐기에, K양이 "뭐해요?"라고만 물어도 그가 인터뷰 하듯 대화를 이끌어가거나, 한참 인터뷰 하다 '만날 약속'을 잡고자 K양이 좋아할 만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알아서 모시는' 행동을 해봐야 자신은 K양의 심심풀이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때문에 예전처럼 K양이 "뭐해요?"라고 물어도 별 감정 없이 자신이 하는 일들을 설명하는 정도에 그치고 만 것이다.

 

"저는 막 계산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당연히 누가 날 좋아하면 내가 아무리 밀어내도 다가올 거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그랬던 건데요?"

 

K양이 철벽녀라서 그렇든 원래 모든 남자에게 그래서 그렇든 그건 이쪽의 사정인 거고, 상대에겐 그게 어장관리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저 멀리서 어쩌다 한 번씩 부르기만 할 뿐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K양도 점점 그의 부름에 별 의미를 두지 않게 될 것 아닌가.

 

그에게 호감이 있는 거라면 K양도 다가가야 한다. 단, 그에 대해 별로 궁금한 것도 없는데 그냥 예전처럼 그가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생각해 찔러보는 거라면, 그 결과는 분명 좋지 않을 거란 얘기를 미리 해주고 싶다. 난 상대를 향한 K양의 마음이 후자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기에, 실제로 이렇다 할 애정이나 관심이 없는 와중에 그저 '상대는 아직도 날 좋아할까? 내게 마음이 아직 있나?'라는 걸 알아보고자 고백하진 말길 권하고 싶다. 과거에 다가왔다 멀어진 사람에게 아직 마음이 남았나를 확인해 연애를 시작하려 하기 보단, 이제 막 인연의 싹이 트는 사람에게 집중하다 연애로 이어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2. 이 누나의 심리를 모르겠는데요.

 

올림픽 개막식의 한 프로그램에서 500명의 사람들이 군무를 춘다고 해보자. 군무는 수십 개의 행사 중 하나이며, 한 주제를 표현하는 10분짜리 프로그램에서 1분 30초를 담당할 뿐이다. 그 군무에 참가했던 출연자 하나가, 아주 잠깐 곤봉을 떨어뜨렸다 주워들었다. P군은 그 출연자의 실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실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출연자 본인에겐 너무 긴장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손발이 따로 놀아 곤봉을 떨어뜨린 흑역사로 기록될지 모르겠지만,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나 올림픽을 TV로 시청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행사와 군무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겐 애써 기억할 필요도 없는 일일 뿐이다.

 

만약 저 출연자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혹시 저 TV에서 보신 적 없으세요? 올림픽 때 TV에 나왔던 사람인데. 왜 개막식 때 그 군무 못 보셨어요? 2부 세 번째 순서로 진행한 쇼에서 군무 잠깐 나왔잖아요. 제가 그 군무에 참여했던 사람인데, 그 중에 곤봉 떨어뜨렸던 사람 있잖아요. 못 보셨어요? 제가 TV로 확인했을 때 곤봉 떨어뜨린 거 확 티가 나던데."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P군은 그 출연자의 행동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예로든 저 출연자만큼은 아니지만, P군도 그에 못지않은 높은 밀도의 자의식을 가지고 있단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남들이 P군의 일을 P군 자신이 그것에 가지는 무게만큼 여기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든지,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보곤 상대가 날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심증을 가진다든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그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를 고민한다든지, 하는 부분이 보통의 경우보다 잦고 많다.

 

또,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 P군은 너무 계산을 하고, 예상되는 상대의 반응까지를 의식해서 행동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좋아하는 남자'를 연기하는 느낌이랄까. 목적을 가지고 애써 만들어낸 듯한 수식이 너무 많이 붙으며, 실제론 전혀 다른 속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론 웃는 모습만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까지 애써 멋있는 사람으로 보이려 노력할 필요 없다. 데이트 코스 하나 짜는 걸 두고 지인들에게 물어가며 '브레인스토밍'같은 걸 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할 P군의 연애가 가장 특별하고 꼭 남들과는 전혀 다를 필요도 없으며, 전부 운명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길 기대할 필요 역시 없다.

 

'평소의 P군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을 연기하려 하지 말고, 그냥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만나길 권한다. P군에게 좀 서투른 부분이 있으면 만나가며 수정하면 되는 거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되더라도, 이렇게까지 힘을 잔뜩 준 채로 만나는 거라면 계속 그렇게 연출하는 것에 P군이 먼저 지칠 것이다. 실망할 일이 있으면 사람이 좀 실망을 표현할 수 있는 거지, 의식적으로 '쿨한 척', '괜찮은 척'만 송출하면 기계처럼 보일 것 아니겠는가. 그래버리면 그 속을 알 수 없는 상대는 더더욱 경계를 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P군의 문제는 더 크고 완벽한 연출을 할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잔뜩 들어간 힘 때문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그냥 평소의 모습으로 만났으면 벌써 영화보고 밥까지 먹었을 관계를, 자꾸 의식하고 연출하고 계획하느라 멀리까지 빙빙 돌아가진 말자. 그리고 사람들이 그 연출에 속는 것처럼 보여도, 다들 바보가 아니라 그게 연출인지 아닌지를 알기 마련이다. 그러니 혼자 작전을 짠 뒤 공략하려는 것에 에너지를 쏟지 말고, 그 에너지를 그냥 상대와 만나서 노는 것에 쏟길 바란다.

 

 

3. 이성인 외국인과 연락하는 중입니다.

 

C군에겐 충격과 공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계속해서 엄청난 감정소모를 하거나 헛물만 켤 수 있으니, 그걸 방지하고자 꺼내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외국에 사는 여성, 그것도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며 한국에 오고 싶다거나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여성과의 관계는,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호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C군의 경우 역시, 상대가 C군에 대한 어떤 특별한 감정을 가져서라기보다는, C군이 '한국사람'이라는 게 가장 큰 작용을 했다고 보는 게 옳다.

 

"제가 'I miss you so much.'라고 보냈더니, 그녀도 제게 'I miss you so much too.'라고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이쪽에서 쿡쿡 찔러 받은 대답을 의역해가며 의미부여만 할 게 아니라, 상대와 C군이 뭘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으며,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또 상대는 정말 C군에게 관심을 보이는지를 봐야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떠한가?

 

"저는 그녀에 대해 궁금해 하고 많이 묻는데, 그녀는 딱히 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게 없습니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두 사람의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 자기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제게 보내는 건 왜 그러는 걸까요? 제가 마음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락하지 않으면, 그녀는 자기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게 보냅니다. 그래서 저는 자꾸 미련을 갖게 되고요."

 

꿈과 희망을 짓밟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그건

 

- 외국인 친구에 대한 우정 표시, 또는 외국인 친구 인맥관리.

 

라고 할 수 있다. 상대가 꼭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이성인 친구' 사이에선 가끔 그렇게 연락을 주고받기 마련이다. 이성과의 교류가 별로 없는 모태솔로라고 자신을 소개한 C군은,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없는 거라면 왜 내게 연락을 하는 거지?'

 

라며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꼭 그렇게 '사귈 거 아니면 이성에게 연락할 일 없음.'이라며 이성을 두 부류로만 분류하진 않는다. 이성인 학교 친구, 동기, 교회친구, 동네 친구, 아는 누나, 아는 동생, 뭐 이런 카테고리에 넣은 뒤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다.

 

또, C군만 한국 사람인 게 아니며 그녀가 꼭 C군과만 대화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그녀에겐 다른 한국인 친구가 있을 수 있고, 지금 없더라도 언제든 생길 수 있다. C군에게 아는 외국인 여성이 상대 밖에 없다고 해서 상대 역시 그럴 거라고 단순하겐 생각하거나 기대하진 말았으면 한다. 그래버리면 나중에 급격히 실망하거나 절망하게 될 수 있다. 예전에 내게 사연을 보낸 외국 솔로부대 여성대원이 있었는데, 그녀가 캡쳐해서 보낸 자료를 보면 그 순간에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던 한국 남자가 스무 명이 넘었다.

 

C군과 상대는 지금 "Yeap~ haha~", "Okay, fighting!" 이라거나 그것보다 몇 마디 긴 대화를 겨우 뜨문뜨문 하고 있을 뿐이니, 우선은 상대를 '외국인 친구'라고 생각하며 가깝게 지내보길 권한다. 아직 상대의 전공이 뭔지 취미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쪽의 애정표현에 상대가 'me too'라는 답을 했다고 당장 국제연애 시작할 기세로 급한 마음을 먹을 필요는 없다.

 

"잘 될 가능성이 있다면 저도 잘해보고 싶은데, 그게 아니라면 제 감정 소모가 너무 많아 인연을 끊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상대 때문에 C군의 대학생활이나 일상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인연을 끊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난 사실 지금 왜 이걸 이렇게까지 절박한 입장에서 '끊느냐, 마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긴 하는데, C군이 괴로울 정도라면 '사귄다 해도 만나러 가기 벅차고 말도 잘 안 통하는' 상대와는 이쯤에서 굿바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상대와는 아이돌과 예능 프로그램 얘기와 학교 가냐, 주말에 뭐 하냐, 하는 얘기정도만 했을 뿐인데, 거기에 정말 C군이 이렇게까지 절박해질 이유가 있는 건지, 그것도 곰곰이 한 번 생각해 보길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상대든 다른 상대든 다음 상대든, C군이 '이쪽에게 호의를 보이는 이성'이 나타나면 또 갑자기 불타올라 '끊느냐, 마느냐'의 기로에만 서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된다. 지금이든 나중이든, C군은 이걸 꼭 극복해야 균형잡힌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걸 기억해 두었으면 한다.

 

 

오늘 매뉴얼을 빨리 올리려고 했는데, 3번 사연의 C군이 영어로 대화한 카톡대화를 보내온 까닭에 늦고 말았다. 지금도 울렁증이 안 가셔서 가슴이 먹먹하고 손발이 떨린다. 외국인과의 카톡대화는 꼭 해석을 동봉해서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지난 주 친구에게 부탁해 '새 모이통'을 만들었는데, 아직도 개시를 못 했다. 하루는 비가 왔고, 하루는 약속이 있었으며, 또 하루는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와 만났고, 또 하루는 밀린 글을 쓰느라 피딩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내일은 과연 가지고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자, 그럼 다들 편안한 화요일 저녁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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