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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비혼주의자인 여친, 저는 결혼하고 싶은데 어떡하죠?

by 무한 2019. 3. 13.

상대와 결혼하면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으십니까? 제가 제일 궁금한 건 바로 이 지점으로, 혹시 이것에 대해 M씨가

 

“여친은 정말 착하며, 가족에게도 헌신적이고, 그렇기에 결혼하면….”

 

이란 대답을 한다면, 전

 

“착하고 나쁜 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자신의 가족에게 헌신한다고 남의 가족에게도 꼭 헌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 상황을 보면, ‘가족 VS M씨’ 중에 가족을 택한 거라 할 수 있고 말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M씨는 ‘잘 설득해서 결혼만 성사 되면….’이란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결혼 후에 벌어지는 다른 갈등들 역시 이 ‘결혼 설득시키기’와 맞먹는 수준의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서로 얼굴 붉히지는 않는 현재의 갈등은 애교로 느껴질 정도의, 인생을 걸고 결판을 내야 하는 갈등이 찾아올 수도 있고 말입니다.

 

비혼주의자인 여친, 저는 결혼하고 싶은데 어떡하죠?

 

 

그리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여친이 결혼에 대해 생각을 얼마 안 해보거나, 단순히 결혼에 대한 겁이 많아서가 절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결혼에 대해서는 그녀가 훨씬 많이 생각을 해봤으며, 어떤 회로로 생각을 돌려 보든 결국 마음 아픈 일이 벌어질 거란 결론에 도달했기에 결혼에 부정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M씨가 ‘아직 그녀가 어린데다 걱정과 겁이 많아서’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M씨가 내거는 공약들에 유효기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나 그녀를 안심시키려 하는 말들이 뒤집어 질 수 있는 가능성들까지를 다 고려해 부정적 결론을 내린 걸 수 있단 얘깁니다.

 

여친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물은 M씨에게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M씨가 다 이해해주고, 다 해결해주고, 다 포용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해 상대를 설득할 경우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마냥 그것들을 다 해줄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될 텐데, 그건 M씨와 제가 닭 뜯으며 소맥 마실 때처럼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런 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당장 치맥하러 가면 웃으며 호형호제 할 수 있겠지만, 자전거 여행을 떠났는데 하루 120Km를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M씨 몸이 안 좋아 자꾸 쉬다 50Km도 못 가면 전 솔직히 좀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그게 길어져 2~3일간 지장이 생기면, 전 M씨에게 저 혼자 갈 테니 M씨는 일단 집에 돌아가서 쉬는 게 좋겠다고 할 수 있고 말입니다.

 

또, 다른 사람의 상황 또는 문제라는 건, 꼭 눈에 보이는 그것 하나가 전부인 건 아니라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문제로 인해 상대는 자기 삶의 질이 떨어진 듯 느낄 수 있으며, 다른 뭔가를 하기에 벅찬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한 목감기만 와도 사람 만나기 싫고 만사가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가족이나 가정과 관련된 큰 문제가 있다면 삶을 대하는 태도나 세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좀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듯 상대는 자신의 사정까지를 다 고려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는 중인데, M씨는 이걸 단순히 ‘가치관의 차이’ 정도로만 해석하며, 상대에겐 심각할 수 있는 고민을 M씨가 근거 없이 낙관적으로만 바라보며 설득하려는 게 좀 안타깝습니다.

 

 

신청서가 ‘결혼에 대한 가치관 차이’를 주제로만 작성되었고, 첨부된 카톡대화가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한 부분’만 있는 까닭에, 전 M씨의 연애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만남의 빈도가 평균 주 1회이며, 서로의 가족은 본 적 없고 지인들도 그다지 본 적 없는 걸로 봐서는, 1년 넘게 사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깊은 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때문에 설렘이 귀찮음을 이겨서지 못할 정도면 연애가 시작되기 어렵듯, 이 관계에 대한 의미가 결혼에 대한 부담을 넘어서기 힘들다면 상대 마음 역시 쉽게 바뀔 수 없을 것 같고 말입니다.

 

그래서 전 맹목적으로 다 이해하고 맞춰줄 테니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달란 얘기 대신, 정말 상대가 뭘 걱정하고 있으며 그게 M씨에게는 정말 아무 문제도 안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상대가 ‘오빠는 이해 한다고 해도 오빠 부모님들께서는 이해하지 못하실 수 도 있고….’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지금처럼 거기에 그저 ‘우리 부모님들께서 그러실 분들 아니다. 그런 게 걱정되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서….’라고만 하진 말잔 겁니다. 그것보다는 M씨 역시 걱정되는 부분들에 이야기를 하며, ‘입장을 바꿔 내가 너의 상황에서 같은 고민을 한다면 넌 분명 내게 어떻게 해줄 것 같다’는 식으로 마음을 털어놓는 게 좋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며, 너의 염려를 해결하기 위해 난 현실적으로 이러이러한 것들까지도 생각해 봤다 정도로 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끝으로 하나 더. 만약 M씨가 열심히 노력해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없다면, 그땐 타협이 불가능한 이 관계에 대해선 미련을 놓는 것이 좋을 겁니다. 어쩌면 상대는 지금처럼

 

“오빠는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거구나. 결혼을 안 하면 날 더는 사랑하지 않는 거구나. 결혼을 안 한다는 이유로 헤어질 수도 있는 거구나.”

 

라는 뉘앙스로 꼭 그 이별의 책임이 M씨에게만 있는 것처럼 말할 수 있는데, 따지고 보면 자기 마음을 전혀 안 바꾼 건 상대도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가족과 부모님들께 인사할 기회마저 차단해 버린 것은 상대였고 말입니다. 그러니 그때도 이상한 의무감과 죄책감만 가진 채 ‘기약이라도 해줄 수 없는지….’ 하며 기다리지만 말고, 현명한 선택을 하셨으면 합니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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