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성격 급한 여자의 연애, 이별할 때 차단까지 당하는 이유는?

by 무한 2019. 3. 22.

사실 나도 성격이 좀 급한 편인 까닭에, 낚시를 갈 경우 낚싯대 하나를 펴 놓고 오랜 시간 기다리질 못한다. 찌낚시를 해보다가, 입질이 없으면 바늘을 바꿔보고, 그래도 안 잡히면 루어대를 펴서 던져보며, 루어 던지느라 어깨가 아플 때 쯤이면 원투를 던져놓고 입질을 본다. 대략 3시간에 종류가 다른 낚싯대 세 대를 접고 펴고 하다 보니, 그냥 꾸준히 한 대를 운용한 사람에 비해 몸만 힘들고 소득은 없을 때가 많다.

 

“그걸 알면서, 왜 자꾸 접었다 폈다 하는 건가요?”

 

그러니까 ‘급한 성격’인 거다. 성격이라는 건 몰라서가 아니라 못 참아서 그렇게 되는 것이며, 죄다 저지른 뒤에야 ‘아…. 내가 또 그랬네.’ 하며 땅을 치게 되는 것 아닌가. 나중엔 그렇게 알지만, 당시에는 바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릇된 선택이지만 얼른 그걸 해야만 뭐라도 될 것 같아서 결국 저질러 버리고 마는 것. 오늘은 이런 성격을 지닌 여성대원들이 연애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성격 급한 여자의 연애, 이별할 때 차단까지 당하는 이유는?

 

1. 얘는 왜 이러는 거지? 음모론의 생성.

 

그간 내가 접한 ‘급한 성격의 여성대원’들은, 8할이 음모론자(응?)였다. 사람의 평균 자는 시간, 씻는 시간, 뭔가에 집중하느라 폰을 볼 수 없는 시간, 지인과 술 마시는 시간, 집까지의 이동시간 등을 계산해 상대를 분석하고 있었으며, 상대가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경우 이쪽은 패닉에 빠진 채

 

‘상대는 지금 뭔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건가? 내 생각은 안 하는가? 하아…. 이거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라며 초 단위로 무너지거나 냉탕과 열탕 사이를 넘나들었다.

 

그녀들은

 

-지금 내가 상대를 보고 싶어 하는 것만큼 상대도 보고 싶어 해야 하며, 내가 상대를 삶의 우선순위에 놓은 것만큼 상대도 나를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

 

라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상대에게서 연락이 없는 시간은 오롯이 이쪽 혼자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으며, 이쪽이 대부분의 것들을 다 팽개치고 연애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상대가 그러지 못하면 전부 ‘무관심한 것’으로 해석되고 말았다. 그렇게 남는 시간에는

 

-상대가 일부러 피씨카톡으로 확인하곤 폰으로 1 안 없애는 것.

-내가 좀 늦게 답장 보낸 것 때문에, 상대가 30분째 확인 안 하는 것.

-내 호감이 더 큰 걸 알곤 일부러 연락 안 해 날 길들이는 것.

 

등의 음모론을 쓰느라 바빴으며, 그 음모론을 기반으로 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니 모든 게 의심스럽고 수상하며 상대가 이쪽을 골탕 먹이려 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매 순간 연락이 되는 까닭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엔, 상대에게 ‘결혼을 생각할 정도의 열정’이 없는 것 같다며 하소연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 정도의 마음이 있어야 이쪽도 안심하며 만날 텐데, 상대가 일단은 연애부터 해보려는 것 같다며 걱정하는 것이다. 뭐 한 2~3년 만났는데도 아무 제스쳐가 없는 거라면 함께 고민해볼 순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얘기를 하는 대원들에게 ‘만난 지 얼마나 되셨어요?’를 물으면, 사귄 지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경우마저 있다. 그럴 경우 96점 이상의 상대를 만나도 ‘왜 100점이 아닌지?’를 두고 불만만 말하다 ‘늘 불평만 하는 사람’으로 각인될 수 있으니, 먼저 전력질주하며 저 앞으로 달려나가 상대를 재촉하지 말고 상대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봤으면 한다.

 

 

2.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정리할 거야.

 

성격 급한 여성대원들의 경우, 위에서 말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대로는 못 만나. 이건 말하고 정리해야 해.’라는 생각을 하다, 결국 일을 저지르곤 내게

 

“생각 끝에, 다음 날 제가 헤어짐을 얘기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혼자 기다리며 32가지의 부정적인 가능성을 혼자 검토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리는 건데, 심한 경우 ‘사귄 지 2주 되었는데 벌써 세 번째 이별통보’를 한 사례도 있을 정도다.

 

그녀들의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라는 말은

 

-완전히 푹 빠져 연애하거나, 아니면 헤어지거나.

 

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데, 그런 연애는 상대가 금사빠이거나 그냥 맹목적으로 이쪽에게 들이댈 때에만 가능하며, 모든 걸 그렇게 ‘최선을 다한다면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닌가?’의 태도로 나올 경우 상대가 누구라도 지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연애가 아니라 가족의 일이라 해도

 

-네가 정말 부모님을 생각한다면 더 연락 자주할 거 아니냐.

-네가 정말 가족을 생각한다면 연애에 들이는 공의 절반은 들일 거 아니냐.

-가족을 위해 옷, 신발, 취미생활 용품, 여행경비 등도 댈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런 것도 못 하면서 말로만 가족가족 하지 말고, 못 하겠으면 나가라.

 

라는 식으로 가족 중 누군가가 갈구기 시작한다면, 반성하기보다는 그 집에서 나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별은 귀가 밝으며, 헤어지자는 말은 씨가 되어 갈등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게 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기분이 상할 때마다 이별로 위협하다 보면, 상대는 10번 중 9번 잘하고 1번 못 해도 헤어질 위기에 몰리는 것에 질리게 되며, 자주 듣는 이별 위협에 결국은 그 관계가 언젠가 끝나게 될 관계라 생각하게 될 테니 말이다.

 

 

3. 난 힘들었다고! 사과받아야 하는 사람은 난데 왜 따져.

 

이별통보를 무르고자 상대가 회유할 때에도, 이쪽의 급한 성격은 문제가 되곤 한다. 한 대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녁에 전화가 왔어요. 그런데 제가 통화중이라서 못 받았고, 톡을 많이 보냈더라고요. 어쨌든 톡의 마지막 내용은 ‘전화 안 받네. 오늘은 기분 안 좋은 것 같으니 내일 얘기하자.’ 였어요. 사과하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만 보내니 더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톡으로 제가 할 얘기들을 하곤, 대답 듣고 싶으니 전화 달라고 했어요. 근데 확인도 없고, 제가 전화 거니 안 받더라고요. 그래 전 톡으로 또….”

 

그냥 그 하루, 아니 딱 그 날 저녁만 좀 참고 다음 날 대화를 했으면 최악은 면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저 대원은 그날 상대 탓을 하는 날 선 이야기들을 보냈고, 다시 한번 이별통보를 했으며, 동시에 아직 기회가 남은 듯한 뉘앙스로 말하긴 했지만 그 기회는 핏빛 청문회를 통과한 뒤에야 속죄하는 마음으로 계속 만날 수 있을 듯한 느낌의 기회였다.

 

저런 일들을 벌인 뒤 결국 차단까지 당하고 만 대원들은 내게

 

“이런 남자의 심리는 뭔가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이렇게 헤어졌어도 다시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나요?”

 

라고 묻곤 하는데, 무슨 심리 같은 걸 떠나서 저렇게 폭격하고 ‘운 좋게 산다고 해도 넌 포로’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 그만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만나봐야 불평과 불만을 들으며 갈굼당할 게 뻔하고, 언제든 또 이별로 위협받을 수 있으며, 대화를 좀 하자고 했더니 피의자 신분으로 진술과 반성을 하라고 하는 관계는 누구라도 놓아버리고 싶을 것 아닌가.

 

‘회피형’이라는 말이 유행을 타고 난 뒤부터는 저런 관계에도 그냥 “그가 회피형 남자인 것 같습니다.”라는 결론을 달기도 하던데, 앞으로 남은 게 청문회와 포로생활 밖에 없는 것 같은 관계는 누구나 피하려 한다는 것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찬찬히 다시 돌아보면 상대는 분명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고, 이쪽과 대화를 하려 했으며, 회유하려 전화와 카톡까지 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엔 이쪽이 눈 감고 귀 닫고 있던 상황이라 오로지 자신의 분노만 이야기 했고, 상대가 완전히 무릎을 꿇은 채 모든 걸 다 보장해주고 책임지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았다고 멱살잡이만 했던 건 아닌지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비판을 목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고, 저런 성향을 보이는 대원들이 대개

 

-마음 여림, 남자의 배신 등으로 인한 상처 있음, 상대가 하는 말을 다 믿고 싶어하기에 상대가 솔직히 다 말해주길 바람, 그러면서도 내 상처로 인해 좋은 사람을 놓치는 거 아닐까 고민하기도 함.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이 매뉴얼을 발행하게 되었다. 무슨 마음으로 그러는 건지 모르는 게 아니기에 솔직히 더 마음이 쓰이는데, 난 그녀들에게

 

-선택은 상대와 의논한 뒤 하는 게 좋으며, 중간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함.

-상대가 설명할 길도 막아 두고 낭떠러지쪽으로만 몰고 가진 말아야 함.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를 ‘절대평화시간’으로 설정하면 도움이 됨.

-화났다고 상대를 꿇어 앉히려 하거나 ‘~해줘’라고 말하면 다른 문제가 생김.

-상대에게 따지기 전, ‘그럼 나는 그렇게 했는가?’를 꼭 생각해 봐야 함.

 

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이 부분을 주제로 매뉴얼을 써도 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저렇게 ‘상대에게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 뭐가 문제인지’를 다룬 건 ‘내가 힘든 것 = 상대의 잘못 때문’ 이라고만 생각한 채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않고 그저 아파만 하는 대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걸 여기에 밝혀두며. 오늘은 여기까지!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사연은 공지(https://normalog.com/notice/1339) 에 있는 '신청서에 적어서' 보내주세요.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