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지나고 나면 노멀로그에는 항상 <소개팅>이나 <만남>후의 방법을 묻는 솔로부대원의 사연들로 넘쳐난다. 물론, 모든 연애상담은 <노멀로그 응급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니 별도의 코멘트를 달진 않지만, 대단히 안타까운 것은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 했던 '소개팅 이후의 전략'은 소개팅이 끝난 후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소개팅 이전에 미리 세워둬야 한다는 것이다.
소개팅에 관련된 지난 매뉴얼을 읽은 솔로부대원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애프터 신청이나 소개팅 이후의 진행에 대한 8할은 '소개팅'에서 결정이 난다. 소개팅은 소개팅대로, 애프터는 애프터대로가 아니란 얘기다. 당신이 소개팅에서 무슨 짓(응?)을 했냐에 따라 결정이 나는 것이다.
오늘 매뉴얼에서는 남성대원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질문의 실수'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아무리 젠틀한 첫인상을 남기고, 그녀를 빵빵 터트리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로맨틱한 모습을 보여준 뒤, 여성의 호감을 이끌어 내는 것 까지 성공했더라도, 아래에서 함께 살펴볼 '질문'들을 아무 생각없이 던졌다간 "너는 아웃"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몸무게를 물으셨습니까? (출처 - 영화 <다크나이트>)
이 질문을 던진 사실이 Y양(29세, 회사원)의 귀에 들어간다면 박수를 치며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이렇게 얘기해 줄 것이다.
"니가 짱이다"
눈대중으로 상대가 45Kg 이하의 몸무게를 가졌다던가, 혹은 멸치가 생각날 정도로 마른 타입이 아니라면 이 질문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이건 뭐 더 말해도 입만 아픈 얘기지만, 아무 생각없이 몸무게를 묻는 남자사람들이 꽤 있다. 대부분 커버하느라 "전혀 그렇게 안보여요~ 사십오킬로인줄 알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별로 약효는 없다.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서 여자사람의 몸무게는 지켜주도록(응?) 하자.
덧붙여, 자신의 키가 작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키에 대한 컴플렉스를 꺼내 놓았을 때 "키가 몇이신데요? 그렇게 안보여요, 훨씬 커 보이는데" 이런 이야기도 별 약효가 없음을 기억해 두자. 여자를 만날 때 마다 '성장판'이 어쩌구 하던 최모씨(36세, 제조업)는 아직도 솔로임을 잊지말자.
그녀를 '배려' 한다는 차원에서는 당연히 꺼낼 수 있는 이야기지만, 만날 때 마다 이런 이야기를 반복한다면 당신의 매력은 반감 될 수 있다. 당신의 '리더십'을 발휘해 그녀와의 만남을 위해 알아본 수 많은 맛집 등 '준비성'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무작정 내장탕 집으로 인도하거나 곱창집으로 인도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돼지부속집을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고 해도, 최소한 "돼지 부속 어때요? 껍데기가 아주 야무진데" 이정도의 멘트로 배려해 주는 것이다.
겨드랑이에 털이 나기 시작할 적 읽은 책이라 제목이나 지은이는 자세히 기억이 안나지만, 꽤 괜춘한 레스토랑에 가면 들어와서 아무데나 앉게 하는 것이 아니고 꼭 자리를 배정해 주는 이유가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며, 선택권을 넘겨주는 것 보다 선택의 폭을 줄여주는 것이 '배려'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당신이 그녀에게 보여줘야 할 '배려'도 바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니가 원하는 대로 해" 보다는 "이걸 같이 하자" 정도의 배려가 좋다는 것을 잊지 말자. 레스토랑에서 창가로 자리를 옮겼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직원이 "닥치고 먹어" 라고 하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뭐 먹고 싶어?" 라는 것이 있다. 솔로부대 남자대원들에게 미리 귀뜸을 해 주자면 자신이 살고 있는 시/군/구 에서 소문난 맛집들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래서 "뭐 먹고 싶어?" 라는 이야기를 여자사람이 꺼냈을 때 그와 관련된 괜춘한 집으로 바로 찾아갈 수 있는 센스를 길러두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 "뭐 먹고 싶어?" 했을 때, 여자사람의 대답을 듣곤 거리를 방황하게 된다면 한 걸음마다 그녀의 마음은 한 발짝씩 멀어질 수 있다. (물론, 서로의 눈에 둘만 보이는 상태라면 칼국수를 먹기 위해 두 시간 걸어도 행복하겠지만 말이다.)
몇 명이나 사귀었는지는 왜 물어보는가? "아직 한 번도 없어요" 라고 하면 상이라도 줄 텐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거라면 얼마든지 물어봐도 괜찮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벌집'을 건들 필요는 없다. 주로 연애경험이 전무한 솔로부대원들이 '공감대'라도 이끌어 내려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질문 이후 자신을 예로들며 "저는 한 번도 없어요" 라고 이야기 하는 것 역시 별 도움이 되질 못한다. 자신의 '순결'을 상대 여자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꺼낼필요 없는 얘기란 말이다.
이전 매뉴얼에 달린 댓글 중 "상대에게 첫 키스를 물어 본 뒤 그 느낌을 말하게 하여 여자를 자극한다" 라거나 "첫 경험을 물어보며 그녀를 몽환적인 상태로 만든다" 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런건 그냥 060 전화 걸어서 하는 일이지 '정상적인 대화'로 볼 수 없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문자로 대화하는 채팅이나 메신저로는 통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음란채팅'을 하며 서로 흥분할 수 있단 얘기다. 은밀한 자리에서 상대가 입으로 내지 못했던 비밀스런 일들을 이야기하게 만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로 유도하는 것은, 그 방법이 통하는 상대가 아주 없진 않겠지만, 소개팅에 나가서 "당신의 첫 경험을 떠올려봐요. 그 느낌은 어땠나요?" 이따위 대사를 늘어 놓다간 성희롱으로 영양가 높은 콩밥을 먹게 될 것이다.
이 얘기는 솔로부대원들 보다 커플부대원들이 자주 꺼낼거라 생각한다. 그 유명한 대사 중 여자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라는 대사에 대해, 남자는 정말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자연히 '왜 화났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도달하게 되는 깨달음, '아..그 날인가?' 까지 떠올리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날이든, 그 날이 아니든 이 물음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 날이면 그녀의 짜증 게이지는 당신의 따귀를 때리고 싶을 정도로 올라갈 것이고, 그 날이 아니라면 헛다리를 짚은 당신에게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단 얘기다. 여성들의 '그 날'은 남자의 입장에서 '대인 살상용 지뢰'라고 생각하면 된다. 밟거나 제거하지 말고 그냥 피해가란 얘기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볼만한 질문으로 "오빤 그것도 못해?" 라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내가 할 줄 아는 일인데 이런 얘기를 들어도 짜증 나고, 못하는 건데 그녀가 들추어내도 짜증나지 않는가? 여자에게 묻는 '그 날이야?' 역시 같은 범주에 속하는 물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녀를 생각한다면 '그 날인가, 그 날이 아닌가'를 따지지 말고 따뜻한 황토 찜질팩을 하나 건네주는 것이 좋다. "너 그 날인 것 같아서 샀어" 라는 얼빠진 대사 말고, "여자는 따뜻하게 해 주는게 좋데" 정도의 대사가 괜춘하다.
또 물어서까지 알아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한 번 물어봤던 질문은 다시 안 던지는 것이 좋다. 상대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호감으로 작용하지만, 상대의 대답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실망으로 전달 될 수 있다.
소개팅에 관련된 매뉴얼에서 '상대에게 집중하라' 라는 이야기를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상대가 좋아하는 색깔, 상대의 생일, 혹은 상대의 혈액형 등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접할 수 있는 정보를 대충 흘려듣고 나중에 또 묻지 말라는 얘기다.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암기력이 떨어진다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는 핑계를 대고 휴대폰에 저장해 두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그 당시의 소개팅에서 별반 성과(?)를 못 내더라도 나중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예전 M본부에서 했던 프로그램 중 <성공시대>에 등장한 한 인물이 외국 명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대가 한 이야기는 모조리 암기했고, 나중에 만나도 그것에 연관된 이야기를 꺼내 상대를 감동시켰다는 이야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만남의 자리에서 흘리듯이 한 별자리 이야기를 그녀가 기억하고 나중에라도 당신의 별자리로 된 핸드폰 액정 클리너를 선물하거나 하면 좋지 아니하겠는가? 수업시간엔 수업에 집중하고, 그녀를 만날 땐 그녀에게 집중하자.
이렇게 이야기를 써 놓고 보니 또 어느 분이 와서 "이거 완전 꼴페미.." 라는 댓글을 적거나 "시집 못갈 뇨온"이라는 댓글을 달아 놓을 것 같다. (미안하다, 형 남자다.) 조금 더 점잖은 분은 "그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라는 거냐?" 라는 댓글을 남기거나 "하지 말아야 될 거 말고, 해야 할 걸 알려 달라구요" 라고 써 둘 것 같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어린애도 아니고 "왜 남자만 이런걸 알아야 하냐, 남자만 여자를 위해야 하는거냐?" 라는 이야기는 초등학생이 책상에 선 긋는 걸로 밖에 안보인다.)
자, 그렇다면 남성대원들을 위해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며 리드할 수 있을지 딱 두가지만 공개하겠다. 더 많은 이야기는 책을 통해서 만나기로 하자.
A. 운세와 손을 공략한다
상대의 생년월일을 물어봐서 점을 봐주란 얘기가 아니다. 별자리 운세든 띠별 운세든 '결과'를 몇개 알아두도록 하자. 그리곤 그냥 말해주는 것이다. 아니면, 군대에 있을 때 손금에 대한 책이 한 권 있었는데, 그 책은 출판사도 없고 저자도 없는 이상한 책이었다고, 그리고 그 책에 의하면 지금 앞에 앉아 계신 지영씨 (상대가 이과일 경우) 손금은 '이과' 보다는 '문과'에 어울리는 손금이라고 해두자. 이과도 훌륭하지만, 감수성이 엄청 풍부한 걸로 보인다고 말해주자. 대충 그냥 제일 긴거 하나 잡아서 '이게 바로 문과에 재능이 있는 손금' 이라고 설명해 주면 된다.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은 여자사람 없고, 상대가 가지 않은 길에도 충분히 재능이 있다고 말해줘서 따귀를 올려붙일 여자사람 없다. 또한, 중지와 손바닥이 만나는 곳의 사이가 넓으면 결혼상대가 미남이라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므로 그러한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은 신뢰를 높이기에 효과적이다.
B. 공감대는 이렇게 찾아라
괜히 책을 많이 읽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최인훈 선생님의 <광장>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런 이야기의 '대상'을 그녀에게 향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친구들 중 이별하고 나서는 괜히 술사달라는 핑계를 대거나 미니홈피를 보면 정말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세끼 다 먹고 할 거 다 하면서 지내는 친구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 보는 것이다. 당신이 공감한 것은, 그녀도 공감할 가능성이 크다. "문차일드 에서 베이스 치는 애, 우리 학교 나왔거든요" 이런 이야기만 하지 말고, 당신이 공감했던 것을 그녀에게도 풀어놓아 보길 바란다.
비슷한 주제로 좀 더 이야기 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군중 속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도 좋다. 이제 막 안면을 트기 시작한 상대에게 자신의 러브스토리를 토사물처럼 꺼내놓지 말고, 당신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으란 얘기다. 미친게 아니라면 "그녀를 육년동안 좋아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과 사귀더군요. 그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어요" 이런 죽탱이 날리고 싶은 얘기를 꺼내지 말길 바란다. 당신이 어디선가 느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지만 그래도 뭔가 허무한 듯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라면 당신이 대학시절 MT를 가서도 남들 다 술취해서 자는 밤에 혼자 나와 그냥 그 어둠을 한 참 바라보고 있었다는 이야기라든가, 별똥별을 봤는데 그 순간에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 정말 안타까운 적이 있다며 그녀에게 별똥별을 본 적이 있냐는 물음을 던지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매뉴얼을 통해 '진심'을 보여주라는 이야기를 그동안 식상하게 받아들였을지 모르지만, 내가 말한 '진심'은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세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당신을 보여주라는 얘기다. 지금 당장 몇가지 연애 스킬을 배워 그녀와 사귄다고 해도, 그 관계는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얼마나 단단한 '중심'을 만들 수 있는가.
그렇다고 "사실 나 거지임" 이런 얘기를 하거나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하는 생각으로 나왔습니다." 이런 말을 하라는 게 아니다. 말도 많이 하면 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다보면 유형을 볼 수 있게 된다. 당장 소개팅만 잡을 생각을 하지 말고 주변의 여자사람이 있다면 하루에 10분만이라도 '대화'를 해 보자. 굳이 '연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누군가와 대화하며 자신의 어색함이나 어눌함을 떨쳐보잔 얘기다. 그리고 자신이 보낸 문자나 대화내용을 저장해 살펴보자. 대화에서 한발짝 물러나면 '바보같은' 부분들이 보일 것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시간이 남아돌아서 '복기'를 하겠는가? 지금 당신에서 한뼘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뉴페이스'만 찾지 말란 얘기다. 주연만 바뀌고 엉터리 시나리오는 그대로인 영화는 이제 그만 찍자. 시나리오가 바뀌려면 당신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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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에 관련된 지난 매뉴얼을 읽은 솔로부대원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애프터 신청이나 소개팅 이후의 진행에 대한 8할은 '소개팅'에서 결정이 난다. 소개팅은 소개팅대로, 애프터는 애프터대로가 아니란 얘기다. 당신이 소개팅에서 무슨 짓(응?)을 했냐에 따라 결정이 나는 것이다.
오늘 매뉴얼에서는 남성대원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질문의 실수'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아무리 젠틀한 첫인상을 남기고, 그녀를 빵빵 터트리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로맨틱한 모습을 보여준 뒤, 여성의 호감을 이끌어 내는 것 까지 성공했더라도, 아래에서 함께 살펴볼 '질문'들을 아무 생각없이 던졌다간 "너는 아웃"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1. 몸무게가 몇(Kg)이세요?
몸무게를 물으셨습니까? (출처 - 영화 <다크나이트>)
이 질문을 던진 사실이 Y양(29세, 회사원)의 귀에 들어간다면 박수를 치며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이렇게 얘기해 줄 것이다.
"니가 짱이다"
눈대중으로 상대가 45Kg 이하의 몸무게를 가졌다던가, 혹은 멸치가 생각날 정도로 마른 타입이 아니라면 이 질문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이건 뭐 더 말해도 입만 아픈 얘기지만, 아무 생각없이 몸무게를 묻는 남자사람들이 꽤 있다. 대부분 커버하느라 "전혀 그렇게 안보여요~ 사십오킬로인줄 알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별로 약효는 없다.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서 여자사람의 몸무게는 지켜주도록(응?) 하자.
덧붙여, 자신의 키가 작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키에 대한 컴플렉스를 꺼내 놓았을 때 "키가 몇이신데요? 그렇게 안보여요, 훨씬 커 보이는데" 이런 이야기도 별 약효가 없음을 기억해 두자. 여자를 만날 때 마다 '성장판'이 어쩌구 하던 최모씨(36세, 제조업)는 아직도 솔로임을 잊지말자.
2. 뭐 할까요? 어디 갈까요?
그녀를 '배려' 한다는 차원에서는 당연히 꺼낼 수 있는 이야기지만, 만날 때 마다 이런 이야기를 반복한다면 당신의 매력은 반감 될 수 있다. 당신의 '리더십'을 발휘해 그녀와의 만남을 위해 알아본 수 많은 맛집 등 '준비성'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무작정 내장탕 집으로 인도하거나 곱창집으로 인도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돼지부속집을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고 해도, 최소한 "돼지 부속 어때요? 껍데기가 아주 야무진데" 이정도의 멘트로 배려해 주는 것이다.
겨드랑이에 털이 나기 시작할 적 읽은 책이라 제목이나 지은이는 자세히 기억이 안나지만, 꽤 괜춘한 레스토랑에 가면 들어와서 아무데나 앉게 하는 것이 아니고 꼭 자리를 배정해 주는 이유가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며, 선택권을 넘겨주는 것 보다 선택의 폭을 줄여주는 것이 '배려'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당신이 그녀에게 보여줘야 할 '배려'도 바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니가 원하는 대로 해" 보다는 "이걸 같이 하자" 정도의 배려가 좋다는 것을 잊지 말자. 레스토랑에서 창가로 자리를 옮겼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직원이 "닥치고 먹어" 라고 하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뭐 먹고 싶어?" 라는 것이 있다. 솔로부대 남자대원들에게 미리 귀뜸을 해 주자면 자신이 살고 있는 시/군/구 에서 소문난 맛집들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래서 "뭐 먹고 싶어?" 라는 이야기를 여자사람이 꺼냈을 때 그와 관련된 괜춘한 집으로 바로 찾아갈 수 있는 센스를 길러두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 "뭐 먹고 싶어?" 했을 때, 여자사람의 대답을 듣곤 거리를 방황하게 된다면 한 걸음마다 그녀의 마음은 한 발짝씩 멀어질 수 있다. (물론, 서로의 눈에 둘만 보이는 상태라면 칼국수를 먹기 위해 두 시간 걸어도 행복하겠지만 말이다.)
3. 몇 명이나 사귀어 보셨어요?
몇 명이나 사귀었는지는 왜 물어보는가? "아직 한 번도 없어요" 라고 하면 상이라도 줄 텐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거라면 얼마든지 물어봐도 괜찮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벌집'을 건들 필요는 없다. 주로 연애경험이 전무한 솔로부대원들이 '공감대'라도 이끌어 내려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질문 이후 자신을 예로들며 "저는 한 번도 없어요" 라고 이야기 하는 것 역시 별 도움이 되질 못한다. 자신의 '순결'을 상대 여자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꺼낼필요 없는 얘기란 말이다.
이전 매뉴얼에 달린 댓글 중 "상대에게 첫 키스를 물어 본 뒤 그 느낌을 말하게 하여 여자를 자극한다" 라거나 "첫 경험을 물어보며 그녀를 몽환적인 상태로 만든다" 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런건 그냥 060 전화 걸어서 하는 일이지 '정상적인 대화'로 볼 수 없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문자로 대화하는 채팅이나 메신저로는 통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음란채팅'을 하며 서로 흥분할 수 있단 얘기다. 은밀한 자리에서 상대가 입으로 내지 못했던 비밀스런 일들을 이야기하게 만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로 유도하는 것은, 그 방법이 통하는 상대가 아주 없진 않겠지만, 소개팅에 나가서 "당신의 첫 경험을 떠올려봐요. 그 느낌은 어땠나요?" 이따위 대사를 늘어 놓다간 성희롱으로 영양가 높은 콩밥을 먹게 될 것이다.
4. 그 날이야?
이 얘기는 솔로부대원들 보다 커플부대원들이 자주 꺼낼거라 생각한다. 그 유명한 대사 중 여자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라는 대사에 대해, 남자는 정말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자연히 '왜 화났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도달하게 되는 깨달음, '아..그 날인가?' 까지 떠올리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날이든, 그 날이 아니든 이 물음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 날이면 그녀의 짜증 게이지는 당신의 따귀를 때리고 싶을 정도로 올라갈 것이고, 그 날이 아니라면 헛다리를 짚은 당신에게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단 얘기다. 여성들의 '그 날'은 남자의 입장에서 '대인 살상용 지뢰'라고 생각하면 된다. 밟거나 제거하지 말고 그냥 피해가란 얘기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볼만한 질문으로 "오빤 그것도 못해?" 라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내가 할 줄 아는 일인데 이런 얘기를 들어도 짜증 나고, 못하는 건데 그녀가 들추어내도 짜증나지 않는가? 여자에게 묻는 '그 날이야?' 역시 같은 범주에 속하는 물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녀를 생각한다면 '그 날인가, 그 날이 아닌가'를 따지지 말고 따뜻한 황토 찜질팩을 하나 건네주는 것이 좋다. "너 그 날인 것 같아서 샀어" 라는 얼빠진 대사 말고, "여자는 따뜻하게 해 주는게 좋데" 정도의 대사가 괜춘하다.
5. 물어 본 거 또 묻기
또 물어서까지 알아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한 번 물어봤던 질문은 다시 안 던지는 것이 좋다. 상대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호감으로 작용하지만, 상대의 대답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실망으로 전달 될 수 있다.
소개팅에 관련된 매뉴얼에서 '상대에게 집중하라' 라는 이야기를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상대가 좋아하는 색깔, 상대의 생일, 혹은 상대의 혈액형 등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접할 수 있는 정보를 대충 흘려듣고 나중에 또 묻지 말라는 얘기다.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암기력이 떨어진다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는 핑계를 대고 휴대폰에 저장해 두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그 당시의 소개팅에서 별반 성과(?)를 못 내더라도 나중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예전 M본부에서 했던 프로그램 중 <성공시대>에 등장한 한 인물이 외국 명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대가 한 이야기는 모조리 암기했고, 나중에 만나도 그것에 연관된 이야기를 꺼내 상대를 감동시켰다는 이야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만남의 자리에서 흘리듯이 한 별자리 이야기를 그녀가 기억하고 나중에라도 당신의 별자리로 된 핸드폰 액정 클리너를 선물하거나 하면 좋지 아니하겠는가? 수업시간엔 수업에 집중하고, 그녀를 만날 땐 그녀에게 집중하자.
이렇게 이야기를 써 놓고 보니 또 어느 분이 와서 "이거 완전 꼴페미.." 라는 댓글을 적거나 "시집 못갈 뇨온"이라는 댓글을 달아 놓을 것 같다. (미안하다, 형 남자다.) 조금 더 점잖은 분은 "그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라는 거냐?" 라는 댓글을 남기거나 "하지 말아야 될 거 말고, 해야 할 걸 알려 달라구요" 라고 써 둘 것 같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어린애도 아니고 "왜 남자만 이런걸 알아야 하냐, 남자만 여자를 위해야 하는거냐?" 라는 이야기는 초등학생이 책상에 선 긋는 걸로 밖에 안보인다.)
자, 그렇다면 남성대원들을 위해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며 리드할 수 있을지 딱 두가지만 공개하겠다. 더 많은 이야기는 책을 통해서 만나기로 하자.
A. 운세와 손을 공략한다
상대의 생년월일을 물어봐서 점을 봐주란 얘기가 아니다. 별자리 운세든 띠별 운세든 '결과'를 몇개 알아두도록 하자. 그리곤 그냥 말해주는 것이다. 아니면, 군대에 있을 때 손금에 대한 책이 한 권 있었는데, 그 책은 출판사도 없고 저자도 없는 이상한 책이었다고, 그리고 그 책에 의하면 지금 앞에 앉아 계신 지영씨 (상대가 이과일 경우) 손금은 '이과' 보다는 '문과'에 어울리는 손금이라고 해두자. 이과도 훌륭하지만, 감수성이 엄청 풍부한 걸로 보인다고 말해주자. 대충 그냥 제일 긴거 하나 잡아서 '이게 바로 문과에 재능이 있는 손금' 이라고 설명해 주면 된다.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은 여자사람 없고, 상대가 가지 않은 길에도 충분히 재능이 있다고 말해줘서 따귀를 올려붙일 여자사람 없다. 또한, 중지와 손바닥이 만나는 곳의 사이가 넓으면 결혼상대가 미남이라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므로 그러한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은 신뢰를 높이기에 효과적이다.
B. 공감대는 이렇게 찾아라
괜히 책을 많이 읽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최인훈 선생님의 <광장>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군, 친구들이 소탈한 체하고 털어놓는 연애 얘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게. 정말 소중한 얘기는 그렇게 아무한테나 쏟아놓지 않는 법이야. 설사 하더라도 에누리를 두는 법이지."
-최인훈, <광장> 중에서
-최인훈, <광장> 중에서
이런 이야기의 '대상'을 그녀에게 향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친구들 중 이별하고 나서는 괜히 술사달라는 핑계를 대거나 미니홈피를 보면 정말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세끼 다 먹고 할 거 다 하면서 지내는 친구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 보는 것이다. 당신이 공감한 것은, 그녀도 공감할 가능성이 크다. "문차일드 에서 베이스 치는 애, 우리 학교 나왔거든요" 이런 이야기만 하지 말고, 당신이 공감했던 것을 그녀에게도 풀어놓아 보길 바란다.
비슷한 주제로 좀 더 이야기 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군중 속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도 좋다. 이제 막 안면을 트기 시작한 상대에게 자신의 러브스토리를 토사물처럼 꺼내놓지 말고, 당신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으란 얘기다. 미친게 아니라면 "그녀를 육년동안 좋아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과 사귀더군요. 그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어요" 이런 죽탱이 날리고 싶은 얘기를 꺼내지 말길 바란다. 당신이 어디선가 느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지만 그래도 뭔가 허무한 듯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라면 당신이 대학시절 MT를 가서도 남들 다 술취해서 자는 밤에 혼자 나와 그냥 그 어둠을 한 참 바라보고 있었다는 이야기라든가, 별똥별을 봤는데 그 순간에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 정말 안타까운 적이 있다며 그녀에게 별똥별을 본 적이 있냐는 물음을 던지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Point>
위의 '손금' 이야기에 대해, 사실 난 '연애' 때문이 아니라 '손금'에 관련된 글을 언젠가 쓰게 될거라는 생각에 자료를 뒤적이며 공부한 적이 있었고, 그렇기에 '구라'가 아니라 실제로 상대의 손금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의 이야기 역시 상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느꼈던, 그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던 것이다. 즉, '진심'이라는 얘기다.
위의 '손금' 이야기에 대해, 사실 난 '연애' 때문이 아니라 '손금'에 관련된 글을 언젠가 쓰게 될거라는 생각에 자료를 뒤적이며 공부한 적이 있었고, 그렇기에 '구라'가 아니라 실제로 상대의 손금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의 이야기 역시 상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느꼈던, 그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던 것이다. 즉, '진심'이라는 얘기다.
매뉴얼을 통해 '진심'을 보여주라는 이야기를 그동안 식상하게 받아들였을지 모르지만, 내가 말한 '진심'은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세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당신을 보여주라는 얘기다. 지금 당장 몇가지 연애 스킬을 배워 그녀와 사귄다고 해도, 그 관계는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얼마나 단단한 '중심'을 만들 수 있는가.
그렇다고 "사실 나 거지임" 이런 얘기를 하거나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하는 생각으로 나왔습니다." 이런 말을 하라는 게 아니다. 말도 많이 하면 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다보면 유형을 볼 수 있게 된다. 당장 소개팅만 잡을 생각을 하지 말고 주변의 여자사람이 있다면 하루에 10분만이라도 '대화'를 해 보자. 굳이 '연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누군가와 대화하며 자신의 어색함이나 어눌함을 떨쳐보잔 얘기다. 그리고 자신이 보낸 문자나 대화내용을 저장해 살펴보자. 대화에서 한발짝 물러나면 '바보같은' 부분들이 보일 것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시간이 남아돌아서 '복기'를 하겠는가? 지금 당신에서 한뼘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뉴페이스'만 찾지 말란 얘기다. 주연만 바뀌고 엉터리 시나리오는 그대로인 영화는 이제 그만 찍자. 시나리오가 바뀌려면 당신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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