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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장거리 연애를 할 때 꼭 알아둬야 하는 것들

by 무한 2009. 12. 28.
그동안 장거리 연애에 대한 매뉴얼 요청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미룬 이유는, 아무래도 그 내용이 어두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딱히 구입한 것도 없고, 뭐 거창하게 쓴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점점 줄어드는 통장의 잔고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지금 연애를 하고 있을 장거리 연애자들(응?). 솔로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냈을지도 모르는 그대들을 위해 이번 매뉴얼을 시작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정말 마음에서도 멀어지나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래에서 함께 살펴보자. 어느 경우에 마음도 함께 멀어지는지, 또 그걸 극복하고 잘 사귀는 연인들은 어떤 처방을 내렸는지 알아보잔 얘기다. 자, 그럼, 출발한다.


1.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자


장거리 연애의 종말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결국, 변하는 것은 막을 수 없더라." 라는 이야기를 한다. 난 그 이야기에 "왜 굳이 변하는 것을 막아야 하나?" 라고 되묻고 싶다. 모든 것은 변한다. 심지어 생명이 없는 우리집 밥상도 관절염으로 고생중이다. 변하는 원인을 '장거리 연애이기 때문에'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한 집에서 살을 부비며 사는 부부도 변한다. 신혼과 결혼 1년차가 다르고, 그 햇수가 늘어갈 수록 둘의 사랑은 변한다.

거리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누구나 변하는데, 그 변화의 원인을 서로 떨어져 있다는 것에 두기때문에 집착은 고개를 들고 추궁은 손을 흔들며, 실망은 어깨동무를 한다. <곰신생활매뉴얼>을 연재하면서,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사람들에게 한 이야기 중, "군대에 가지 않았다면, 그 사랑은 계속되었을까?" 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군대에 갔기 때문에 헤어진 것이 아니라, 둘이 얼굴 맞댄 사회에 있었어도 분명 갈등이 생기거나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꺼냈을 수 있다.

변화는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락의 빈도가 줄어드는 것이나 상대의 메일이나 편지에서 그 진심의 밀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 그건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커플들이 겪는일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자.


2. 변수는 더 많을 수 있다 


보고 싶을 때 바로 볼 수 없다는 상황과,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다. 또한, 서로 같이 공유하는 생활의 부분이 작고 각자의 생활이 큰 관계로 여러가지 변수들이 있을 수 있다. 서로 확인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 의심이 자랄 수 있고 말이다. 권태기가 찾아왔을 때 이러한 조건은 치명적이다. 딴생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서로가 있어 감사한 부분보다는 상대의 부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외로움'이다. 인간이 1더하기 1에 대한 답을 2라고 내는 이상, 외로움은 그 누구를 만나도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다. 1더하기 1에 대한 답이 1이 아닌 까닭이다. 둘은 하나가 될 수 없으니 언제나 하나를 그리워 하는데, 그 그리움의 다른 이름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의 원인이 '장거리 연애'라고 생각하는 순간, 둘을 지탱해주던 기둥 하나가 무너진다. 식탁에서 다리를 하나 잘라내면 어떻게 될까? 위에 올려져 있던 그릇들이 바닥과 만나게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는 '그래, 내가 전역하면 소녀시대 같은 애들이랑 사귈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외국에 가 있는 남자친구는 '지금 나에게 진심으로 위안이 되어주는 것은 제시카 킴이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남자의 경우만 이런 건 아니다. 여자의 경우도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만 콜렉트콜로 들려주는 민규보다 주혁오빠가 날 더 챙겨주는구나' 라고 생각하거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지, 정말 그런거라면 내가 겪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매뉴얼의 서두에서 이야기 했던 '사귀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야 하는' 것도 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변수들을 극복한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쓴 걸까?


3. 엄마의 쪽지를 생각해라


이전 매뉴얼에서도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지만, 엄마가 "마트에서 장보고 올 테니까, 상에 있는 거 먹고 싱크대에 담궈놔. 비타민 C하나 챙겨 먹고." 이런 쪽지를 남겼다고 해보자.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엄마가 사고를 당하진 않을까? 정말 마트에 간 것이 맞을까? 이제 영영 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비타민 C에는 어떤 함축적 의미가 담겼을까?' 이따위 생각을 할 지도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엄마의 쪽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상에 있는 밥을 먹고 비타민 C를 꺼내 물과 함께 삼킨 후 TV를 보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앞선 걱정과 사소한 일도 크게 받아들이는 염려, 그리고 믿음의 결핍으로 일어난 불안은 내려놓아야 한다. 이제 영영 못 볼 곳으로 간 것이 아니다. 몇 년 전 오늘의 일을 지금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 들도 몇 년 후에는 기억나지 않는 일이 될 수 있다. 마음이 앞서 무슨 일을 저지르기 전에는 항상 생각하길 바란다.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라고 말이다.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 변수들로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 시기를 잘 견뎌낸 커플들도 있다. 사람들은 잘 넘긴 일 보다 실패한 일들을 더 확실히 기억하는 까닭에, 장거리 연애에 실패했다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변수에 대해 말해주겠지만 누구나 다 그 지뢰를 밟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 대한 믿음이 작은 싹 만큼이라도 있다면, 그 싹이 줄기를 뻗기도 전에 빨리 자라지 않는다며 뽑아버리지 말길 권한다.


4. 둘만의 의미부여에 열심을 내자


둘의 거리가 문제인가? 거리를 초월해 둘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생각해 봤는가? 그저 다시 만날 날을 손 꼽아 기다리기만 했는가? 김광민의 연주곡 제목처럼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당신의 구미를 당기는 책이 있는가? 그 책을 두권 사서 한 권은 상대에게 보내고, 나머지 한 권은 당신이 읽을 수 있다. 그리곤 그 책에 대한 느낌을 서로 이야기 하며 공유할 수 있다. 책 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커플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그 대상이다.

내가 지금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다면, 오늘 아침에 바라 본 하늘 사진을 찍어서 공유할 것이며, 같은 티를 사서 선물한 뒤 그 티를 입고 찍은 사진을 공유할 것이다. 상대의 생활에 내가 조금 더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노래를 녹음하거나 오디오북을 만들어 선물할 수도 있다. 만나서 하고 싶은 것들 100가지를 생각해서 적어보자고 제안 할 수도 있고, 하루에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는 전화를 하거나 메신저에서 만나자고 약속할 수도 있다. 내 스스로는 편지처럼 적는 일기를 쓸 수도 있고, 오늘 찍은 사진 한장씩을 꼭 메일에 첨부해서 보내줄 수도 있다. 날씨가 좋거나 예쁜 풍경만 찍는 것이 아니라 내 방이나 오늘 먹은 밥, 오늘 만난 친구, 오늘 걸은 거리, 상대가 해외에 있다면 한국의 풍경들이나 둘이 갔었던 곳을 다시 가서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잠깐 생각해도 둘이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일들은 차고 넘친다. 만나서 뭘 할지만 생각하며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떨어져 있는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당신의 사랑은 진행형이다. '일시정지'된 상태가 아니란 말이다. 둘이 만나야만 사랑이 진행된다고 생각하니 "기다리다가 지친다" 라거나 "기다리다 미쳐" 같은 얘기가 나오는 거 아닌가. 당신의 사랑, 지금 본편 진행중이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만약 당신의 사랑이 현재 일방통행 중이라면 그건 거리의 여부와 관계없이 한 쪽 날개짓만 하고 있는 새의 모습이 될 것이다. 그 새가 어떻게 될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생각한다. 만남을 위해 오가는 비율이나, 상대에게 연락을 하는 빈도, 그리고 기대가 의존으로 변하지 않도록 잘 조율할 수 있길 권한다. 받은 만큼만 주라거나 계산적으로 연애를 하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양보할 부분이 있으면 양보하고,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이해를 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들 중, 서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망설임 없이 꺼내길 바란다. 단, 그것이 추궁의 모습을 하고 있어선 안 된다는 것과 비명이 될 때까지 참지 말라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노력은 함께 할 때 빛을 발할 것이다. 사랑에 무슨 노력까지 필요하냐고 물을 생각이라면 그만 둬라. 사랑에 노력이 필요한 줄 모르는 사람들이 소중한 것을 짓밟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마음에 닻도 없이 날아간다. 화분의 꽃도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물을 주는 수고를 해야 하고, 차가운 물을 마시고 싶으면 냉장고에 물을 넣어야 하는 것이 순리다. 지금 막 불붙기 시작한 처음의 열정은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따뜻한 방을 위해서는 다음 장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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