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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물고기가좋다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며 만난 사람들 1부

by 무한 2010. 12. 16.
반가운 녀석들! 과거 어항 사진을 선별하고 편집하며 내내 즐거웠다. 급류에 떠내려간 줄 알았던 청춘의 실마리를 발견한 느낌이다.

"내 청춘은 왜 피기도 전에 지는 거냐! 다 어디갔냐!"

라고 불평하는 분들이 있다면, 오랜 기간 정리를 하지 않은 서랍이나 축적을 방치해 두었던 컴퓨터의 '받은 파일'폴더, 과거 핸드폰의 사진앨범, 뭐가 들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 책장 위의 박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과거의 메일계정 등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별 의미 없이 두꺼운 전화번호부 같은 그곳들에서 '열정의 순간'이나 '즐거움의 기록'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지난 이야기 [우리 동네에는 어떤 물고기가 살까?]의 후속편, 바로 출발해 보자.




▲ '내 책상 위의 물탱크'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어항. 버들붕어 세 마리가 보인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능곡에 사시는 분이 수초들을 분양해 주셨다. 물고기를 키우며 관련 용품을 분양받아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용품 분양의 진리는,

"흔하던 물품도 내가 구할 땐 없고, 있어도 아주 먼 곳에서 물건이 나온다."

라는 것이다. 이건 뭐 꼭 '물생활 용품'이 아니더라도 여러 분야에 해당되는 말이다. 아무튼 난 일산에서 능곡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수초들을 분양받아 왔는데, 당시 내 나이보다 두 배는 많아 보이는 아저씨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내가 사간 비타민 음료를 만지작거리시면서 열심히 수초 이름을 설명해 주셨는데, 난 도통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아..네.."만 반복했다.

뭔가 더 교류를 쌓고 싶어 하는 것 같던 아저씨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어항을 여러 개 돌리고 있는 까닭에 아내에게 눈치가 보인다는 얘기와 수초 트리밍(다듬는 것)이 힘들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역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아..네.."라는 얘기만 했다. 내가 미래에 그 아저씨처럼 어느 꼬꼬마를 붙잡고 물생활의 애로사항을 이야기하고 있을 것 같다는 건, 아마 기분 탓일 거다.




▲ 참가재에게 결투신청을 자주 하던 징거미새우.


새우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물고기 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어느 분의 "새우와 수초어항"에 관한 게시물을 보고 나서였다. 당시 그 분은 수초어항을 운영하며 '생이새우'와 '야마토새우'를 키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수초에 달라붙어 부지런히 뭔가를 하는 새우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생이새우(토하)를 재래시장에서도 판다는 얘기를 듣고 일산시장을 찾았다. 김장용 생이새우를 파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물었다.

무한 - 생이새우 살아있는 것도 있나요?
아줌마 - 살아있는 거? 살아있는 거 뭐하게? 얘들 다 똑같애. 방금 죽은 거야.
무한 - 살아있는 거 키워보려구요.
아줌마 - 얼마치?
무한 - 한... 열 마리 정도요.
아줌마 - 없습니다. 고객님.


당시의 트라우마로 인해 아직도 적은 수량으로 뭔가를 구입해야 할 때 잘 물어보지 못한다. 그냥 한 근에 칠천 원이라고 얘기했으면, 살아있는 걸로 한 근(대략 천 마리) 샀을 텐데 가격을 몰라 열 마리 산다고 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 아 또 눈물이.




▲ 수초(모스)를 뜯어 잡수고 계시는 줄새우.


그래서 직접 잡기로 했다. 새우망을 구입하고, 미끼로 쓸 고등어 머리를 마트에서 얻었다. 생선코너 아저씨에게 고등어 머리를 얻으며 역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긴 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파주의 모 저수지에서 새우를 잡았던 기억을 떠올려 그곳으로 향했고, 드디어 새우를 잡았다.

잡긴 잡았다는데, 이 새우들은 '생이새우'와 달리 몸집이 크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줄새우''징거미새우'였다. 수초에 달라붙어 아웅다웅 거리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심어놓은 수초를 뽑거나 지나가는 물고기들을 괴롭혔다.

"이게 아니잖아!!"

게다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지, "쉬다 갈까?"라는 수컷 새우의 유혹에 넘어가 조명이 꺼지면 수초 사이로 들어가는 새우들이 많았다.




▲ 포란 중인 줄새우. 알을 품었으니 암컷이겠지. 포란은 잘해요.



훗날, 새우들을 모두 동네에 사는 중학생에게 분양해 주었다. 비싼 수입가재를 키우던 학생이었는데, 새우들과 참게, 말조개를 주니 가재를 한 마리 주었다. 물고기 채집을 다닌다는 내 말에 자기도 꼭 좀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다음 채집 갈 때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가 허락을 안 해줘요."라며 울먹였다. 얘도 지금쯤이면 군복무 마치고 사회생활 하고 있을 텐데, 당시 산들마을에 살며 가재를 키우던 꼬꼬마, 혹시 이 글을 보면 연락주길 바란다. 형이랑 고기 잡으러 가자.




▲ 양수리에서 잡아온 쉬리. 영화 <쉬리>에 나온 물고기는 '키싱구라미'다.


양수리 하면 생각나는 게, 물가 근처에서 이것저것 먹거리를 팔던 '뭐뭐농원'이다.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직접 기르는 토종닭들로 '닭볶음탕'을 해주는 곳이다. 양수리에 친구 집이 있는 관계로 놀러 갔다가 친구 아버님께서 '닭볶음탕'을 사 주셨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닭다리가 일반 닭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았다. 물론, 가격이 일반 닭볶음탕의 두 배니 양이 두 배여도 이상할 것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역시 토종닭이라 다르다며 열심히 먹고 나왔는데, 아침에 물가에 가며 구경할 때와 똑같이 닭장에 닭이 여섯 마리 있었다.

'어? 여섯 마리에서 한 마리를 빼면 다섯 마리 아닌가?'

수학계에 혼란을 몰고 올 수 있는 이 문제를 친구에게 의논하자, 친구는 간단한 해답을 내 놓았다.

"거긴 우리가 이사 왔을 때부터 닭이 계속 여섯 마리."

그러니까, "위의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며, 실제 제품은 위의 이미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의 닭볶음탕 버전이었다. 그 외에도 "손으로 물고기 잡는 걸 보여주겠다."며 돌을 훑다가 퉁가리에게 쏘여 고통스러워하던 아저씨와 물가에 있는 땅이 자기 땅이라며 "물에서 고기를 잡는 것은 상관없지만, 내 땅을 지나가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라고 했던 아저씨 등이 생각난다.




▲ 납지리로 추측되는 물고기들과 모래무지, 참붕어 등이 보인다.



내 물생활에 많은 힘을 보태준 분이 있었으니, 친척누나의 남편, 매형이다. 이 자리에서 매형에 대한 소개를 모두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간략히 소개하자면 "산짐승을 벗삼아 사는 자연인."정도로 얘기할 수 있겠다. 매형이 파주에 있는 한 산에 벌인 '심야의 결투'사건은 전설에 가깝다. 매형의 젊은 시절,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던 매형은 산에서 송아지만한 개 두 마리를 만났다고 한다. 매형의 기억엔 그 개들이 짖으며 매형에게 달려들었던 것 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다음 날 눈을 떠 보니 친구 집이었다고 한다. 

친구는 나갔는지 보이지 않고, 부대끼는 속을 달래러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향하는데, 마당에 어제 본 그 개 두 마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 큰 개들에 깜짝 놀라 멈칫거리고 있는데 친구가 들어왔고, 친구는 어젯밤 일에 대해,

"누가 대문을 두드려서 열어줬더니, 네가 개 두 마리를 끌고 우리 집 앞에 서 있었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런 매형이, 하루는 낚시를 같이 가자고 권하길래, 매형과 낚시를 간 적이 있다. 낚싯대 세팅을 하고 미끼를 던진 뒤 한 삼십분 쯤 지나도 입질이 없자, 매형은 조용히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었다.

"기다려봐."

물속에 들어간 매형은, 뭐랄까, 원래부터 물속에 사는 사람 같았다. 손으로 돌을 더듬거리며 메기와 붕어 등을 끄집어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책상서랍에 넣어둔 물건 꺼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주변에서 투망을 던지던 사람들이 몰려와 "도대체 어떻게 잡는 겁니까?"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무슨 고기를 잡으려면 어디로 가야 한다는 것들을 대부분 매형에게 지도받았다.

친척누나는 그런 매형에 대해 "연애할 때, 데이트를 하려고 구두 신고 나갔더니, 한 겨울에 개구리 잡아준다며 이상한 논길로 4Km 넘게 걸어가 어느 웅덩이에서 얼음 깨라고 했다."며 끔찍하다고 표현하지만, 나에겐 '자연생활 가이드'같은 존재다. 무인도에 가도 매형과 함께라면 금방 자연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길래, 나머지 사진과 이야기들은 다음에 이어서 할까 한다. 날도 추운데 계속 물고기 얘기하면 더 추워질 수 있으니 말이다. 다음 시간에는 잊을 수 없는 '쏘가리(당시 16세)'얘기와 '베스 생체실험'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예정이다. 자, 그럼 사진들로 보는 과거 물생활 여행의 '마지막 편'이 기다려지시는 분들은 다음 글을 부르는 아래의 추천버튼들을 눌러주시기 바라며,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 감기 조심하세요. 정신을 차려보니 일주일의 반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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