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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103

썸인 듯 스킨십 하다가, 연락두절 되는 남자만 만나요. 글 쓰는 사람들의 사연이 오면, 참 읽을 맛이 나서 좋다. 특히 막 “은정. 방향은 같아도 속도가 다르면 같이 갈 수 없다는 말을 통감해요. 저에 대해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단, 블라블라….” 처럼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문장을 읽을 때면, 문어체가 불러오는 특유의 상상력이 자극되며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저 문장을 작성하는 게 팬티바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겠지만, 문장만 읽을 땐 좌절감을 느끼는 남자가 상처를 핥으며 억울한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고 뭐 그렇다. 은정, 은정. “은정.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게요.” 라며 끝까지 감성공격을 하고 있는 상대에게 휘둘리고 있는 은정. 그런 은정씨를 위해, 오늘은 감성돔 낚시를 준비하고 있는 내가.. 2017. 10. 16.
헤어진 지 1년, 비난과 차단과 폭주와 무시로 이어지는 관계 그대는 여전히 상대가 좋으며, 잊히지 않고, 이렇게 날카롭게 산산조각 난 관계를 매일 맨손으로 쓰다듬는 까닭에 손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좋을 정도로 사랑하는 거라 하겠지만, 여기서 보기에 그건 그저 ‘사서 하는 개고생’으로 보일 뿐이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시시각각 들어도 겨우 버터내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죠? 찾아가도 만나지 못할 걸 알면서도 여섯 시간을 기다린,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내려앉은 가슴을 집에 돌아와 홀로 울며 돌보곤, 겨우 살만해졌을 때 다시 한 번 힘을 내 눈물로 애원한, 이 모든 간절함을 그저 ‘개고생’이라는 천박하고 가벼운 표현으로밖에 말하지 못하다니요.” 그걸 그렇게 혼자 미화하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시밭길로 걸어가니, 계속 발바닥이.. 2017. 10. 4.
좋은 오빠 하나 생긴 것 같다는 그녀, 어장관리일까? H씨는 재치도 있고, 순발력도 좋고, 유머러스하다. H씨는 20대 때까지는 이성에게 어필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자만심을 가질 정도였다고 하는데, 현재 상대에게 들이대는 모습을 보면 그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훅 들어가선 만나자는 말을 하는 걸 어려워하지도 않고, 어색하지 않게 금방 말 놓고 전부터 알던 사이인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왜 서른 이후에는 그 방법이 잘 통하지 않으며, 이번 소개팅녀 역시 주선자에게 ‘좋은 오빠 하나 생긴 것 같아서 좋다’정도의 이야기만 한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상대로 하여금 ‘ㅋㅋㅋㅋ’하게 만드는 상황은 잘 만들어가지만, 그냥 그걸로 끝. 이기 때문이다. 축구공 묘기는 화려하게 보여주지만, 정작 축구경기는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 2017. 10. 3.
편지나 장문의 카톡으로 고백하기 전 체크해야 할 세 가지 고백할 목적으로 쓴 편지나 장문을, 상대에게 보내기 전 한 번 봐달라는 부탁이 한 주에 한 번은 꼭 온다. 며칠 전에도 심각한 얼굴을 한 청년이 “무한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맹세코 저 편지에 제 진심이 아닌 것은 단 한 마디도 없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비장함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솔직히 난 그걸 읽다 손발이 오그라들어 침을 맞으러 가야 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난 내가 쓴 편지도 아닌데 그 부끄러움이 다 내 몫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고통을 받고 있는데, 편지를 쓴 대원은 “이 정도면 감동해서 마음을 열지 않을까요?”라며 거리낌 없이 질문을 한다. 왜 그러면 안 되는 건지, 왜 그게 이쪽이 기대한 것만큼 효과가 안 나는 건지, 고백을 목적으로 한 편지들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문제들은 무엇인지.. 2017.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