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과 끝내고 싶은데 제 마음이 안 편해요. 외 1편
정신을 차릴 수 있게 욕을 해달라, 채찍질을 해달라, 마음이 떨어져나갈 수 있게 비난이라도 해달라는 요구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지 말자. 자꾸 그러시면, 매뉴얼로만 사연을 접할 뿐 속사정을 모르는 독자 분들은 나를 신경질적이고 괴팍하며, 보듬어줘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냉정하게만 말하는 사람으로 보게 될 수 있다. 또, 채찍질을 해달라고 해서 냉정한 어투로 매뉴얼을 작성하면, "글을 읽고 상처 받았습니다." 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 난 당황하게 된다. 채찍질을 해달라고 해서 채찍질을 하면, 채찍질 때문에 상처 받았다고 하셔서 내가 괜히 나쁜 짓을 한 사람인 것 같고, 뭐 그렇다. 정말 채찍질을 원하시는 분들은, 고양시에 위치한 원당종마목장에 들러 사육사 분에게 채찍질을 좀 당하고 싶은데 해주실 수 ..
2016. 2. 25.
밀당을 해달라는 여친, 어쩌면 좋을까? 외 2편
움베르트 에코의 부고를 듣고 이틀간 긴 글을 썼다가, 그냥 저장 해두었다. 쓴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고인에게 보내는 늦은 팬레터 같고, 최대한 감추려고 해도 여과 없이 드러나고 마는 팬심에 내 손이 오글거렸다. 그는 내가 참 사랑하는 작가였다, 정도로 적어두기로 하자. 난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가 천 년을 산 듯한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좀 이상하다. 편히 쉬시라는 말씀과 함께, 장미 한 송이와 담배 한 개비 드리고 싶다. 장미는 내 애정이고, 담배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에코가 미소 지으리라 생각한다. 에코는 세상을 떠났지만, 내 메일함에는 "사연이 많이 밀려서, 아니면 제 사연이 매뉴얼로 발행되기 부적합해서 다루시기 힘들면, 그냥 제가 끝에 한 질문..
2016.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