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이야기에는 아무 근거도, 신빙성도 없는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저 재미를 위해 삽입한 것이니 혈액형 얘기라면, 자다가도 삽 들고 일어나 묻어버리겠다는 일부 청춘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웃자고 한 이야기에 너무 죽자고 달려드시면 집에 사슴벌레 풀어드립니다.
이 이야기에는 아무 근거도, 신빙성도 없는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저 재미를 위해 삽입한 것이니 혈액형 얘기라면, 자다가도 삽 들고 일어나 묻어버리겠다는 일부 청춘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웃자고 한 이야기에 너무 죽자고 달려드시면 집에 사슴벌레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믿을 수 없는 계기로 만난 넓적사슴벌레 '찰스 디킨스'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야겠다.
사슴벌레 채집이라고 하면 당연히 깊은 산 속에 후레시 하나 들고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사슴벌레는 일산의 '아람누리'라는 곳에서 채집했다. (아람누리는 국내에서 예술의 전당에 이어 두번째로 큰 종합공연장이다.)
아람누리 뒤쪽 농구장에서 넓적사슴벌레를 목격했다는 제보만 가지고 나는 야생채집전문가 홍박사(27세,잠시회사원)와 민물고기전문가 J군(27세,음악인)을 불러 아람누리로 향했다.
처음에 후레시를 비추며 찾을 때에는 분명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고, 30분이 지나자 수은등에 나방도 몇 마리 없는 곳에 과연 사슴벌레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났을때, 지친 홍박사가 입을 열었다.
"얘들, 다 집에 갔나봐"
채집의 의욕을 급속도로 저하시키는 한 마디에 J군도 집으로 철수하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아람누리에 가기 전 우리는 교하 신도시를 이잡듯이 뒤지고, 파주와 일산이 만나는 곳의 나무란 나무는 다 찾아보고 오는 길이었다.
그렇게 다 포기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나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터덜터덜 걷는 홍박사와 J군과는 다르게 난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사슴벌레야..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니?....(응?)'
바로 그때, 저 멀리 보도블럭에서 무언가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구나, 찰스 디킨스 (7.4cm 넓적사슴벌레 수컷)
내가 달려가 사슴벌레를 두 손가락으로 얼싸 안고 높이 쳐 들었을때, 홍박사와 J군은 시트콤에서도 나올 수 없는 일이라며 '대박'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엄청난 호랑이 기운을 내뿜으며 내가 달려와 안긴 녀석, 아람누리의 보도블럭을 헤매고 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올리버트위스트>의 작가 '찰스 디킨스' 이름을 따 붙여줬다.
다음은 디킨스의 독사진 퍼레이드,
다음은 디킨스의 독사진 퍼레이드,
광택과 겉날개를 보아 올해 태어난 신생충으로 보인다.
넓적사슴벌레 성충의 수명은 1-2년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으로 치자면 넓사는 1년만 지나도 불혹의 나이가 되는 것이다.
젤리를 하루에 두개 넣어줘도 거의 다 먹을때가 있다. 몸집이 큰 만큼 많이 먹는구나.
어린시절 '집게벌레'라고 부르던 바로 그 녀석이다. 사슴벌레 중에 가장 크기가 크고 힘이 세며, 애사슴벌레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슴벌레다.
어렸을 적엔 훨씬 커 보였지만, 어른이 되고나니 기억하고 있던 것 보다 크기가 작다.
보통 7.4cm정도 되면 중대형으로 분류한다. 8cm이상의 대형 개체들도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디킨스를 만난 이후로 4주간 파주시와 고양시를 모두 돌아다녔지만, 애사슴벌레와 참넓적사슴벌레, 톱사슴벌레만 보일 뿐 넓적사슴벌레 암컷이 보이질 않았다. 무적의 솔로부대인 디킨스는 짝짓기 따위 관심 없다며 하루에 젤리를 두개씩이나 먹는 식욕을 보여주었지만 가끔 놀이목(나무토막)에 올라가 있는 디킨스의 안구에 습기가 차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난 일생일대의 큰 결심을 했다. (응?) 넓적사슴벌레 암컷을 돈으로 사서라도 솔로부대를 제대시켜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카페활동을 하고 구매글을 올린결과, 넓사 암컷 두마리를 판다는 고등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무한 - 집이 어디세요?
고딩 - 불광동이요
무한 - 흠.. 그럼 어디서 뵙는게 좋을까요?
고딩 - 제가 일산으로 갈게요.
무한 - 아.. 그러실래요? 감사합니다. 어느 역으로 할까요?
고딩 - 아무데나 괜찮아요. 일단 만나죠.
무한 - 음.. 근데 암컷 상태는 괜찮나요?
고딩 - 일단 만나서 얘기해요.
무한 - 네;;
고딩 - 학원 끝나고 바로 갈게요.
무한 - ......네
고딩 - 불광동이요
무한 - 흠.. 그럼 어디서 뵙는게 좋을까요?
고딩 - 제가 일산으로 갈게요.
무한 - 아.. 그러실래요? 감사합니다. 어느 역으로 할까요?
고딩 - 아무데나 괜찮아요. 일단 만나죠.
무한 - 음.. 근데 암컷 상태는 괜찮나요?
고딩 - 일단 만나서 얘기해요.
무한 - 네;;
고딩 - 학원 끝나고 바로 갈게요.
무한 - ......네
만날 역도 정하지 않았는데, 일단 만나자는 고등학생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 사슴벌레는 훼이크고 내 돈을 노린 걸 수도 있어..'
'친구들과 같이 와서 나를 정발산에 묻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블로그를 하며 즐거웠던 시간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고,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경,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응?) 이건 훼이크고, 내일자 뉴스가 미리 환청처럼 들리는 듯 했다.
어제 밤 10시경, 경기도 일산의 한 전철역에서 사슴벌레 두 마리를 가슴에 안은 20대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되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중태에 빠진 이 남성의 호주머니 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사슴벌레 많아지면, 거지 꼴을 못면한다"
"사슴벌레 많아지면, 거지 꼴을 못면한다"
나를 지켜줄 수호천사가 필요했다. 리즌(27세,천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리즌은 흔쾌히 같이 가기로 했고, 그 고등학생에게는 대화역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답문이 도착했다.
"대화는 너무 먼데요? 백석에서 만나죠."
'헉...이 녀석.. 말을 바꾸고 있어. 아깐 어디든 좋다면서..그래 일단 한 수 물러주고..'
백석에서 9시 30분에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두뇌싸움(응?)에 대해 리즌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녀석의 프로파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무한 - 고등학생이고, 사슴벌레를 키워. 아니, 사슴벌레 따위는 애초에 없을 지도 몰라. 이 모든게 다 트릭이야. 너와 나를 함정에 빠드리기 위한 계략이라고!
리즌 - 나랑 같이 나가는 것도 모르잖아?
무한 - 아차.. 그렇다면 놈이 노리는 건 뭘까.
리즌 - 뭐야, 그냥 사슴벌레 팔러 오는 고등학생 아니야?
무한 - 표면상으론 그렇지. 하지만 놈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어. 원당역이나 대곡역에서 봐도 좋을법 한테 굳이 일산으로 오겠다고 한 이유를 모르겠어. 더군다나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백석역으로 오라고 하는 중이라고!
리즌 - 여기가 불광동이랑 제일 가까우니까 그렇지.
무한 - 아니야. 뭔가 냄새가 나. 녀석은 뭔가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게 틀림없어!
리즌 - 나랑 같이 나가는 것도 모르잖아?
무한 - 아차.. 그렇다면 놈이 노리는 건 뭘까.
리즌 - 뭐야, 그냥 사슴벌레 팔러 오는 고등학생 아니야?
무한 - 표면상으론 그렇지. 하지만 놈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어. 원당역이나 대곡역에서 봐도 좋을법 한테 굳이 일산으로 오겠다고 한 이유를 모르겠어. 더군다나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백석역으로 오라고 하는 중이라고!
리즌 - 여기가 불광동이랑 제일 가까우니까 그렇지.
무한 - 아니야. 뭔가 냄새가 나. 녀석은 뭔가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게 틀림없어!
그 때 다시 문자가 왔다.
집에 들렸다가 키를 안 가져와서 조금 늦겠네요. 9시 50분까지 갈게요.
'시..시간을 벌고 있잖아...최대한 자연스럽게 반응해야해..'
언제 오든 오늘 안으로 오면 괜찮다는 문자를 보냈고, 녀석은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곤 다시 리즌과 대화를 이어갔다.
무한 - 녀석은 안경을 썼을 거고, 얼굴에 여드름이 있을거야. 머리는 길렀을거고.
리즌 - 그걸 어떻게 알아?
무한 - 내 친구중에 얘랑 목소리 비슷한애 있는데, 그렇게 생겼어.
리즌 - 뭐야...
무한 - 그리고, 결정적으로 녀석은 O형이야.
리즌 - 왜?
무한 - 약속시간을 점점 늦추고 있어. O형의 특징이지.
리즌 - 무작정 만나자는 거 보면 B형에 가깝지 않아?
무한 - 그렇지 않아! B형이라면 결코 50분까지 오겠다는 문자를 보내지 않아. 그냥 전화기 배터리를 빼 버렸을거야. 그리곤 TV를 보고 있겠지. A형이라면 직거래는 상상도 못할 거고, AB형이라면 사슴벌레를 키울리 없어 귀찮은 일이 될테니까. 놈은 O형이 분명해.
리즌 - 이따 보면 알지 뭐. 니가 혈액형 물어봐.
리즌 - 그걸 어떻게 알아?
무한 - 내 친구중에 얘랑 목소리 비슷한애 있는데, 그렇게 생겼어.
리즌 - 뭐야...
무한 - 그리고, 결정적으로 녀석은 O형이야.
리즌 - 왜?
무한 - 약속시간을 점점 늦추고 있어. O형의 특징이지.
리즌 - 무작정 만나자는 거 보면 B형에 가깝지 않아?
무한 - 그렇지 않아! B형이라면 결코 50분까지 오겠다는 문자를 보내지 않아. 그냥 전화기 배터리를 빼 버렸을거야. 그리곤 TV를 보고 있겠지. A형이라면 직거래는 상상도 못할 거고, AB형이라면 사슴벌레를 키울리 없어 귀찮은 일이 될테니까. 놈은 O형이 분명해.
리즌 - 이따 보면 알지 뭐. 니가 혈액형 물어봐.
다시 적막을 깨는 녀석의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도착했어요. 개찰구까지 내려와 주실래요?"
'지면 안돼..녀석이 원하는 건 뭘까, 그걸 알아야해, 녀석이 원하는 것..'
그때, 리즌이 악마를 본 것처럼 소리쳤다.
"우리 뒤에 주차위반 카메라가 있어!!!"
지져스, 암컷 두마리를 5천원에 주겠다는 계략에 빠져 4만원짜리 딱지를 끊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녀석을 기다리던 30분의 긴장이 풀리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녀석에게 돈과 함께 건네주려고 가져나온 두유도 종이팩 바깥으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CCTV에 더는 찍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없이 오천원과 두유를 리즌에게 건네주고, 내려가서 물건을 좀 찾아다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녀석의 정체 따위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스타벅스 로고가 찍힌 병커피를 만지작 거리기만 하다 결국 내려 놓은채 캔커피만 사 먹던 지난 날들이 떠올랐다.
'내가 아껴서 사슴벌레 젤리 하나라도 더 먹이려 했는데.. 결국 이렇게 내돈 4만원이...'
상가 근처를 두바퀴쯤 돌았을때, 리즌이 출구로 나와 있었다. 손에 든 검은봉지가 마음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었다.
무한 - 놈을... 만났구나.
리즌 - 응, 깜짝 놀랐어. 진짜로 머리는 길고 안경쓰고 여드름이 나 있더라구.
무한 - 혈액형은?
리즌 - 그것도 정말 놀랐어. O형이래. 아는 사람이야?
무한 - 너랑 말할때 혹시 놈이.. 입을 가리고 말하지 않았어?
리즌 - 어, 어, 맞어. 어떻게 알아?
무한 - 이시간까지 학원에 있다 나오면 입냄새가 심하니까.
리즌 - ......
무한 - 물건은 확실하고?
리즌 - "열어서 확인시켜 드릴까요?" 그러더라, 그냥 괜찮다고 했어.
무한 - 여기까지 올 정도면 물건은 확실한 걸꺼야.
리즌 - 아차, 두유 주니까 고맙다고 구십도로 인사하더라. 좀 웃겼어.
무한 - 피곤하다. 집에 가자.
리즌 - 응, 깜짝 놀랐어. 진짜로 머리는 길고 안경쓰고 여드름이 나 있더라구.
무한 - 혈액형은?
리즌 - 그것도 정말 놀랐어. O형이래. 아는 사람이야?
무한 - 너랑 말할때 혹시 놈이.. 입을 가리고 말하지 않았어?
리즌 - 어, 어, 맞어. 어떻게 알아?
무한 - 이시간까지 학원에 있다 나오면 입냄새가 심하니까.
리즌 - ......
무한 - 물건은 확실하고?
리즌 - "열어서 확인시켜 드릴까요?" 그러더라, 그냥 괜찮다고 했어.
무한 - 여기까지 올 정도면 물건은 확실한 걸꺼야.
리즌 - 아차, 두유 주니까 고맙다고 구십도로 인사하더라. 좀 웃겼어.
무한 - 피곤하다. 집에 가자.
그렇게 긴 사연 끝에 드디어 디킨스도 솔로부대를 벗어났다. 지인에게 메신저를 통해 디킨스의 커플부대 입성 소식을 전하자 그분은 잛은 탄식을 내 뱉으셨다.
"사슴벌레도 짝이 있는데... ㅅㅂ"
지금은 디킨스보다 조금 더 늦게 식을 올린 다빈치(넓적사슴벌레수컷,7cm) 커플의 사육통에 애벌레가 보이고 내일이나 모레쯤 호손의 2세들과 다빈치의 2세들을 개별사육시킬예정이다. 당장은 톱밥이 부족해서 갈아줄 수가 없고, 전자저울과 니콘의 60마, 접사링, 링플레시와 함께 톱밥도 주문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선 회사 끝나고 하모니카와 바구니를 든 채 3호선에 몸을 실어야겠지)
[잠시, 구매광고]
니콘 60마 (구형), 겐코 익스텐션튜브(접사링-AF-니콘용), 전자저울(포켓용)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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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했던 23살 농부와, 그 분이 보내주신 균사, 노루궁뎅이버섯국수, 폐배지 등등에 대한 글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이어서 작성할 경우 스크롤의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재배양한 균사 이야기와 초대하지 않은 손님 '장수풍뎅이'에 대한 이야기를 작성하겠다.
오늘의 마지막 사진은, 방금 막 찍은 따끈따끈한 장수풍뎅이 사진.
생각해보니 이름을 아직 안 정해준 장수풍뎅이 (대략 8cm, 가만히 있질 않아서 잴 수가 없다.)
얘 때문에 잠을 못잔다. 아! 매일 탈출하려고 자반어항안에서 비행하고 있으니, 장수풍뎅이의 이름은 '석호필'로 해야겠다. 장수풍뎅이의 이야기도 궁금하다면 아래 손가락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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