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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사슴벌레는남자의로망

사슴벌레 채집, 새벽 두시 할머니 이야기

by 무한 2009. 9. 16.
그동안 왜 사슴벌레 이야기가 빨리 업데이트 안되냐는 물음이 많았다. 첫번째 이유는 그동안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가 고장나 그동안 저장해 놓은 야동 사슴벌레 사진을 복구할 수가 없었고, 두번째로는 여름에만 활동하는 사슴벌레 특성상 야생으로 채집을 갈 수도 없고, 사육통에 있는 녀석들도 톱밥속에 들어가 거의 나오지 않는 까닭이다.

겨우 하드를 복구해 사슴벌레들의 사진을 가져왔으니 밀렸던 사슴벌레 이야기들을 꺼낼까 한다. 그 전에 생을 마감하고 하늘나라로 가버린 몇 마리의 사슴벌레에 대한 추모식을 잠시 갖겠다.



수명을 다하고 고충(?)이 되어버린 애사슴벌레 암컷. 다음번엔 장수풍뎅이로 태어나라(응?)


사슴벌레의 사망소식을 들은 해외 외신에서는 연일 특종으로 사슴벌레의 사망과 관련된 소식을 보도했고, 여러 나라의 추모객들이 사슴벌레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일본에서 특종으로 보도중인 사슴벌레 사망소식 (출처 - 이미지검색)

특히 가까운 나라인 중국에서는 삼삼오오 모여서 함께 추모를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집에서 개미를 키운다는 한 소년이 슬피 울고 있다. (출처 - 이미지검색)


저 멀리 유럽에서도 사슴벌레에 대한 추모 열기는 뜨거웠다.



바퀴벌레를 사슴벌레인 줄 알고 키웠다는 D.Mishell 씨(46세, 이탈리아) (출처 - 이미지검색)


일부에서는 사슴벌레의 사망에 대해 "정치적 암살이다" 혹은 "사슴벌레 사망으로 인해 노멀로그 카운터 500까지 내려간다" 이런 이야기가 들리는 듯 하지만, 그저 한 시대를 살다간 사슴벌레가 이제는 곤충용 젤리와 다산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평안을 빌어줬으며 한다.

갑자기 경건해진 분위기를 좀 전환하기 위해 한 여름 즐거웠던 그때를 떠올리며 채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젖은 눈가를 크리넥스 티슈로 닦고 있는 독자들은 이제 그만 슬퍼해도 괜찮다.


<여기서 잠깐! 채집노하우>

자, 먼저 사슴벌레 채집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빛을 이용한 채집, 먹이를 이용한 채집, 오감을 이용한 채집(응?)으로 말이다. 빛을 이용한 채집은 어려운 말로 '등화채집'이라고 한다. 빛을 보면 몰려드는 곤충들의 습성을 이용해 발전기와 수은등, 그리고 하얀 천막을 준비한다. 하지만 나처럼 철봉에서 500원 짜리 하나만 주워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라면, 발전기 따위를 살 돈이 없으니 길가의 가로등 및을 살피면 된다. 주의할 점은 주홍빛의 가로등이 아닌 백색의 가로등이다!

먹이를 이용한 채집은 부르주아의 경우 와인을 뿌려서 벌레들을 유혹한다고도 하지만, 나처럼 선물받은 와인을 따는 도구가 없어 젓가락으로 쑤시다가 코르크 마개가루가 와인 속으로 다 들어가 버린 사람의 경우 다 물러터진 바나나 한 송이를 1000원에 구입하면 되겠다. 바나나만 들고 계산대 앞에서 오래 서 있을 경우 깎아 주기도 하니 이 방법을 이용해 보는 것도 괜춘하다.(자세한 활용법은 아래 채집기에 등장한다) 

오감을 이용한 채집은 말 그대로 그냥 사슴벌레가 살만한 산을 무작정 오르며 찾는 일이다. 눈으로는 우선 참나무를 찾고 코로는 시큼한 수액 냄새를 찾으며 입으로는 사슴벌레를 부른다(응?) 톱사의 경우 아침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까닭에 운이 좋은 경우 만날 수 있으며, 넓사 수컷도 낮 시간에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수액이 흘러나오는 참나무의 껍질 사이나 나무 아래 등에 숨어있을 수 있으니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2009년 여름, 사슴벌레를 팔아 부자가 될 생각에 부푼 나와 홍박사(27세,회사원)는 무작정 사슴벌레를 찾아다니는 것 말고 좀 더 지능화된 채집방법을 궁리했고, 결국은 마트에서 다 물러터진 바나나를 떨이로 팔고 있는 것을 목격한 후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사슴벌레들을 설레게 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버내너푸딩


재료는 공개하지 않으려 했지만, 궁금하면 잠을 못 자는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공개하겠다. 바나나 4개 + 흑설탕 몇 스푼 + 소주 1잔 + 모기 날개 요구르트 1병 을 넣은 뒤 수저로 사정없이 눌러주면 저런 모양이 된다. 집에서 엄마가 볼 경우 파리채로 맞을 위험이 있으니 엄마 몰래 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 이제 만들어진 매직 스틱 바나나 떡밥(응?)을 가지고 가까운 산을 찾아 올라간다. 그리곤 보이는 나무 중 참나무를 찾아 구멍이 난 곳에 조심스레 바른다.



모양은 좀 없어 보이지만, 사슴벌레는 없어서 못 먹을 정도다.


산을 오르던 등산객들이 나무에 이상한 짓을 하는 줄 알고 오해할 수 있으니, 그때는 휘파람이나 불며 정답게 인사를 건내면 좋다. 그래도 의심을 하며 다가오는 등산객이 있다면, 나무의 수액을 긁어내 통에 남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며 자신도 궁금하다는 듯 '이게 뭐지?' 같은 대사를 치는 것이 좋다.

그리곤 뭘 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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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될 때 까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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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밤이 되었다. 가로등이 다 꺼진 산길을 친구와 오를 때에는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제격이다. 남자 둘이지만 푸드득 날아가는 꿩과 기분 나쁘게 울어대는 산비둘기 소리에는 공포심이 극한에 다다른다. 그럴 때,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 하는 것이다.


무한 - 나 사실 귀신 본 적 있다.

홍박사 - 어..어디서?

무한 - 중학생 때였을 거야.

홍박사 - 학교에서 본거야?

무한 - 응.. 환경미화 한다고 학교에 오래 남았던 적이 있는데 여자애들이 간식을 사갖고 온다며 교실에서 다 나가 버렸어.

홍박사 - 그래서.. 거울을 본거야?

무한 - 아니. 거울이 아니라. 다시 여자애들이 올라오고, 아래층에서 귀신을 봤다며 호들갑을 떠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귀신 같은거 없다며 아래층으로 내려갔지.

홍박사 - 오......

무한 - 계단을 내려가서 처음 마주친 2학년 5반에 교탁이 있는데, 그 교탁에 분명 어느 여자가 서 있었어.

홍박사 - 아.. ㅅㅂ 그만해

무한 - 난 확인하려고 뒷문을 열었는데, 그 여자애는 온데간데 없이 빈 교탁만 있는 거야

홍박사 - 그만 하라니까

무한 - 난 그게 귀신이었다고 확신해.

홍박사 - 니가 잘못 봤겠지

무한 - 응 그럴 수도 있어.

홍박사 - 뭐야? 왜 쉽게 주장을 굽혀

무한 - 엄마한테 말했는데, 엄마도 잘 못 본거래

홍박사 - 야, 그래도 니가 봤으면 끝까지 봤다고 해야지

무한 - 포기하면 편해.



어느정도 닭살이 곤두섰을 때, 친구의 무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누구나 무서운 이야기 하나쯤은 알고 있으니, 이제 비타민 C가 파괴되며 깜짝 놀랄 준비만 하면 된다.

홍박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홍박사 - 최차장하고 밤새 술 마신 날이었어. 그 왜 있잖아, 담배 맨날 안 가져오고 내 담배 뺏어서 핀다는 사람.

무한 - 응

홍박사 - 쪼끼쪼끼에서 마무리로 맥주 한 잔 마시고 거의 반 좀비 상태로 현산중학교까지 걸어왔거든. 뒤로 오면 주공까지 더 빠르잖아.

무한 - 야, 근데 거긴 환하잖아.

홍박사 - 아냐, 현산중학교 뒤로 돌아오는 길에는 주차된 차 때문에 어두컴컴해. 아무튼 그때가 새벽 두시쯤 되었을 거야.

무한 - 응

홍박사 - 가다가 오줌 마려워서 쉬 좀 싸려고 하는데, 현산중학교 담장 끝 쪽에 휴지가 보이는 거야. 그것도 바람에 나풀 거리면서 말야.

무한 - 야, 그건 애들이 거기다 버렸겠지.

홍박사 - 아냐, 나풀 거리는 휴지있는 데가 외진데라 거기서 쉬 좀 싸려고 하는데 거기 할머니가 앉아 있는거야.

무한 - 아... 너도 귀신 봤구나

홍박사 - 난 진짜 귀신인 줄 알았거든.

무한 - 귀신 아니야?

홍박사 - 계속 쳐다보고 있는데 그대로 있는거야.

무한 - 오.. 그..그럼 뭐야?

홍박사 - 진짜 할머니가 있는거야.

무한 - 할머니가 거기 왜?

홍박사 - 똥 싸고 계셨나봐

무한 - 새벽 두시에?

홍박사 - 응, 진짜, 찍고, 현산중학교 옆에서

무한 - 오.. 귀신 본 것보다 더 무서운 얘기잖아.

홍박사 - 이따 가서 봐봐 아직도 휴지 있을껄?

무한 - 주변에 화장실이 없나?

홍박사 - 다 잠궈 놓잖아. 나 할머니 보고 소름 돋아서 술 다 깼다니까

무한 - 역시 일산은 아름다운 도시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독자들도 하얗게 나풀거리는 것을 볼 지 모른다.

"악- 저기 하..하얀게 나..나풀거리고 있어!!!"

너무 놀라지 않아도 좋다.



유충의 몸을 뚫고 나와 몸을 말리고 있는 매미. 오랜시간 땅속에서 솔로부대 활동을 끝낸 직후다.


산에는 나무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새들과 네발 짐승들, 그리고 곤충들이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낮이든 밤이든 뱀과 벌은 항상 주의하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로드킬이 아닌 자연상태에서 장수말벌에게 당한 듯 보이는(어디까지나 추측) 애사슴벌레의 몸조각


방심했다간 숲의 2인자 장수말벌에게 캐발살을 당할 위험이 있다. 장수 말벌과 마주쳤다면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

자, 이렇게 험난한 여정을 지나면 그렇게 바라던 사슴벌레와의 만남이 있을 것이다.



단내를 맡고 모여든 넓적사슴벌레 암컷과 수컷, 암컷이 먹이를 먹고 있으면 수컷이 뒤에서...덜덜덜


후레쉬를 비출 경우 사슴벌레는 온 몸에 힘을 다 빼고 자유낙하 하여 죽은 척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더군다나 낙엽속으로 숨은 녀석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힘들다.

사진 속의 두마리 사슴벌레는 산란세팅을 해서 오 나의 여신님과의 기념일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며 선물로 줬다.(응?) 현재 윗 사진으 사슴벌레 2세인 애벌레들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잘 크고 있다.

"무한님, 자꾸 이렇게 잡기만 하실건가요?"

아니다. 차가운 농촌남자이긴 하지만, 무분별한 채집은 하지 않는다.



자연으로 돌려 보내준 녀석들 중 애사슴벌레 수컷 촬영


자연으로 돌려 보내준 녀석들의 사진을 다 찍진 못했지만, 위의 애사슴벌레를 비롯해 산란을 마친 녀석이나 짝이 없는 녀석들은 모두 자연으로 돌려 보내줬다. 왜 같은 애사슴벌레인데 색이 다르냐고 물을지 모르겠으나, 태어난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은 붉은 빛을 띄기도 한다. (걍사슴벌레나 톱사슴벌레는 자체적으로 붉은 빛을 띄기도 한다.)

한 여름밤의 채집은 대략 이런식이다. 다음 이야기에서 또 만나기를 약속하며 아래는 많은 분들이 사진을 더 보고 싶다고 요청해 주신 장수풍뎅이의 앞모습이다. 지금 장수풍뎅이 사육실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유충들이 톱밥을 먹어대고 있다. (크기와 굵기가 어른 검지손가락만하다)



짝짓기와 젤리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정력 장수풍뎅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손가락 버튼을 눌러주시면 된다.



▲ 벌레라면 질색인 분들은 손가락, 그렇지 않은 분들은 손등을 눌러주세요.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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