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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병원에서 사랑을 나누던 커플의 최후

by 무한 2009. 10. 16.
불펌하지마세요

어제 발행한 [수원으로 맞짱을 뜨러 간 부산싸나이]를 아직 읽지 않으신 분께서는 앞의 글을 먼저 읽으시길 권합니다.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처럼 보이실지 모르지만, 인물에 대한 설명이 앞의 글에 나와있는 까닭에 이 글만 읽으시면 대략 재미가 반감되실 수 있습니다.


은규형 - 와, 점마 먼데?

혁주 - 아까부터 저러고 있더라고.

은규형 - 쥑이네. 점마 일 내는거 아이가?


창밖에는 환자복을 입은 남자와 사제복(민간인 옷)을 입은 여자가 있었다. 면회객들은 지정된 병원입구 면회객실 이상의 진입이 불가능하지만, 면회객실을 지키는 기간병들의 눈을 피해 병원 뒤쪽까지 여자를 데려온 듯 했다. 병원 뒤쪽에는 '한마음 쉼터'인가 하는 공원 비스무레한 것이 있었는데,경사진 곳의 계단을 좀 오르면 배드민턴을 칠만한 평지가 있고, 거기서 좀 더 올라가면 앉아서 쉴수 있는 벤치가 있었다.

벤치 위에는 나무로 된 지붕이 넓게 설치되어 있어 비가 들이치지 않았다. 병실에서 생활하는 환자들의 경우,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까닭에 비오는 날에는 그곳까지 올라갈 일이 없었다. 환자복을 입은 그 병사도 알고 있는지, 둘은 대담한 장면을 연출하시 시작했다.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둘의 얼굴 확인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그저 남자와 여자라는 것만 구별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군인들은 초인적인 힘으로 그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있었다.

혁주 - 아깐 서서 비비고 껴안고 난리를 치더니, 남자가 입질이 왔는지 벤치에 앉더라고

병수 - 에이, 저러다 말겠지, 저기서 뭐 하겠어?

무한 - 뭘 해?

병수 - 아.. 형 쪼옴~

무한 - 미얀

은규형 - 저 봐봐봐봐 가시나 뭐하는데?


남자 앞에 서 있던 여자는 자신의 상의를 남자의 머리에 덮어 씌운 채 장난을 치는 듯 보였다. 그 장면을 창너머로 지켜보고 있는 모든 수컷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비슷한 촉감들을 떠올리고 있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이비인후과와 비뇨기과의 거의 모든 환자들이 창문에 달라붙어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고, 병동에는 침 삼키는 소리만 크게 울리고 있었다.

은규형 - 손기술 들어갔다 아이가

여자의 상의에서 머리를 빼낸 남자는 머리대신 손을 여자의 상의에 집어넣고 있었다. 은규형의 '손기술'이라는 말에 애써 쿨한 척 책을 보고 있던 정민이형도 창가에 붙었다.

혁주 - 와, 나 이거 지통실(사회의 경찰서라고 생각하면된다)에 보고(신고)해야겠다.

은규형 - 아이다.

혁주 - 응?

은규형 - 아직 안 무긋다 아이가.(응?)


은규형의 만류로 데스크로 뛰어가려던 혁주가 돌아왔고, 우리는 다시 숨죽여 창 밖의 커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남자의 무릎에 여자가 앉았고 둘은 격렬히 얼굴을 비벼댔다가, 꼭 껴안고 있다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듯 원숭이처럼 머리카락을 헝클어 트리기도 하고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기도 하며 지루한 전초전(응?)을 벌이고 있었다.

홍대 미대를 나왔으며, 같은 병동에 있는 녀석들이 작업녀(?)의 사진을 가져오면 초상화를 그려주느라 우리들 사이에서는 예술가로 불리던 정민이형도 기다림에 지쳤는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정민이형 - 버퍼링 너무 긴거 아니냐?

어미새를 기다리는 아기새들처럼 브레송이 이야기한 '결정적 순간'을 기다렸다. 거사를 앞두고 벤치로 올라오는 계단과 주변을 수 차례 확인한 그 커플은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은규형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소리쳤다.

은규형 - 혁주야, 연락해라

혁주는 데스크로 뛰어가 지통실로 전화를 걸었다.

혁주 - 충성, 602병동 이병 김혁줍니다. 한마음 쉼터에서 환우와 면회객이 이상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잘못들었습니다? 아닙니다. 면회객 맞습니다. 여잡니다.

잠시 후, 완장을 찬 당직사령(사회로 지차면 파출소장)과 M16을 든 기간병(사회의 경찰)이 유유히 '한마음 쉼터'의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커플? 그 커플은 둘만의 퍼포먼스를 하는 일에 정신이 팔려 계단으로 누가 올라오는 지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 총을 든 병사 둘과 당직사령이 올거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부리나케 환자복 하의를 올리는 그 병사를 보며 병동의 모든 군인들은 환호했다. 웃겨 죽겠다는 듯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거나 연신 '완전,대박'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당직사령은 그 커플을 데리고 한마음 쉼터를 내려왔고,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여러 소문이 있었다. 병사라고 생각한 그 환자는 간부였던 까닭에 병원에서 강제퇴실 당하는 걸로 마무리가 지어졌다는 얘기가 있었고, 영창을 가서 군생활을 더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둘 다 믿을 건 못 된다. 나 역시 그 커플의 소식을 묻는 녀석들에게, 남자는 알고보니 내 고등학교 동창이었다는 이야기와 학창시절부터 대단했던 녀석의 무용담을 들려줬으니 말이다.

그 녀석과 정말 고등학교 동창이었냐고?

군대에선 70%가 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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