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개인적으로 디카(DSLR포함)를 접하며 나타난 여러 증상들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다 이렇게 된다' 라기보다는 '이런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지금은 '악세사리'로도 활용된다는 DSLR, 예전엔 검은색 큰 카메라를 맨 사람들을 신기하게 바라봤지만, 이제는 그냥 가방 멘 사람 보듯 별로 특별하지 않게 생각한다.
자, 그렇다면 디카를 접한 이후 사진에 시들해지기 까지, 사람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사진에 중독되었던 지난 날을 돌아보며 내 이야기를 쵸큼 풀어볼까 한다.
1. 카메라와의 첫 만남
사진의 시작을 DSLR로 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똑딱이(컴팩트디카)'로 카메라와 만났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생에 첫 디카는 당시의 국민디카, 니콘의 쿨리오(Coolpix 2500)였다. 무슨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했던, 3주간의 '촬영 쓰나미'는 몰아칠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다 찍는다. 사람도 찍고, 풍경도 찍고, 내 컴퓨터나 키보드, 마우스, 셀카, 강아지, 꽃, 닥치는대로 찍어댄다.
내 경우도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손가락도 찍고 발가락도 찍어대며 열심히 가지고 놀았다. 없는 약속을 만들어 친구들을 불러내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사진을 찍어주며 나중에 사진을 보내주겠노라 약속했다. 이 시기에 가장 불쾌한 일은, 자신이 찍어보겠다고 카메라를 가져간 상대가 렌즈나 액정에 마구 지문을 묻혀 두거나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기대고 싶어진다.
자신이 찍은 사진에 글자를 넣거나 이름(낙인)을 찍는 일까지 관심이 갈 것이다. 그리하여 간단한 포토웍스부터 좀 복잡한 포토샵까지 배우게 될 것이고, 작은 개인 쇼핑몰의 사진편집은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개인 쇼핑몰에서는 사진에 글자만 넣는 사람을 원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대부분 그런 곳에서 원하는 웹디자이너는 포장과 배송을 주 업무로 하는 것이다.)
똑딱이의 한계를 느껴 바로 DSLR로 가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고구마를 팔아 생계를 유지할 생각을 한다든지, 아니면 '라면만 먹었더니 암이 치료되었어요' 같은 간증을 하게 될 것 같다든지 하는 사람들은, 하이엔드(똑딱이의 최상급)를 거치게 된다. 첫 번째 '기변(기기변경)' 인 것이다.
2. 기변의 즐거움도 곧 지나가리라
다양한 기능과 똑딱이를 훌쩍 뛰어넘는 성능, 앞서 이야기한 '3주의 즐거움'은 또 찾아올 것이다. 똑딱이로 찍었던 사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사진을 찍더라도 뭔가 달라보인다. 새 컴퓨터를 샀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라고 하면 좀 근접할까? 아무튼 '마우스를 바꿨더니 인터넷이 빨라졌어요(응?)'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거란 얘기다.
외로움에 질려 녹이 슬었다.
몇 분 차이로 잠궈진 형제들과 함께 있었지만,
유독 첫 째는 외로움이 심했다.
사람의 마음이야 자기도 모르는 법
세상을 단단히 조이고 있는 사람들도
녹이 슨 속내를 지니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는 태양을 사랑하고, 비를 그리워 했다.
이제 좀 사진다운 사진이 나와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역시나 사진은 만만치 않다. DSLR의 아웃포커싱을 동경하며 하이엔드에 좌절하고 셔터렉(누름과 찍힘의 딜레이)에 절망한다. 이제 이쯤되면 하이엔드는 죄인이다. 사진 동호회나 커뮤니티에서 베스트로 뽑히는 사진들과 내 사진의 차이는 '사진기'가 되어 버리니 말이다.
간혹, 어느 사이트에서 자신의 사진이 '베스트'로 뽑히거나 사진에 대한 칭찬을 듣는다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내 예술을 위해선 DSLR이 필요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각종 정보가 있는 곳에 들어가 '사용기'를 읽으며 밤을 새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최저가로 사는 방법을 검색하거나 중고장터를 돌아다니기도 한다. 드디어 그 유명한 'DSLR의 지름신'이 찾아온 것이다. 부적이나 굿, 간절한 기도와 삼보일배(응?)도 막지 못한다.
그래, 지르는 거다.
3. DSLR과의 만남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30여년간 솔로로 지내다 처음 여자친구가 생긴 김창식씨가 같이 뭘 먹을지, 주말엔 뭐할지, 무슨 영화를 함께 볼지, 놀이공원은 언제 갈지, 생각하느라 마음이 부풀어 10Km쯤 떠 있는 것 처럼, DSLR은 두고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차알칵-
셔터 소리만 들어도 이미 프로페셔널이 된 것처럼 기쁘다. 아무래도 고가인 기계이다보니, 똑딱이를 사용할 때와 다르게 함부로 찍기보다는 뭔가 '작품성' 있는 장면을 고르게 된다. (자기가 찍어 놓고도 왜 찍었는지 모르는 사진들 말이다.) 이 시기쯤 가장 무서워 하는 말이 있다면 그건
"DSLR로 찍은거 맞아요? 똑딱이랑 별 차이 없네요?"
대충 이런 말이다.
소녀의 손수건보다 더 부드러운 잎사귀들은 노래하네
기억을 걸어가봐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요
모니터 캘리브레이션(교정)을 위한 장비들을 구입하거나, 집에서 직접 인화한다는 이유로 포토프린터를 알아보게 될 것이다. 어느정도 다른 지름신들이 지나가고 난 뒤의 일일 수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DSLR과 친해진 얼마 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모니터에서 보는 것 처럼 다른 사람의 모니터에서 보이는게 중요하지'
'인터넷에서 인화하는 것 보다, 포토프린터를 사는게 유지비가 적을거야..'
물론, 이 정도 쯤에서 그냥 DSLR과 똑딱이의 사진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가지고 다니기 무거워 집에서 먼지만 먹게 하는 사람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의욕이 더욱 강해진다면, 분명 다음 지름신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DSLR을 지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지름신, 다들 그렇게 신용불량자가 중독되어 간다.
그래서 결국 첫 번들렌즈(DSLR kit 구입시 끼워있는 기본렌즈)를 팔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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