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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글모음/작가지망생으로살기

당신 주변에도 이런 워커홀릭이 있습니까?

by 무한 2009. 10. 9.
마이클잭슨이 세상을 떠났다는 슬픔이 아직 지나지도 않은 9월의 어느날은 훼이크고,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9월의 어느 날, 나는 아침일찍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판문점으로 떠났다. 구십이 가까운 할아버지께서 한 입 베어 무시곤,

"머리털 나고 이런 맛 처음이야.."

라고 말씀하셨다는 그 복숭아를 사기 위해서였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공쥬님과 연이 닿아 있는 곳이라, 아직은 잔고장을 내지 않는 애마 갤롱이(큰 고장은 여러번 있었다)와 함께 자유로를 달려갔다.

무한 - 헉.. 나 카메라를 두고왔어

공쥬 - 어쩌지? 7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무한 - 뭐.. 괜찮아.

공쥬 - 뭐가 괜찮아?

무한 - 포기하면, 편해.


복숭아 밭 주인분과 일하시는 분들을 태운 자동차를 만났고, 일곱시 반 쯤이 되어서야 민통선(민간인통제선)을 넘을 수 있었다. 다행히 공쥬님이 컴팩트 디카를 가져온 관계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 각잡힌 군복의 일병이 신종인플루엔자 때문인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민통선 출입구에는 주민등록증을 걷고, 차 번호판을 적는 군인이 있었다.

"자네, 올 추석에 집에는 가나?"

이런 질문을 하려다가 그 군인의 눈을 보는 순간 도로 집어넣었다. 녀석은, '집' 얘기만 나와도 금방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눈망울을 지니고 있었다.

'좋은.. 눈망울이군...'




▲ 신분증과 교환(응?)한 임시 출입 허가증. 손은 공쥬님 손


'민통선 안쪽이라면.. 사슴벌레가 많겠구나..'

내년 여름에는 민통선 안쪽까지 탐사를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개성이 21Km!! 하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아... OTL 근데 정자리는 좀...;;


난 왜 이산가족 이야기만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지만, 부끄럽게도, 고백하자면,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이산가족상봉에 대한 소식을 봤고, 서먹서먹하던 형과 동생이 처음엔 예의를 갖추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 와락 끌어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보며 함께 울어 버렸다.

잘 먹고, 잘 살고 그런 것들도 중요하겠지만, 한 핏줄을 만나게 해 주는 것이 먼저 아닐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니. 그분들이야 말로 세상에서 제일 힘든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는게 아닐까.




▲ 도주등을 고려해서 설치한 바리케이트. 카트라이더의 실사판이라는 느낌이다.


카트라이더 실사판인 듯한 도로를 달리며, 앞 차에 물풍선이라도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역시나 현실은 시궁창. 차에 있는 아이템이라고는 주유하고 받은 휴지가 전부다. 앞으론 주요소에서 바나나라도 좀...(응?)




▲ 드디어 도착한 복숭아 밭, 이때까지만 해도 복숭아를 따게 될 줄은 몰랐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무럭 무럭 자라나고 있는 복숭아들, 그 신선함에 넋을 놓고 감상중인 공쥬님에게 장난을 친다.

무한 - 저기 강 너머가 북한이야.

공쥬 - 진짜??

무한 - 어쩌면

공쥬 - 응?

무한 - 어쩌면 북한이라고

공쥬 - ......



날아오는 주먹을 얼굴로 막으며 개그욕심을 자제시킨다. 역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고개를 드는 개그의욕에는 매가 약이다. (응?)




▲ 복숭아 나무에는 저렇게 복숭아들이 노란 종이에 싸여있다.


복숭아 몇 상자만 사가지고 돌아가기로 한 까닭에 복숭아를 언제 꺼내주나 기다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조용히 한켠으로 부르더니 얘기를 꺼낸다.

사장님 - 몇 상자나 사 가실 거에요?

무한 - 아.. 그냥 한 다섯 상자 정도..

사장님 - 에휴...

무한 - ?

사장님 - 올해는 낙과(떨어진 봉숭아)가 많아서 농사도 형편없고..

무한 - ??

사장님 - 산다는 사람들은 많은데 일하는 사람이 없어서..

무한 - ???

사장님 - 오늘도 일하러 나오기로 했던 조선족 아줌마 둘도 못나오고... 

무한 - ????

사장님 -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안하려고 하고.. 

무한 - ?????

사장님 - 박스 꺼내 줄게요. 에휴.. 복숭아 다 떨어지면 버려야지.. 일하는 사람도 없고.. 


'앜ㅋㅋㅋㅋ 이건 뭔가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아... 덜덜덜' 


무한 - 아.. 그렇군요.. 그럼 저희가 오전시간만이라도 일을 도와... 

사장님 - 저 위에 장갑 있어요. 노란 바구니 요기 안쪽에 있고. 


'이..이 사람... 기..기다리고 있었어...' 



복숭아 밭에서의 지옥같은 힘든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북한에서 넘어온 개라고 일하시는 분들이 철썩같이 믿고 있는 녀석. 흑백처리 센스.

장갑을 가지러 위쪽 천막으로 올라가는 길, 복숭아 밭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절대 짖지 않는 사진 속의 개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다.

아줌마 - 저 개는 북한에서 온거야

무한 - 아....

아줌마 - 아무도 데려온 사람 없는데 어느 날 복숭아 밭에 들어와 있더라고


'뭔가.. 북한에서 왔다는 근거라고 하긴 좀...'


무한 - 다른 밭에서 온게 아닐까요? 주변에 농장이 많던데..

아줌마 - 아니야! 저 개는 북한에서 왔어! 여기 사람들이 다 알아!

무한 - ....네

아줌마 - 북한에서 건너온 진돗개야.


'.....응? 진돗개는 북한과 별 연관이...'


무한 - 북한에서 왔다면 풍산개 같은게 아닐까요?


아주머니의 경멸과 멸시와 조롱과 등한시(응?)가 가득 담긴 눈빛 덕분에 더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마치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코카콜라병을 숭배하는 부족에게 "이건 그냥, 빈 병일 뿐이에요" 라고 했다가 왼쪽 정강이 하나만 온전한 채, 나머지 몸의 뼈가 모두 부러지도록 맞은 느낌이었다.

뭐, 진돗개든 풍산개든, 아니면 북한에서 왔든, 동네 농장에서 넘어왔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니 조용히 있기로 했다. 이곳에서 '신앙' 같은 믿음을 함부로 건드렸다간 집에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 당도가 높아, 떨어진 복숭아는 개미나 다른 벌레들이 가만 놔두질 않는다.


처음엔 떨어진 복숭아만 주워 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떨어진 복숭아를 슥슥- 닦아 먹어보기도 하고 "우왕ㅋ굳ㅋ"같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열심히 일했다.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한 까닭에 허리가 좀 땡겨오는 느낌을 받으며 시계를 봤다.

'앜ㅋㅋㅋㅋ 아직 아홉시도 안되었엌ㅋㅋㅋ'

점점 천막쪽으로 가는 발걸음이 줄어들었다. 이대로 몇 시간만 더 일하다가는 4번과 5번 척추가 더 버티지 못할거란 생각에 자꾸 안보이는 구석으로 들어가 일을했다. 담배도 한 대 피우고, 경치도 감상하며 쉬엄쉬엄 일을 하자, 사장님이 불렀다.

사장님 - 여기 빵 좀 먹고 해요. 배고프죠?

무한 - 아..감사합니다. 떨어진 복숭아가 참 많네요.

사장님 - 그게, 아무래도 올해는 비가 적게 와서 가무니까, 자꾸 떨어지는 것 같아요.

무한 - 그렇군요.

사장님 - 이제 줍는건 그만하고, 저기 아저씨랑 복숭아 따는 거 하세요

무한 - 아.. 네

사장님 - 고모부, 이분이랑 이번 주 나갈거 준비해 주세요.


'응? 이번 주 나갈거?'


빵은 복숭아 따기의 시작을 알리는 낚시였고, 나는 고모부라는 아저씨를 따라갔다. 선해 보이는 인상과 간소한 차림으로 보아 어려운 일은 아닐거란 생각을 했다.

악마의 유혹이 달콤하다는 걸, 잠시 잊었던 것이다.




▲ 저렇게 복숭아를 아이스께끼(?)해서 불그스름한 녀석만 딴다. 위는 덜 익은 상태.


고모부라는 이 남자는 미친듯이 복숭아를 따기 시작했다. 제대로 확인을 하고 따는지 손에 잡히는 건 모두 다 따는 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만 한번에 두개씩 건네는 스킬과 날 바라보지도 않고 기계처럼 복숭아를 따는 속도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그렇게 막 놓으면 안되요. 천천히. 애기 다루듯이. 안그러면 상처가 나서 상품가치가 없어요"

복숭아를 받아서 담기에도 정신이 없는데 천천히 놓으라니, 게다가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빨리 딸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도 할 틈 없이 복숭아를 담기에 바빴다. 한 상자가 채워지는데 오 분도 걸리지 않았다.

무한 - 저.. 조금 천천히 따도 되지 않을까요?

아저씨 - 주문이 밀려있는데 천천히 따면 안되죠.

무한 - ......


아저씨는 복숭아를 따기만하고, 난 복숭아를 담고, 천막으로 나르는 일 까지 맡았다. 내가 다녀오는 사이 아저씨는 쉬고 있지만, 나는 담고, 나르고, 다시 담고, 나르고, 또 담는 일의 연속이었다. 공쥬님이 도와줬으니 버텼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 안해" 하고 뛰쳐 나왔을 것이다.

아저씨와 함께 일한지 한시간도 안되어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그에비해 아저씨는 간소한 차림 그대로 복숭아 털을 날려대며 흥겹게 일하고 있었다.

'아... 저래서 저 분은 땀 날 일이 없었구나..'

사람은 겉만 봐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응?)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복숭아 털이 휘날려 눈도 제대로 못 뜨는데 아저씨는 쉼 없이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 여기 복숭아는 다른데 보다 훨씬 달아요. 다른데는 평지라 비가오면 수분을 다 먹는데 여긴 경사가 져서 빗물이 알맞게 스며드니까 당도가 높지요.

무한 - 헉..헉.. 네..

아저씨 - 장호원이나 이런데는 상대도 안돼요. 거기 복숭아 맛있다고 하는데, 여기 꺼 먹다가 거기 복숭아 못 먹어요. 우리껀 시장에 나갈 새도 없이 주문 다 끝나요.

무한 - 헉...헉.. 네..

아저씨 - 그, 체험 무슨 현장인가? 거기서도 계속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데 다 거절했어요. 여긴 그런거 안해도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사가니까, 그런거 할 필요가 없지요.


'체험삶의현장에서 여길왔다면... 방송에 못나가고 연예인은 입원했을거야..'


무한 - 헉.. 그렇군요..

아저씨 - 힘들어요?

무한 - 아.. 조금요..

아저씨 - 에이, 젊은 사람이 뭘...


젊은 사람이라 이 짓(?)을 해야 한다면 얼른 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군대에서 작업의 꽃이라 불리는 진지공사를 하더라도 50분 일하면 10분은 쉰다. 게다가 '천삽일휴(천 번 삽질에 한 번 휴식)'의 정신으로 버텨보지만 서서 복숭아를 받은 뒤 쪼그려 앉아서 담는 작업의 반복이라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회사에서도 이런 사람들은 있다. 입으로 말만 하면 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더더욱 그렇다. 지난 날 "니가 해봐" 라고 말하고 싶었던 상황들은 대략 이렇다.

"무한씨, 쇼핑몰 작업 다 끝났어요? 우리 간판 디자인도 해야 하는데. 아, 코엑스 들어가는 전단지 작업은 다 끝났나요? 좀 서둘러 줘요. 그리고 명함작업도 해야 하는데..."

"거래처 페이지 수정부터 하고, 아니, 계약서 부터 보내주고, 그쪽에 연락해서 설치사진 찍는거 언제가 좋은지 알아보고, 장식장은 아이보리였나? 아, 그리고 캐드 할 줄 알아?"

"쇼핑몰 만드는게 어려워요? 한 삼일이면 되지 않나? 다른데는 금방금방 만들지 않아요? 메인에서 휙휙 지나가는거 좀 넣어주고, 옆에 장바구니 따라다니는 것도 넣어주고, 카드결제 신청한건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거기 전화해서 진행상황 알아보세요. 부담 갖지 말고, 다른데랑 좀 차별화 되게만 만들어 주세요. 신선하게"


더군다나 간식먹고 하라며 자신은 일을 하고 있는 상사가 있거나, "퇴근 안해요?" 라고 물으며 지는 야근수당까지 받으며 일하는 상사가 있으면 더욱 골치 아프다. 이것 저것 벌여 놓은 일은 많은데, 그냥 열심히 벌여 놓기만 할 뿐이고 그 감당을 아랫사람이나 동료가 수습해야 하는 하는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 열심히 복숭아를 공략중인 개미들, 먹을게 커서 좋겠다.


아저씨 - 이것봐요, 떨어진 복숭아에는 개미가 많이 모여들죠? 워낙 당도가 높아서 그래요.

무한 - 헉..하..하..네. 개미네요

아저씨 - 뭐해요?

무한 - 네?

아저씨 - 얼른 담아요.

무한 - ....네


복숭아를 받아서 담고 나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 - 그럼, 저도 좀 따 볼까요?

아저씨 - 모르는 사람은 뭐 따야 되는지 구별을 못해요.

무한 - 아.. 그럼, 알려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아저씨 - 말해줘도 몰라요.


'앜ㅋㅋㅋㅋ 이사람... 아..알고 있어..'


그렇게 나는 사탕수수밭의 노예처럼 오전 시간을 다 보내고 있었다.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라는 구절을 쓴 정몽주는 복숭아 밭에서 일해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주워놓은 복숭아들. 날이 가물어 낙과가 많다고(아저씨 주장) 한다.


"점심먹고 하세요~"

효도르한테 얻어 맞고 있다가 벨이 울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아저씨,

'앜ㅋㅋㅋㅋㅋ 못들은 체 하고 있어!!!!'

사람들이 웅성웅성 아래쪽 사무실(식당겸용)로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저씨는 지치지도 않는 스피드로 복숭아를 따서 나에게 건네고 있었다.

무한 - 저.. 점심 드셔야죠?

아저씨 - 뭐 밥이야 언제든 먹을 수 있잖아요.

무한 - ......

아저씨 - 저쪽 나무까지 하고 먹죠

무한 - ....네


'이사람.. 웬지 뷔페에서 본전을 뽑으려고 작정한 사람 같아...OTL'


쓰러지기 일보 직전, 안내려오는 나와 아저씨를 부르러 아주머니가 올라오셨고, 아저씨는 저쪽 나무까지 마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며 장갑을 벗었다.




▲ 자연이 먹고 남긴 복숭아 씨. 엄청 많은 복숭아씨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점심도 먹지 않고 서둘러 떠날 생각이었지만, 극구 사양하다가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나마 '오전만'도와준다고 말한 내가 자랑스러웠다. 하루를 온전히 도와준다고 했다면, 내 복숭아 뼈는 위의 사진과 별 다를 바 없는 형태로 복숭아 밭에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




▲ 뭔가 느낌이 좋아서 찍은 사진. 낙과를 찍은거라 좀 아쉽긴 하다.


점심을 먹자마자 별다른 휴식도 없이 아저씨는 또 복숭아 밭으로 올라갔고, 난 서둘러 떠날 채비를 했다. 선물용 복숭아를 사서 차에 싣고 있는데, 사장님이 다가왔다.

'서..설마 오후까지 해달라는 부탁을.... 덜덜덜'

행여 오후까지 일을 해달라는 부탁을 할까봐 다리를 덜덜덜 떨고 있을 때, 사장님이 말했다.

"저기 박스에 있는게 낙과긴 한데, 오늘 아침에 떨어진 것들이라 그냥 집에서 먹기는 괜찮을 거에요. 오늘 수고하셨어요. 저거 가져가세요."

마치 체험 삶의 현장에서 봉투를 받는 연예인이 된 느낌으로 낙과 한 박스를 차에 실었다.  




▲  바로 전 사진에서 '한 발 더 다가가세요' 라는 조언대로 한 발짝 더 다가가서 찍은 사진


일하시는 분들께 인사를 드리러 올라가보니, 워커홀릭 아저씨는 혼자 복숭아를 따고, 바구니에 담고, 나르고 계셨다.

'아.. 평소에는 혼자 하시는구나..'

반성문처럼 흘러가는 글을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조금 반성문을 적자면, 글을 쓴다고 책상에 앉아 있는 내가 부끄러웠다. 하루에 몇 편의 글을 써 놓는 것 말고, 땀이 날 정도로 온 힘을 다 기울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음'을 '열정'과 잘 구별 못하며, 그저 즐거운 일을 하는 것 외에도 저만큼의 열정을 보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둘의 분야는 다르지만 말이다.




▲ 사진에 보이는 복숭아의 몇 배는 모두 내가 담고 나른 것들이다. 분류작업중인 분들.


집에 돌아와서는 며칠간 걸음을 제대로 못 걸을 정도로 고생했다. 아직 아이가 없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 힘든 일을 온 몸으로 견딜 수 있는 건, 결국 가족을 위한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

나 자신을 위해서는 운동화 하나, 옷 한 벌 고르기를 망설이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도, 온 몸이 다 쑤셔도 내일 출근을 하는, 그런 마음이 아닐까. 오늘 아침도 현관문을 열고 출근하시는 어머니에게서 워커홀릭 아저씨의 뒷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앜ㅋㅋㅋㅋ 갑자기 웬 문학소년 말투야'

오늘도 생활의 최전선에 있는, 당신의 건투를 빈다!




▲ 제 건투도 빌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손가락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추천은 무료!


<추가>

복숭아 맛은, '황도'중엔 최고라 생각합니다. 그냥 꿀물이 줄줄... 덜덜덜
구입방법을 물어보시는 분이 많은데, 아마도 구입이 불가능 할 듯 합니다.
시장에 나올 틈도 없이 전화주문 만으로 물건이 동나는 곳이라고 하네요.
남한에서 가장 북쪽이라 일교차도 심하고, 경사면 재배 등등
아무튼 여러 이유로 맛있는 곳이라던데,
내년엔 희망하시는 분들 모집해서 일도 도와드리고, 떨어진 복숭아 실컷 함 먹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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