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좀 격하게 달아놨지만, 2009년의 마지막 날 발행하는 매뉴얼로 <연애하기 위해 꼭 버려야 하는 네 가지>이라는 주제를 잡았다. 왜? 이런 행동들은 2009년 마지막 날 다 버리고, 2010년 부터는 블링블링한 나날들을 맞이하자는 생각에서다.
메일이나 댓글 등을 통해 전해지는 사연들을 읽다보면, 이제 이런 건 학교에서도 교과목으로 만들어 한 학기에 한 시간도 좋고, 아니면 점심시간에 읽으라고 나눠줘도 좋으니 알려주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많은 치들에게 "여자한테 맥주랑 초콜릿을 먹이면 훅간다. 함 써봐." 이런 얘기를 듣거나, "남자한텐 무조건 튕겨, 문자 왔다고 바로 답장하지 말고." 따위의 말들로 전해듣는 '연애학 개론'은 결국 엄마도 모르는 알콜중독 증상만 가져올 테니 말이다.
자, 그럼 2009년 마지막 날, 우리가 놓아버려야 하는 최악의 행동들은 뭐가 있나 살펴보고, 내일 부터는 레드카펫을 걷는 스타들처럼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도록 하자.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본 사람이라면, 서울에 사는 상우(남자주인공)가 술에 취해 은수(여자주인공)와 통화하다 보고싶은 마음이 커지자 택시에서 "아저씨 강릉!" 이라고 외치는 장면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강릉에 도착해 은수를 허리가 꺾이도록 품 속에 쏙, 넣는 것 까지. 그르지 말자. 이거 그냥 영화다. 현실에서 둘이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감동'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술 취해 전화를 걸고, 새벽에 무작정 집까지 찾아가는 것은 말 그대로 '꼬장'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뭐든 다 퍼주고 싶고, 하루가 온통 그 사람만으로 꽉 차 있으며, 어떻게 해서든 전화를 한 번 더 하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만나고 싶겠지만, 거위의 배를 갈라선 안된다. 황금 알은 오늘도 하나, 내일도 하나 낳는 것이지 배를 갈라 한꺼번에 꺼내려 하면 거위가 죽는다. 자신도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벌이는 일이라는 거 안다. 상대가 회사를 쉬는 날이 당신과 다르다면, 당신은 스스로 회사를 쉬면서 까지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희생'이라 생각해, 회사를 빠지고 상대에게 만나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물론, 그게 어쩌다 한 번 이면 좋다. 그러나 자주 벌어질 경우, 당신의 생활과 상대방 모두를 놓칠 수 있을 것이다.
허세는 즐겁다. 게다가 '잘난 척'처럼 습관적이다. 많이 하게 되면 그 구사하는 표현이나 방법도 다양해지고 발산할 수 있는 소재찾기도 쉬워진다. 그러나 결국 자신을 좀 먹는다. 이러니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래, 강해지는 거야." 라거나 "이제 울지 않아." 라며 '철인 28호가 되기 위한 다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종격투기 선수가 될 거라면 몰라도, 이제 그만 강해져도 된다. 집에서 TV보며 똥꼬나 긁으며, 울지 않겠다고 적지 않아도 된다.
어린 나이에 사랑을 한다면, 이런 허세가 하이틴 소설 주인공이 된 것같은 느낌을 주겠지만 겨드랑이에 털이 날 만큼 났다면 그만 두자. 같이 술을 마시는 데 담배를 언제부터 폈나는 물음에 "그녀가 떠나간 이후부터…" 라고 답하는 지인의 죽탱이를 한 대 날려주고 싶었다. 클럽데이라며 요란하게 입고 놀러 간 어느 지인이 미니홈피에 "니가 떠나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라는 다이어리를 적어 놓은 것을 보곤, 혹시 '다중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폭소를 터트리다가 채널을 돌려 백혈병 환자의 이야기에 눈물을 쏟아내고, 다시 채널을 돌리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영상이 나타나는 -그러니까 여러 감정을 순간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어야 따라잡을 수 있는 세대가 된- 까닭에 필연적으로 '다중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쁨도 포장하고, 슬픔도 포장하고, 쾌락도 포장하며, 결국 자기 자신까지 포장하는 것. 역시 그만 둘 필요가 있다. 진짜 당신의 모습을 찾아라.
연애상담을 요청하는 메일을 받다보면, 구구절절한 내용들 부터 시시콜콜한 내용들까지 다양한 사연들이 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염려가 되는 사람은 스스로 결정을 절대 못내리는 사람이다. 정말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어제는 이러이러한 문자가 왔는데 답장은 뭐라고 해야 하나요?" 나 "그럼 몇시쯤 보내는 게 좋을까요?" 또는 "이렇게 보내서 답이 안오면 어떻게 하죠?" 라는 질문들. 방법을 알려주자면, 예/아니오 로 간단하게 답변할 수 있는 건 동전을 던지는 것이 좋다. 동전의 앞/뒤 에 그 운명을 맡기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그리고 복잡한 건 큰 원에 방학중 생활계획표 짜듯 그려넣어 다트라도 던지는 게 나을 것이다.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것 보단 차라리 '운명론'에 기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들리는 모든 이야기를 필터링 없이 듣는 것도 나쁜 버릇이다. 얼마 전 다른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니, 지금 사귀는 남자와의 궁합이 궁금해 점을 보러 갔다가. "그 남자랑 결혼하면 남자가 잘못돼." 같은 점괘를 받아오신 분도 있던데, 그걸 가지고 또 고민을 시작하는 것을 보니, 결국 의문은 의문을 낳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가끔 '무료 토정비결' 같은 팝업이 뜨면 들어가서 내 생년월일을 넣어보곤 한다. 그냥 재미다. 불길한 얘기가 쓰여 있으면 찝찝할 때도 있지만, 비슷한 류의 토정비결 사이트에 들어가면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지구에 없는 사람의 생년월일을 내도 1월엔 길하고 2월엔 가정이 화목하다 등등 쓸모 없는 얘기가 출력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전 매뉴얼에서 '소심함'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타고난 성품이기 때문에 바꾸기 힘들다'는 댓글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히보다 일단 바꾸려고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소심함이든 우유부단함이든, 타고난 것이 그렇다고 말하기 전에 의식적으로 노력해 보면 어떨까. 누가 말만 시켜도 얼굴이 빨개지던 지인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가구를 팔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손님 옆에 붙어서 달변을 토해내는 모습. 새해를 맞아 세운 계획들, 그것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이거다. 했는가, 안 했는가.
인터넷에는 수 많은 쇼핑몰이 있다. 이 쇼핑몰 중 하나를 당신이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당신을 찾아가는 '님'을 나로 가정해보자. 당신은 어디있는가? 내가 아무리 검색해도 당신이라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창(window)의 문제'가 등장한다. 당신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창의 문제'다.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 라고 생각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고, 안정적인 직장도 있으며, 성격적인 하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사연을 보내주신 분이 있었다. 어제 얘기한대로 당신의 동선을 확인해라. 당신을 찾을 수 있어야 구매를 버튼을 누르든 회원가입을 하든 할 것 아닌가.
쇼핑몰이 다 만들어 진 것인가 궁금증을 가지게 될 정도로 형편없는 디자인에, 관리를 전혀 안한 듯 스팸광고만 가득한 Q&A 게시판, 상세페이지는 마련되어 있지 않고 사진이 없는 상품들이 즐비한 쇼핑몰이라면 누가 거기서 옷을 사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콧털을 휘날리며 엄마가 사 준 옷(나쁘다는 게 아니라 자신은 스타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상징적 의미다)을 입고, 소개팅 자리에서 명함으로 이를 파는 사람. 연애운이 없다느니, 될 놈만 된다느니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 상태를 먼저 점검하자. 운동이 필요하다 싶으면 운동장이라도 돌고, 하루에 세 번 정도는 거울도 봐 주자. 자기 입에서 발냄새가 나는 지 안나는 지 좀 살펴보잔 얘기다. 왜 입에서 발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있는가. 양말을 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나 더 살펴보자. 당신이라는 쇼핑몰에 들어가 주문을 마치고 결재까지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배송준비중'이다. 그럼 당연히 '취소' 버튼을 누르지 않겠는가? 내가 당신에게 아무리 문의를 해도 답변이 없고, 전화를 걸어도 묵묵부답이다. 겨우 물건을 받아 볼 수 있었지만 죄송하다는 말도 없다. 난 두번 다시 그 쇼핑몰을 찾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와 밥을 먹는다면, 입에 뭘 넣어주는 것 까진 아니더라도 맛있는 반찬을 숟가락에 올려 줄 수도 있고, 다른 메뉴를 시켰다면 맛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머리 박고 먹으며 "이거 먹고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이런 식탐만 들이대진 않길 바란다.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는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연애야, 솔직히 얘기해서 사람의 향기가 나지 않아도 연애 스킬과 다양한 연출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쪽에서 애써 환상을 갖게 하지 않아도 상대가 먼저 눈에 콩깍지를 쓰고 덤벼들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남은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 일이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남자는 돈 많으면 된다, 여자는 예쁘면 된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내가 이 매뉴얼을 연재하고 있는 이유다.
2010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행복에 겨운 댓글을 달 수 있도록, 또 부지런히 쓸 예정이다. 당신의 사랑을 늘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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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이나 댓글 등을 통해 전해지는 사연들을 읽다보면, 이제 이런 건 학교에서도 교과목으로 만들어 한 학기에 한 시간도 좋고, 아니면 점심시간에 읽으라고 나눠줘도 좋으니 알려주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많은 치들에게 "여자한테 맥주랑 초콜릿을 먹이면 훅간다. 함 써봐." 이런 얘기를 듣거나, "남자한텐 무조건 튕겨, 문자 왔다고 바로 답장하지 말고." 따위의 말들로 전해듣는 '연애학 개론'은 결국 엄마도 모르는 알콜중독 증상만 가져올 테니 말이다.
자, 그럼 2009년 마지막 날, 우리가 놓아버려야 하는 최악의 행동들은 뭐가 있나 살펴보고, 내일 부터는 레드카펫을 걷는 스타들처럼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도록 하자.
1. 앞 뒤 안가리고 모든 것을 거는 행동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본 사람이라면, 서울에 사는 상우(남자주인공)가 술에 취해 은수(여자주인공)와 통화하다 보고싶은 마음이 커지자 택시에서 "아저씨 강릉!" 이라고 외치는 장면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강릉에 도착해 은수를 허리가 꺾이도록 품 속에 쏙, 넣는 것 까지. 그르지 말자. 이거 그냥 영화다. 현실에서 둘이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감동'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술 취해 전화를 걸고, 새벽에 무작정 집까지 찾아가는 것은 말 그대로 '꼬장'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뭐든 다 퍼주고 싶고, 하루가 온통 그 사람만으로 꽉 차 있으며, 어떻게 해서든 전화를 한 번 더 하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만나고 싶겠지만, 거위의 배를 갈라선 안된다. 황금 알은 오늘도 하나, 내일도 하나 낳는 것이지 배를 갈라 한꺼번에 꺼내려 하면 거위가 죽는다. 자신도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벌이는 일이라는 거 안다. 상대가 회사를 쉬는 날이 당신과 다르다면, 당신은 스스로 회사를 쉬면서 까지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희생'이라 생각해, 회사를 빠지고 상대에게 만나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물론, 그게 어쩌다 한 번 이면 좋다. 그러나 자주 벌어질 경우, 당신의 생활과 상대방 모두를 놓칠 수 있을 것이다.
2. 허세가 망쳐놓은 사람들
허세는 즐겁다. 게다가 '잘난 척'처럼 습관적이다. 많이 하게 되면 그 구사하는 표현이나 방법도 다양해지고 발산할 수 있는 소재찾기도 쉬워진다. 그러나 결국 자신을 좀 먹는다. 이러니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래, 강해지는 거야." 라거나 "이제 울지 않아." 라며 '철인 28호가 되기 위한 다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종격투기 선수가 될 거라면 몰라도, 이제 그만 강해져도 된다. 집에서 TV보며 똥꼬나 긁으며, 울지 않겠다고 적지 않아도 된다.
어린 나이에 사랑을 한다면, 이런 허세가 하이틴 소설 주인공이 된 것같은 느낌을 주겠지만 겨드랑이에 털이 날 만큼 났다면 그만 두자. 같이 술을 마시는 데 담배를 언제부터 폈나는 물음에 "그녀가 떠나간 이후부터…" 라고 답하는 지인의 죽탱이를 한 대 날려주고 싶었다. 클럽데이라며 요란하게 입고 놀러 간 어느 지인이 미니홈피에 "니가 떠나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라는 다이어리를 적어 놓은 것을 보곤, 혹시 '다중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폭소를 터트리다가 채널을 돌려 백혈병 환자의 이야기에 눈물을 쏟아내고, 다시 채널을 돌리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영상이 나타나는 -그러니까 여러 감정을 순간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어야 따라잡을 수 있는 세대가 된- 까닭에 필연적으로 '다중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쁨도 포장하고, 슬픔도 포장하고, 쾌락도 포장하며, 결국 자기 자신까지 포장하는 것. 역시 그만 둘 필요가 있다. 진짜 당신의 모습을 찾아라.
3. 팔랑귀와 우유부단
연애상담을 요청하는 메일을 받다보면, 구구절절한 내용들 부터 시시콜콜한 내용들까지 다양한 사연들이 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염려가 되는 사람은 스스로 결정을 절대 못내리는 사람이다. 정말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어제는 이러이러한 문자가 왔는데 답장은 뭐라고 해야 하나요?" 나 "그럼 몇시쯤 보내는 게 좋을까요?" 또는 "이렇게 보내서 답이 안오면 어떻게 하죠?" 라는 질문들. 방법을 알려주자면, 예/아니오 로 간단하게 답변할 수 있는 건 동전을 던지는 것이 좋다. 동전의 앞/뒤 에 그 운명을 맡기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그리고 복잡한 건 큰 원에 방학중 생활계획표 짜듯 그려넣어 다트라도 던지는 게 나을 것이다.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것 보단 차라리 '운명론'에 기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들리는 모든 이야기를 필터링 없이 듣는 것도 나쁜 버릇이다. 얼마 전 다른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니, 지금 사귀는 남자와의 궁합이 궁금해 점을 보러 갔다가. "그 남자랑 결혼하면 남자가 잘못돼." 같은 점괘를 받아오신 분도 있던데, 그걸 가지고 또 고민을 시작하는 것을 보니, 결국 의문은 의문을 낳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가끔 '무료 토정비결' 같은 팝업이 뜨면 들어가서 내 생년월일을 넣어보곤 한다. 그냥 재미다. 불길한 얘기가 쓰여 있으면 찝찝할 때도 있지만, 비슷한 류의 토정비결 사이트에 들어가면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지구에 없는 사람의 생년월일을 내도 1월엔 길하고 2월엔 가정이 화목하다 등등 쓸모 없는 얘기가 출력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전 매뉴얼에서 '소심함'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타고난 성품이기 때문에 바꾸기 힘들다'는 댓글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히보다 일단 바꾸려고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소심함이든 우유부단함이든, 타고난 것이 그렇다고 말하기 전에 의식적으로 노력해 보면 어떨까. 누가 말만 시켜도 얼굴이 빨개지던 지인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가구를 팔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손님 옆에 붙어서 달변을 토해내는 모습. 새해를 맞아 세운 계획들, 그것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이거다. 했는가, 안 했는가.
4. 당신은 반할만큼 매력있는 사람인가?
인터넷에는 수 많은 쇼핑몰이 있다. 이 쇼핑몰 중 하나를 당신이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당신을 찾아가는 '님'을 나로 가정해보자. 당신은 어디있는가? 내가 아무리 검색해도 당신이라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창(window)의 문제'가 등장한다. 당신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창의 문제'다.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 라고 생각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고, 안정적인 직장도 있으며, 성격적인 하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사연을 보내주신 분이 있었다. 어제 얘기한대로 당신의 동선을 확인해라. 당신을 찾을 수 있어야 구매를 버튼을 누르든 회원가입을 하든 할 것 아닌가.
쇼핑몰이 다 만들어 진 것인가 궁금증을 가지게 될 정도로 형편없는 디자인에, 관리를 전혀 안한 듯 스팸광고만 가득한 Q&A 게시판, 상세페이지는 마련되어 있지 않고 사진이 없는 상품들이 즐비한 쇼핑몰이라면 누가 거기서 옷을 사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콧털을 휘날리며 엄마가 사 준 옷(나쁘다는 게 아니라 자신은 스타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상징적 의미다)을 입고, 소개팅 자리에서 명함으로 이를 파는 사람. 연애운이 없다느니, 될 놈만 된다느니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 상태를 먼저 점검하자. 운동이 필요하다 싶으면 운동장이라도 돌고, 하루에 세 번 정도는 거울도 봐 주자. 자기 입에서 발냄새가 나는 지 안나는 지 좀 살펴보잔 얘기다. 왜 입에서 발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있는가. 양말을 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나 더 살펴보자. 당신이라는 쇼핑몰에 들어가 주문을 마치고 결재까지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배송준비중'이다. 그럼 당연히 '취소' 버튼을 누르지 않겠는가? 내가 당신에게 아무리 문의를 해도 답변이 없고, 전화를 걸어도 묵묵부답이다. 겨우 물건을 받아 볼 수 있었지만 죄송하다는 말도 없다. 난 두번 다시 그 쇼핑몰을 찾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와 밥을 먹는다면, 입에 뭘 넣어주는 것 까진 아니더라도 맛있는 반찬을 숟가락에 올려 줄 수도 있고, 다른 메뉴를 시켰다면 맛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머리 박고 먹으며 "이거 먹고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이런 식탐만 들이대진 않길 바란다.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는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연애야, 솔직히 얘기해서 사람의 향기가 나지 않아도 연애 스킬과 다양한 연출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쪽에서 애써 환상을 갖게 하지 않아도 상대가 먼저 눈에 콩깍지를 쓰고 덤벼들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남은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 일이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남자는 돈 많으면 된다, 여자는 예쁘면 된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내가 이 매뉴얼을 연재하고 있는 이유다.
2010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행복에 겨운 댓글을 달 수 있도록, 또 부지런히 쓸 예정이다. 당신의 사랑을 늘 응원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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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연락처를 묻는 여자, 매력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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