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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다가가기 힘든 여자의 세 가지 특징

by 무한 2010. 2. 18.
어제 방명록에 비밀댓글로 남겨주신 어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노멀로그에 가득한 남자 솔로부대원들과 소개팅이라도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같이 딱딱하고 칼같은 여자는 참 남자를 다가오기 힘들게 만들거든요.
그나마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친구들 남자친군데,
저는 왠지 다시 만나자고 해도 연락을 칼같이, 정중하게 거절할 것 같아
더 어렵데요...

하물며 남자얘기는 절대 부끄러워 공유하지 않는 마이마더께서도
같이 티비를 보시며, <사랑과 전쟁>의 꽃뱀같은 여자가 나오는 것을 보며
"저런 여자들보다 사실은 너같은 애가 남자들이 보기에 정말 진상이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ㅠ.ㅠ
제 이미지가 엄청 엄청 엄청!! 도도하고 남자를 기죽이는 포스(?)가 있대요.
사실 완전 허당인데요... ㅠ.ㅠ


우선, 엄마들은 대부분 악플을 즐긴다는 얘기를 해 드리고 싶다. 우리 어머니 역시, 종종 "너 장가가서도 그러면 부인이 도망간다."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할머니는 9년 전 명절날, "우리 무한이는 얼굴도 잘 생겼고, 공부도 잘 하고, 그런데 몸이......" (앜ㅋㅋ 할머니 제 몸이 어때서욬ㅋㅋㅋ)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도 있다. 그 얘기는 트리우마로 남아 말줌임표 뒤에 도대체 무슨 얘기가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위로하려다 나만 슬퍼졌어.)

아무튼 이번 매뉴얼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를 못 다가오게 만드는 쉴드를 치고 있는 여자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이게 내 팔자지..."라는 생각은 그만 접어두고, 위의 사연에서처럼 스스로의 성격만 탓하는 것 역시 그만두길 바란다.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면, 아직 용기있는 남자를 못 만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 쉴드를 깨고 당신을 구해줄 기사탄 백마(응?) 말이다. 달려보자.


1. 어떻게 하나 지켜보는 여자


동성과는 재미있게 지내면서, 이성을 만나면 면접관으로 돌변하는 여자가 있다. 면접관처럼 마구 물어댄다는 얘기가 아니라, 자신과 대화하는 상대를 금방 요약해 버리려는 기세로 만남을 가진다는 거다. 대표적인 예가 '웃지 않는 여자'다.



▲ 웃지 않는 여자의 좋은 예, 좌측 (출처-
이미지검색)


쉽게 말해, '도도하고 남자를 기죽이는 포스'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남자의 말에 별다른 리액션이 없으며 웃음에 인색할 때 발생한다. 웹에서 본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더니, 대부분의 얘기는 다 알고 있고 스스로는 절대 먼저 말하지 않는 여자. 에베레스트다.

스스로는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거나, 자신의 허당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 수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는 당신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어느 남자사람이 당신과 대화하며, 당신의 얘기를 모두 받아 치려 전투자세를 취하고 있거나, 웃으라며 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 그보다 피곤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싸우러 나간 것도 아니고, 면접보러 나간 것도 아니다. 친구랑 얘기할 때의 반 만큼만 여유로워지자.


2. 망설이다가 버스 놓친다


과거 연애의 상처로 인해서든, 아니면 타고난 여린마음에서든 한강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확인받지 않고서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딛지 못 한다는 거다. 스스로 타인에게 다가가기 힘들 뿐더러, 타인도 다가오기 힘들게 만든다.

그 오빠와 알고 지낸 지는 오래 되었어요.. 옆 매장에서 일하는데..
그냥 출퇴근하며 인사하고, 일 있으면 조금씩 도와주며 얼굴보고..
어느 날 그 매장에서 일하던 다른 분이 그만 둔다면서..
저에게 같이 송별회를 하자고 하더라구요.. 알았다고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정작 그만두시는 분은 못 오고..
저랑 그 오빠만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어요..

얘길 나눠보니.. 참 좋은 사람이란게 느껴지고.. 반해버렸지요..
그렇게 자리를 하고 나서.. 전 괜히 그 매장쪽에 눈길이 가고..
마주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어떻게든 마주치려고 하고..
뭐 들고 가면 괜히 도와준다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친구들에게 물어보니까.. 일단 연락을 하라고 하더라구요..
폰 번호는 금방 알 수 있거든요.. 공개되어 있어서..
그래서 문자를 보냈어요.. 제가 누군지 밝히고.. 연락해도 되냐고..
근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어쩌죠... 내일도 봐야 하는데..


예전에 어느 분이 '묻는 남자'에 대한 댓글을 달아주신 적이 있다. 손 잡아도 되냐고 묻고, 안아봐도 되냐고 묻고, 키스해도 되냐고 묻고, 가슴 아무튼, 그 당시 여자분의 속마음은 "물어보지 말고 해 임마."라고 적어주셨던 게 기억난다.

위의 사연을 주신분께 하고 싶은 말은, "연락해도 되나요?" 라고 묻는 것은 세상에서 일곱 번째로 바보같은 질문이란 거다. 학창시절에나 할 법한 "내가 마음에 들면 가방을 왼 쪽으로 돌려서 걸고, 그렇지 않다면 이 쪽지를 찢어서 버려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다짜고짜 "나 초코우유좀 사줘." 라고 시작하는 거다. 남자는 여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이상한 습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걸 이용하란 얘기다. "초코우유를 왜 사줘?" 라고 묻는다면, "초코우유가 먹고 싶어 졌거든." 정도로 대답하면 된다.

아, 물론 부작용도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좋아하는 남자때문에 고민하는 여학우에게 이 방법을 알려줬는데, 초코우유 얘기를 꺼냈다가 거절당하곤 3년 동안 괴소문에 시달리며 공부만 해 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3. 보여지려다 보내지는 여자
 

미니홈피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말한 적 있지만, 타인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내가 하는 말, 행동, 기록 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대단해 보이고 싶고, 특별해 보이고 싶다며 올린 것들이 '나'를 구성한다는 얘기다.

뭐, 이건 남자들도 여자가 팔에 살짝이라도 접촉을 하면 이두박근에 온 힘을 집중하는 부분도 있으니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단, 과할 때 문제가 생긴다. 기반이 없는데 명성을 얻으려 한다는 얘기와 맞물려 살펴보자면 부풀리고 치장한 모습을 상대는 '본모습'으로 생각할 위험이 있다는 거다.

잘 활용하면 득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 길게 적진 않겠다. 다만, 한 여자후배가 "왜 난 남자친구가 안 생기는 거야?" 라고 물어 미니홈피에 들어가 봤더니,

"남잔 다 똑같아."
"내가 싫어하는 것 - 남자, 거짓말, 연애"
"수진이가 헤어졌다. 역시 남자들은 책임감을 몰라."


이런 글들이 가득했다는 얘기를 적어두고 싶다. 그리고, 눈물 흘리면서 셀카 좀 찍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입 오리 주둥이처럼 한 사진들도 손 발 로그아웃 하게 만든다. 입 근육이 발달했나? 난 따라해도 잘 안 되는데. (직장에서 이 글 읽고 오리 주둥이, 따라해 볼 거란 걸 알고 있다.)



우리끼리니까 솔직한 얘기를 좀 하겠다. 위의 문제들 뿐만 아니라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대에게도 "허숙희씨는 다가가기 좀 힘든 것 같아요. 도도하다고 해야 할까?" 라는 이야기를 하고, SF(Sorry Face)의 여성분께 "차갑다는 얘길 좀 듣지 않으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속으로는 '얼굴이 각다귀 같이 생겼어.. 무서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정리하자면, '내가 용기를 내서 다가가고 싶을 만큼 너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다른 말이 될 수 있다고 적겠다.

고급스런 책상과 편안한 의자, 그리고 나를 위한 모든 것들이 준비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공부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다 준비되어도 또 부족한 것이 생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탐탁치 않은 지금의 인간관계와는 다르게, 집에서 무릎나온 츄리닝을 입고 있는 것과 다르게, 핑크빛 러브러브가 펼쳐지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동네에서 제일 오래되었다는 아름드리 나무도 처음엔 작은 새싹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발걸음을 맞춰보는 거다. 그리고 함께 웃자. 그런 사람에게 다가가기 힘들다고 말할 남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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