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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이런 직업의 사람과 연애하기 어렵다? BEST3

by 무한 2010. 2. 16.
예상대로 이번 연휴기간 동안 헤어진 커플들의 사연이 줄을 이었다. 남자친구가 무작정 가족들 모임에 데려가려고 해서 다음에 가자고 했더니, 우린 무슨 사이냐며 눈물을 뿌리고 돌아갔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고 여자친구가 친척집에 간다고 해 놓고 나이트에 간 것이 확인되어 냉전중이라는 커플도 있었다. 말하지 않고 혼자 키워 '부담'이라는 이름을 단 권유를 상대에게 내 놓기 보다 그때그때 대화를 통해 일을 진행하길 권하며, 나이트 사연은 상대를 너무 궁지로 몰지 말라는 얘기만 적어두겠다.

이렇게 연애하느라 바쁜(응?) 커플부대원들과 달리, 솔로부대원들은 친척집에 가서도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연 랜덤채팅으로 여자를 만나도 괜찮냐는 질문등을 보낸 까닭에, 그 메일들을 읽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노멀로그를 통해 발렌타인 데이에는 여자대원들이, 화이트데이에는 남자대원들이 초콜릿과 캔디를 주고받는 '노멀로그 마니또' 프로그램을 진행할까 했으나, 주소가 공개되면 이상한 짓(응?)을 하시는 분이 꼭 한 두분씩 있는 까닭에 접었음을 밝힌다. (진행할 다른 방법을 찾고 있으니 좋은 의견 있으신 분은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부탁드린다.)

각설하고, 오늘은 솔로부대로 편입한 대원들이 이야기 한 '이런 직업의 사람과 연애하다가 눈물 콧물 다 뺐다.' 라고 얘기한 직업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며칠동안 커플부대원들을 위한 매뉴얼을 발행했더니, 접었던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는 솔로부대원도 있고 상상훈련만 하기 지친다는 대원들이 있어 솔로부대원들을 위한 매뉴얼을 발행한다. 커플부대원들이 봐도 '어려움'에 대해 참고가 될 사항이니, 발랄한 마음으로 출발해보자.


1. 백수는 연애도 어려운가?


직업만 없을 뿐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시험을 준비중이거나 무언가 계획한 것이 있는 사람을 제외한 '순수백수'로 한정하자면, 분명 어렵다. 그 원인은 두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넘치는 것과 모자라는 것이다. 사실상 실업자 461만 9000명 시대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지적질이 아니라 '대안'을 찾는 과정임을 먼저 밝힌다.

시간이 넘친다. 시간이 넘치는 것은 '집착'으로 가는 급행열차다. 좋아하는 대상이 생겼을 때, 조석을 가리지 않고 마음을 전달하는 일에 애쓴다. '바쁜시간'이 없으므로, 상대의 바쁜시간을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른다. 쉽게 말해, 메신저에서 상대가 '다른용무중'상태에 들어가거나 문자에 답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방바닥에 동그라미 그리게 될 위험이 있단 얘기다. 결국 "싫으면 싫다고 말해주세요. 귀찮게 안 할게요." 같은 대사를 남기며 침몰하는 경우가 많다.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며, 상대는 크레파스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이쪽은 몇 가지 색의 크레파스를 가지고 와서 함께 그림을 그리자는 모습이 될 수 있으니, 한 번에 한 줄씩 그어야 한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음악이 느리면 춤사위도 느려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돈이 모자라다.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마음 위에 돈이 앞설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솔직히 이 얘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메일로 도착한 이별 사연에서 늘 순대국이나 해장국집에 가거나 길거리분식만 먹었다고 한탄하는 글이 많아 적어둔다. 이런 걸 다 접어두고, 상대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더라도 지갑이 비어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쪼그라드는 경우가 많다. '돈'에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거나 지레 겁을 먹을 수 있단 얘기다. 이에 해당되는 사람이 있다면, 어깨부터 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지금 상황에 모든 것을 한정해 궁상맞은 얘기만 늘어놓진 말길 바란다. 소개팅 나가서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자기가 가진 제일 좋은 옷이라는 얘기를 왜 하는가?


2. 만인의 사랑을 받는 직업과 주변인물


대표적인 경우로 '연예인'을 들 수 있다. "연예인이랑 사귀는 사람도 있나요?" 라고 묻는다면, 사귄다는 사람의 메일은 아직 한 번도 못 받아봤고, 무명시절의 연인이었거나 연예인에게 연락을 한다는 사람의 메일은 많이 받아봤다고 알려드린다. 아, 아직 TV까지 진출하지 않았거나, 인디밴드, 극단등에 있는 분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분들도 꽤 있었다.

연예인을 좋아하면 왜 힘들어지는 지에 대해선 대부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반인과 다른 스케줄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연락도 불규칙해지고, 얼굴이 알려진 경우는 데이트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게다가 상대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 하나가 아니며, 서로간의 의미있는 날을 챙기기도 힘들어 질 것이다. 이제 막 데뷔하는 어느 가수분과 사귀었다는 여성대원이 "제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혼자 보냈죠" 라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들려주신 것 처럼 말이다.

내 생각엔 팬서비스 차원에서 단체문자 돌린 것 같은데, 그게 자신에게 보낸 문자라고 믿는 대원도 있었다. 명절이나 특정일에 문자가 하나씩 오지만, 거기에 대꾸를 해도 답장이 없는 건 예의적인 것 아닐까? 행사나 공연이 있을 때 마다 찾아가서 눈 마주치고 선물을 건네는 것으로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건 좀 무리라고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그 연예인과 호흡을 같이 하는 주변사람 역시 연예인과 비슷한 스케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무명시절'에 사귀었던 분의 사연은 충격적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스스로 질투심과 집착, 그리고 우울증과 알콜홀릭의 블랙홀을 찾아가는 과정은 메일에 적어주신 대로 '막장'이 될 수 있음에 공감한다.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가 될 줄 알았는데, 금잔디 동산에 메기가 되었다는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콧물이 주르르 흘렀다. 아, 메기.


3. 바쁜 거야 나쁜 거야?


과거 노멀로그 소개팅에 신청메일을 보낸 솔로부대원들의 직업을 살펴보자면, '석, 박사과정' '의대생' 그리고 '컴퓨터프로그래머'가 두드러지게 많았다. 밤낮 구분없이 일을 하거나, '시즌'이 되거나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여유롭게 영화 한 편 보기 힘든 상황, 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이 상황에 놓인 사람을 좋아하거나 연애중인 사람만 힘든 것이 아니라 이들도 힘들다는 거다.

이 외에도 운동선수나 시험을 앞두고 있는 고시생, 군인 등등 일반적인 리듬과는 조금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 역시 상대만 힘든 것이 아니라 본인도 힘들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으며,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없고, 밤낮을 모두 투자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때, 왜 이들이라고 외롭거나 답답하지 않겠는가.

이에 관한 해결책으로 언젠가 잡지에서 읽었던, "무작정 연애를 시작하기 보다, 바쁠 때까지 만나보고 맞추어가면서 연애를 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이 '해결책'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이유는, "바빠서 연락을 잘 못하거나 못 만날 수 있어. 이런 부분만 이해해줘." 라는 조건이 걸린다면, 에메랄드 빛 바다와 백사장의 꿈이 이집트의 사막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이해가 계속되면 무관심한 가슴으로 변할 위험이 있고, 앞에서 말한 조건으로 인해 "그래서 그 부분만 이해해 달라고 말했잖아." 라는 고문이 될 수 있다. 상대가 한가할 때 만나서 연애를 시작했지만, 바빠지기 시작하니 "너, 변했어."라고 말하는 커플은 우리동네 비둘기 숫자보다 많을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위의 일들을 겪다 '집착'으로 빠졌을 때다. 그 때에는 상대의 노력이나 이쪽의 노력 모두 별반 효과가 없다. 작은 일에도 급격하게 실망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그것은 마치 소풍 전 날 내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보는 것과 같은 심리상태가 되는 것이다.

흰 벽에 찍힌 점 하나에 온통 신경이 쓰이는 것처럼, 상대가 노력하는 부분은 보지 못하고 실망 할 부분은 귀신같이 찾아낸다. 일반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연락을 하다, 셋 중 하나의 연락만 없어도 온통 거기에만 마음을 쏟는다. 스스로 고문기구를 찾아 장착하는 모양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쁘거나 만남과 연락이 자유롭지 않는 상황의 상대와 사랑하는 것은 무작정 인내하고 이해해야 하는 걸까? 맹목적인 사랑이 아닌, 당신의 믿음을 걸 수 있고 서로 존중하며 존경할 수 있는 상대라면 그래야 한다고 적겠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견디던 한 솔로부대원은 "너한테 쏟는 시간이나 열정이 아까워."라는 마지막 말을 들었다는 것도 적어둔다.

남자친구가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아도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봐도 문제될 것 없으며, 매일매일 전화나 문자 할 필요로 없다고 말한 뒤 6개월 사귀며 다섯 번 만나고 전화통화는 서른 번이 안 된다는 사연을 주신 분, 그건 연애가 아니라 '방목'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것도 모자라 걱정거리가 있거나 힘들 때면 혼자 있는게 편하다고 하며, 아프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화를 내는 남친이라면, 알프스의 목동도 양들에게 그러지 않는다는 얘길 전하고 싶다. 생물학적인 남친이 필요한게 아니라면,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 있길 권한다. 





▲ 아귀찜을 먹은 다음날은 언제나 뱃속에 뜨거운 돌맹이가 하나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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