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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말하지 않으면 계속 반복되는 이별의 징조들

by 무한 2010. 2. 15.
들떴던 설렌타인데이(설날+발렌타인데이)가 한 겨울 밤의 꿈처럼 끝나고 다시 일상이 돌아왔다. 아, 한국시간으론 아직 연휴에 속하니 너무 긴장하진 말길 바란다.

무한 : 한국은 아직 연휴 중이죠?
독자 : 네. 무한님은 해외에 계시나봐요?

무한 : 경기도 일산에 삽니다.
독자 : ......


이쯤에서 적절한 짤방,



▲ 기분안좋은여자와의대화법.jyp (출처-이미지검색)


오늘 매뉴얼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을 '남자'나 '여자'로 한정짓진 말길 바란다. 진행의 편의상 사연을 추리다보니 주인공이 설정된 것이지, 그것을 남자의 특징이나 여자의 특징으로 보긴 힘들다. 설날에 친척집에 가더라도 어디는 화기애애하게 떡국 먹으며 보내는 반면, 어디는 술 먹고 싸움이나 하고 앉아 있으니 말이다.

이 남자와의 3년, 너무 예.뻤.던 나의 20대 초반은 막을 내렸네요. 5년 전에 노멀로그의 글을 보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요? 알 수 없지만, 좀, 아쉬워요.


그동안 매뉴얼을 통해 지겹도록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라고 얘기했지만, 오늘도 이야기 하는 까닭은 이 순간에도 마음속에 응어리만 쌓아두다가 헤어지는 커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명절이라도 어떻게 연락을 안 할 수 있는지 혼자 우울증을 겪다가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할 것이고, 말은 많이 하지만 결국 '잔소리'로 여겨져 서로 지쳐가기도 할 것이다.

자, 헤어진 이후 아직까지도 왜 헤어졌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한 케어를 시작하자.


1. 서로 다른 위로의 방법


이 사연을 보면서 반성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올 때 쯤에 만났던 그 분은,
너무 좋아서 만났다기 보다, 내 잊고 있던 연애세포를 다시 살려줄 남자, 처럼 보였죠.
미지근한 시작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오래 만났습니다. 한 10개월 정도.
제가 다니던 회사는 워낙 작은 데다, 인원이 적어서 업무는 포화상태, 게다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맡는 일의 책임도 어마어마 했습니다.
그 역시 저와 비슷한 업종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바쁜 것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했죠.
보통 남자가 바쁘면 여자가 못 만나서 보채다가, 남자가 힘들어 하고 싸우는데
그분과 저는 제 회사 일 때문에 못 만나는 경우가 허다했죠.
야근-철야-야근-철야-주말반납-휴가반납-철야-철야의 반복.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저도 그렇게 일에 목숨을 걸었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힘든 마음에 남자친구인 그 분에게 '힘들다'라고 말한 것이 잘못이었어요.
내가 할 일을 안 하겠다는 말이나,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토닥토닥 임을 받고 싶은, 일종의 어리광 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그런 어리광을 부리는 절 너무 어리게 보신 나머지 

"일이라는 건 있잖아, 오빠도 다 해봤는데, 이래이래야 하는 거고 저건 저렇고, 
그럴때는 블라블라블라.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 지금 네 경력에는.. 주절주절.."


여자친구로서의 과하지 않은 어리광은 남자친구로서의 과하지 않은
다독임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결국 남자친구의 영역을 넘어
직장상사로서의 역할까지 하려 하게 되었죠.
참 고맙고 어른스러운 행동이었지만,
당시의 저에게 필요했던 건 남자친구, 였습니다.
일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혼내는, 시키는, 뜯어 말리는, 선배나 상사 말고요.
그러기를 반복하다 대꾸도 하기 싫어지고. 힘들다 말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일이 있지만,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사소한 다툼이 원인이 되어 물에 녹아 없어진 듯 이별을 맞이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의 저는, 남자친구의 역할을 정해놓고
그에게 그 역할을 해주기 바랬던 이기적인 사람일 수도 있네요.


사연을 보내주신 분께서 원인-증상-솔루션(응?)까지 모두 적어주신 관계로 별로 할 말이 없다.

위의 경우엔 "그래 힘들지. 그래도 장하다. 난 네가 대견해." 라거나, "야, 그만 둬! 내가 먹여 살릴께!" 라는 이야기 정도로도 위안이 될 수 있겠지만, 내 경우도 위의 남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뭔가 해결책을 제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운명의 데스티니. 목에서 뚝뚝 소리나게 하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해야 시원한 느낌이 드는, 그런거다.

더군다나 비슷한 업종에 있던 분이었으니, 자신이 느꼈던 경험을 예로 들어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고,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한 가지 적어두고 싶은 것은, 자신이 바라는 위로 대신 직장선배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남자친구라고 해도, 그는 진심으로 당신의 '힘들다'라는 이야기를 해결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직접 전쟁터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듯한 상상을 하며 헤쳐나갈 방법을 생각하려 애썼을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 연락이 없으면 마음도 없는 걸까?


가끔, '솔직하게 말해'라는 말은,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은 하지 말라는 말의 다른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자신의 믿음을 견고하게 해 줄 수 있는 말을 해달라는 이야기이거나.

사귄지는 2년 정도 되었어요. 정말 별탈 없이 잘 지냈죠.
사귄지 1년 5개월 정도 지나고.. 남친이 나이트 간 사실을 알았어요.
나이트에 갔다는 사실보다 거짓말을 하고 갔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죠.
앞으로 대체 어떻게 믿어야 겠냐고.. 그랬더니.. 미안하다고 안가겠다고 하더군요.
근데 남친이 회식한다던 날.. 알고보니 또 나이트를 갔더라구요..
물론 집에 갈 땐 꼬박꼬박 전화를 해서.. 원나잇이나 이런건 생각 안했는데..
저에겐 '나이트'보다 '거짓말'이 너무 싫었어요..
앞으로 더 큰 거짓말을 할 수 있으니까요.

너무 충격이 되어서 잔소리를 좀 했죠.. 어찌 그럴 수 있냐고..
남친은 계속 미안해 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는데 왜 그러냐고..
도리어 화를 내더라구요..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그냥 새로운 사람들과
술 마시는 자리가 좋다.. 왜 자기 안 믿냐고.. 집에 가서 꼬박 꼬박 전화하지 않냐고..
너 사귄 이후로 외박 한 번 안한 거 너도 알고 있지 않냐고..
그냥 술지라 한 번 한 것 뿐이라고.. 연락처도 교환 안했다고 하더군요..
그걸 어떻게 믿나요.. 그렇게 싸우고 하루 연락 안했는데..
남친이 전화와서 정말 미안하다고 하길래 그냥 풀었어요..
근데 계속 생각나고 열 받아서.. 제가 거짓말로.. 친구랑 나이트 간다고 뻥쳤어요..
사실은 동성친구랑 단순히 술 마시는 자리였구요.. 그리고 남친에게 말했죠..
"너 내가 나이트가서 다른 남자랑 술자리 하면 허락할거야? 입장 바꿔 생각해봐."
그러니, 기분 나쁘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앞으로 그러지 말라며 전화 끊었어요..
그런데.. 제가 친구랑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몸을 못 가누고 난리쳐서..
친구 집에서 잠들어버린 거예요.. 깨어보니 새벽 6시 더라구요...
그래서 큰일났다 싶어서 핸폰 들여다보니..
부재중 전화도 없고.. 문자 하나 없더라구요... 그걸 보니...
이 남자가 정말 나한테 애정이라고는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일단 남친 자고 있을 것 같아서.. 지금 들어왔다고 문자 보내놓고..
남친 출근 시간만 기다렸어요. 남친 출근 시간에 늘 전화 오거든요.
근데 전화가 안오더군요... 그래서 전화해서 왜 전화 안하냐고 물어보니..
"너 여섯시에 들어왔다는 문자 받고 잘 것 같아서." 라길래,
"넌 내가 여섯시까지 연락 하나 없었는데 걱정 안됐냐? 어쩜 연락을 안해?"
라고 물으니까..
"너 나이트니까 전화 못 받을 거 같고, 너 믿으니까 연락 안했지."라더군요..
근데 저 말이.. 저는 왜 이렇게 서럽고.. 서운하게 느껴지던지요..
저에게 애정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예전 같았으면 12시만 지나도 난리난리 치는데.. 어쩜 걱정도 안 되냐고..
믿는 건 좋은데 새벽까지 문자 하나 안 보내냐구.. 막 따졌죠..
그랬더니 남친이 짜증나는 말투로 대체 자기한테 왜 그러냐고..
시키는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겠냐고.. 막 화를 내더라구요.. 그래서..
"너 정말 변했다. 나 사랑받으면서 연애하고 싶어. 너도 너 사랑하는 여자 만나."
이렇게 말하니 말없이 전활 끊더라구요..
그리고 전화 끊은지 2주 지났네요.. 그동안 남친이 잘못하든 제가 잘못하든..
꼭 둘 중 한쪽에서 먼저 연락해서 붙잡고 그랬거든요..
근데 이번엔 남친도 저도.. 먼저 손내밀지 않고 있네요..
솔직히 전 남친이 계속 연락오고 이럼.. 받아줄 의향 있었거든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 졌지만.. 남친이 나의 감시를 떠나서.. 이젠 나이트에서
신나게 부킹하고 놀 것 같고.. 다른 여자와 새롭게 만나서 사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미안하지만, 사연을 주신 여자 분도 잘한 거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심하게 얘기하자면, 지금 상황에서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 건 여자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근 차근 살펴보자.

'나이트'보다 '거짓말'이 싫다고 하셨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둘 다 싫은 것 아닌가? '나이트'는 괜찮지만, '거짓말'이 싫었다면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 연장선에서 보면, 결국 솔직하게 나이트에 갔다 온 사실을 이야기 한 남자는 "솔직하게 말했는데 왜 그러냐."며 비명을 지르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지극히 남자쪽 입장에서만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우선 '거짓말'과 '나이트' 둘 다 벌인 남자쪽 잘못이라고 해 두자.

잘못한 부분이 있으니, 예전처럼 12시만 지나도 치던 '난리난리'를 칠 순 없지 않았을까? 그리고 남자친구는 여자 분이 친구와 나이트에 간 걸로 알고 있고, 6시에 친구 집에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거나 그 '난리난리'를 치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여자 분이야 '사실은 동성친구랑 단순히 술 마셨다.'라고 얘기하지만, 그건 말 하지 않은 부분 아닌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라는 전화통화를 할 때만이라도 솔직히 얘기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누가 잘 하고, 잘못 했고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사연을 주신 분의 그 '남자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테니 하나만 더 말씀드리겠다. 자, 그 남자라 나라고 해보자. 난 이미 두 번의 '거짓말'과 '나이트'라는 전과가 있고, 여자친구는 그 보복으로 나이트를 간다고 했다. 그 통화 이후 새벽 6시 까지 연락이 없다가, 친구집에 들어와서 잔다는 문자가 왔다. 내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까? 투정부릴 수도 없고, 그러려니 해야 하는 상황에 답답해진다.

게다가 아직도 '진실'은 모른 채, 새벽 6시에 나이트에서 친구집으로 돌아왔다는 여자친구는 전화를 해서, "넌 내가 여섯시까지 연락 하나 없는데 걱정도 안됐냐? 어쩜 연락 한 번을 안했어." 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그 남자분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왜 그러는데?"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표면적인 것만 놓고 바라보면 '거짓말'은 본인도 한 것이 아닐까? 거짓말에 속아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을 수도 있는 남자친구는, 사과까지 해야 하는 걸까? 믿음이 없어서 헤어지는 거야,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만, 애정을 확인하려 상대를 시험하진 말길 바란다. 나에게는 관대하며, 남자친구의 연락없음을 '애정없음'으로 속단한 건 자신일 지 모른다. 게다가 사랑받으며 사랑하고 싶다고, 다른 여자 만나라고 말한 것은, 본인이 아닌가. "연락오면 받아 줄 의향있다"고 말하지 마시고, 지금 이 글을 보는대로 즉시 연락하시길 권한다.



화 내는 건 쉽다. 상대가 자전거로 들이받았다고 차를 몰고 돌진해서 받아버리는 듯한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그 '미안해'라는 얘기를 하지 못하고,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더 아프게 만드는 모습도 보인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소한 다툼이라도 생기면 금방 '너'와 '나'로 구분되며, 둘 중 누가 이기더라도 결과는 '이별'이 되어버리는 이상한 싸움이다.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지금이라도 돌아와 손 내밀어 주길 바라면서도, 계속 기다리기만 하는 동안 시간의 장애물은 둘을 더욱 어색하게 만들고, 한 쪽에서 용기를 내더라도, "말해, 듣고 있으니까." 같이 차가운 반응밖엔 보이지 못한다.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말이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상대가 최악이었다고 단정지으며 스스로를 합리화 하기 시작하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땐 어렸으니까' 정도다. 오해는 쌓이고 이해는 멀어진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려면 동굴속에 들어가 혼자 사는 일이 가장 편하기에 상처가 클 수록 더욱 깊숙히 들어간다.

"강해지자." 라고 적어둔 말은, "나 힘들어."라는 비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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