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글모음/작가지망생으로살기56 A/S 때문에 고통받은 적 없으신가요? 프린터가 또 바코드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분명 한글로 된 문서의 인쇄버튼을 눌렀는데 프린터만 알아볼 수 있는 바코드로 변환되어 나온다. 그리고 여지없이, '카트리지 이상'의 주황색 램프가 점멸한다. 건드리지 않아도 혼자 빙의되어 움직이던 마우스를 보고 있던 때의 느낌이 살아난다. A/S문의를 하면 상담원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1. 잉크 카트리지를 꺼내 면봉으로 닦아주세요. 2. 카트리지를 교체해 보세요. 뭐, 그들도 이런 이야기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응급처치 후 같은 증상이 계속되면 A/S예약을 해 드리겠다는 그런 얘기. 낯설지가 않다. '내일 아침에 고객센터로 전화해 A/S예약 접수나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데 인터넷 집전화 전화기의 5번 버튼이 잘 안 눌린 다는 게 생각난다.. 2010. 3. 2. 문신한 청년과 막장 아저씨, 복도에서 마주치다 늘 얘기하지만, 우리동네는 살아있다. 얼마 전 떠들썩했던 '알몸졸업식'의 현장이 우리집에서 오분 거리라는 것 까지 밝히지 않아도 이전 글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라든가, [내 차를 털어간 꼬꼬마에게 보내는 글] 등으로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같은 복도를 공유하는 이웃 중, 가장 유명한 분을 소개하자면 위층에 살고 있는 오십대의 김창식(가명, 50대로 추정)씨다. 그가 밤마다 집 앞 주차장에서 외치는, "세상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 라는 대사는 수 많은 함축적 의미들을 담고 있으며 철학적 고찰이 담긴 문장이다. 행위예술을 전문으로 하는지 귀가 후에는 집에 있는 가구 및 집기들을 모두 꺼내 확인하며, 얼마 전에는 압력밥솥을 바깥으로 던져 주차되어 있던.. 2010. 2. 24.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 라는 전화를 받다. 2010년 1월 27일, 그러니까 오늘 새벽의 일이다. Jason Mraz의 2010. 1. 27. 닥터피쉬보다 더 열정적인 닥터토끼 이야기 ▲ 닥터토끼 덕분에 즐거웠던 가을 어느 날, 사무실 책상 위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 회사 사무실에는 토끼를 키웠다. 웹디자이너 K누나가 출근 길에 화원 밖에 내 놓은 토끼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주인이 나오더니 막무가내로 토끼를 떠 안겼다고 한다. "많이 이용해 주세요." 라는 말과 함께. 토끼를 주면 토끼장 등 관련 용품을 살 거라는 고도의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회사에 도착하는 즉시 토끼장과 톱밥, 먹이통이 마련되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가구회사였다.) 밖에는 호기심 왕성한 강아지와 새끼고양이들이 있었으므로 위험에 노출시킬 수가 없어 토끼를 사무실에서 키우기로 했다. 사무실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토끼를 보고 한 마디씩 하는 걸 잊지 않았다. "어머어머, 이거 진짜 토끼예요? 너무 귀엽다. 근데 토끼가 .. 2010. 1. 22. 이전 1 ··· 4 5 6 7 8 9 10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