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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글모음177

내 차를 털어간 꼬꼬마에게 보내는 글 우리동네가 경기도 일산에서 게토(ghetto)라는 것은 똥꼬에 털이 나기 시작하던 열 일곱살 때 쯤 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건조대에 널어놓은 옷을 훔쳐가는 일이야 다른 동네에서도 비일비재 할 것이고 군대에서도 남의 이름이 적힌 빤스를 나도 가져와본 적 있으니 그렇다 손 치더라도 도대체 교복은 뭐하러 훔쳐가는지, 그거 가져가서 뭐하려고? 학교다니려고? 자전거를 묶어놓고 은행에 다녀오면 앞바퀴만 남아 있는 이 아름다운 동네. 이사갈 집에 도배와 장판 다 해놓고 새집증후군 없앤다고 며칠 환기 시킬겸 비워놨더니 그새를 못참고 베란다로 기어들어가 지네들 집처럼 술먹고 담배피던 소년 소녀들. '경찰서 갈래, 이삿짐 나를래?'라는 말에 묵묵히 책상과 가재도구들을 옮기던 그 아름다운 소년 소녀들. 어젯밤 내 차를 털.. 2009. 6. 4.
일시정지 난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일이야. 이미 한 번 데인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거야. 온전히 마음을 다 바쳐 '미친짓'을 할 수 없단 얘기야. 소심하고 여려지고 어릴때 보다 더 조심스러워져 전화기가 뜨거울 때 까지 통화하던 일에 대해서는 그저 철 없을때 이야기 처럼 여기고 거지같은 현실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분에 넘치는 선물을 마련하는 일에 더 이상은 앞뒤 가리지 않고 지를 수가 없어 쿨한척 하지만 그대로 드러난 맨살을 감추는 일이란 걸 알아 서른 다섯의 승현이 형도 이야기 하잖아 이제 연애 같은건 지겹단다 굳은 살이 박힌 남자와 이제 막 처음 시작하는 여자가 만나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아냐 둘 중 누구에게도 책임이 있거나 잘못을 한.. 2009. 6. 1.
고장난 모니터 본체는 멀쩡한데 아마, 지금쯤 퍼런 로그인 화면을 떠올리며 맞는 비밀번호를 넣어주길 애타게 기다릴텐데 모니터는 계속 아무 신호도 잡을수가 없다고 하니 하필이면 왜 주말인가 계속 생각을 합니다 연락할 곳도, 손봐주길 부탁할 곳도 없으니 말입니다 당신이 그렇습니다 무슨 말이라도 있으면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을텐데 우린 이제 아무 신호도 잡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마음들 말입니다 하드디스크 읽는 소리가 지지직 들리듯이 당장 내 방안에서 당신과 연결되는 것들이 하나 두개가 아닌데 볼 수는 없고 마음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문 밖까지 들립니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쏟아내는 얘기들을 아스팔트 바닥에 그냥 아무렇게나 흩뿌리고 들어왔습니다 돌아와 고낭난 모니터의 신호없음 표시만 들여다 봅니다.. 2009. 6. 1.
해외여행과 배낭여행, 안습 허풍과 거짓말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이젠 안면도 없는 녀석이 TV에 나와 다짜고짜 말을 놓는다. 아직 인천국제공항도 못 가봤는데, 미국 어디까지 가봤냐니, 싸우자는 건가? 그런데 내 주변 지인들의 미니홈피를 돌며 파도를 타다보니, 꽤나 자극을 받으신 모양이다. 언제부터 백화점에 카드 긁으러 비행기 타고 가는 일이 배낭여행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호텔에 머물며 가이드와 쇼핑하고 여기저기 구경하며 찍은 사진들이 올라와있다. "오빠~ 저 6월에 홍콩으로 배낭여행가요~ 6박 7일~ 선물 사올게요~" "내가 수학책 들고 놀러가면 수학여행이냐?" 라고, 차마 말은 못하고, "응 잘다녀와. 선물은 무거운 걸로" 라고 짧게만 말해주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배낭여행' 은 근성가이들의 여행이다. 푸른 초원에 하얀 집을.. 2009.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