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대하기가 어려운 여자를 위한 세 가지 팁
오랜만에 쭈삼이 먹고 싶어 식당을 찾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옆 테이블의 말소리가 들렸다.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는 척 하며 쳐다보니 여자 셋, 남자 다섯이 앉아 있었다. 다들 술이 좀 오른 상태. 대략 3분 간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뒤, 난 그 모임에서 여자 A가 남자 S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걸 어떻게 아냐고 물을 지 모르겠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냥 딱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난 어려서부터 '시계 건전지 빼고 부모님 대화 엿듣기' 같은 걸 많이 한 까닭에, 이 부분이 좀 발달해 있다. 이를테면, 강아지들이 자동차 엔진 소리만 듣고도 주인의 차를 구별해 내는 능력과 비슷한 거다. 여자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 때에는, 목소리부터 다르다.
여하튼 난 '밥 먹는 척 하면서 엿듣기'스킬을 사용해, 식사를 하면서 옆 테이블을 관찰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A양이 남자와의 대화에 소질이 없다는 거였다. 그녀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회화' 책에 나올만한 딱딱한 질문만을 겨우 던지고 있었다. "아, 그거 이번에 사 오신 거예요?", "응.", 그걸로 끝. 한참 이따가 다시 "그거 재미있어요?", "응. 볼만 하던데.", 또 끝.
반면, 그 옆에 앉은 B양은 아무 부담없이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스마트폰으로 하는 퍼즐게임이 있는데, 너무 어려워서 못 깨겠다고 했다. 그러며 자연스레 "이거 깨면 내가 밥 산다."라는 얘기를 했다. 그 말에 몇몇 남자들은 그 말에 "진짜지?"라며 기를 쓰고 그 퍼즐게임에 달려들었다. S군도 자신이 깨겠다며 B양의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A양은 말 없이 소주를 마셨다.
이렇듯, 남자와의 대화에 소질이 없는 여자는 술과 한숨만 는다.
'엄마도 모르는 알콜중독'에서 그대를 구해줄 이야기들, 오늘 함께 나눠보자.
그대가 그레이트 피레니즈, 그러니까 '상근이' 같은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가정 하에 출발해 보자. 그레이트 피레니즈는 쉽게 볼 수 있는 강아지가 아니기에, 거리에서 누군가 그레이트 피레니즈를 데리고 가는 모습을 봤다면 그대는 놀라움과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이게 잘 와 닿지 않는 대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대입해도 좋다.)
사람의 성향의 따라 좀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그 상황에서 그레이트 피레니즈에게 다다갈 거라 생각한다. 그러고는 주인에게 녀석이 몇 살인지, 이름이 뭔지, 만져 봐도 되는 지 등을 물어 볼 것이다. 바로 그 때의 표정과 마음상태를 잘 기억하기 바란다. 그대에게 필요한 건 그 표정과 마음상태다.
저 상황에서 '내가 다가가서 강아지가 몇 살인지 물어보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라거나 '혹시 내가 만져 봐도 되는 지 물어봤는데, 주인이 거절하면 어쩌지?'라며 그저 강아지를 힐끔힐끔 바라보기만 하는 대원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를 대할 때는 어떤가? 남들은 강사에게 질문도 하고, 음료수도 건네고 하는데, 정작 자신은 좋아하면서도 데면데면하게 구는 대원의 사연이 있었다. 남들이 친해져 그 강사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눌 동안, 그 대원은 강사의 미니홈피만 들락거린 것이다.
지금 그대가 하지 못한 일의 책임은, 훗날 전적으로 그대의 몫이다. 스무 살 땐가, 난 친구들과 여행자금을 모으기 위해 단기알바를 한 적이 있다. 오픈하는 서점에서 일을 하는 거였는데, 첫 날, 서점의 담당자가 컴퓨터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다들 컴퓨터는 할 줄 알았지만, 괜히 나서서 쉬운 일 찾는 사람으로 보일까봐 모두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 때, 친구가 컴퓨터를 할 줄 안다며 나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덕분에 친구와 난 일주일간 실내에서 도서명 입력 작업을 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1층에서 지하까지 책을 날랐다.
눈치 보다 타이밍을 놓치면, 책임은 온전히 그대의 몫이다. 주변에서 눈치를 주던 사람이 책임을 나눠 갖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번 뿐일 수도 있는 기회를, 그렇게 놓치고 싶은가? "어? 그레이트 피레니즈네?"라며 미소를 띤 채 다가가듯, 그렇게 다가가 보자.
마음에 드는 상대를 발견하면 '짝사랑 등록'을 하는 짓은 그만두자. 그런 상태로는 동호회다 소개팅이다 열심히 다녀봤자 헛수고다. 계속 그렇게 상상연애를 하면 느는 건 피곤함 밖에 없다. 남자는 계속 어렵고, 피로는 만성이 된다.
그대의 '나는 꼬꼬마고, 상대는 어른'이라는 이상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 사람이 누구든, 그대와 별 다를 바 없는 꼬꼬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좋은, 괴테의 말을 한 번 더 빌려와 보자.
상대도 사람이다. 상대에게도 콧물을 흘릴 때가 있고, 설사가 찾아와 괄약근에 힘을 준 채 걸을 때가 있고, 샤워 중 거울을 보며 혼자 연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상대는 항상 고상하고 순결할 것 같다고 생각하니 문제가 되는 거다.
서른이 넘어서도 "야, 네가 나보다 크다고? 신발 벗고 재보자."며 친구와 등을 맞대고 키를 재는 게 남자다. 죽을 때 까지도 마음속에 꼬꼬마가 들어 있는 게 남자란 얘기다. 코 질질 흘리는 꼬꼬마.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남자는 그저 그걸 잘 숨기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제발 숭배는 그만 하고, 꼬꼬마와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눠보길 권한다.
꼭 마무리를 져서 제출해야 하는 인터뷰 숙제를 한다고 생각하자. 질문 하나 던지고 침묵, 또 하나 던져보고 반응이 별로라 끝, 이런 식의 대화는 아무 영양가가 없다. 상대에 대해 아는 것에도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이성과의 대화에 익숙해지는 것에도 도움이 안 된다. 저런 대화는 마치 1-200페이지가 시험범위 인데, 1-50페이지 까지만 열심히 읽고 있는 것과 같다.
어찌 되었든 끝장을 보란 얘기다. 100페이지까지 읽었는데 앞 내용이 기억 안 나도 괜찮으니, 200페이지까지 전진하자. 그 대화는 상대에게 당신의 '존중'과 '호감'을 보여줄 것이고, 그대 자신에게는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선물 할 것이다.
단, 두 가지는 꼭 명심해야 한다. 첫째는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게 친근감을 줘야 한다는 것. 같은 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토크쇼에선 나왔는지도 모르게 방송이 끝나는 반면, 어떤 토크쇼에서는 진솔한 얘기를 털어 놓고 대중의 화젯거리가 된다.
전자는 주로 교과서적인 질문을 해대는 토크쇼다. 실수 없이 말끔하긴 하지만, 재미가 없다. "그럼 이번 영화도 흥행되길 기원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정도의 대화가 전부다. 후자는 좀 더 인간적으로 다가서는 토크쇼다. 진행자가 감정표현에 솔직하면 상대도 솔직하게 되고, 정말 궁금해서 묻는 질문들은 상대로 하여금 진심을 꺼내놓게 만든다.
그리고 둘째, 인터뷰어는 인터뷰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정보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축구선수를 인터뷰 하는데, 축구가 몇 명이 하는 스포츠인지, 경기가 몇 분 동안 이루어지는지도 모른다면 인터뷰가 어려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여중-여고-여대'라는 솔로부대 엘리트 코스를 밟은 대원들은, 남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아주 대강이라도 알아두길 권한다. 이건 남성잡지 한 권만 읽어도 당장 알 수 있으니 서점에 가서 살짝 들춰보자. 남자를 알기 위해선, 여성잡지 백 권 보다 남성잡지 한 권을 읽는 게 낫다. 특히 뒷부분.(응?)
마지막으로,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요청을 적절히 곁들이길 권한다. 모든 남자는 능력을 보여 달라는 부탁에 순종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두에 소개한 'B양의 퍼즐게임'은 훌륭한 도구다.
스마트폰에 채팅 어플만 깔지 말고, 누군가에게 "네가 한 번 풀어 볼래?"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라도 하나 깔아두자. 고백하자면, 나도 누군가가 소개해 준 퍼즐 어플 때문에 500판을 다 깰 때 까지 폰을 붙잡고 있었던 적이 있다. 남자란 이렇듯 "어? 이거 잘 하네. 또 깰 수 있어?"라는 말에 쉽게 낚이는 동물이다.
그렇게 개입 시킨 후에는 자연히 '다음 이야기'가 이어지는 법 아닌가. 꼭 게임이 아니라 영화, 책, TV 프로그램, 뭐든 좋다. 요즘 많이들 보는 '나가수'에 대한 의견을 묻고, 상대의 대답에 대해 "와 제 생각이랑 똑같아요. 앞으론 어떻게 될까요?"정도의 떡밥만 던져도 충분하다. 그럼 다음 방송이 나간 후엔 또 "이번 주 방송은 어땠어요?"로 다가갈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상대가 먼저 귀여운 수다쟁이가 되어 "이번 주 방송 봤어요?"라며 다가올 수도 있다.
배웠으면 바로 써먹자. 주변에 괜찮은 남자가 없다면, 일단 아빠든 오빠든 남동생이든 후배든 가까운 이성에게 사용해 보자.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메마른 땅 위로 말이 흘러 넘치는 걸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써먹기 전에 아래 추천버튼들 누르는 건 잊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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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쭈삼이 먹고 싶어 식당을 찾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옆 테이블의 말소리가 들렸다.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는 척 하며 쳐다보니 여자 셋, 남자 다섯이 앉아 있었다. 다들 술이 좀 오른 상태. 대략 3분 간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뒤, 난 그 모임에서 여자 A가 남자 S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걸 어떻게 아냐고 물을 지 모르겠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냥 딱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난 어려서부터 '시계 건전지 빼고 부모님 대화 엿듣기' 같은 걸 많이 한 까닭에, 이 부분이 좀 발달해 있다. 이를테면, 강아지들이 자동차 엔진 소리만 듣고도 주인의 차를 구별해 내는 능력과 비슷한 거다. 여자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 때에는, 목소리부터 다르다.
여하튼 난 '밥 먹는 척 하면서 엿듣기'스킬을 사용해, 식사를 하면서 옆 테이블을 관찰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A양이 남자와의 대화에 소질이 없다는 거였다. 그녀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회화' 책에 나올만한 딱딱한 질문만을 겨우 던지고 있었다. "아, 그거 이번에 사 오신 거예요?", "응.", 그걸로 끝. 한참 이따가 다시 "그거 재미있어요?", "응. 볼만 하던데.", 또 끝.
반면, 그 옆에 앉은 B양은 아무 부담없이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스마트폰으로 하는 퍼즐게임이 있는데, 너무 어려워서 못 깨겠다고 했다. 그러며 자연스레 "이거 깨면 내가 밥 산다."라는 얘기를 했다. 그 말에 몇몇 남자들은 그 말에 "진짜지?"라며 기를 쓰고 그 퍼즐게임에 달려들었다. S군도 자신이 깨겠다며 B양의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A양은 말 없이 소주를 마셨다.
이렇듯, 남자와의 대화에 소질이 없는 여자는 술과 한숨만 는다.
'엄마도 모르는 알콜중독'에서 그대를 구해줄 이야기들, 오늘 함께 나눠보자.
1. 그레이트 피레니즈 만났다고 생각하기
그대가 그레이트 피레니즈, 그러니까 '상근이' 같은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가정 하에 출발해 보자. 그레이트 피레니즈는 쉽게 볼 수 있는 강아지가 아니기에, 거리에서 누군가 그레이트 피레니즈를 데리고 가는 모습을 봤다면 그대는 놀라움과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이게 잘 와 닿지 않는 대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대입해도 좋다.)
사람의 성향의 따라 좀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그 상황에서 그레이트 피레니즈에게 다다갈 거라 생각한다. 그러고는 주인에게 녀석이 몇 살인지, 이름이 뭔지, 만져 봐도 되는 지 등을 물어 볼 것이다. 바로 그 때의 표정과 마음상태를 잘 기억하기 바란다. 그대에게 필요한 건 그 표정과 마음상태다.
저 상황에서 '내가 다가가서 강아지가 몇 살인지 물어보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라거나 '혹시 내가 만져 봐도 되는 지 물어봤는데, 주인이 거절하면 어쩌지?'라며 그저 강아지를 힐끔힐끔 바라보기만 하는 대원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를 대할 때는 어떤가? 남들은 강사에게 질문도 하고, 음료수도 건네고 하는데, 정작 자신은 좋아하면서도 데면데면하게 구는 대원의 사연이 있었다. 남들이 친해져 그 강사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눌 동안, 그 대원은 강사의 미니홈피만 들락거린 것이다.
지금 그대가 하지 못한 일의 책임은, 훗날 전적으로 그대의 몫이다. 스무 살 땐가, 난 친구들과 여행자금을 모으기 위해 단기알바를 한 적이 있다. 오픈하는 서점에서 일을 하는 거였는데, 첫 날, 서점의 담당자가 컴퓨터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다들 컴퓨터는 할 줄 알았지만, 괜히 나서서 쉬운 일 찾는 사람으로 보일까봐 모두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 때, 친구가 컴퓨터를 할 줄 안다며 나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덕분에 친구와 난 일주일간 실내에서 도서명 입력 작업을 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1층에서 지하까지 책을 날랐다.
눈치 보다 타이밍을 놓치면, 책임은 온전히 그대의 몫이다. 주변에서 눈치를 주던 사람이 책임을 나눠 갖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번 뿐일 수도 있는 기회를, 그렇게 놓치고 싶은가? "어? 그레이트 피레니즈네?"라며 미소를 띤 채 다가가듯, 그렇게 다가가 보자.
2. 상대의 콧물 흘리는 모습을 떠올려라
마음에 드는 상대를 발견하면 '짝사랑 등록'을 하는 짓은 그만두자. 그런 상태로는 동호회다 소개팅이다 열심히 다녀봤자 헛수고다. 계속 그렇게 상상연애를 하면 느는 건 피곤함 밖에 없다. 남자는 계속 어렵고, 피로는 만성이 된다.
그대의 '나는 꼬꼬마고, 상대는 어른'이라는 이상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 사람이 누구든, 그대와 별 다를 바 없는 꼬꼬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좋은, 괴테의 말을 한 번 더 빌려와 보자.
"우리는 자신이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며,
자신에게 결여되어 있는 그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다 갖추어져 있는 듯이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덧붙이고,
나아가서는 거기에다 이상적인 생활의 즐거움까지를 더하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은 완전히 행복한 인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하나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자신에게 결여되어 있는 그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다 갖추어져 있는 듯이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덧붙이고,
나아가서는 거기에다 이상적인 생활의 즐거움까지를 더하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은 완전히 행복한 인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하나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상대도 사람이다. 상대에게도 콧물을 흘릴 때가 있고, 설사가 찾아와 괄약근에 힘을 준 채 걸을 때가 있고, 샤워 중 거울을 보며 혼자 연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상대는 항상 고상하고 순결할 것 같다고 생각하니 문제가 되는 거다.
서른이 넘어서도 "야, 네가 나보다 크다고? 신발 벗고 재보자."며 친구와 등을 맞대고 키를 재는 게 남자다. 죽을 때 까지도 마음속에 꼬꼬마가 들어 있는 게 남자란 얘기다. 코 질질 흘리는 꼬꼬마.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남자는 그저 그걸 잘 숨기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제발 숭배는 그만 하고, 꼬꼬마와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눠보길 권한다.
3. 그래도 어렵다면, 인터뷰라도 하자
꼭 마무리를 져서 제출해야 하는 인터뷰 숙제를 한다고 생각하자. 질문 하나 던지고 침묵, 또 하나 던져보고 반응이 별로라 끝, 이런 식의 대화는 아무 영양가가 없다. 상대에 대해 아는 것에도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이성과의 대화에 익숙해지는 것에도 도움이 안 된다. 저런 대화는 마치 1-200페이지가 시험범위 인데, 1-50페이지 까지만 열심히 읽고 있는 것과 같다.
어찌 되었든 끝장을 보란 얘기다. 100페이지까지 읽었는데 앞 내용이 기억 안 나도 괜찮으니, 200페이지까지 전진하자. 그 대화는 상대에게 당신의 '존중'과 '호감'을 보여줄 것이고, 그대 자신에게는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선물 할 것이다.
단, 두 가지는 꼭 명심해야 한다. 첫째는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게 친근감을 줘야 한다는 것. 같은 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토크쇼에선 나왔는지도 모르게 방송이 끝나는 반면, 어떤 토크쇼에서는 진솔한 얘기를 털어 놓고 대중의 화젯거리가 된다.
전자는 주로 교과서적인 질문을 해대는 토크쇼다. 실수 없이 말끔하긴 하지만, 재미가 없다. "그럼 이번 영화도 흥행되길 기원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정도의 대화가 전부다. 후자는 좀 더 인간적으로 다가서는 토크쇼다. 진행자가 감정표현에 솔직하면 상대도 솔직하게 되고, 정말 궁금해서 묻는 질문들은 상대로 하여금 진심을 꺼내놓게 만든다.
그리고 둘째, 인터뷰어는 인터뷰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정보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축구선수를 인터뷰 하는데, 축구가 몇 명이 하는 스포츠인지, 경기가 몇 분 동안 이루어지는지도 모른다면 인터뷰가 어려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여중-여고-여대'라는 솔로부대 엘리트 코스를 밟은 대원들은, 남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아주 대강이라도 알아두길 권한다. 이건 남성잡지 한 권만 읽어도 당장 알 수 있으니 서점에 가서 살짝 들춰보자. 남자를 알기 위해선, 여성잡지 백 권 보다 남성잡지 한 권을 읽는 게 낫다. 특히 뒷부분.(응?)
마지막으로,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요청을 적절히 곁들이길 권한다. 모든 남자는 능력을 보여 달라는 부탁에 순종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두에 소개한 'B양의 퍼즐게임'은 훌륭한 도구다.
스마트폰에 채팅 어플만 깔지 말고, 누군가에게 "네가 한 번 풀어 볼래?"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라도 하나 깔아두자. 고백하자면, 나도 누군가가 소개해 준 퍼즐 어플 때문에 500판을 다 깰 때 까지 폰을 붙잡고 있었던 적이 있다. 남자란 이렇듯 "어? 이거 잘 하네. 또 깰 수 있어?"라는 말에 쉽게 낚이는 동물이다.
그렇게 개입 시킨 후에는 자연히 '다음 이야기'가 이어지는 법 아닌가. 꼭 게임이 아니라 영화, 책, TV 프로그램, 뭐든 좋다. 요즘 많이들 보는 '나가수'에 대한 의견을 묻고, 상대의 대답에 대해 "와 제 생각이랑 똑같아요. 앞으론 어떻게 될까요?"정도의 떡밥만 던져도 충분하다. 그럼 다음 방송이 나간 후엔 또 "이번 주 방송은 어땠어요?"로 다가갈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상대가 먼저 귀여운 수다쟁이가 되어 "이번 주 방송 봤어요?"라며 다가올 수도 있다.
배웠으면 바로 써먹자. 주변에 괜찮은 남자가 없다면, 일단 아빠든 오빠든 남동생이든 후배든 가까운 이성에게 사용해 보자.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메마른 땅 위로 말이 흘러 넘치는 걸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써먹기 전에 아래 추천버튼들 누르는 건 잊지 마시고!
▲ "이번 주 일등 맞추는 사람 밥 사주기." 뒀다가 국 끓여도 맛 없으니,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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