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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사귀면 무조건 괴로워지는 연애상대 세 부류

by 무한 2011. 12. 23.
사귀면 무조건 괴로워지는 연애상대 세 부류
먼저, 물건을 구입하려 할 때 만나면 괴로워지는 '판매자'를 잠시 보자.

ⓐ선 입금 받고 소포로 벽돌을 보내는 사람.
ⓑ물건에 이상이 있다고 했더니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사람.
ⓒ교환을 요구했더니 욕을 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구매자의 시간을 좀먹고, 신경을 말라비틀어지게 만드는 아름다운 사례들이다. 위와 같은 경우 말고도, '거래 시 계속해서 조건을 바꾸는 사람'이나 '직거래하기로 해 놓고 잠수 타는 사람' 등이 있지만, 그건 아직 물건을 손에 쥐기 전 상황이니 여기선 접어두자. 

'물건'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나마 몇 가지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마음'과 관련된 일일 경우엔 상대에게 호소를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게다가 그런 호소마저도 대부분 상대에게 '징징거림'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저런 상대와 연애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세 부류의 사람들, 지금 바로 살펴보자.


1. 결혼 따로 연애 따로인 사람
  

이런 사람은 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나 동호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훌륭한 외모에, 좋은 조건, 거기다 뛰어난 처세로 그 모임에서 '에이스'로 통하는 한 회원. 그런 회원에겐 팬클럽이 생기기 마련이다. 겉으로 티는 안 내지만, 그 모임의 많은 회원들이 그 사람과의 연애를 꿈꾼다.

그간 매뉴얼을 통해, 동호회 나가서 이성들을 좀 접해보고 대화하는 것에 익숙해지라고 권했다. 그랬더니 많은 대원들이 동호회에 가서는 저 팬클럽에 가입해 버렸다. 그러곤 "그 사람이 저한테 친절하게 대해줬거든요. 다른 회원들에게 보다 저한테 특히요. 아 그리고 그 사람, 동호회의 A와 사귄 적이 있다고 하던데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연만 보낸다. 오호 통재라!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얼마나 문지르고 닦았나는 생각해 본 적 없는가?

몇몇 사람들은 이성에게 받는 관심이 즐거워 동호회를 찾기도 한다. 그들에게 동호회는 뷔페다. 누군가를 만나다 흐지부지 되면 그 이성이 알아서 탈퇴하고, 다음 회원이 들어온다. 그 회원과 만나다 흐지부지 되면 또 다음 회원이 들어온다. 이걸 그냥 인기 없는 사람이 할 경우, '찝쩍이'로 낙인 찍혀 강퇴 당하지만, 누구나 흠모하는 사람이 할 경우, 손가락질 받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상대다.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살펴보길 바란다. 그런 사람들의 연애주기는 그닥 길지 않기에 한 석 달만 살펴봐도 분명히 알아낼 수 있다.

"그 사람 헤어졌다고 하던데, 이번에 제가 다가가 봐도 될까요?"


따위의 얘기를 하며 또 날 긴장시키지 말고, 그가 뷔페를 즐기듯 모임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확실하게 살펴보란 얘기다. 하나 더. 약간만 액션을 취해줘도 한 다스의 이성이 줄줄이 낚이는, 그런 '인맥 만들기' 위주의 커뮤니티엔 얼씬도 하지 말길 권한다. 그런 곳엔 오늘도 떡밥을 개고 있는 '꾼'들이 가득하다. 한 번 낚이면 울고불고 해도 소용없다.


2. 즐거움만 좇으며 사는 사람


나쁜 사람이 아니라서 더 사람 피를 말리는, 이 자유로운 영혼. 단지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다른 갈매기와 달리, 비행 자체를 사랑하는 갈매기 조나단이라고 할까. 무한한 자유도 좋고, 초월의 경지도 좋고 다 좋은데,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땅에 발을 딛지 않고 계속 비행만 하는 까닭에, 이 자유로운 영혼과 연애를 할 때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다른 갈매기들이 먹이를 구해와 연인과 함께 나눠 먹을 때에도 우리의 조나단은,

"갔다 올게. 친구들이랑 비행하기로 했어."


라며 떠난다. 그렇게 조나단이 떠난 자리에서, 조나단의 짝은 끝없이 추락하는 기분을 느낀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살 때 필요한, 최소한의 현실감에 대한 얘기다. 연애는 둘이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유로운 영혼'은 혼자만 연애의 주인공이 되려 한다.

나쁘게 얘기하면 이기적인 거고, 좋게 얘기하면 책임감이 결여 되어있는 건데, 잠깐만 둘 다 나쁜 거잖아(?). 아무튼 그 정도로 좋지 않다는 얘기다.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오해가 있을 것 같은데, 이게 계획을 세워 뭔가를 열정적으로 하는 중인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그만큼 열정적으로 그 일에 달려드는 건, 결국 '둘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닌가. 여기서 말하는 건, 아무 대책 없이 자유롭기만 한 영혼이다.

상대가 땅에 발을 딛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잘 살피길 바란다. 뭣 모를 때에는 그저 저 비행의 모습이 멋있게만 보일 수 있다. 자유로운 영혼들은 충동적이기에, 그 충동적인 모습이 처음엔 감동스러울 수도 있다. 그 감동에만 취하지 말고, 대책을 가지고 사는 건지 아니면 그냥 충동적으로 살고 있는 건지 명확히 살펴보길 권한다. 

살펴볼 때 유용한 팁을 하나 적자면, 상대가 최근 읽고 있는 책이 뭔지 물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일 년쯤 지나 한 번 더 물어보길 바란다. 일 년간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닥치는 대로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3. 막장이 습관화 된 사람


폭언과 폭력은 못 고친다. 특히 술과 연관된 폭언과 폭력은 어쩔 방법이 없다. 아직 긴장감이 남아 있는 커플이라면 그 긴장감을 이용해 억제 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폭언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남이 이어져 왔다면, 앞으로도 계속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쩔쩔매야 할 정도의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귈 경우엔 그 '억제'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실수하고 빌고 용서하고 실수하고 빌고 용서하고'의 패턴으로 굳은 경우는 가망이 없다. 앞으로 경찰 출동 하거나, 신문 사회면에 이름나는 것 따위의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폭언과 폭력에 익숙한 사람에게 가장 쉽게 걸려드는 대원은, 애정결핍이 있는 대원이다. 폭언과 폭력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본 모습을 보이기 전까지 열렬한 구애를 하는데, 그러한 모습이 애정결핍이 있는 대원들에겐 '이 사람, 정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렇게 만나기 시작하다 폭언과 폭력의 문제들이 하나 둘 드러난다.

처음엔 빙산의 일각만 보이는 까닭에 무릎 꿇고 비는 것 정도로 용서가 된다. 이어서 다음, 그 다음, 그 다다음 문제들이 벌어지고,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자신이 '욕먹는 여자'와 '매 맞는 여자'가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는 계속 이어진다. 왜 그럴까? 애정결핍이 상대에게 의존하는 모습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욕먹어도

맞아도

관계는 계속 이어진다. 이러다가도 괜찮을 때가 있으니까. 도박과 같은 거다. 딸 때도 있으니까. 도박에 빠진 사람이 인생을 다 탕진하고도 도박장을 못 나오는 것처럼, 욕먹고 매 맞으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걸 아는 상대는, 더욱 더 함부로 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인생을 참고, 용서하고, 원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만 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어서 정신 차리길 권한다.


거래를 통해 많은 이득을 보려 하고, 빨리 물건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일수록 서두에 말한 판매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그건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좋은 조건의 상대를 찾는 대원들이 '연애용'으로 전락하기 쉽고, 외로움에 지친 대원들은 분위기에 쉽게 넘어가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신의 모든 걸 걸 준비를 하고 있는 대원들은, 상대가 열렬히 구애하면 금방 의존하게 되고 말이다.

휴대폰 자판도 익히려면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자판이 손에 익을 정도의 시간만이라도 갖고 상대를 알아가길 권한다. "나랑 사귀면 그런 거 익힐 필요 없이 다 된다."고 말하는 상대는 분명 뭔가 결함이 있는 거다. 아니, 사실 그들도 정말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사귀어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뒤늦게 발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당장 크리스마스가 급해 연애를 시작한 대원들은, 다음 주부터 또 얼마나 많은 사연을 보내겠는가. 메일함을 좀 비워둬야겠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록키 보다가 운 적 있어서, 올해 산타한테 선물 받기는 틀린 듯. 울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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