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여자가 남자의 침묵을 부르는 이유
상대에게 들이대다 관계를 엎지른 여성대원들은 하나같이 이런 질문을 한다.
마음이 없는 여자한테도 할 수 있는 말인가요?
아니면 저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맞는 건가요?"
상대가 먼저 연락한 적 없고, 만나서 밥 한 번 먹은 적 없으며, '만날 약속' 같은 걸 해 본적 없는 사이라면, 상대의 말은 '마음이 없는 여자한테도 할 수 있는 말'인 가능성이 높다. 자꾸 연락해서 밥을 먹자고 하는 사람에게 "네, 나중에 한 번 먹어요."라고 대충 둘러대듯, 그렇게 연락을 받아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심증'만 있는 게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이 포함된 구체적인 '물증'이 있는 경우, 상대도 이쪽에게 호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얼른 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해야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이쪽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왜 그랬던 그가 지금은 연락이 없을까? 그가 가졌던 '좋은 감정'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오늘은 상대의 '좋은 감정'을 몰아낸 '적극적인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
노멀로그에서 여성대원들에게 권하는 '적극적인 모습'은, 상대에게 연락이 없을 때 먼저 연락 하는 것, 그리고 메뉴나 코스를 잘 결정하지 못하는 남자에게 먼저 권해주는 것 정도다. 삼행시를 못 짓고 있는 상대에게 운을 띄워준는 것 정도면 충분하단 얘기다.
그런데 그 '운 띄움'을 넘어 자기가 아예 삼행시를 지어버리는 대원들이 있다. 그녀들은,
상대남 - 음.. 원으로 된...
적극녀 - 에이. 못하겠어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하면 되잖아요. 다음 숭~
상대남 - 숭.. 어렵네요. 숭례문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적극녀 - 이어져야죠. "숭하게 빨개."하면 되잖아요. 자, 다음 이~
상대남 - ......
이런 식으로 대화를 독차지 한다. 실제 대화에선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드러난다.
상대남 - 아, 낙지 먹고 왔어요. 적극녀씨는 뭐 드셨어요?
적극녀 - 전 초밥 도시락 먹었어요. 먹고 나서 회사 짝궁(친한 동료)이랑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영화 얘기 했어요. <범죄와의 전쟁>재밌다고 하던데 혹시 보셨어요?
상대남 - 아뇨. 아직 안 봤어요.
적극녀 - 하정우 나오는 거 다 재미있던데. 저 영화 보여주세요~ 밥은 제가 쏠게요~ 전 이번 주 주말에 한가해요~
상대남 - 네. 그래요. 일요일도 괜찮으시면 예매할게요.
적극녀 - 신난다~ 메뉴는 뭐가 괜찮으세요?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거 정말 오랜만인데. 그간 영화는 거의집에서 봤거든요. 어둠의 경로(응?)로 ㅋ
상대남 - ^^
저 대화에서 보이는 산만함은 애교 수준이고, 실제 대원들이 사연에 적어 보낸 대화에선 5분 동안 7개의 주제가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밥 먹은 얘기로 시작해서 운동 얘기 하다가, 지역 얘기 하다가, 친구 얘기 하다가, 분식 얘기 하다가, 등산 얘기 하다가, 대중교통 애기로. 상대의 대사는 "ㅋㅋ"나 "네." 정도인데, 여성대원은 방언 터진 사람처럼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쏟아 낸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저런 일방적인 대화를 하면서 유행어나 의성어, 의태어까지 섞어 사용하는 대원들이 있다는 거다. 이런 얘기하면 충격받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끼리니까 적기로 한다. 솔직히 하나도 안 귀엽다. 그런 건 가끔 "수고하셨어요. 토닥토닥." 정도로만 써야지, 상대는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거기서 혼자 애드립만 넣고 있으면 어쩌잔 얘긴가. 앞으로는 1절만 하자.
호감에 금이 가는 결정적인 이유다. 위에서 이야기 한 부분을 그저 좀 활발하고 적극적인 부분으로 본 남자도, 그녀의 '전투모드'를 보는 순간 한 발 물러나게 된다.
그녀는 기뻤을 때 들떴던 만큼 실망했을 때 분노한다. '남자가 약속을 해 놓고, 약속시간 전까지 연락을 하지 않아서' 싸웠다는 사연이 있었다. 일곱 시 어디, 라고 약속을 정했기에 남자는 당연히 그 시간에 만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상대에게 연락이 없자 '그가 약속을 잊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덜컥 겁을 먹곤 혼자 고민을 시작했다.
정도의 문자만 보내도 해결될 일인데, 수다스러웠던 이전과 달리 그녀는 속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 사람, 만나기 싫은데 억지로 약속을 잡은 건가? 약속시간 괜찮냐고 묻는 성의 정도는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말이다. 그러다 결국, 전투모드로 돌입했다.
상대남 - 네. ^^
적극녀 - '네? 그게 끝이야? 뭐지 저 성의 없는 대답은...' 연락이 없어서 약속 잊으셨는 줄 알았어요. 혹시 불편하신데 억지로 나오시는 건 아니죠?
상대남 - 네. 아니에요~
적극녀 - '또 단답이네?' 약속을 제가 억지로 잡고, 시간 확인도 제가 졸라서 하는 느낌이네요.
상대남 - 아. 그런 거 아닌데. 우리 가볍게 저녁식사 하는 거잖아요.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시면 부담스러워요.
적극녀 - '부담? 지금 부담이라고 한 건가?' 전 전혀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요. 회사에서건 친구관계에서건 약속을 잡으면 당연히 확인을 하기에 말씀드린 거예요. 한 쪽이 약속을 잊어서 다른 한 쪽이 헛걸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 부분에서는 우리 서로 기준이 좀 다른 거 같네요.
상대남 - 음, 서로 이런 기분으로 오늘 만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다음에 뵙죠.
대체 왜? 왜 저렇게 상대의 호감을 발로 밟아 뭉개뜨리는 건가. 상대에게 빨간펜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우리 시대의 정의와 약속과 신뢰>라는 이름의 책이라도 쓰고 있는 건가? 실제 사연에서는 저것보다 훨씬 높은 강도의 얘기들이 등장한다. 빈정상해서 툭툭 던지는 말, 복수하려는 생각에 비아냥 거리는 말, 상대의 부아를 돋우는 냉소적인 말 등등.
연락 없는 상대에게 자연스레 다가가면 되는 거냐고 묻는 대원들이 많은데, 그렇게 다 짓밟아 부서뜨려 놓고,
"전에 상대남씨가 말했던 거 있잖아요."
"저 지금 종로에 나왔어요."
따위의 얘기로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면, 그냥 이상한 여자가 되고 만다. 그대가 어제는 레드, 오늘은 옐로우 뭐 그런 건 아니지 않은가. "어젯밤 꿈에 쭈삼이 나왔어요. 오늘 저녁에 쭈삼 어떠세요?"라며 다가가겠다는 대원도 있었는데, 그러지 말자. 무섭다.
상대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며 최선의 방법이다. 사과를 하라고 하면 또 대역죄인 빙의해서 석고대죄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 갈등이 있었던 당시 상대에게 한 말 사이에 있던 감정들을 털어 놓으면 된다. 사실 단답이 너무 서운해서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단, "난 그때 이러이러해서 그랬으니 얼른 용서하길 바란다."식으로 확인도장만 찍으려 하진 말길 권한다. 자존심엔 절대 상처 입지 않으려 변명만 늘어 놓다가, 자기가 자기를 용서하기까지하는 이상한 대원들이 종종 있어서 하는 얘기다.
제가 지금 연락하면 상대방이 칼자루를 쥘 텐데요."
라고 얘기하는 대원도 있는데, 그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거다. 칼자루고 뭐고 지금 연락하지 않으면 끝이다. 이제 앞으로 다시 볼 일 없어지는 거다. 혼자 정류장에 앉아 공주님 놀이 하며 버스를 보내겠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진심으로 사과하는 방법'이라도 익혀두길 권한다. 그걸 익혀두지 않고 지금처럼 필요한 순간에 소극적으로 돌변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에서 늘 고전하게 될 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이 정말 가까워지는 순간은 '화해'할 때라고 생각한다. 화해를 해도 풀리지 않은 약간의 응어리는 남는데, 그게 좀 더 조심스럽게 상대를 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건 그대에게도 들뜬 기분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또, 함게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할 때 사용되는 마음과 화해를 할 때 사용되는 마음은 다르다. 전자가 고속도로라면 후자는 주차장이다. 마음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쉴 수 있도록 주차장을 정성껏 손보길 바란다. 아, 그리고 사과 그거 별로 안 어렵다. 무시무시할 것 같아도 다 사람이지 괴물 아니다. 꿈에 쭈꾸미 어쩌구 하는 이상한 얘기는 접어두고, 어서 전화를 걸어 오늘 만나길 권한다. 시간 지나면 더 어려워지니 바로 지금!
▲ 상대가 내 맘에 들었다고 들이대지만 말고, 상대도 날 마음에 들어하도록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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