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신청까지 하더니 미지근해진 남자, 이유는?
올 들어 세 번의 소개팅을 했는데, 모두 두 세 번의 만남 이후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는 여성대원의 사연이 있었다. 자신은 남자가 밥을 사면 커피를 사는 센스도 갖췄고, 들이대는 남자들이 꽤 있을 정도로 외모도 모자란 편이 아니며, 소개팅 한 남자들도 처음엔 여행을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녀는
라고 묻는다. 처음엔 호감을 받고 설레다가 결국 흐지부지 되어버리는 일이 반복되는 까닭에, 이젠 소개팅을 하기가 무섭다고도 했다. 그녀는 사연에 소개팅 남들과의 카톡대화나 문자, 혹은 대화 등을 첨부하지 않았다. 자료가 있었다면 어느 부분에서 상대의 마음에 찬물이 끼얹어 졌는지 함께 살펴볼 수 있을 텐데, 그런 자료가 없으니, 그녀가 적어 보낸 이야기만을 토대로 추측해 보자.
솔로부대원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각 대원들이 처한 상황이나 개인의 성격 등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편의상 이해를 돕기 위해 동물에 비유하자면,
ⓑ하이에나형 솔로
ⓒ얼룩말형 솔로
ⓓ기린형 솔로
정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보통 남자들은 사자형과 하이에나형이 많고, 여자들은 얼룩말형과 기린형이 많다. 그리고 그 중 다시 또 남자는 하이에나형이, 여자는 얼룩말형이 많다.
역시 편의를 위해 여기서 잠시 각 동물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자. 사자는 홀로 사냥할 때가 많으며, 배고파도 풀을 뜯지 않고, 살아 있는 먹이만을 쫓는 것이 특징이다. 하이에나는 무리 지어 몰려다니다, 배가 고프면 산 것이든 죽은 것이든,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가리지 않고 들이대는 것이 특징이다. 얼룩말과 기린에 대해선, 얼룩말은 무리생활을 하지만 기린은 단독생활을 할 때가 많고, 얼룩말은 바닥의 풀을 뜯지만 기린은 나무의 풀을 뜯는다는 차이가 있다고 해두자.
이렇게 써 놓으면 또, '맞는 답을 고르시오'에 길들여진 대원들은 "저 중에 사자랑 기린이 좋은 거죠?"라고 물을 것 같다. 뭐가 좋고 나쁘다는 걸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사자와 기린도 나쁘게 보자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누구를 만나느냐,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 무슨 일을 겪느냐에 따라 유형은 언제든 변할 수도 있고 말이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기린형 솔로에 속한다. 살고 있는 지역과 졸업한 학교를 자랑스레 얘기하며 스스로 도도한 편이라고 말할 정도면, 기린중에서도 목이 꽤 긴 기린이다. 반면, 상대는 사자형 솔로다. 뛰는 얼룩말을 보면 본능적으로 쫓아가지만, 다가가도 태연히 풀을 뜯고 있는 기린에게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기린을 제압하기 위해선 사자도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고 말이다.
주선자는 둘 다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쫓길 원하는 사자와 도망갈 줄 모르는 기린은, 같은 공간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만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처음엔 서로가 낯선 까닭에 긴장감과 호기심을 갖겠지만, 곧 흥미를 잃고 서로가 관심 있는 것에만 열중 하게 된다.
기린형 솔로들은 높은 나무에서 혼자 풀을 뜯다 보니, 무리생활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때문에 어느 날 지나가던 버팔로가,
라고 말하면, '맞아. 난 좀 도도해. 이렇게 도도한 내게 다가오긴 쉬운 일이 아니겠지.'라는 착각을 시작한다. 그건 무리생활에서 흔하게 통용되는 '립서비스'이거나 '지나가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소개팅 상대의
라는 말에 대해서도 기린형 솔로는 오해를 한다. 저 말은 분명 애프터 신청이며, 오늘 만남으로 인해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가졌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기린형 솔로는 착각으로 인한 기대와 기다림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녀는
그게 어떻게 착각이죠?
남자는 마음에 없는 여자에게도 겉옷을 벗어주나요?"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남자는~'이라는 부분이 문제다. 기린형 솔로들은 '이런 남자'가 있으면 '저런 남자'도 있고, 또 '그런 남자'도 있다는 걸 잘 인정하지 않는다. 사연을 보낸 대원 역시, "그 친구도 널 마음에 들어 하던데, 좀 잘 하지 왜 그랬냐."고 말하는 주선자에게,
내가 아니라 그 사람한테 뭐라고 해야지.
그 사람이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은 게 잘못이잖아.
마음이 있었으면 더 적극적으로 다가왔어야지."
라고 답했다. 상대가 내 등을 밀어줬으면, 나도 상대 등을 밀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등만 들이대 놓고 잘 미나 못 미나 지켜보기만 한다면, 누가 짝꿍을 하고 싶어 하겠는가.
라는 얘기는 그만 하고, 어서 이쪽의 소식을 전하기 바란다.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지 않으면 밥을 못 먹는 어린애처럼 굴지 말고, 수저를 들자. 상대가 밥 사면 이쪽에서 커피 사는 것만 공식처럼 외우고 있지 말고, 누가 돈을 내든, 배고프면 함께 밥 먹자고 얘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란 얘기다. 뮤지컬 얘기는 둘이 함께 한 건데, 왜 남자가 표 샀다는 얘기하기만 기다리고 있는가. 예매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예매 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디 한 사람만 걸려봐라.'라는 마음은 위험하다. 상대가 'OK'하면 모두 올인 할 준비를 한 채 소개팅에 임하지 말자. 사연을 보낸 대원은
특히 마지막 남자와 연락이 끊겼을 땐,
정말 우울증 초기 증상을 보이며 지냈습니다."
라고 말했다. 둘은 겨우 밥 두 번 같이 먹었을 뿐인데 말이다. 연애를 통해 광명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은 기대하게 되고, 또 기대게 된다. 운이 좋아 연애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또, 쟤는 왜 이렇게 연락을 안 하는 거지?
이거,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뭐야?'
라며 집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노멀로그 독자 분들이 저런 상황에 놓이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스스로를 챙기고 변화를 목격하는 노멀로그 80일 프로젝트를 진행 하고 있는 거다. 누군가가 바꿔주거나, 누군가로 인해 바뀌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하나씩 삶을 개척하길 바라며 말이다.
노멀로그 80일 프로젝트에 참가 할 생각이 없다면, TV시청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마음만 연애에 쏟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상대와의 약속이나 연락 때문에 즐겨 보는 드라마를 못 보는 건 괜찮다. 하지만 상대를 떠올리고 분석하고 상상하느라 애청하던 방송을 못 볼 정도가 되어선 안 된다. '다음 이 시간에...'의 아쉬움을 남길 수 있는 여자가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상대를 무조건 백지상태라고 생각하긴 말길 권한다. 사연을 보낸 대원이 올 들어 세 번의 소개팅을 한 것처럼 상대도 여러 번의 소개팅을 거친 후 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 소개팅에서 만난 이성들과의 관계를 무 자르듯 깔끔이 자른 게 아니라, 이쪽은 보장성 보험, 이쪽은 저축성 보험, 이쪽은 연금 보험 등으로 나누어 뒀을 수도 있다. 땔감만 좀 넣으면 언제든 불이 붙는, '여지'라는 불씨가 남아 있을 수 있단 얘기다.
최근에 소개팅 한 여자 중에 제가 제일 괜찮았다고 하던데요."
라는 얘길 해가며 희망을 놓지 않는 대원이 안타깝다. 성은 입기를 기다리는 궁녀가 아니잖은가. 당장 다른 여자들과의 경쟁에서 선택 받았다고 기뻐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 다음 소개팅에서 더 괜찮은 여자가 나타나면, 그땐 어떻게 할 생각인가.
'라디오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고 자신의 사연이 채택되길 기대하는 소녀' 말고, '라디오 앞에 자석처럼 붙어 있게 만드는 진행자'가 되길 바란다. 내 얘기에 웃고 울어주는 여자, 그런 여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돼지 코 먹는 소리를 해도 예쁠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또 정말 돼지 코 먹는 소리는 내지 말길 바라며.(응?) 블링블링 후라이데이! 씐나는 주말!
▲ 편지를 쓰게 만들고, 녹음해서 또 듣게 만드는 라디오의 힘! 연애에 벤치마킹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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