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많이 친밀한 여자에게 연애가 어려운 이유는?
사이좋은 모녀간을 갈라놓으려는 건 아닌데, 사연을 읽다보면 좀 심각하다 싶을 정도의 '마마걸'들이 눈에 띈다. 엄마와 같이 쇼핑을 가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는데, 그걸 엄마가 보고는
라는 이야기를 하면, 쉽게 하늘색 옷을 내려놓고 녹색 옷을 고르는 여성대원들. 솔직히, 좀 난감하다. 난 그간 매뉴얼을 통해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한 남자 중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세요."라고 이야기 해왔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그런 남자를 만나는 것 까지는 좋다. 그런데 상대만 독립했다고 해서 마냥 연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잖은가.
이쪽에선 자기 의견 하나 내 놓는 데에도 벌벌벌 떨면서 독립한 상대만 원하는 건, 그냥 누군가의 삶에 무임승차 하려는 것과 같다. 그렇게 묻어가려다 걸려 내쫓김을 당하면, 다시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가 다 이르고 위로 받는 대원들. 이게 이십대 초반의 대원들 얘기라면 '그럴 수도 있지 뭐.'라며 넘길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이면서 '마마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원들이 있기에 문제가 된다.
오늘은 엄마와 함께 '남편감 고르기'를 하고 있는 마마걸 대원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얘기를 좀 해줄까 한다. 찌뿌둥한 월요일, 기지개 한 번 펴고 출발해 보자.
최근에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를 많이 돌아다닌 까닭에, 휴대폰에 관련해서 좀 비유를 해볼까 한다. 특정 제품명을 말하긴 좀 그러니, 이니셜로 대체하자.
먼저 큰 화면으로 유명한 N제품의 경우, "스마트폰 화면은 큰 게 깡패."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폰을 들고 이동할 일이 많은 사람에게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비슷한 크기의 V제품의 경우 배터리가 일체형인데, 폰으로 카톡과 전화통화만 하는 사람의 경우 무리 없이 사용이 가능하지만 동영상을 많이 보거나 폰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은 늘 충전강박증에 시달려야 한다.
'다다익램(폰의 램 용량은 클수록 좋다.)'을 주장하며 가성비 최강인 E제품을 극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E폰은 스마트폰 중 최악의 카메라화질을 자랑한다. 때문에 폰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램용량이고 뭐고 제일 먼저 기피해야 할 폰이다. 하나 더. 스마트 폰 중 고화질을 자랑한다는 S제품의 경우, 화질은 뛰어날지 몰라도 그 고화질을 구현하느라 배터리가 빛의 속도로 방전된다. 거기다 LTE 1세대 폰의 특징답게, 폰을 대기상대로 두더라도 스스로 신호를 찾느라 배터리를 소비한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렇듯 각 폰엔 장단점이 있기에 '나에게 맞는 폰'을 찾기 위해선 내 생활습관을 알아야 하고, 그것에 맞춰 폰을 골라야 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그대와 함께 살 사람을 찾는 것인 까닭에, 스스로가 어떤지를 먼저 살펴보고 그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다. 그러면서 권사님 손자나 집사님 아들들을 대상으로 남자를 소개받는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그런 남자들은 대부분 '교회오빠'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그 경력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교회오빠'치고 노래를 못하거나 이성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보질 못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교회오빠, 절오빠(응?) 특집'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하튼 그대가 그냥 엄마 따라 교회를 나갔다, 안 나갔다 하는 권태신앙을 가진 상황에서 '신앙'을 1순위로 정해 남자를 만나는 건, 위에서 얘기했든 '엄마가 골라준 옷'을 입는 것과 같다. 입긴 입었지만 엄마 눈에만 좋아 보이고 그대에겐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으며, 따라서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엄마의 눈'이 틀릴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대원은 엄마가 '생활력 강하며 알뜰한 남자'를 1순위로 두었다고 했다. 당신께서 고생을 하신 적 있기에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것일 수 있지만, '생활력 강하며 알뜰한 남자'인지 아닌지는 함께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거다. 지금 당장 그래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그간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강한 생활력과 알뜰함을 가지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그렇게 살아왔을 수 있단 얘기다. 그런 남자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보상심리를 발휘해 더욱 무서운 사고를 칠 수도 있다. 훗날 발생하는 일이 대한 책임을 엄마에게 물을 생각이 아니라면, 그대와 함께 살 사람은 스스로 찾길 권한다.
엄마에게 뭐든 조언을 구하는 마마걸의 경우, 자립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엄마가 정해준 것을 하거나 조언해준 대로 따르는 데에는 뛰어나지만, 스스로 판단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겁쟁이가 된다. 이런 대원들은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남에게 묻게 된다. 사연을 각색해서 소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역시 폰과 관련해 최근 내가 경험한 것을 하나 적을까 한다. 얼마 전, 한 지인의 폰 바꾸는 걸 도와줬는데, 그 지인은 며칠 후 전화를 걸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나도 뜬금없이 받은 질문이라 별 생각 없이 인터넷으로 검색해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 지인은 "응. 전화 안 끊을게 지금 좀 검색 해줘봐."라고 말했다. 난 검색을 통해 토요일은 이동전화 관련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인에게 답해줬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건 그 지인이 휴대폰에 114를 입력한 후 통화버튼을 누르거나, 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지인은 이후에도 서비스센터를 찾아가야 알 수 있는 것들이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을 내게 물어왔다.
몇몇 마마걸 대원들은 위의 지인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한 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엄마에게 털어 놓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데이트에 대한 보고를 엄마에게 하고, 그에 관한 피드백을 받으며,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엄마와 함께 세운다. 스스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모조리 엄마와 상의한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에 대해 상의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엄마에게 상대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기 쉬우며, 자기 입장에 대한 변호만 들어있는 까닭에 편파판정을 유도할 위험이 높다. 사연에 첨부한 남자친구와의 카톡대화를 보면 잘못은 반반 한 것 같은데, 엄마는 딸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아니, 그 좌식이 감히 내 딸을!'이란 마음으로 헤어질 것을 종용한다. '상담형 인간'인 딸은, 엄마의 그 말을 또 언제나처럼 잘 따르고 말이다.
순간순간 드는 감정까지도 엄마에게 모두 보고한 까닭에, 자신은 그 감정이 다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그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훗날 남자친구와 결혼 이야기가 오갈 때에도 엄마는 '예전의 그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기에 문제가 된다. 결혼과 만남을 반대하는 것이다.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엄마가 애초부터 오빠 만나는 걸 좋아하진 않았어요."라고 나에게 말하면, 솔직히 난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젠 또 나에게 엄마를 나쁜 사람처럼 소개할 생각인가. '상담형 인간'에서 벗어나 이젠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보자.
이건 좀 독특한 케이스긴 한데, 이런 사연도 심심찮게 도착하고 있다. 본인도 마마걸임을 인정하고, 엄마도 딸이 마마걸인 걸 아는 상황. 때문에 엄마는 '얘 결혼까지 내가 책임지고 성사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듯하다. 거기까진 좋은데,
라며 아주 오래 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나,
라고 말하는 것 둘 다 문제를 일으킨다. 전자는 엄마의 높아진 눈이 내려올 줄 몰라 딸의 연애를 모두 막으며 "넌 상대가 엄친아가 아니면 사귀어선 안 돼."라는 말을 하는 상황이고, 후자는 딸에게 직설적인 말을 하며 자꾸 딸을 '모자란 애'처럼 취급하는 상황이다.
참 슬픈 사연으로, 딸이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는데 엄마가 남자친구에 대해 "걘 전문직이 아니라 결혼 상대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한 사연이 있었다. 사연을 보낸 대원이 이십대 중반일 때부터 발휘된 저 엄마의 '사위 결정권'은, 그 대원이 서른 중반이 되어서까지 계속 되고 있다. 딸이 무슨 대학교 입학 원서도 아닌데, 엄마는 계속해서 딸을 '괜찮은 남자'와 만날 수 있는 자리에 들이밀며 재수, 삼수, 사수… 를 시키고 있다. 멀리서 보는 우리는 이런 사연을 접한 뒤,
라고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저 상황에 처한 대원은 그렇지가 않다. 그녀의 엄마가 "날 쏘고 가라."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내가 널 위해서 이러는 거지, 너 불행하라고 이러겠니?"라는 말 앞에서 딸의 마음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반대로 "그 사람이 너 만나 준다니?"라는 식의 이야기로 딸의 자존감을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엄마에 대한 사연도 있었다. 그 엄마는 딸이 집에 데려온 남자친구 앞에서, 생명의 은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쩔쩔매며 몇 번이나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우리 딸이랑 잘 될 수도 있지만, 사람 일 모르는 거니까 그냥 편하게 만나고, 다른 여자친구들도 많이 만나 봐요."라는 이상한 얘기까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소설에는 아래와 같은 대목이 나온다.
그대가 먼저 달라지고, 달라진 그대의 모습을 어머니께 '업데이트' 해 드리기 바란다. 업데이트가 안 된 내비게이션은 이상한 길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바뀐 도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금방 갈 길도 멀리 돌아가게 만든다. 엄마가 주선해 주시는 선 자리를 못 이기는 척하며 즐기거나, 반발심에 섣부른 행동을 하지 말고, 현재의 상황과 지금 그대의 모습을 어머니께 확실히 각인시켜 드리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딸의 연애가 걱정되어 나에게 메일을 보내시는 어머님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스스로 날갯짓 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아기 새는 둥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다. 둥지 안에서 엄마가 물어다 주는 먹이만 받아 먹으며 큰 아기 새. 그 아기 새는 훗날 짝을 만났을 때, 그 짝이 엄마 대신 먹이를 물어다 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렇게 한 두 번은 짝이 먹이를 물어다 줄 수 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짝은 지쳐 떠날 생각을 하게 된다. 겁내는 일은 이제 그만 하고 오늘부터는 스스로 날갯짓을 해보자. 먹이를 사양하고 둥지 밖으로 나가는 거다. 자, 그럼 그대의 첫 비행을 응원하며!
▲ '엄마와 다정하게 지내는 딸'은 괜찮습니다. 윗글을 오해해 괜히 엄마와 벽 쌓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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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은 모녀간을 갈라놓으려는 건 아닌데, 사연을 읽다보면 좀 심각하다 싶을 정도의 '마마걸'들이 눈에 띈다. 엄마와 같이 쇼핑을 가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는데, 그걸 엄마가 보고는
"넌 하늘색이 잘 안 어울려. 녹색으로 해. 이게 좋겠다. 이걸로 해."
라는 이야기를 하면, 쉽게 하늘색 옷을 내려놓고 녹색 옷을 고르는 여성대원들. 솔직히, 좀 난감하다. 난 그간 매뉴얼을 통해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한 남자 중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세요."라고 이야기 해왔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그런 남자를 만나는 것 까지는 좋다. 그런데 상대만 독립했다고 해서 마냥 연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잖은가.
이쪽에선 자기 의견 하나 내 놓는 데에도 벌벌벌 떨면서 독립한 상대만 원하는 건, 그냥 누군가의 삶에 무임승차 하려는 것과 같다. 그렇게 묻어가려다 걸려 내쫓김을 당하면, 다시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가 다 이르고 위로 받는 대원들. 이게 이십대 초반의 대원들 얘기라면 '그럴 수도 있지 뭐.'라며 넘길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이면서 '마마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원들이 있기에 문제가 된다.
오늘은 엄마와 함께 '남편감 고르기'를 하고 있는 마마걸 대원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얘기를 좀 해줄까 한다. 찌뿌둥한 월요일, 기지개 한 번 펴고 출발해 보자.
1. 엄마랑 함께 살 신랑 고르는 게 아닌데.
최근에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를 많이 돌아다닌 까닭에, 휴대폰에 관련해서 좀 비유를 해볼까 한다. 특정 제품명을 말하긴 좀 그러니, 이니셜로 대체하자.
먼저 큰 화면으로 유명한 N제품의 경우, "스마트폰 화면은 큰 게 깡패."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폰을 들고 이동할 일이 많은 사람에게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비슷한 크기의 V제품의 경우 배터리가 일체형인데, 폰으로 카톡과 전화통화만 하는 사람의 경우 무리 없이 사용이 가능하지만 동영상을 많이 보거나 폰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은 늘 충전강박증에 시달려야 한다.
'다다익램(폰의 램 용량은 클수록 좋다.)'을 주장하며 가성비 최강인 E제품을 극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E폰은 스마트폰 중 최악의 카메라화질을 자랑한다. 때문에 폰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램용량이고 뭐고 제일 먼저 기피해야 할 폰이다. 하나 더. 스마트 폰 중 고화질을 자랑한다는 S제품의 경우, 화질은 뛰어날지 몰라도 그 고화질을 구현하느라 배터리가 빛의 속도로 방전된다. 거기다 LTE 1세대 폰의 특징답게, 폰을 대기상대로 두더라도 스스로 신호를 찾느라 배터리를 소비한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렇듯 각 폰엔 장단점이 있기에 '나에게 맞는 폰'을 찾기 위해선 내 생활습관을 알아야 하고, 그것에 맞춰 폰을 골라야 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그대와 함께 살 사람을 찾는 것인 까닭에, 스스로가 어떤지를 먼저 살펴보고 그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엄마는 남자를 볼 때, 1순위로 신앙을 보시거든요."
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다. 그러면서 권사님 손자나 집사님 아들들을 대상으로 남자를 소개받는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그런 남자들은 대부분 '교회오빠'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그 경력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교회오빠'치고 노래를 못하거나 이성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보질 못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교회오빠, 절오빠(응?) 특집'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하튼 그대가 그냥 엄마 따라 교회를 나갔다, 안 나갔다 하는 권태신앙을 가진 상황에서 '신앙'을 1순위로 정해 남자를 만나는 건, 위에서 얘기했든 '엄마가 골라준 옷'을 입는 것과 같다. 입긴 입었지만 엄마 눈에만 좋아 보이고 그대에겐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으며, 따라서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엄마의 눈'이 틀릴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대원은 엄마가 '생활력 강하며 알뜰한 남자'를 1순위로 두었다고 했다. 당신께서 고생을 하신 적 있기에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것일 수 있지만, '생활력 강하며 알뜰한 남자'인지 아닌지는 함께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거다. 지금 당장 그래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그간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강한 생활력과 알뜰함을 가지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그렇게 살아왔을 수 있단 얘기다. 그런 남자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보상심리를 발휘해 더욱 무서운 사고를 칠 수도 있다. 훗날 발생하는 일이 대한 책임을 엄마에게 물을 생각이 아니라면, 그대와 함께 살 사람은 스스로 찾길 권한다.
2. 상담형 인간.
엄마에게 뭐든 조언을 구하는 마마걸의 경우, 자립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엄마가 정해준 것을 하거나 조언해준 대로 따르는 데에는 뛰어나지만, 스스로 판단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겁쟁이가 된다. 이런 대원들은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남에게 묻게 된다. 사연을 각색해서 소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역시 폰과 관련해 최근 내가 경험한 것을 하나 적을까 한다. 얼마 전, 한 지인의 폰 바꾸는 걸 도와줬는데, 그 지인은 며칠 후 전화를 걸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런데 S텔레콤 고객센터 오늘도 할까? 토요일은 안 하나?"
나도 뜬금없이 받은 질문이라 별 생각 없이 인터넷으로 검색해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 지인은 "응. 전화 안 끊을게 지금 좀 검색 해줘봐."라고 말했다. 난 검색을 통해 토요일은 이동전화 관련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인에게 답해줬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건 그 지인이 휴대폰에 114를 입력한 후 통화버튼을 누르거나, 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지인은 이후에도 서비스센터를 찾아가야 알 수 있는 것들이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을 내게 물어왔다.
몇몇 마마걸 대원들은 위의 지인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한 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엄마에게 털어 놓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데이트에 대한 보고를 엄마에게 하고, 그에 관한 피드백을 받으며,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엄마와 함께 세운다. 스스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모조리 엄마와 상의한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에 대해 상의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엄마에게 상대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기 쉬우며, 자기 입장에 대한 변호만 들어있는 까닭에 편파판정을 유도할 위험이 높다. 사연에 첨부한 남자친구와의 카톡대화를 보면 잘못은 반반 한 것 같은데, 엄마는 딸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아니, 그 좌식이 감히 내 딸을!'이란 마음으로 헤어질 것을 종용한다. '상담형 인간'인 딸은, 엄마의 그 말을 또 언제나처럼 잘 따르고 말이다.
순간순간 드는 감정까지도 엄마에게 모두 보고한 까닭에, 자신은 그 감정이 다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그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훗날 남자친구와 결혼 이야기가 오갈 때에도 엄마는 '예전의 그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기에 문제가 된다. 결혼과 만남을 반대하는 것이다.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엄마가 애초부터 오빠 만나는 걸 좋아하진 않았어요."라고 나에게 말하면, 솔직히 난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젠 또 나에게 엄마를 나쁜 사람처럼 소개할 생각인가. '상담형 인간'에서 벗어나 이젠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보자.
3. 엄마가 안티.
이건 좀 독특한 케이스긴 한데, 이런 사연도 심심찮게 도착하고 있다. 본인도 마마걸임을 인정하고, 엄마도 딸이 마마걸인 걸 아는 상황. 때문에 엄마는 '얘 결혼까지 내가 책임지고 성사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듯하다. 거기까진 좋은데,
"우리 딸은 피아노도 잘 치고, 공부도 잘 하고
학교 다닐 때 남자애들이 줄을 섰어요."
학교 다닐 때 남자애들이 줄을 섰어요."
라며 아주 오래 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나,
"우리 딸은 그냥 데려가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 둘 다 문제를 일으킨다. 전자는 엄마의 높아진 눈이 내려올 줄 몰라 딸의 연애를 모두 막으며 "넌 상대가 엄친아가 아니면 사귀어선 안 돼."라는 말을 하는 상황이고, 후자는 딸에게 직설적인 말을 하며 자꾸 딸을 '모자란 애'처럼 취급하는 상황이다.
참 슬픈 사연으로, 딸이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는데 엄마가 남자친구에 대해 "걘 전문직이 아니라 결혼 상대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한 사연이 있었다. 사연을 보낸 대원이 이십대 중반일 때부터 발휘된 저 엄마의 '사위 결정권'은, 그 대원이 서른 중반이 되어서까지 계속 되고 있다. 딸이 무슨 대학교 입학 원서도 아닌데, 엄마는 계속해서 딸을 '괜찮은 남자'와 만날 수 있는 자리에 들이밀며 재수, 삼수, 사수… 를 시키고 있다. 멀리서 보는 우리는 이런 사연을 접한 뒤,
"그냥 엄마를 설득하거나, 정말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가 있다면 확, 해버리면 되잖아?"
라고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저 상황에 처한 대원은 그렇지가 않다. 그녀의 엄마가 "날 쏘고 가라."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내가 널 위해서 이러는 거지, 너 불행하라고 이러겠니?"라는 말 앞에서 딸의 마음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반대로 "그 사람이 너 만나 준다니?"라는 식의 이야기로 딸의 자존감을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엄마에 대한 사연도 있었다. 그 엄마는 딸이 집에 데려온 남자친구 앞에서, 생명의 은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쩔쩔매며 몇 번이나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우리 딸이랑 잘 될 수도 있지만, 사람 일 모르는 거니까 그냥 편하게 만나고, 다른 여자친구들도 많이 만나 봐요."라는 이상한 얘기까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소설에는 아래와 같은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그렇게 재주 있는 내 아들은 무엇을 하든 잘하리라고 혼자 작정해 버린다.
아들은 지금 세상에서 월급자리 얻기가 얼마나 힘드는 것인가를 말한다.
하지만 보통학교만 졸업하고도 고등학교만 나오고도,
회사에서 관청에서 일들만 잘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또 동경엘 건너가 공불 하고 온 내 아들이,
구하여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들은 지금 세상에서 월급자리 얻기가 얼마나 힘드는 것인가를 말한다.
하지만 보통학교만 졸업하고도 고등학교만 나오고도,
회사에서 관청에서 일들만 잘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또 동경엘 건너가 공불 하고 온 내 아들이,
구하여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대가 먼저 달라지고, 달라진 그대의 모습을 어머니께 '업데이트' 해 드리기 바란다. 업데이트가 안 된 내비게이션은 이상한 길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바뀐 도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금방 갈 길도 멀리 돌아가게 만든다. 엄마가 주선해 주시는 선 자리를 못 이기는 척하며 즐기거나, 반발심에 섣부른 행동을 하지 말고, 현재의 상황과 지금 그대의 모습을 어머니께 확실히 각인시켜 드리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딸의 연애가 걱정되어 나에게 메일을 보내시는 어머님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죽을 정도로 다치는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다쳐봐야 알아서 주의하게 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딸의 휴대폰을 통제해도, 할 연락은 어떻게든 한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또, 무작정 통금시간을 정한다고 해서 딸이 할…
여하튼, 그런 것 대신에
가까이 두고 싶은 남자가 생겼을 땐 오래 두고 한참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책임은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길 권합니다."
어느 정도 다쳐봐야 알아서 주의하게 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딸의 휴대폰을 통제해도, 할 연락은 어떻게든 한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또, 무작정 통금시간을 정한다고 해서 딸이 할…
여하튼, 그런 것 대신에
가까이 두고 싶은 남자가 생겼을 땐 오래 두고 한참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책임은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길 권합니다."
스스로 날갯짓 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아기 새는 둥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다. 둥지 안에서 엄마가 물어다 주는 먹이만 받아 먹으며 큰 아기 새. 그 아기 새는 훗날 짝을 만났을 때, 그 짝이 엄마 대신 먹이를 물어다 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렇게 한 두 번은 짝이 먹이를 물어다 줄 수 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짝은 지쳐 떠날 생각을 하게 된다. 겁내는 일은 이제 그만 하고 오늘부터는 스스로 날갯짓을 해보자. 먹이를 사양하고 둥지 밖으로 나가는 거다. 자, 그럼 그대의 첫 비행을 응원하며!
▲ '엄마와 다정하게 지내는 딸'은 괜찮습니다. 윗글을 오해해 괜히 엄마와 벽 쌓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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